거대한 물결 - 근본적 붕괴의 시대와 아웃사이더의 부상
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 돌베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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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에 이어 『서평가의 독서법』까지 저자의 책들을 읽었기에 신간으로 출간된 이 책은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 책이다. 거대한 물결이라는 제목과 그림부터 차분히 설명되면서 집필된 이 책의 목소리를 가름하도록 이끌어준다. 19세기 중반 일본의 세계화와 문호 개방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 그림과 거대한 물결의 상징성을 떠올리게 한다. 이 물결은 우리를 위협하고 압도하면서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던 모든 것을 휩쓸어 가는 자연의 파괴력과 혼란스러운 역사의 힘을 의미한다.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으로 설명되는 군사용어인 VUCA로 거대한 물결을 이해하게 된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풀뿌리에서 위로, 스타트업 기업과 시위자와 아웃사이더에서 거대 기술 기업과 권위주의 지도자에게로 이동한 거대한 물결의 흐름들이 하나씩 설명된다.

거대 기술 기업의 독점력 강화와 권위주의 지도자의 권력 집중 노력에 대한 일종의 대항 운동이라고 말한다. 미국 정치권의 특정 인물을 통해서 거론되는 것들을 예의주시하게 한다. 유권자들의 희망과 기대가 어느 정도 성취하였는지는 정치와 경제, 민심으로도 충분히 반영이 되는 만큼 저자의 큰 아우성은 한국에서도 끊임없이 찾아보게 하는 매력을 지닌다. "거래주의와 권위주의로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인권과 사회 정의에서 수십 년에 걸쳐 이룩한 진전을 짓밟는 국가가 될 것인가"라는 목소리와 조지 오웰의 『1984』의 빅 브라더와 닐 포스트먼의 『죽도록 즐기기』를 이 책에서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랠프 앨리슨의 『보이지 않는 인간』, 토니 모리스의 『빌러비드』, 히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도 언급되면서 문제를 직시하도록 현미경을 손에 쥐여주는 내용들이 전해진다. <오징어 게임>과 <부산행>, <더 플랫폼>, <겟아웃> 영화도 언급되는 만큼 책과 영화가 무엇을 언급하고 다루는 작품인지 확인시킨다.

난민, 여성, 수감자, 가난한 사람, 노인,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 아웃사이더에 초점을 맞춘 예술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차별과 경찰의 잔혹성을 주제로 다루는 노력들을 조명하면서 오바마가 제막식에서 연설한 내용도 굵은 목소리로 기억 속에 자리 잡는다. 정치인들이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정체성 구분의 요인이 무엇인지도 설명된다. 인종, 종교, 이념, 교육, 도시와 농촌 차이로 당에 유리하게 정한 선거구, 전당 대회를 조직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파악하게 된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을 모아들이는 과정까지도 쉽게 설명된다. "남성 인권 활동가에게 빨간색 알약을 먹는 것은 대중적인 페미니즘의 멍에에서 벗어나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 억압받는 집단임을 인식함"을 뜻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낯설지 않은 데자뷔로 전달되는 내용들이며 <댓글 부대>영화까지도 떠올리게 한다. "기술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중립적이지도 않다."라고 말한 역사가 멜빈 크램츠버그의 말은 가짜 뉴스와 댓글 등을 연관 지으면서 흥미롭게 전해진다.

돈이나 인맥 같은 전통의 권력에 접근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 아웃사이더들은 시위와 시민 불복종, 파업, 불매 운동, 매각 운동 같은 집단의 파괴력을 조직을 저항군이라고 저자는 단호한 어조로 명명한다. "반대와 항의는 압도적으로 젊은이들의 일이다... 젊은이들은 물러나기보다 문제를 살피고 해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더 크다." (176쪽)고 전한 역사가 토니 주트의 글도 기억에 남는다. "자유는 어떤 상태가 아니다. 행위이다. 우리가 마침내 앉아 쉴 수 있는 머나먼 고원 위 높은 곳에 자리한 마법의 정원이 아니다. 자유는 우리 모두가 계속해서 취해야 할 행동이다." (178쪽)라고 말한 인권운동가 존 루이스의 내용도 소개된다. 한국 사회가 전진하지 못하고 정체된 이유를 여기에서 찾게 된다. 발로 뛰는 기자, 사회고발을 하는 뉴스는 어디에 있는지 시청자와 구독자들이 기다리는 세상이다. 프랑스의 노란 조끼 운동, 전 세계에 걸친 시위, 홍콩의 민주화 시위, 아랍의 봄 봉기는 지도자가 없다는 특성을 띄면서 한국 사회에서 기대할 변방은 "우리는 99%다"라고 외친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의 구호와 "흑인 목숨이 소중하다"라고 외친 운동처럼 변방에 소속된 99%의 목숨은 소중하다고 외치는 거대한 물결의 움직임과 자유의지, 자유는 계속해서 취해야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1%를 위해 끊임없이 노동하는 기계의 부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자와 기업을 위해 감세하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에 무관심한 가난한 군중이 되어서는 안 된다. '거대한 물결'이라는 이름으로 묵직한 문제들을 다양하게 조명하면서 아웃사이더의 움직임을 역사 속에서 살펴보게 된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거짓말과 독설이 뿌리를 내리게 된 것에 대해 한나 아렌트의 말이 인용된다. 혐오와 선동가의 위험한 서사를 받아들인 그들이 누구인지 한국 사회에서도 찾아보게 된다. "사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거나 구분하고 싶어하지 않도록 만드는 능력에서 나온다."라고 아렌트는 주장한다.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타난 현상들을 조목조목 구분할수록 경악하게 된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들을 목도하지 않도록 어떤 의지가 필요한지 책을 통해서 다각도로 식견을 넓히도록 도움을 주는 내용들이 전해진다.


14세기 유럽 부자 ㅡ화려한 옷, 호화로운 저택, 사치스러운 취미.

프랑스 귀족 / 가난한 사람들_ 세금을 점점 더 많이 내야 했기 때문에 고군분투 26



거래주의와 권위주의로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인권과 사회 정의​에서 수십 년에 걸쳐 이룩한 진전을 짓밟는 국가가 될 것인가. - P14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비교
"경제 혼란, 사회 불안, 높은 물가, 부당이득, 도덕의 타락, 생산 부족, 나태한 산업, 열광적 환락, 무분별한 지출, 사치, 방탕, 사회와 종교의 히스테리, 탐욕, 강한 욕망, 실정, 풍속의 쇠퇴 등... 현재의 불만이 얼마나 비슷한지 놀라울 정도이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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