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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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은 처음이 아니다. <카시지>소설을 인상적으로 읽었기에 기대감이 높았다. 4가지 이야기들은 놀랍고 충격을 주는 작품들이다. 고딕 서스펜스, 가족 잔혹극이라는 막연한 형체는 작품을 읽어야만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남는다. 4가지 이야기들에 깊게 빠져들면서 바싹 긴장하게 한다. 환상적인 기묘한 상황들에 점점 빠져들게 한다.



베일에 감추어진 <카디프, 바이 더 시> 이야기도 흥미롭게 흐른다. 입양된 자의 속 깊은 내면의 감정들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몇 살이 되었건 파양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37쪽)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가족관계이지만 양부모와 입양된 자녀의 미묘한 간극까지도 예리하게 놓치지 않고 전달한다. 양어머니와 딸은 머뭇거림 없이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이이다. 입양이라는 표면적인 문제보다는 내면에 흐르는 문제점들을 작품을 통해서도 다룬다. 자신의 출신이 궁금하지만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질문하지도 않는 클레어의 지난 세월을 떠올려보게 한다. 그녀가 양어머니에게 출생증명서를 부탁하는 이유는 변호사의 전화내용 때문이다. 자신에게 상속한 친할머니의 존재에 놀라워한다. 상속절차를 위해 알려준 주소를 찾아간 클레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부모의 존재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알고 있지 않은 그녀이다. 익명으로 기록이 봉인되었다는 설명만 양어머니에게서 듣는다. 클레어가 입양된 이유와 상속을 받게 되는 이유들이 전해진다. 이모할머니들과 지내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기묘한 일들, 부모와 형제들에 대해 알아내는 내용들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듣는 진실들, 노총각 삼촌의 의외적인 태도까지도 긴장감을 가지게 한다. 이외에도 천재적인 여자 화가들의 작품이 간과되거나 저평가 되었을 것이라고 언급하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클레어의 직업을 통해서 작가가 언급하고 싶은 것까지도 작품을 통해서 전달하면서 <기울어진 미술관> 도서 내용들이 떠오르게 한다. 세심한 구석구석까지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소설이 된다.


죽음은 위대한 수평자.

죽음은 가장 잔인한 농담. 178


죽음이 네 작품을 구성한다. 온 가족이 살해당하는 현장에 혼자만 살아남은 3살 여자아이도 등장한다. 고양이처럼 싱크대 배수관 뒤에 숨어있었던 아이는 소리마저도 숨죽이면서 살인자에게서 살아남는 자가 된다. 여학생을 괴롭히는 상급생 남자 학생들과 새아빠의 위협적인 행동에 보호받지 못하는 여학생도 등장한다. 여학생을 괴롭힌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살인사건 이야기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보호받아야 하는 미아는 가족들에게 온전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아버지는 가족들을 버리고 떠난다. 새아빠에 의해 위협적인 상황으로 노출되기 시작하는 미아는 위태롭기까지하다. 이혼과 재혼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도 다루고 있다. 들고양이들의 안식처인 숲속에서만 미아는 숨을 쉴 수 있고 행복감을 느낀다. 미아가 속한 가족과 집, 학교에서는 어떠한 행복도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에 노출된 자녀들이 가지는 불행한 감정들까지도 미아를 통해서 세심하게 전한다.






<환영처럼:1972>의 사이먼의 모습에 계속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신학 대학을 다녔고 다시 그곳으로 갈려고 하는 젊은 강사가 보이는 선택과 행동들에는 사랑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도 그는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만을 거듭한다. 그의 내면을 채운 것에는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느님이 떠난 인물이 보이는 온갖 추악한 범죄행위가 낯설지가 않다. 자신의 인생에 방해되는 것을 치워버리는 그날의 사건에 경악하게 된다. 사회면을 장악하는 범죄 사건들과 다르지가 않는다. 피해자가 되어 홀로 싸우는 여성들이 지금도 존재한다. 여성 피해자들이 한국 사회에서도 존재하기에 이 소설은 결코 허구적인 작품으로 전해지지 않았던 이야기이다. 아팠고 섬뜩하였다. 처참한 여성 피해자들이 과거에도, 현재도 존재하는 한국 사회이다. 사이먼은 지금도 앞으로도 존재할 인물임을 잊지 않게 된다.




<살아남은 아이> 스테판과 엘리자베스를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엘리자베스가 배려하는 마음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스테판을 위한 것들이다. 끔찍한 사건에서 살아남은 아이이다. 아이가 견디고 있는 것들과 구심점을 이루고 있는 집을 중심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살피고 있는 새엄마인 엘리자베스를 기억하게 된다.

새엄마가 경험하는 환상적인 일들이 기묘하게 전개된다. 이 집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환청이 들리고 환상이 보이는 새엄마에게 죽음이 서서히 찾아온다. 이 사건에서 그녀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테판이 들려주는 놀라움 비밀 사실은 친엄마가 두 남매에게 보였던 모습들과 연관성을 지으면서 이해하게 된다. 어린아이들이 무방비 상태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 살인자가 엄마이며 살아남은 아이에게는 얼마나 큰 상흔이 남겨졌을지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스테판은 문제없이 성장해 준다. 그리고 그 아이가 보는 것과 엘리자베스가 보는 설명할 수 없는 그것을 교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스테판이 새엄마에게 애원하는 말을 주목해야 한다.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살려내는 것의 힘은 사랑임을 전해준다. 사랑은 기쁨이 된다. 이 두 사람만을 계속 주시하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겉과 속을 볼 수 있는 지략이 절실한 시대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인물들의 특징을 살피면서 속지 않고 살아가는 법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겉 그리고 속.

엘리자베스는 이 집의 우아하고

반질반질한 겉모습에 속지 않는 법을 터득한다.

구역질나는 곳이야. 숨을 참아.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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