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워크숍 오늘의 젊은 작가 36
박지영 지음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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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라는 의미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는지 생각부터 해보게 한다. '고독사'를 준비하는 워크숍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지만 수많은 많은 이야기들과 인물들의 통해서 점차적으로 구도화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되는 작품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들이 이야기된다. 누구나 경험하는, 경험할 수도 있는 상황들에서 어떠한 대처능력으로 살아내야 하는지 인물들은 스스로 자구책을 터득하게 된다.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문득 깨닫는 사실들이 전해진다. 사소하고 평이한 일상 속의 반복되는 것들이 주는 것을 보여준다. 무수히 많이 열거되는 밴드의 이름들을 지어주는 <고독사 워크숍> 회원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에 함께 놀라워하게 된다. 고독을 매일 체득하며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일상 중에서 조금씩 나아가기도 하는 삶이 존재한다. 그것이 성공과 실패로 좌우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들려주는 작품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후반부를 향할수록 연관성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된다. 사회적 관계가 그러하다. 인연이 아닌 것 같지만 아는 사람의 지인이거나 가족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하게 된다. 소설에서도 다르지 않다. 전혀 연관성을 느끼지 못하였다가 도입부에 등장하였던 수많은 이야기의 인물들과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연결되어서 조화롭게 사회적 관계망을 이루게 된다.

자신만의 고독을 단련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직장 선배의 퇴사와 관련해서 선배만 제외하고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소외시키는 직장의 무리들이 낯설지 않은 형태로 이야기된다.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쳇바퀴 돌듯이 돌아가는 모습들이다. "다행이야. 내가 아니라서."라고 속내를 드러내는 것까지도 이 사회에서는 익숙한 모습으로 투영된다. 혐오가 정당화되어가는 사회를 보게 된다. 작가의 거침없는 문장들에 화들짝 놀라게 하는 예리함을 목도한다. 못됨을 처먹어 가는 일상은 정당하지 않다. 그래서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개인적 고독을 직시하게 한다. 수많은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을 상기시키는 젊은 작가이다. 당신은 일상은 어떠했나요? 오늘 하루는 어떠했나요? 질문하는 작품이다.

피해자의 얼굴로 가해자의 얼굴을 감춘 채

무리의 습성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못됨을 처먹어 가는 일상 246



군대를 갔다 온 아들이 죽음을 맞이한다. 아들이 죽은 후 아내는 더 이상 기도를 하지 않는다고 남편은 이야기한다. 그 대신 농담을 하는 아내의 깊은 마음속을 헤아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죽기 직전까지 아들이 홀로 쌓아 올린 시간들의 의미와 죽음을 선택한 이유와 아들의 죽음은 남겨진 어머니에게는 큰 상처와 아물지 않는 기억 속으로 홀로 갇히게 된다. 그녀는 살아야 하기에 선택한 것이 농담이라고 한다. 그것도 자살을 준비한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속의 글에 감탄하면서 최고의 농담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농담이 서글픈 웃음으로 자리 잡게 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존재하는 깊고도 깊은 고독을 관조하게 한다.

죽을 생각이었다. 올해 설날 옷감을 한 필 받았다.

새해 선물이다. 천은 삼베였다.

여름에 입는 옷이리라.

여름까지 살아 있자고 생각했다. 167

유진이 죽은 후 아내는 더 이상 기도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농담을 하죠. 168

얼마나 고독하면 저런 농담에 웃게 될까?

얼마나 고독한 사람이 저런 농담을 하고 또 하는 걸까? 139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무심히 스치는 말 한마디에는 깊은 의미가 존재한다. 나쁘지 않다는 말의 의미도 작품은 조명한다. 죽음까지도 생각하는 고독한 사람들의 무게감을 깊게 바라본 적이 없다. 사유하는 고독을 선호하다 보니 이 작품 속의 고독한 사람들의 삶은 고려해 보지 않았기에 작품을 통해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면서 알아가게 된다. 300만 원을 선납하고 고독사 워크숍에 참여하는 이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규칙적인 패턴들을 통해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조곤조곤 듣게 된다. 그들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버무리면서 고독의 의미를 더 추가해 보게 된다. 어린 시절 우는 법을 놓친 어른이 울지 못하는 사연과 울게 되는 순간까지도 지긋하게 들려주는 소설이다.

사과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과받지 못했던 인물이 사과를 받겠다고 또렷한 자기 의지와 목소리를 전달한다. <닥터 차정숙>의 드라마에서 미안하다고 전하는 장면과 영화 <세 자매>의 아버지에게 사과하라고 말하는 딸의 장면, <채식주의자> 한강 소설의 아버지의 폭력적인 장면이 떠오른다. 사과받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세상의 무수한 가해자들과 피해자들이 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피해자들이 있다. 작가는 그들의 고독까지도 놓치지 않고 매만지고 있다. 우는 판다가 가장 강열하게 자리잡는다. 울고 싶을 때 우는 어른, 악을 쓰면서 우는 어른을 잠시 그려보게 한다. 왜 우리들은 우는 것까지도 통제를 받고 억압하면서 살아가게 된 것일까? <방랑자들> 소설에서 장애인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노숙자 삶을 선택한 이유가 떠오른다. 우는 판다의 존재가 누구인지도 작품의 마지막에서 밝혀진다. 쌓여가는 사연들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어떻게 고독을 유영할 수 있는지 들려주는 소설이다.

사과해 주세요.

사과받고 싶어요. 142

울고 싶을 때 언제든지, 얼마든지 악을 쓰면서,

길에서 판다와 누가 누가 더 크게 우는지

경쟁해 가면서 우는 어른이길 바랐다.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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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필드 2023-07-1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모모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

구름모모 2023-07-16 21: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가필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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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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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은 처음이지만 강열하게 압도된다. 첫 번째 작품인 『먼 곳에서』 소설은 퓰리처상과 펜 / 포그너 상 최종후보 작품이다. 이외에도 다수의 상을 수상한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다. 이 소설은 커커스상을 수상하였으며 부커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뉴욕타임스>, <타임>,<위싱턴 포스트>올해의 책 top10에 오른 소설이며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도서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도서이며 시리즈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수많은 찬사가 함께한 작가의 소설에는 이유가 분명하다. 그 이유는 네 가지로 구성된 이야기를 통해서 충분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굵은 선의 스토리와 네 가지의 서로 다른 이야기에서도 몇 번을 놀라워했는지 모른다. 진실을 알고 싶다는 강열한 호기심과 의구심은 점점 증폭되어가면서 이 소설의 이야기에만 푹 빠져들게 된다. 추리하면서 유추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불어 작가의 깊은 시선의 끝을 여러 인물들과 대화들을 통해서도 전달된다. 특히 부부가 서로 나누는 대화들과 대필 작가의 아버지와 딸이 나누는 대화가 그러하다. 대화에서 전달되는 사회적 문제와 국제적 이슈, 무정부주의에 대한 한결같은 의지와 현실적 상황의 문제들이 자본의 힘과 마찰하면서 대필작가인 딸이 갈등하고 고뇌하면서 인정하는 수많은 대립적인 상황들과 장면들이 인상적으로 전달된다.


1부는 소설가의 소설로 이야기된다. 2부는 소설 속의 실존 인물인 앤드루 베벨의 미완성 자서전이며, 3부는 미완성 자서전의 대필 작가의 회고록이다. 4부는 앤드루 베벨의 아내인 밀드레드 베벨의 일기이다. 1부의 소설을 읽고 인물들의 전체적인 구도와 성향들이 파악되면서 이야기를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2부의 자서전은 매우 이질적으로 전달된다. 자서전이 드러내는 의도와 방향성이 고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3부의 대필작가 회고록에서는 더욱 박진감이 느껴진다.



자서전이 대필되는 과정에 편집되고 버려지는 문장들과 의도적으로 구성되는 문장들이 어떠한 목적성을 띠고 있었는지도 전달된다. 자본의 힘이 가진 위력이 어떠한지도 대필작가로 고용되는 순간부터 관찰되었다는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그녀는 더욱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감시당한다는 것과 고용되면서 비밀 보장에 합의하면서 일어나는 수많은 상황들에 그녀는 자본의 힘에 끊임없이 밀려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의 내면에 미안함이 존재하는 이유들에는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존재한다. 아버지와 나눈 무정부주의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와 글쓰기를 좋아하였던 부녀가 나눈 식사시간의 대화들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누군가 대필작가를 위협하면서 협박당하는 상황에 그는 누구인지 무수히 추리하게 한다. 수많은 가정들을 세워놓고 대필작가가 어떻게 위기를 이겨낼지도 무척 궁금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진실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소설이 가지고 있는 허구성을 알지만 소설에 있는 진실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호모한 진실 찾기 게임은 책장을 멈추지 않게 하는 소설이다.



이민자에 대한 작가의 문체에서 『방랑자들』 소설이 떠오르게 한다.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부유하는 이민자들의 삶과 철학들이 대필작가의 아버지의 삶에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더불어 미국정부가 무정부주의자들을 지워간 사실까지도 소설을 통해서 이야기한다. 『제르미날』의 노동자들이 무정부주의를 외치는 장면과 『나는 박열이다』의 무정부주의에 대한 내용도 떠오르게 한다. 문학들을 통해서 무정부주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이 소설에 부녀가 나누는 대화들과 아버지의 물건들 속에 있었던 포스터의 문구들을 통해서, 앤드루 베벨이 대필작가와 아버지의 무정부주의에 대한 정치적 대화를 처음으로 나누는 장면도 떠오르게 한다.


자본시장의 흐름에 존재하는 주식시장이 배경으로 흐른다. 자본은 자본을 낳고 부의 증대와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도 부가 증대한 앤드루 베벨의 변론의 의도가 한결같이 강조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가 부를 증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사실이었을까? 대필작가가 자택에서 목격하는 수많은 통계학자와 수학자들은 어떤 의미였는지 유추하게 된다. 그리고 베벨의 아내 일기를 통해서 드러나는 진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남편인 앤드루 베벨이 보였던 모습들의 진실은 말끔하게 드러나게 된다. 그림자처럼 자신의 뒤편에 놓여야 했던 그의 아내의 존재가치를 납득시켜준다. 미완성 자서전이 집필되어야 하는 이유는 선명해진다. 자서전은 그렇게 조각되는 조각상이 된다. 진실은 미묘하게 덮어버리는 작업이 된다.



읽는 동안 작가에 대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던 소설이다. 굵직한 이야기와 인물들이 존재하면서 곁가지로 존재하는 인물들까지도 흥미롭게 관심의 대상이 되게 한다. 자본의 힘이 가하는 휘어지는 진실들에 처참하게 사라지는 소설가를 보여준다. 대필작가가 면접 과정에서 왜 일하고 싶은지 답변하는 장면의 대화 내용도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앤드루 베벨이 대필작가에게 일방적으로 집을 구하고 입주하도록 명령하는 장면에 그녀가 명석하게 이 상황들을 파악하지만 순응하는 모순적인 자신의 상황들도 잘 전달해 주는 장면이 된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향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직장과 일을 향한 그녀의 현실적인 욕망도 잘 드러내는 소설이다. 굳은살이 생긴 아버지의 손가락의 의미, 쌓여가는 빚, 집세, 생활비 부족은 그녀가 어린 나이에 사회적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된다. 부모의 자본이 자식의 자본이 되는 밑거름이 된다. 다른 한쪽에서는 아버지와 저녁식사시간에 나눈 수많은 대화가 그녀의 집필작가 활동과 구직활동에 자본의 힘이 되어준다. 한쪽은 부모의 돈이었고, 다른 한쪽은 창작활동의 밑거름이 된 대화였음을 보여준다. 자본을 바라보는 시대의 시선적 변화에 대해서도 미완성 자서전을 통해서 전달된다. 자서전을 통해서 변론하고 싶었던 사업가의 이야기는 왜 집필되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야기의 문체들은 색깔이 분명히 다르게 전달된다. 집필한 자들의 목소리와 색채는 분명하면서도 또렷한 주제가 다양한 장면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작가의 다음 작품까지도 기대하게 하는 소설이다.



부부란 무엇일까? 결혼은 무엇일까? 진중하게 질문하게 하는 소설이다. 앤드루 베벨 부부의 모습과 일기에 드러나는 남편의 모습과 자서전을 집필하면서 드러내는 아내를 향한 남편의 의도가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이들 부부가 보이는 침묵의 가치는 어떠한 모양새를 가졌는지 살펴보게 된다. 아내의 죽음이 찾아오면서 드러난 실상의 진실들이 저택의 직원들과 주변의 혹평이 대변을 해준다. 암으로 투병한 과정의 일기는 간결하면서도 묵직하게 전해진다. 그녀가 통증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닌 눈물의 의미도 깊게 호흡하게 한다. 땅이 발산하는 달콤함과 축축함을 그려보게 한다. 새소리가 내는 음폭의 한계도 떠올려보게 된다. 누구나 가야 할 길이 죽음의 문턱일 것이다. 철학자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 책내용이 떠오르게 한다. 이 소설은 많은 작품들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결혼식, 세례, 졸업식, 장례식 등...

장식적인 초대장...적개심을 품었다.

부르주아적 쓰레기라는 것...

아버지의 혐오감은... 교회로, 가족제도로, 국가로. 240

아버지는... 자신을 이민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아버지는 추방자였다. 246

이 일자리를 원하세요?

네. 왜죠?

돈이 상품의 신이라면

여기가 ... 그 신의 최고 신전이죠. 긴 침묵 260

아버지는 내게 단 한 번도,

그 무엇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았다. 312

거짓된 복잡성을 꿰뚫고

인생의 단순한 진실들을 발견할 줄 알았네. 317

우리 둘 다 활자와 관련된 일... 식자공과 타자수...

세상에 대한 우리 인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야기했다...

세상의 원형이 뒤집혀 있다는 걸 알았고,

현실이 뒤집혀 있어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었다. 334

도서관의 ... 기부자 중 한 명인 그가

현실을 조정하고 구부린 것이다. 363


그의 재산이 주변의 현실을 구부렸다...

베벨의 부... 중력으로 휘어졌다. 368


나는 나한테 도움이 되는 한에서만 상대와 협력하네. 388

협동의 목적이 개인의 수익 389

우리는 진정으로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은 없었다. 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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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열린책들 세계문학 77
이디스 워튼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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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함께하는 관습이 존재한다. 시대가 규정한 틀안에 갇혀서 인형처럼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의심조차도 하지 않고 꼭두각시처럼 모두가 뜨겁게 따르는 관습이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길게 들여다보게 한다. 그들이 향유하는 것들이 펼쳐지면서 사교계의 흐름과 관습들이 또렷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에 다른 사고의 범주가 감지된다. 주인공이 가지는 생각들은 적잖은 충돌로 표출된다.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삶과 시들이 떠오른다. <인형의 집>의 로라도 함께 생각나게 한다. 시대에 순종하며 관습의 행렬에 모두가 똑같이 기계처럼 움직일 때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인물들의 움직임도 시대와 함께한다는 것을 이 소설에서도 만나게 된다.



순종하는 시대의 여성들의 움직임까지도 매우 첨예하게 들춰지는 소설이다. <환락의 집>소설까지도 생각나게 한다. 작가의 필력에 깊게 빠져들게 된다. 끊임없이 자극하는 시대의 관습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결혼관과 사교문화, 남성들의 자유분방함과 여성들을 구속하는 시대의 여성상들이 전해진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용하였던 것들의 당위성을 짚어보게 한다. 넷플릭스 <브리저튼> 작품에서도 비슷한 감상을 하게 되었듯이 역사 속에 존재하는 여성을 구속하는 관습들을 직시하게 된다. ​​



아무도 다르게 살려고 하지 않아.

다르다는 걸 천연두처럼 두려워해. 151


뉴욕이라는 도시에 살았던 상류층 집안사람들이 누렸던 것들과 그들만이 향유하였던 문화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입었던 복식과 음식들, 하인들을 부렸던 그 시대의 문화들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가장 많이 떠올랐던 여성이 두 명이 있다. 미소와 말씨, 행동과 가치관까지도 답습한 여성이 있다. 한 여성은 타인의 삶에는 새로운 용기를 가져보아도 좋다고 말하지만 진정 자신의 삶에서는 그 어떤 용기조차도 시도하지 못하였던 여성이다. 남편이 젊은 시절 간절히 원하였던 것을 알고 있었던 여인이다. 그녀는 그 모든 진실 앞에서도 어떠한 내색조차도 보이지 않으면서 남편이 간절히 원했던 것을 포기하였다고 회상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


나쁜 남자를 떠나 뉴욕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여성이 있다. 그녀가 어린 시절 뉴욕에 첫 등장했던 장면만큼이나 그녀가 뉴욕에 정착하고자 선택한 집도 많은 상징성을 띈다. 행복하고자 선택하는 그녀의 삶들은 어떠했을까? 진정 행복했던 것일까? 그녀가 믿고 알고 있었던 사실들은 위선적인 사람들에 의해서 가려진 진실이라는 사실을 점차적으로 알게 해주는 인물 덕분에 그녀는 또 얼마나 혼돈스러웠을까. ​​그 시대를 살았던 두 여성은 저마다 자신이 믿는 행복을 추구한다. 그들만의 '용기'라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 여성들이다. 행복한 삶을 살고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았던 두 여성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화자는 남성이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강열하게 기억되는 인물은 두 여성이었다. 가정을 지키고자 자신의 방식으로 행복한 삶을 선택한 여성이다.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 별거와 이혼까지도 고려하지만 집안 어른들의 만류에 이혼을 포기하는 여성의 삶까지도 안쓰럽게 매만지는 작품이다. 경제적인 풍요와 권력이 주는 안위까지도 포기할 만큼 그녀에게 절실하고 간절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녀의 대화를 통해서 전해진다.



신문기자와 나누는 대화도 인상적이다. 깊고 깊은 골짜기처럼 느껴지는 그들이 가졌던 깊은 관념들이 거침없이 드러나는 대화들이다. 융화될 수 없는 그들의 사고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작품의 기자가 말하는 대화의 채도는 더 깊게 드리워지게 한다. 작가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견고한 시대적 관습에 의문을 던지며 진정한 진실이 무엇인지 깊게 사유한 세계들이 인물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버너 자매>와 <환락의 집>도 인상깊게 읽은 작가의 소설이다. 이외의 작품들까지 계속 눈길이 머무르게 한다. 처녀의 눈을 감싼 붕대를 벗기듯이 이 시대의 눈을 감싼 붕대들까지도 벗어버리는 식견을 가지도록 자극을 주는 문장까지도 만나는 소설이다. ​​



우리 둘이 그저 사랑하는 두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곳, 

그리고 서로에게 전부가 될 수 있는 곳,

세상의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은 곳 말이에요. 276


이 별난 집을 어떻게 생각해요?...

나한테는 천국 같아요. 75


전통적으로 처녀는 그렇게 질문하게 되어 있었고...

그녀는 그저 배운 것을 반복해 말하는 것뿐이었다... 

그는 <양갓집>여자들은 몇 살이 되어야

자기 말을 하게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몇 살이 되어도 불가능할 거야.

우리가 허락해 주지 않는다면.>...

이제 이 처녀의 눈을 감싼 붕대를 벗기고,

세상을 똑바로 보게 하는 게

그의 당면 과제가 될 것이다.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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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5-28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순수의 시대>를 민음사 판으로 읽었는데, 가물가물 하긴 한데 리뷰를 보니까기억이 납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말과 행동에 숨어있는 감정들이 인상적이었어요~!!

구름모모 2023-05-28 23:03   좋아요 1 | URL
작가 소설을 좋아해요. 한편씩 읽어가는 재미가 있네요.
민음사 소설로 읽으셨네요.새파랑님~
 
다이어트 사이언스 2022 - 비만의 알고리즘, 간헐적 단식과 저탄수 식단의 과학
최겸 지음 / 린체인저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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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적신호가 울리면서 모든 것이 재정비된다. 당장 시작한 것이 체중 감량과 운동, 식단관리이다. 복강경 수술을 하면서 수술방을 처음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수술 후 통증은 엄청났고 회복하는 시간의 고통도 고스란히 기억 속에 자리한다. 덕분에 건강관리는 흐트러짐 없이 지속중이다. 수술 후 11개월이 지나간다. 그동안 놀라운 변화는 체중감량이다. 요요없이 꾸준히 체중감량을 성공하였다. 겨울에는 체력 유지하는 목표로 운동을 매일 운동을 하였고 봄부터 다시 체중감량을 시도하면서 성공적으로 목표 체중을 이루었다. 제한한 음식들과 운동이 가장 큰 효과를 이루어준 날들이다. 덕분에 건강해진 것을 많이 느끼게 된다. 그 과정에 만나는 건강도서이다. 간헐적 단식과 저탄수 식단 입문자를 위한 최고의 가이드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간헐식 단식은 꾸준히 하였던 것이기에 기쁜 마음에 펼치게 된 책이다. 저탄수 식단은 처음이다. 그래서 입문자의 마음으로 하나씩 메모하면서 만난다.



비만인에게서 높은 비율로 발견되는 증상들이 열거된다. 간 수치 이상, 고혈압, 높은 염증 수취, 높은 공복 혈당, 높은 공복 인슐린, 높은 중성 지방 수치, 높은 당화혈색소 수치, 당뇨, 지방간, 암, 다낭성 난소 증후군, 식욕 이상, 무기력, 피로감, 면역력 저하, 성호르몬 문제 등이 제시된다. 체중감량이 질병과 멀어지는 첫번째 방법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신체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된다. 피로감과 면역력 저하까지도 민감하게 감지해야 한다. 그래서 간헐식 단식은 바로 실행하면서 회복되는 몸을 바로 느끼게 된다. 수면의 질이 왜 중요한지도 저자는 언급한다. 많은 도서에서 수면의 상태가 노화와 뇌 건강까지도 지배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에 매일 잠을 잘 자고 일어났는지도 매일 체크하게 된다. 낮잠도 효과적이다. 몸이 피곤하면 낮잠도 짧게 활용한다. 곧바로 회복되는 몸 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문제는 칼로리가 아니라

지방 세포를 열지 못한 것이다.


과학이 접목하는 다이어트 가이드북이다. 오랜 세월 현대인들이 노출된 고농도의 혈당과 인슐린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비만과 대사 질환 리스크를 높이는지도 책은 전한다. 노화를 속도와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비만은 관리가 필수적이다. 어떤 식습관을 가져야 하는지도 책은 친절하게 알려준다. 괜찮은 식품, 안되는 식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식품들까지 조목조목 알려준다. 체지방 관리도 필수적이다. 체지방 지수까지도 매일 확인하면서 생활한다. 그래서 민감하게 책 내용들을 살피면서 읽게 된다. 체중이 감량하면서 체지방 지수도 낮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가늘어진 다리, 가늘어진 얼굴 턱선, 가뿐해진 몸을 느끼면서 생활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요요현상 없이 꾸준히 체중이 감량되고 있는 경험은 운동과 식단 조절, 스트레스 관리, 마음공부가 함께한 덕분이다. 이 책의 내용을 통해서 저탄수 식단도 노력해 볼 계획이다. 서서히 조금씩 노력을 하다 보면 더 탄탄해지는 신체를 경험할 것이라고 기대해 보게 된다. 근육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보니 근육량도 증가하고 있는 즐거움도 누리고 있다.


입문자 추천 루틴 : 122단식이 눈에 들어온다. 컨디션에 맞추어서 식사량을 조절할 계획이다. 일주일 단위로 제시되는 122단식이 매우 마음에 든다. 함께 생활하는 부부는 단식을 어렵지 않게 즐기는 편이다. 단식 후 보식으로 추천하는 메뉴도 책은 전해준다. 이 메뉴들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안정적인 생활 리듬의 문장들이 눈에 쏘옥 들어온다. 어제의 하루와 오늘의 아침까지를 떠올려보게 한다. 매우 흡족한 안정적인 하루였음을 확인하게 한다. 즐거움이 함께 하는 하루였음에 감사하게 된다.


다이어트 중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현대인은 지나치게 많은 양의 스트레스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에너지 대사 체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비만의 위험을 높인다. 123

<안정적인 생활 리듬>

아침에 알람 없이 기분 좋게 일어난다

아침 햇살을 충분히 받으며 몸이 자연스럽게 깨어난다.

낮에는 활발하게 활동하며 세상과 교류한다.

좋은 음식을 충분히 섭취한다.

저녁에 되면 조금씩 졸리기 시작한다.

저녁에는 차분하고 평안한 시간을 보낸다.

하루를 정리하고 평안하고 쉽게 잠에 든다.

한 번도 깨지 않고 깊게 8시간을 잔다.

다시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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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를 찾아서 작가의 삶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 떠난 길
아리안 슈맹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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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이자 언론인의 저서이다. 밀란 쿤데라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문학으로 살았던 작가이며 책 속으로 사라진 작가라고 표현되는 인물이다. 자발적 실종자로 표현하면서 그의 인생의 수많은 흔적들을 찾아서 기록한다.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인터뷰 내용들도 구성된다. 특히 쿤데라의 부인인 베라 쿤데라와 나누는 내용들도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르 몽드> 기자인 저자는 작가를 "자발적 실종자"로 표현한다. 옛 체코슬로바키아 비밀경찰국의 쿤데라 파일 내용도 책에서 언급된다. 도청을 당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비밀경찰과 같은 사람들이라면 어떤 마음일지 짐작하게 된다. 프랑스에서 생활하면서 부부가 보이는 모습들에는 충분한 이유가 두드러진다. 말할 때의 그만의 특징과 작가가 선택한 수많은 것들의 이유들을 무수히 짐작하면서 읽게 한다.

아니 에르노 소설에서도 사상의 충돌은 자주 언급된다. 유럽 사회에서의 혼돈의 시간들은 밀란 쿤데라의 출생과 성장 시기와 활동 시기와 깊게 맞물려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밀란 쿤데라 부부가 보여주는 선택들과 대화들을 통해서 이들 부부가 가지고 있는 내밀한 것들을 총체적으로 그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작곡을 가르쳐준 스승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홍보 영상에서 연주하는 스승의 앙상한 모습과 죽음 소식은 시대적 혼돈 속에서 얼마나 충돌하는 시간들이었을지 짐작하게 된다. 



작품들을 하나둘씩 읽었을 때는 밀란 쿤데라의 이러한 상황들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작가의 인생 이야기에 드리운 수많은 연관성들을 작품과도 연결해서 다시 읽게 될 것이다. <농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그러하다. 이외에의 작품인 <향수>, <정체성>, <무의미의 축제>, <배신당한 유언들>, <삶은 다른 곳에>, <불멸>, <몽유병자들>, <용감한 병사 슈베이크>, <소설의 기술>, < 특성 없는 남자>, <커튼> 등이 책에서 언급된다.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의 작곡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게 한다. 노벨상 위원회도 그를 잊었고, 프랑스도 그를 잔뜩 추켜세웠다가 등져 버렸습니다라고 언급하는 저자의 이유들도 책에서 만나게 된다. 작가의 아내가 추를 흔들었던 이유와 <정체성>작품에 혹평이 있었던 이유도 책에서 언급된다. 프랑스어로 작품을 집필한 이유와 <향수>가 스페인에서 출간된 이유, <무의미의 축제>가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이유도 이해하게 된다. 



유럽의 나라들의 수많은 국경만큼이나 이데올로기 과정에 작은 나라에서 경험한 것들의 작가의 흔적들을 찾아떠난 저자의 기록들을 만나게 된다. 작가가 시인으로 활동한 시기의 작품들이 지워지는 과정과 이유들도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소설과 극작가로 활동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인터뷰한 내용들과 인터뷰한 이유들도 이해하게 된다.

프랑스에서의 활동 과정과 작품 활동도 전해진다. <에브리맨>의 필립 로스 작가와 관계까지도 완전히 끊어진 이유도 책에서 전해진다. 카프카는 비극적인 작가가 아니라 희극적인 저자라고 언급하는 말란 쿤데라의 강의도 듣게 된다. 카프카를 읽을 때는 웃어야 한다는 이유와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작품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충동도 일어나게 한다.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기에 펼친 도서이다. 그 이상으로 그의 젊은 날의 고뇌와 결혼과 노년생활까지도 큰 그림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나라면 카프카의 <일기>는 출간하지 않겠지만, 그의 소설들은 지킬 것이다."라고 언급한 작가의 이유와 그의 삶의 행적들이 이해가 되는 내용이 된다.

사생활을 최고 가치로 내세우는 그의 생각을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사랑의 성찰에 탁월하다. 12

처음에는 그것을 옹호했고, 다음에는 그것과 싸웠다.

그것이 없었다면 (그것과의 오랜 싸움이 없었다면),

이 텍스트는 절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9 <배신당한 유언들>

삶이 치열했기에 그의 작품이 탄생하였음을 이해하게 된다. 소설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소재들이 그의 삶의 연대기와도 맞물려있음을 알게 된다. 자전적 소설을 집필하지 않는 작가의 신조를 바탕으로 창작의 작품으로 다시 재독할 생각이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도 더 깊게 만나게 될 듯하다. 체코슬로바키아라는 그의 고국과 프랑스와의 관계, 그의 집필활동들과 그가 거주하는 프랑스 집에서 느끼는 아내가 생각들을 함께 떠올리게 될 것이다. 



수많은 작품들을 하나씩 만나보게 한다. 작가만의 문체에 다시금 빠져들면서 카프카의 작품도 더불어 관심을 가지게 한다. 문학으로만 접했던 작가이다. 작품들을 좋아해서 작가가 궁금해서 펼친 도서이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이해관계를 얻게 된 도서이다. 일반인에게는 매우 유용한 정보성을 전달해 주는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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