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시간표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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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토끼>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작 소설집이다. 연작 소설집이라 더 기대한 소설이다. 연작소설을 읽는 재미에 빠져든다. 여러 소설들이 어우러져서 퍼즐처럼 맞추어진다. 첫 이야기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호기심을 발동시키면서 기이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와 정체가 무엇인지도 궁금해지게 한다. 그래서 멈추지 못하고 다음 이야기를 계속 읽게 된다. 그렇게 흡인력이 강한 소설이 된다. 몰입하면서 이 소설에 푹 빠져들게 한다.

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에서 일하는 야간 경비일을 하는 다양한 직원들이 경험한 일들 중에는 하나의 공통된 사건이 있다. 아무도 없는 이 연구소 건물에 야간 경비를 서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그런데 어두운 장소에 평범한 체격, 평범한 정장 차림, 목소리와 말투로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직원이 있다. 그 직원의 얼굴과 명찰의 글씨는 알 수가 없었다. 그 직원은 누구일까? 왜 통제하는 것일까?

이 연구소의 어떤 물건도, 이 연구소 자체도 평범하지 않다. 228


302호 안에서는 가끔 새가 푸드덕 거리는 소리와

사람 목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 188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없었다 103

연구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하게 한다. 그리고 기이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부소장님의 양과 화자의 고양이의 목에 있는 못, 흰 운동화 한 짝, 수가 놓여있는 손수건까지도 서서히 전해 듣는 이야기들로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무더위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 펼쳐서 읽기에 좋았던 소설이다. 저주 토끼 작품을 읽지 않았는데 그 작품과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도 눈길이 가기 시작한다.

스스로 홀리고 혼자서 씌는 거예요...

없는걸 만들어 내서 혼자서 막 보고 듣고...

진짜로 생겨나서 따라오는 거예요. 원래 없던 건데. 14

무서운 이야기라는 한계점만을 가지지 않는 소설이다. 예리한 작가의 시선도 이야기들의 인물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대학교에 있는 양 무리의 정체와 양털이 벗겨진 이유와 수술 자국들이 가진 의미까지도 냉정하게 직시하게 한다. 연구목적으로 사용되는 동물들은 어떤 삶을 살다가 죽는지 차분히 생각하게 된다. 연구에 사용되는 도구일 뿐, 생명체로 권리를 보장받지도 못하는 동물들이 많다. 부소장님에게 나타난 양은 놀라운 기적 같은 일들을 선물해 준다. 기이한 일들을 여러 차례 경험한 부소장님은 양 무리들과 함께 하는 사연이 전해진다. 부소장님의 결혼생활과 남편의 복권과 도박 빛이 가져다준 가정파탄까지도 매만진다. 부소장의 사라진 손가락 네 개는 이후 경제적 생활까지도 힘겹게 한다. 산업재해로 일자리를 잃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삶까지도 조명을 비춘다. 복권과 도박이 가정을 파탄시키는지도 놓치지 않는다.

집안의 모든 문제는 구정물처럼 아래로 아래로 흘러 떨어져서 그 집안 모든 사람에게 가장 만만한 존재 위에 고이고 쌓였다. 그 구조물을 감당하는 사람은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이었다. 딸, 며느리, 엄마, 손녀.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느니 아들 가진 엄마는 길에서 손수레 끌다 죽는다더니 하는 말의 의미는 모두 같았다. 가장 만만한 구성원의 피와 골수를 빨아먹어야만 가족이라는 형태가 유지된다. 역기능 가족은 비슷한 형태로 역기능적이다. 132

협소한 사고 범위로 자신이 살해한 사람의 영혼이 다시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살인자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섬뜩한 말 한마디를 반복적으로 남기는 아이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그 말을 하는 영혼이 누구인지는 마지막까지 읽어야 정체가 드러나는 소설이다. 이외에도 악의에 가득 찬 인물들이 낳은 자식도 같은 영혼으로 타인들을 위험하게 하는 인물이 된다. 남의 것을 빼앗고, 그들의 생명까지도 무참하게 짓밟는 부모는 그의 자식까지도 다르지 않는 삶을 영위한다. 악의로 가득 찬 그의 행동과 선택들에 흰 손수건은 여러 인물들을 거치면서 어긋나고 집착하는 잘못된 삶을 평생 살아가는 어머니에게까지 영향력을 미친다. 유품으로 남겨진 흰 손수건의 사연과 어머니의 죽음을 향한 슬픔보다는 흰 손수건을 가지려는 어긋난 욕망과 집착으로 말년의 삶이 얼마나 황폐해지는지도 무서운 이야기들로 전해진다. 밤마다 사라지는 남편, 남편이 묻혀온 흔적들과 악취들. 영혼이 악의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본모습을 잃어버리면서 남은 생애를 살아간다. 초록 눈을 가진 정체는 무엇일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상황에 놓인 세 번째 부인은 어떻게 될까?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며 여인을 착취하는 시어머니와 둘째 아들에 대한 사연도 매우 흥미롭게 전개된다. 편애하는 부모, 차별당하는 자식들이 등장한다. 부모의 사랑은 정상적인 사랑이 아닌 잘못된 집착이라고 작가는 명명한다. 그만큼 명확한 정의도 없을 듯하다. 사랑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어긋난 집착이 되어 평생 자식의 노예로 살아가게 되는 부모가 된다. 더불어 자식도 평생 노동을 해 보지 않았기에 자립을 하지 못하는 70세 노인이 된다. 부모가 죽자 홀로 살아갈 방법도 알지 못하는 바보가 된다.

폭력과 학대를 견디며

자신을 끊임없이 부정하며 그렇게 계속 살고 싶지 않을 ...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찬은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살아있는 한 너무 늦은 건 없다.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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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 FIKA(피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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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바라보면서 삶을 통찰하는 철학과 교수의 저서이다. 철학과 교수의 책이라 묻지 않고 펼친 책이다. 이 시대의 철학적 시선을 함께 보게 된다. 우리가 느끼는 답답한 도시생활, 끝이 보이지 않는 막다른 길을 어떻게 이겨내고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 좋은지 바다를 통해서 함께 길을 찾는 여정이 되어준다. 깊고도 넓은 새로운 통찰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은 이해인 수녀님의 글에도 공감하면서 무수히 고개를 끄덕인 책이다.


이해인 수녀_ 깊고 넓고 새로운 통찰


부조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건들을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경험하기도 한다. 악행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뻔뻔한 지성인들도 자주 목도한다. 지성인이라고 말하는 집단의 실체를 날것으로 보면서 느끼는 추함도 무수히 경험하기도 한다. 그들의 악행은 멈추지 않는다. 부당한 일들이 멈추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는 침묵하는 다수가 아닌지 질문하게 된다.



악행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면 안 된다.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89



저자는 이러한 순간에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답을 준다. 변화하였던 역사의 길에는 외침의 역동성이 존재하였음을, 여성의 참정권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희생하며 용기를 내었는지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도 여성의 권리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침묵하고 부당한 일을 참는 것만이 길이 아님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움직이는 물결, 정당한 것을 요구하는 대중이 자기의 권리를 찾는다. 1%에 해당되는 극소수의 집단은 자기들의 것을 유지하고자 거짓 뉴스와 선동을 sns 통해서 무수히 이용한다. 이러한 움직임에 통찰력을 길러야 하는 것도 대중의 몫이다. 흔들리고 중심점을 잃은 대중은 다시 자기 것을 잃고 빼앗기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말이다.



다양성을 잃은 듯하다. 12년의 학교교육은 참과 거짓을 찾는 연습을 시킨다. 앞사람의 뒤통수만을 보고 서 있으라고만 명령한다. 그것만이 정답일까. 삶에는 무수히 많은 다양한 삶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모르는 선택들도 많고 다양한 삶들이 있지만 일률적으로 줄을 세우고 똑같은 교복을 입혀서 수동적인 복종만을 연습시키면서 틀 안에 가두어 버린다.

소비하는 연습, 자족하는 삶과 지혜를 터득하지 못하도록 휴대폰과 영상매체로 사고의 힘을 빼앗긴 군중들이 점점 많아진다. 시대가 규정한 규범들이 진정한 길인지 자문하면서 살아간다. 길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길로도 과감하게 도전한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서 나만의 길들을 익힌다. 그것은 오로지 나의 것이 된다.



이분법적 사고가 일으킨 오류가 얼마나 큰지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두드러지게 보게 된다. 무수히 많은 길들이 있다. 그 길을 아무도 하지 않을 때 걸었다. 그리고 빠르게, 때로는 둘러간 길은 자양분이 된다. 지금도 우리는 그때의 선택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때의 선택들은 탁월했다고 떠올리게 된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다. 선택도 쉽지 않고, 결단력과 용기도 필요하다. 누군가 걸어간 길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길들을 응원하고 함께 걸었다. 그리고 바다를 더욱 포용하면서 저자의 시선과 통찰을 더욱 공감하면서 읽게 된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는 그때의 선택을 하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바다는 그러한 곳이다. 책에서 제안하는 선원이었음을 보게 한다. 망망대해의 바다에서 우리가 스스로 키를 돌리면서 자기만의 길을 가야 한다.

이분법적 이미지는 덫이 될 수 있다. 44

두 발이 서 있는 이곳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고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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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4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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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수상작인 <암스테르담>이다.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었는데 강하게 자리잡는다. 다른 작품들까지도 궁금해진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이라 고른 소설이다. 두껍지 않고 이야기 흐름도 빠르게 전개되면서 짧은 시간 마지막 책장을 덮은 작품이다. 하지만 읽는 동안 내내 작가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작가의 시선 끝에 다다른 그만의 사유와 관조가 예리하다. 몇 번이나 멈추며 다시 읽게 하는 문장들이 무수히 많았던 소설이다.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는 것을 활자로 전달하는 문학도 함께 떠올려보게 한다. 악기의 독보적인 독주와 어우러지는 여러 악기들의 화음까지도 떠올리게 한다. 작곡가의 관점에서 거슬리는 음의 반복도 들리게 하는 문장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오페라들도 들어가면서 읽었던 소설이다.



46살 몰리는 사진작가이다. 그녀가 갑작스럽게 질병으로 죽는다. 그녀의 장례식장에서 만나는 4명의 남성들이 있다. 그녀의 남편 조지, 몰리 연인이었던 클라이브라는 작곡가, 버넌이라는 신문사 직원이 있다. 외무장관 줄리언 가머니가 있다. 몰리가 촬영한 사진들 중에는 외무장관인 가머니의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된다. 그 사진들이 의미하는 것들과 그 사진의 영향력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게 된다. 대립되는 논쟁의 주제들과 선택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이 등장한다. 외국인 혐오와 과도한 형벌인 교수형 집행을 찬성하는 인물이 있다. 몰리의 남성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주목을 끈다. 몰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몰리를 떠올리면서 자신의 죽음까지도 생각하고 준비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결혼과 사랑, 연애까지도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다양하게 보여준다. 배우자가 있지만 연인이 있었던 몰리. 버넌과 클라이브, 가머니도 다르지가 않다. 조지라는 남편이 보이는 모습과 선택들도 회의적으로 그려진다. 대외적으로 비추어지는 모습과 그들의 내면과 사생활에 감추어진 것들은 다른 인생으로 펼쳐진다. 겉과 속, 안과 밖의 이중적이고 다중적인 삶들이 이들의 직업, 부, 명성 등이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거짓된 삶들이 그들과 함께 유유히 함께 한다. 그 삶은 가머니의 아내, 가머니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의사인 가머니의 아내의 모습과 삶도 다르지가 않았다. 짧은 소설이지만 많은 생각거리들을 던지는 소설이 된다. 웅장하고 화려한 주택, 저명한 정치인, 유능한 의사, 명성이 있는 작곡가, 부유한 출판업자, 신문사의 편집국장인 이들의 삶은 드러나는 명성과 성공적인 삶만큼 완벽하였는지 보게 된다.

그토록 멸시하던 정부 아래서 근 17년간 얼마나 큰 부와 영향력을 축적해왔는가... 그런 에너지, 그런 행운,... 나라가 주는 젖과 꿀을 먹고 자라고, 부모들이 이룬 소박한 부에 얹혀살다가 곧장 완전 고용의 시대에 돌입한 세대, 새로운 대학들, 화사한 보급판 책들,... 적당할 만큼의 이상 추구. 그들이 타고 올라온 사다리가 부서지고 정부가 갑자기 젖을 떼며 잔소리를 시작했을 때 이들은 이미 안전하게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이제는 구색을 갖추느라 취미와 가치관, 재산을 불리는데 여념이 없었다. 24

늙은 사람을 합법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네덜란드라는 꼬집음이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끄는 장소가 되었음을 보게 된다.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알게 되고 활자가 가진 다의적인 의미까지도 꼬집어내는 작가이다. 빠른 우편으로 배달되었다면 다른 의미가 되었을 하나의 문장이 이들의 운명을 바꾸게 된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살아가는 이기적인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것들,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조차도 가지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삶이 전해진다. 자기의 이야기만이 존재하고 자기의 일만이 소중한 현대인이다. 범죄현장을 목격하지만 외면하고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한 인물이 있다. 범죄현장의 피해자가 자신이 아끼는 지인이라면 달라졌을 이야기가 된다. 비틀고 꼬집으면서 피해자를 다른 인물로 등장시키면서 질문을 던지는 작가이다.

경찰서. 그곳은 가족 거실의 확대판이었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은 계층의 모든 구성원은

본인이 원하건 아니건 막장 인생들이었다 174

경찰서의 풍경까지도 매만진다. 그곳에 있는 많은 피해자들과 가해자들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가족 거실의 확대판이라고 표현한다. 막장 인생들이라고 말하는 이유들이 여러 인물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이외에도 죽음을 향한 불안과 두려움들이 인물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몰리의 죽음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이들은 죽음을 깊게 관조하게 된다. 환상적인 장면들도 등장하면서 죽음을 묘사하기도 한다. 비행기를 묘사하면서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인물들까지도 떠올리게 한다. 이들이 가진 이기심과 손익분기점으로 저울질하는 우정의 무게는 중심점을 잃게 된다. 그리고 서로를 파멸에 이르게 한다. "이렇게 생긴 피조물들은 결코 서로를 배려할 수 없을 것이다." (171쪽) 의사였던 부인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신문이 보여준 양상은 탐욕과 위선을 논하는 시대의 얼굴이 된다. 이 부인의 모습에서도 탐욕과 위선이 흐른다. 더불어 신문사의 모습에서도 다르지 않은 탐욕과 위선이 존재한다.

말로는 개성의 신장을 내세웠을 뿐

현실은 탐욕과 위선이 점철된 시대였다.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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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8-02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좋았어요!
생각을 많이 한 책입니다.

구름모모 2023-08-09 21:54   좋아요 1 | URL
이 소설 마음에 들었어요. 독서 후 이 기분 함께 나누니까 좋네요.~
 
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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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를 하나씩 펼쳐놓는다. 단어가 가진 의미들과 경험들이 함께 어우러진 산문집을 만난다. 어느 단어에서는 공감을 나누며 또 다른 단어들에서는 웃음도 불러온다. 활자에 짓눌리지도 않고 평온하게 단어들을 수집하면서 가수 이적의 다양한 단어들을 펼쳐보게 한다. 성공이란, 싫은 사람과는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전한다. 목표점을 이룬 순간이 성공임을 공감하게 된다. 밥벌이와 돈벌이의 차이까지도 함께 떠올려보게 된다. 무한한 세계라고 믿었던 회전문에 갇힌 새에 대한 글도 인상적이다. 길지 않은 글들이지만 전하는 것이 확실히 전달되면서 여운이 남는 글들이다.

경우에 대한 글은 여러 번 읽게 한다. 경우없는 사람들의 행위가 가진 의미들이 증폭되게 한다. 그들의 부풀어 오르는 권위의식이 얼마나 폭력적이며 많은 이들을 힘겹게 하는 것인지도 다양한 경우에서 찾게 한다. 분노라는 감정을 정비하게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분노와 차별이 없는 사회이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그런 희망은 불가한 꿈이 된다. 그래서 경우없는 사람들이 보이는 수많은 행위들을 향한 분노라는 감정이 어떻게 작용해야 하는지, 어떤 상호작용으로 그것들이 용납되는지 펼쳐놓는 단어가 된다.

경우 / 경우없는 사람에 대한 분노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그런 행위를 용인해왔을 성장환경, 그런 행위를 가능케 하는 사회구조, 끊임없이 권력관계를 재다가 스스로 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만 폭주하는 교활한 상황 판단에 대한 분노를 모두 포함하기에 복합적이고 근원적이며 폭발적이다. 183

성공 / 싫은 사람과는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상태 211



미리 얘기해 봐야 직접 해보기 전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혜라는 단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넘어지고 후회하고 실패하는 경험일지라도 그것이 좌절이 아닌 새로운 도약임을 알게 된다. 그것이 곧 나만의 지혜로 쌓여가는 순간이 된다. 많은 경험이 있었고, 다양한 길들을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한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혜는 누군가에 의해서 얻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마음을 열어 두자고 말하는 단어도 등장한다. 끊임없이 바뀔 때 젊어진다는 것을 전하는 고수라는 단어도 매우 공감하는 글이 된다. 나쁜 말을 하고 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처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고 전하는 상처라는 단어도 만난다. 개떡같이 말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고 전하는 개떡에 대한 글도 기억에 자리잡는다.

절연의 순간은 뜻밖에 쉽게 찾아온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도 뇌리에 남는 글이 된다. 글에는 자신의 경험도 있지만, 주위 분에게 듣고 곰곰이 고찰한 단어들도 있다. 어떤 단어들은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면서 남기는 단어들도 있다. 어휘적인 면으로 매만지는 단어들도 등장한다. 덕분에 저자가 던진 그 어휘들을 여러 번 반복하게 된다. 단어를 매만지는 글들이다. 페이지를 채운 활자는 가벼워서 좋았다. 하지만 단어들을 수집하다 보니 빼곡해진 단어들의 수많은 글들과 사유들의 집합체들은 묵직함으로 남는다. 이 단어들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의미들은 우리들의 경험들과 어우러지면서 더욱 무게감을 가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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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혁명 - 약과 병원에 의존하던 건강 주권을 회복하라
조한경 지음 / 에디터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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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직설적인 내용들이다. 의학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환자의 입장에서 도움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유익한 내용들이 많아서 메모하고 바로 실천할 것들을 조목조목 확인하게 된다. 제약회사를 향한 매서운 매질을 하는 글과 의학계의 변화를 위한 환자 혁명이 가지는 의미도 공감하게 되는 내용들이다. 건강도서들을 꾸준히 읽다 보면 꽤 많은 내용들을 익히게 된다.

기능의학에 대한 내용도 다루는 책이다. 현대의학이 암 치료를 3가지로 하고 있음을 언급한다. 수술, 항암, 방사선이다. 하지만 환자들은 이외의 방법들을 병행해서 치유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방법들은 운동과 식습관 변화, 마음공부 등이 해당된다. 기능의학의 치유법, 치료법을 선호한다. 제한해야 하는 음식들이 무엇인지, 화장품, 선블록 등도 언급된다. 환경호르몬에 노출되지 않고자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습관이 되면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 생활화된다. 이렇게 기능의학이 제안하는 수많은 방법들은 효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복강경 수술 후 일 년 동안 노력한 것들이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책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들도 학계 연구 자료들을 바탕으로 노력하면서 실천하였더니 놀라운 건강검진 결과를 보게 되었다. 모든 것이 건강하였기에 지금처럼만 꾸준히 노력하자고 다짐하게 된다. 흐지부지 잘 실천하지 못한 것들도 있다. 그것들까지도 새롭게 다짐하면서 더욱 관리를 하게 된다. 치료 목적으로 복용하는 약도 없고, 통증을 호소하는 것도 없는 상태이다. 기능의학이 가진 자연치유력을 믿는다. 마음공부도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기도하고, 명상하며, 화를 내지 않도록,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무수히 노력한다.

스테로이드제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약국에서 이 제품은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를 알려준 약사가 있다. 그 이후로는 그 안과는 가지 않는다. 다른 안과를 다니면서 가려움증은 사라졌다. 스테로이드제 안약을 사용하면서 오랜 세월 그 안과에서 같은 안약을 처방받았고 증세는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스테로이드제 안약도 조심해야 한다. 이제는 약, 안약도 조심스럽다. 약물에 공격당하는 반복을 하지 않고자 병원들도 가려서 다니게 된다. 증세가 없으면 복용하지 말라고 말하는 의사, 약사인지 늘 기억하게 된다. 다행히 식단 조절과 운동, 마음공부를 하다 보니 비염 증세도 매우 가볍게, 짧게 지나갔다. 올해는 비염도 오지 않기를 기대해 보게 된다. 식단 관리와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혈액검사 결과에서도 놀라운 수치 변화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더욱 탄력성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저자의 의견에 더욱 힘을 주게 된다. 자연치유되는 몸을 매일 꿈꾼다. 수면의 중요성도 언급한다. 좋은 수면의 질이 왜 중요한지 여러 책에서 이미 만났기에 수면의 상태도 매일 체크하게 된다.

항생제를 복용하라.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해!

항우울제를 복용하라. 사회 전체의 정신 건강을 위해!

아이들에게 분유를 먹여라. 모유는 수준 미달이기 때문에!

이 기사는 검열... 이 노래는 금지곡... 334

단백질 섭취와 전분 섭취에 대한 규칙이 눈에 띈다. 과일 섭취법도 알려준다. 아침식, 점심식, 저녁식도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좋은지도 전해준다. 암 치료 순서와 좋은 치유법도 소개된다. 생존율이 높은 암과 90% 넘는 생존율을 나타내는 암들도 소개된다. 손가락 통증은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 것인지도 알려준다. 허리 디스크와 관절염의 원인도 짚어준다. 모든 질병들이 현대인의 생활습관과 사회적 원인으로 발병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게 된다.

날카로운 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방주사 홍보 안내문도 병원에서 자주 보게 된다. 이러한 예방주사가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 안다. 거센 비판 여론들을 무시하고 지금은 많은 병원들이 앞다투어 홍보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제대로 인지하는 힘을 길러주는 내용들이다. 의사를 교육하는 이들이 누구이며, 그들이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것들과 배우지 않은 것들이 무엇인지도 이해하게 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식습관이 필요한지 궁금하지만 의사들은 대답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환자들이 소통하면서 정보를 교류한다. 그렇게 서로를 응원하며 좋은 정보들을 공유해 준다. 병원과 의사는 수술적 방법, 항암제, 방사선만이 처방된다. 약물이 완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무엇을 당장 바꾸어야 하는지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는 책이다. 유용한 정보들을 가득한 내용들이다.

화이자에 대한 내용,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한 유명 인물들, 제약회사의 비리, 화이자의 벌금, 비아그라와 화이자, 항생제 남용을 향한 경고, 건강검진과 대학병원, 한국 건강검진에 대한 의견, 갑상선암 검사, 암 생존율 90% 넘는 암들과 100% 생존율을 나타내는 갑상선암과 전립선암, 난소암과 자궁경부암, 위암 등 생존율이 높다는 사실과 야채와 과일식이 주는 유익함도 전한다. 조목조목 따져주는 저자의 책내용은 환자 입장에서는 바싹 다가서서 듣게 하는 소리가 된다. 글이 아닌 소리가 되어 오랫동안 기억 속에 담는 좋은 말들이 된다.

암 표준 치료는 단 세 가지. 수술, 항암, 방사선... 그 외의 치료는 검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항암, 수술, 방사선은 어떤 검정을 거쳐 현대의학으로 표준치료를 인정받게 된 것일까? 따져볼 필요가 있다.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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