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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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은 처음이지만 강열하게 압도된다. 첫 번째 작품인 『먼 곳에서』 소설은 퓰리처상과 펜 / 포그너 상 최종후보 작품이다. 이외에도 다수의 상을 수상한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다. 이 소설은 커커스상을 수상하였으며 부커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뉴욕타임스>, <타임>,<위싱턴 포스트>올해의 책 top10에 오른 소설이며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도서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도서이며 시리즈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수많은 찬사가 함께한 작가의 소설에는 이유가 분명하다. 그 이유는 네 가지로 구성된 이야기를 통해서 충분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굵은 선의 스토리와 네 가지의 서로 다른 이야기에서도 몇 번을 놀라워했는지 모른다. 진실을 알고 싶다는 강열한 호기심과 의구심은 점점 증폭되어가면서 이 소설의 이야기에만 푹 빠져들게 된다. 추리하면서 유추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불어 작가의 깊은 시선의 끝을 여러 인물들과 대화들을 통해서도 전달된다. 특히 부부가 서로 나누는 대화들과 대필 작가의 아버지와 딸이 나누는 대화가 그러하다. 대화에서 전달되는 사회적 문제와 국제적 이슈, 무정부주의에 대한 한결같은 의지와 현실적 상황의 문제들이 자본의 힘과 마찰하면서 대필작가인 딸이 갈등하고 고뇌하면서 인정하는 수많은 대립적인 상황들과 장면들이 인상적으로 전달된다.


1부는 소설가의 소설로 이야기된다. 2부는 소설 속의 실존 인물인 앤드루 베벨의 미완성 자서전이며, 3부는 미완성 자서전의 대필 작가의 회고록이다. 4부는 앤드루 베벨의 아내인 밀드레드 베벨의 일기이다. 1부의 소설을 읽고 인물들의 전체적인 구도와 성향들이 파악되면서 이야기를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2부의 자서전은 매우 이질적으로 전달된다. 자서전이 드러내는 의도와 방향성이 고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3부의 대필작가 회고록에서는 더욱 박진감이 느껴진다.



자서전이 대필되는 과정에 편집되고 버려지는 문장들과 의도적으로 구성되는 문장들이 어떠한 목적성을 띠고 있었는지도 전달된다. 자본의 힘이 가진 위력이 어떠한지도 대필작가로 고용되는 순간부터 관찰되었다는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그녀는 더욱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감시당한다는 것과 고용되면서 비밀 보장에 합의하면서 일어나는 수많은 상황들에 그녀는 자본의 힘에 끊임없이 밀려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녀의 내면에 미안함이 존재하는 이유들에는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존재한다. 아버지와 나눈 무정부주의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와 글쓰기를 좋아하였던 부녀가 나눈 식사시간의 대화들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누군가 대필작가를 위협하면서 협박당하는 상황에 그는 누구인지 무수히 추리하게 한다. 수많은 가정들을 세워놓고 대필작가가 어떻게 위기를 이겨낼지도 무척 궁금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진실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소설이 가지고 있는 허구성을 알지만 소설에 있는 진실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호모한 진실 찾기 게임은 책장을 멈추지 않게 하는 소설이다.



이민자에 대한 작가의 문체에서 『방랑자들』 소설이 떠오르게 한다.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부유하는 이민자들의 삶과 철학들이 대필작가의 아버지의 삶에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더불어 미국정부가 무정부주의자들을 지워간 사실까지도 소설을 통해서 이야기한다. 『제르미날』의 노동자들이 무정부주의를 외치는 장면과 『나는 박열이다』의 무정부주의에 대한 내용도 떠오르게 한다. 문학들을 통해서 무정부주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이 소설에 부녀가 나누는 대화들과 아버지의 물건들 속에 있었던 포스터의 문구들을 통해서, 앤드루 베벨이 대필작가와 아버지의 무정부주의에 대한 정치적 대화를 처음으로 나누는 장면도 떠오르게 한다.


자본시장의 흐름에 존재하는 주식시장이 배경으로 흐른다. 자본은 자본을 낳고 부의 증대와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서도 부가 증대한 앤드루 베벨의 변론의 의도가 한결같이 강조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가 부를 증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사실이었을까? 대필작가가 자택에서 목격하는 수많은 통계학자와 수학자들은 어떤 의미였는지 유추하게 된다. 그리고 베벨의 아내 일기를 통해서 드러나는 진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남편인 앤드루 베벨이 보였던 모습들의 진실은 말끔하게 드러나게 된다. 그림자처럼 자신의 뒤편에 놓여야 했던 그의 아내의 존재가치를 납득시켜준다. 미완성 자서전이 집필되어야 하는 이유는 선명해진다. 자서전은 그렇게 조각되는 조각상이 된다. 진실은 미묘하게 덮어버리는 작업이 된다.



읽는 동안 작가에 대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던 소설이다. 굵직한 이야기와 인물들이 존재하면서 곁가지로 존재하는 인물들까지도 흥미롭게 관심의 대상이 되게 한다. 자본의 힘이 가하는 휘어지는 진실들에 처참하게 사라지는 소설가를 보여준다. 대필작가가 면접 과정에서 왜 일하고 싶은지 답변하는 장면의 대화 내용도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앤드루 베벨이 대필작가에게 일방적으로 집을 구하고 입주하도록 명령하는 장면에 그녀가 명석하게 이 상황들을 파악하지만 순응하는 모순적인 자신의 상황들도 잘 전달해 주는 장면이 된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향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직장과 일을 향한 그녀의 현실적인 욕망도 잘 드러내는 소설이다. 굳은살이 생긴 아버지의 손가락의 의미, 쌓여가는 빚, 집세, 생활비 부족은 그녀가 어린 나이에 사회적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된다. 부모의 자본이 자식의 자본이 되는 밑거름이 된다. 다른 한쪽에서는 아버지와 저녁식사시간에 나눈 수많은 대화가 그녀의 집필작가 활동과 구직활동에 자본의 힘이 되어준다. 한쪽은 부모의 돈이었고, 다른 한쪽은 창작활동의 밑거름이 된 대화였음을 보여준다. 자본을 바라보는 시대의 시선적 변화에 대해서도 미완성 자서전을 통해서 전달된다. 자서전을 통해서 변론하고 싶었던 사업가의 이야기는 왜 집필되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야기의 문체들은 색깔이 분명히 다르게 전달된다. 집필한 자들의 목소리와 색채는 분명하면서도 또렷한 주제가 다양한 장면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작가의 다음 작품까지도 기대하게 하는 소설이다.



부부란 무엇일까? 결혼은 무엇일까? 진중하게 질문하게 하는 소설이다. 앤드루 베벨 부부의 모습과 일기에 드러나는 남편의 모습과 자서전을 집필하면서 드러내는 아내를 향한 남편의 의도가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이들 부부가 보이는 침묵의 가치는 어떠한 모양새를 가졌는지 살펴보게 된다. 아내의 죽음이 찾아오면서 드러난 실상의 진실들이 저택의 직원들과 주변의 혹평이 대변을 해준다. 암으로 투병한 과정의 일기는 간결하면서도 묵직하게 전해진다. 그녀가 통증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닌 눈물의 의미도 깊게 호흡하게 한다. 땅이 발산하는 달콤함과 축축함을 그려보게 한다. 새소리가 내는 음폭의 한계도 떠올려보게 된다. 누구나 가야 할 길이 죽음의 문턱일 것이다. 철학자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 책내용이 떠오르게 한다. 이 소설은 많은 작품들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결혼식, 세례, 졸업식, 장례식 등...

장식적인 초대장...적개심을 품었다.

부르주아적 쓰레기라는 것...

아버지의 혐오감은... 교회로, 가족제도로, 국가로. 240

아버지는... 자신을 이민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아버지는 추방자였다. 246

이 일자리를 원하세요?

네. 왜죠?

돈이 상품의 신이라면

여기가 ... 그 신의 최고 신전이죠. 긴 침묵 260

아버지는 내게 단 한 번도,

그 무엇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았다. 312

거짓된 복잡성을 꿰뚫고

인생의 단순한 진실들을 발견할 줄 알았네. 317

우리 둘 다 활자와 관련된 일... 식자공과 타자수...

세상에 대한 우리 인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야기했다...

세상의 원형이 뒤집혀 있다는 걸 알았고,

현실이 뒤집혀 있어도 한눈에 이해할 수 있었다. 334

도서관의 ... 기부자 중 한 명인 그가

현실을 조정하고 구부린 것이다. 363


그의 재산이 주변의 현실을 구부렸다...

베벨의 부... 중력으로 휘어졌다. 368


나는 나한테 도움이 되는 한에서만 상대와 협력하네. 388

협동의 목적이 개인의 수익 389

우리는 진정으로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은 없었다. 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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