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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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은 처음이 아니다. <카시지>소설을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기대감이 높았다. 4가지 이야기들은 놀랍고 충격을 주는 작품들이다. 고딕 서스펜스, 가족 잔혹극이라는 막연한 형체는 작품을 읽어야만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남는다. 4가지 이야기들에 깊게 빠져들면서 바싹 긴장하게 한다. 환상적인 기묘한 상황들에 점점 빠져들게 한다.



베일에 감추어진 <카디프, 바이 더 시> 이야기도 흥미롭게 흐른다. 입양된 자의 속 깊은 내면의 감정들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몇 살이 되었건 파양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37쪽)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가족관계이지만 양부모와 입양된 자녀의 미묘한 간극까지도 예리하게 놓치지 않고 전달한다. 양어머니와 딸은 머뭇거림 없이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이이다. 입양이라는 표면적인 문제보다는 내면에 흐르는 문제점들을 작품을 통해서도 다룬다. 자신의 출신이 궁금하지만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질문하지도 않는 클레어의 지난 세월을 떠올려보게 한다. 그녀가 양어머니에게 출생증명서를 부탁하는 이유는 변호사의 전화내용 때문이다. 자신에게 상속한 친할머니의 존재에 놀라워한다. 상속절차를 위해 알려준 주소를 찾아간 클레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부모의 존재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알고 있지 않은 그녀이다. 익명으로 기록이 봉인되었다는 설명만 양어머니에게서 듣는다. 클레어가 입양된 이유와 상속을 받게 되는 이유들이 전해진다. 이모할머니들과 지내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기묘한 일들, 부모와 형제들에 대해 알아내는 내용들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듣는 진실들, 노총각 삼촌의 의외적인 태도까지도 긴장감을 가지게 한다. 이외에도 천재적인 여자 화가들의 작품이 간과되거나 저평가 되었을 것이라고 언급하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클레어의 직업을 통해서 작가가 언급하고 싶은 것까지도 작품을 통해서 전달하면서 <기울어진 미술관> 도서 내용들이 떠오르게 한다. 세심한 구석구석까지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소설이 된다.


죽음은 위대한 수평자.

죽음은 가장 잔인한 농담. 178


죽음이 네 작품을 구성한다. 온 가족이 살해당하는 현장에 혼자만 살아남은 3살 여자아이도 등장한다. 고양이처럼 싱크대 배수관 뒤에 숨어있었던 아이는 소리마저도 숨죽이면서 살인자에게서 살아남는 자가 된다. 여학생을 괴롭히는 상급생 남자 학생들과 새아빠의 위협적인 행동에 보호받지 못하는 여학생도 등장한다. 여학생을 괴롭힌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살인사건 이야기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보호받아야 하는 미아는 가족들에게 온전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버리고 떠난다. 새아빠에 의해 위협적인 상황으로 노출되기 시작하는 미아는 위태롭기까지하다. 이혼과 재혼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도 다루고 있다. 들고양이들의 안식처인 숲속에서만 미아는 숨을 쉴 수 있고 행복감을 느낀다. 미아가 속한 가족과 집, 학교에서는 어떠한 행복도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에 노출된 자녀들이 가지는 불행한 감정들까지도 미아를 통해서 세심하게 전한다.






<환영처럼:1972>의 사이먼의 모습에 계속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신학 대학을 다녔고 다시 그곳으로 갈려고 하는 젊은 강사가 보이는 선택과 행동들에는 사랑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도 그는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만을 거듭한다. 그의 내면을 채운 것에는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느님이 떠난 인물이 보이는 온갖 추악한 범죄행위가 낯설지가 않다. 자신의 인생에 방해되는 것을 치워버리는 그날의 사건에 경악하게 된다. 사회면을 장악하는 범죄 사건들과 다르지가 않는다. 피해자가 되어 홀로 싸우는 여성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여성 피해자들이 한국 사회에서도 존재하기에 이 소설은 결코 허구적인 작품으로 전해지지 않았던 이야기이다. 아팠고 섬뜩하였다. 처참한 여성 피해자들이 과거에도, 현재도 존재하는 한국 사회이다. 사이먼은 지금도 앞으로도 존재할 인물임을 잊지 않게 된다.




<살아남은 아이> 스테판과 엘리자베스를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엘리자베스가 배려하는 마음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스테판을 위한 것들이다. 끔찍한 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이다. 아이가 견디고 있는 것들과 구심점을 이루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살피고 있는 새엄마인 엘리자베스를 기억하게 된다.

새엄마가 경험하는 환상적인 일들이 기묘하게 전개된다. 이 집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환청이 들리고 환상이 보이는 새엄마에게 죽음이 서서히 찾아온다. 이 사건에서 그녀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테판이 들려주는 놀라움 비밀 사실은 친엄마가 두 남매에게 보였던 모습들과 연관성을 지으면서 이해하게 된다. 어린아이들이 무방비 상태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 살인자가 엄마이며 살아남은 아이에게는 얼마나 큰 상흔이 남겨졌을지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스테판은 문제없이 성장해 준다. 그리고 그 아이가 보는 것과 엘리자베스가 보는 설명할 수 없는 그것을 교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스테판이 새엄마에게 애원하는 말을 주목해야 한다.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살려내는 것의 힘은 사랑임을 전해준다. 사랑은 기쁨이 된다. 이 두 사람만을 계속 주시하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겉과 속을 볼 수 있는 지략이 절실한 시대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인물들의 특징을 살피면서 속지 않고 살아가는 법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겉 그리고 속.

엘리자베스는 이 집의 우아하고

반질반질한 겉모습에 속지 않는 법을 터득한다.

구역질나는 곳이야. 숨을 참아.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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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씽 The One Thing (리커버 특별판)
게리 켈러 & 제이 파파산 지음, 구세희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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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선택받는 책이라 펼친 도서이다. 멀티태스킹의 허상에서 벗어나라고 강하게 전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와 효과까지도 책에서 언급된다. 내용은 어렵지 않고 도식화한 설명들이 구성되어 있어서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대함을 가는 변화의 시작의 첫 단계는 무엇일까? 도미노로 설명하는 그것의 의미는 무엇인지도 쉽게 설명해 준다. 거짓말들을 먼저 조목조목 짚어낸다. 그리고 중심을 잃지 않는 법도 2장에서 만난다. 단순함의 놀라운 힘을 전하는 3장의 내용들도 흥미롭게 읽게 된다. 목적의식과 우선순위, 생산성을 훔치는 도둑들까지도 무엇인지 차분히 정리하도록 도움 주는 내용들이다.

일과 삶에 균형이 있다는 착각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공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전한다. 선택적 집중이 가지는 의미, 습관이 의미하는 중대성, 삶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것들이 하나씩 열거된다. 성공에 대한 잘못된 믿음들이 무엇인지도 언급된다. 여섯 가지 잘못된 믿음들에 대해서도 책에서 조목조목 설명되면서 한 가지에 집중하라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성공의 핵심과 탁월한 성과를 이끄는 시작점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파악하는 시간이 된다. 지난날들에 자리 잡은 성공의 목록들을 하나씩 상기시킨다. 그것들을 이루고자 실천한 것들과 선택적 집중의 효과까지도 함께 접목하면서 읽게 된다. 하나를 향한 열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질문의 깊이와 파장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이 언급하는 총체적인 깊이와 파장들을 깊게 호흡하게 된다. 긴 시간이 소요되는 성공으로 향하는 방법들이 작가의 소설을 인용하기도 하고, 연구 기록을 인용하기도 한다. 직원들에게 직접 언급하면서 업무 효율성을 높인 사례를 통해서도 내용을 전달해 준다. 단 하나는 모두가 다를 것이다. 그것을 떠올리면서 경험한 것들과 신념과 시각의 차이에 대해서도 사유하게 한다. 하나로 응축되는 단 하나의 비밀스러운 것들을 거듭 상기하면서 제시하는 것들을 정비하고 성공한 이유들을 찾아오는 시간이 된다. 음식 섭취와 수면의 상태까지도 살펴보게 한다.

숨겨진 보물찾기 놀이하는 기분으로 읽은 도서이다. 목적의식을 갖고 살아야 하는 이유도 더욱 분명하게 전해진다. 저자의 목적의식만큼이나 지금까지 이룬 성공과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들의 목적의식도 더욱 명확하게 한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작품을 인용하면서 목적의식과 우선순위, 생산성까지도 접목하게 된다. 보통 사람의 하루와 생산적인 사람의 하루를 비교 분석하는 그림도 인상적으로 남는 내용이 된다. 단 하나의 일에 하루는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사용되고 있는지 통찰해 보게 한다. 기대 이상의 것들을 발견하고 정리하면서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 내용들이다.

머리를 많이 쓸수록 정신력이 떨어진다 89


성공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뚜렷한 우선순위를 가지고 일한다. 48


무언가는 포기해야만 한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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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2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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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중학생 2학년의 학교생활 이야기에는 은따, 왕따, 진지충, 스따라는 언어로 전해진다. 중심을 잡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들이라 좌충우돌하면서 경험들을 통해서 고민들을 해결하는데 때로는 학교 친구들을 통해서, 때로는 엄마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도 주인공은 성장한다.

같은 동갑이지만 일찍 다른 경험을 하면서 자신을 파악한 은유라는 학생의 고민들과 선택들도 눈여겨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터득한 것들이 지금의 은유를 만들어 주었음을 보게 한다. 스스로 따돌리는 사람, 자발적 왕따인 스따를 자발적으로 선택하였던 은유의 지난 이야기와 지금의 은유의 모습은 상당히 상반된다. 은유도 그만큼 더 성장했음을 전해준다. 은유가 스스로 먼저 친구들을 초대하면서 대화 나누는 모습에 희망이 보인다. 아람이라는 학생도 평범한 가정환경이 아님을 짐작하게 된다. 유난히 무리를 이루는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다른 친구들을 비난하는 씨앗을 뿌리는 이유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결과만 보면 문제학생이지만 원인과 과정을 알게 되면 다른 관점으로 아람과 은유도 이해하게 된다.



중학생 2학년이라는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사건들이 아람과 은유, 다현에게도 있었음을 알게 된다. 저마다 다른 이야기들로 점철되지만 이 아이들은 그 과정들을 여기저기 부딪치고 멍이 들면서 배우고 터득하기 시작한다. 은유는 이미 성숙한 내면으로 자리 잡은 학생이 된다. 다현이도 자신을 좋아하는 친구들보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마음과 정성을 쏟지만 결국 자신에게 집중하는 단계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성장하는 아이로 나아간다. 아람이의 곤란한 상황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다현이의 노력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아람이의 몫으로 남겨진다. 친구의 선의를 비난하며 제자리에서 맴돌 수도 있고 그 마음을 받아들이면서 한 뼘 성장할지는 자신의 선택으로 남는다.

암으로 사망한 은유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은유의 모습과 은유의 늦은 후회와 고백의 말들도 괜찮은 것이라고 전해주고 싶다. 어린아이가 엄마의 고통받는 모습을 감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자책하지 않고 엄마가 늘 함께 은유와 함께 하고 있음을 느껴줬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다현이와 은유는 한부모 가정이다. 부모의 부재는 자녀에게도 기우뚱한 성장의 그림자로 남겨진다. 열심히 살아가는 다른 부모가 있지만 그래도 자녀에게는 아픈 상흔으로 남는다. 뼁소니는 내 사전에 아프게 등재된 단어다. (130쪽) 상처 없이 인생을 살아갈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말하지 않는 아픔과 슬픔과 상처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상처들이 혼재한다. 뺑소니 교통사고, 암, 감정 조절 불능으로 동생에게 가하는 폭력 등이 원인이 되어 하나씩 그늘진 자리들을 자리 잡은 아이들이다. 하지만 모두가 속도는 다르지만 받아들이고 견디며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더욱 충만하게 받으면서 이겨냈으면 한다. 은유가 찾은 꿈을 응원하게 된다.

존재감이 없을지라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뭐 어쩌라고 외치는 다현의 모습에도 멋졌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나에게 집중하라는 엄마의 조언도 인상적으로 남는다. 언어의 무게를 더욱 귀하게 담는 소설이다. 누군가는 말을 너무 쉽게 만들어내고 어마어마한 괴물로도 만드는 말을 만드는 주체자가 된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향하는 단단한 오해도 편견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은유와 다현이의 모습이 그러하다. 관습이 자리 잡은 사회의 오점들을 작가는 놓치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소설로 전한다.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와 흑인인권운동, 안경기부 캠페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아빠는 기억을 중요하게 생각하셔. 기억해 주는 것. 이게 사랑이래. 개인이든 역사든. (159쪽) 개인과 역사 속에 자라잡는 기억들을 무심하게 놓치지 않게 한다. <아웃랜드>시리즈를 통해서 흑인인권문제를 보게 된다. 전쟁에 대한 비참함과 잔혹함도 다루는 시리즈라 함께 떠올려보게 된다. 활자로 전달하는 한계를 영상미로 다루면서 전쟁반대와 인권문제까지도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이 된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곡과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도 기억 속에 담게 한다. 재미있었던 소설이다. 작가의 작품은 계속 읽을 계획이다.

어른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는

성적이 바닥이거나

지독하게 가난할 거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단단한 오해 33


누구 한 명이 그 애 좀 이상하지 않아?

씨앗을 뿌리면... 싹을 띄운다...

나무는 알아서 잘 자란다...

나중에 어마어마한 괴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52


학교에서... 나는...

먼지처럼 교실을 떠다녀. 169


<마이 네임 이즈 노바디> 독립영화.

존재감 없는 주인공이

평화롭게 사는 일상은 닮고 싶을 만큼 멋졌다!...

그게 나야. 뭐 어쩌라고! 171


다른 사람의 시선에

과도하게 에너지 낭비할 필요 없어.

남들이 뭐라 하건 너한테 집중해.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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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포옹
박연준 지음 / 마음산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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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산문집이다. 가만가만 다가서는 포옹. 당신이 나로 인해 부서지지 않도록. 글귀와 책표지의 그림을 한참동안 바라본 뒤 펼친다. 하나의 글을 읽고, 또 하나의 글을 읽을수록 속도를 내지 않았다. 한 달 전에 산 책의 글들을 야금야금 먹고 있다. 조금씩 아껴놓으면서 시인의 글들과 호흡하면서 일상을 보내게 된다. 더 천천히 호흡하려고 속도를 일부러 늦추게 한다. 시인의 글들을 그러하다. 빠른 기차를 타고 달리는 승객이고 싶지 않았다.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가 되고 싶었다. 하나의 글을 여러 날 되새김질을 하면서 결국 나의 삶을 살피게 된다. 그때는 이러한 책을 만나지 못했지만 시인과 다름없는 선택들을 하면서 잘 살아내고 있었다는 것을 보게 한다.

지금 있는 곳이 내내 불편하다고 느낀다면 우선 떠나야 한다.

나로부터 떠나야 나에게로 돌아올 수 있다. 64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의 불편함을 느꼈고 떠나기를 무수히 하면서 나의 자리를 찾는 지금이 있었음을 시인의 글에서 마주 보게 한다. 불편하여서 떠난 선택들은 실패가 아니었음을 그때도 막연하게 알고 있었고 그때의 나에게 응원을 매번 보내게 된다. 그러한 경험들은 성장한 자녀에게도 가끔 들려주게 된다. 아무도 모르는 길을 떠나보라고, 가보고 아니면 돌아오면 된다고. 타인과 사회가 보는 관점은 그들의 것이며 결코 나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곧은 길만 걸어간 것은 아니다. 구불구불하고 좁다란 길도 많았고 끊긴 길도 많았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었음을 펼쳐보게 된다. 부모도 어른도 완전한 인격체가 아니다. 그들의 말들을 듣지만 결국 선택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그들은 지금도 나의 선택들에 찬사를 보내준다. 그때는 반대하고 주춤거렸던 어른들이었고 지금은 멋진 선택이었다고 박수를 보낸다.

인생을 만나는 글들이 쏟아진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들과 경험들이 어우러지면서 좋아하는 작가들과 시인, 예술가들이 인용되는 글귀에도 마음이 흘러가기도 한다. 고양이 집사가 된 이유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들도 전해진다. 두려움과 자신감 부족이 가져다 놓은 것들과 이것을 이겨내면서 경험한 놀라운 성장의 일기 같은 글들도 전해진다. 당주가 온 뒤로 나는 매일 자란다... 발톱이 자라는 속도만큼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50(쪽) 고양이의 발톱이 자라는 속도만큼 천천히 꾸준히 성장해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매일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에 동행하는 것이 바로 책읽기이다. 무심히 지나친 것들이 다시 소환되면서 단단해지는 내면의 목소리들을 듣게 되는 시간이 바로 독서의 시간이다.

남의 몸을 빌려 사는 듯, 그렇게 산다. 44

지금 하고 싶은 걸 참고

하기 싫은 것들을 해내면

더 큰 행복이 올 거라고 했다.

과연 그 커다란 행복은 우리 앞에 도착했는가? 61

사회의 흐름에 흘러가면서 자아를 돌보지 않다가 번 아웃을 경험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가까이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이들이 멈춤 버튼을 누르고 돌아보는 것이 자신임을 알게 된다. 현재를 포기하고 달려가다가 커다란 행복이 미래에 왔는지 반문하는 글귀에 멈춤을 하게 된다. 질문하고 의심하며 나를 돌보아야 하는 이유들을 보게 한다. 사회와 학교,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가족들에게 현재를 포기하라고 강요한다. 그러한 관습이 정당한 것인지 누군가는 질문한다. 반문하면서 스스로를 찾아야 한다. 그러한 과정에 여러 책들이 함께 경청하며 진중하게 대화를 나누어주는 이가 있다. 아프지 않아도 되는 이유들이 전해진다. 지인 중에도 일 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직장에서 일을 한 분을 알고 있다.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지도 않고 그 시간에도 직장에서 일만 하였다고 한다. 몇 십 년간의 노동 끝에 갑작스럽게 가족에게 통보한 것은 자신만을 위한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이유 불문하고 떠난 여행이야기이다. 얼마나 회복되고 치유되는 시간이었을지 궁금해진다. 우리 가족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엄청난 노동 이야기였기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기우뚱한 가족의 모습, 노동자의 삶만이 보여서 걱정스러움을 감추면서 들었던 이야기이다.

최근에 번 아웃에 대한 책들을 읽게 된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 만큼 사회적 문제라는 사실이 분명해 보인다. 자신은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다면서 몇 십 년 만에 떠난 여행은 상당한 의미를 남기는 말이 된다. 앞으로만 달리지 않고 때로는 쉼표도 찍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그 과정에 시인의 글들은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선 산책길이 된다. 누군가 부서지지 않도록 가만가만 다가서는 포옹의 의미들이 글에서 전해진다. 깊은 의미로 다가선 고용한 포용이다. 기꺼이 시인의 포옹을 받아들이면서 만난다. 존 버거 <다른 방식으로 보기>, 토니 모리슨의 소설 <빌러버드>, 에곤 실레, 레오나르도 다빈치 <성 안나와 성모와 아기 예수와 세례 요한> 소묘, 최승자 시인의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올리비아 랭 <이상한 날씨>,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 <아녜스 바르다의 말>, 막스 피카르트의 <인간과 말>, 호프 자런의 <랩 걸>, 유병록의 <안간힘>, 이주란의 <모두 다른 아버지>, 이설야의 <굴 소년들>, 박상수의 <너를 혼잣말로 두지 않을게>, 고명재의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등의 작품들이 언급된다. 시인의 다른 작품들까지도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시를 향하는 발걸음을 더 내딛는 의지를 불어넣어 준 책이다.

번 아웃은 '나 아닌 상태'로

무언가를 이루려 오랫동안 애쓸 때 일어난다. 59


나를 지키기 위한 노력... 부조리한 사회시스템.

나는 나를 잃고 싶지 않았다.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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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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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고른 행복 안내서이다. 지치고 힘든 현대인들에게는 행복의 순간이 금방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우울해지고 슬퍼지는 순간, 자존감마저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에 둘리가 들려주는 짧은 글귀에 힘을 낼 수 있는 메시지를 담는 책이다. 소제목에 맞는 둘리 일러스트와 장면들, 여러 등장인물들까지도 다시 소환시켜주는 한 권이다. 그때의 동심과 그때의 행복했던 나날들을 떠올리면서 지금 지친 모든 것들을 끌어올리는 에너지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글귀들이다.

활자에 지쳐서 긴 글을 읽는 것마저도 힘겨울 때 이 한 권은 졸린 눈으로 읽어도 힘이 쏟아나는 에너지가 된다. 내 마음이 나를 만든다는 것, 매일매일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 힘든 일이 생겼다고 길을 잘못든 건 아니라는 것, 누군가의 비난을 고스란히 견딜 필요는 없다는 것, 당신이 사랑해야 하는 첫 번째 상대는 당신이라는 것 등을 전한다. 일러스트 한 장면에도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행복을 선물받게 된다. 짧은 만화도 한 페이지에 전해주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둘리가 전해준다. 우주라는 개념으로 개인의 행복을 바라보게 한다. 행복한 우주는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들을 거듭 강조하는 내용들을 페이지마다 만나게 된다. 다른 우주와는 어떻게 대처하면서 행복한 우주를 형성하는지도 둘리가 전해주는 짧은 행복에너지이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우주를 만들어주는 묘한 매력도 만난다.

둘리, 도우너, 또치, 희동이, 마이클, 고길동이 소환되는 행복도서이다. 나라는 우주를 얼마나 돌보고 있는지, 마음공부까지도 할 수 있는 책이다. 한 권을 읽으면서 미소도 지으면서 일러스트 덕분에 자존감도 더욱 높여지는 시간을 선물받게 된다. 힘든 일이 길을 잘못든 것이 아니라는 희망적인 글귀에 더욱 힘을 낼 수 있게 한다. 긍정적인 마음이 얼마나 나를 세우고 행복하게 하는지 또 한 번 경험하게 된다. 병원검진으로 잔뜩 긴장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펼쳐서 읽은 도서이다. 둘리 덕분에 웃고 행복하였음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된다. 행복은 숨바꼭질을 좋아한다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꼭꼭 숨어있는 행복을 매일 노력해서 찾아야 한다. 어렵지 않은 숨바꼭질임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게 된다. 이 한 권의 둘리 덕분에 다시 희망을 가득히 담는다. 그리고 나를 더욱 사랑하며 오늘을 즐겁게 보내게 된다. 고마워~ 둘리!


인생엔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슬픔도 있는 거야.

그것도 아주 짧은 구간이지. 61

나를 위하지 않는 사람의 말은

그냥 쓰레기통에 넣어 버려요. 70

마음만 먹으면

아무리 힘든 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요.

그러면 마음이 당신을 움직이게 만들어요.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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