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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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를 하나씩 펼쳐놓는다. 단어가 가진 의미들과 경험들이 함께 어우러진 산문집을 만난다. 어느 단어에서는 공감을 나누며 또 다른 단어들에서는 웃음도 불러온다. 활자에 짓눌리지도 않고 평온하게 단어들을 수집하면서 가수 이적의 다양한 단어들을 펼쳐보게 한다. 성공이란, 싫은 사람과는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전한다. 목표점을 이룬 순간이 성공임을 공감하게 된다. 밥벌이와 돈벌이의 차이까지도 함께 떠올려보게 된다. 무한한 세계라고 믿었던 회전문에 갇힌 새에 대한 글도 인상적이다. 길지 않은 글들이지만 전하는 것이 확실히 전달되면서 여운이 남는 글들이다.

경우에 대한 글은 여러 번 읽게 한다. 경우없는 사람들의 행위가 가진 의미들이 증폭되게 한다. 그들의 부풀어 오르는 권위의식이 얼마나 폭력적이며 많은 이들을 힘겹게 하는 것인지도 다양한 경우에서 찾게 한다. 분노라는 감정을 정비하게 한다. 가장 좋은 것은 분노와 차별이 없는 사회이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그런 희망은 불가한 꿈이 된다. 그래서 경우없는 사람들이 보이는 수많은 행위들을 향한 분노라는 감정이 어떻게 작용해야 하는지, 어떤 상호작용으로 그것들이 용납되는지 펼쳐놓는 단어가 된다.

경우 / 경우없는 사람에 대한 분노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그런 행위를 용인해왔을 성장환경, 그런 행위를 가능케 하는 사회구조, 끊임없이 권력관계를 재다가 스스로 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만 폭주하는 교활한 상황 판단에 대한 분노를 모두 포함하기에 복합적이고 근원적이며 폭발적이다. 183

성공 / 싫은 사람과는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상태 211



미리 얘기해 봐야 직접 해보기 전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혜라는 단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넘어지고 후회하고 실패하는 경험일지라도 그것이 좌절이 아닌 새로운 도약임을 알게 된다. 그것이 곧 나만의 지혜로 쌓여가는 순간이 된다. 많은 경험이 있었고, 다양한 길들을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한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지혜는 누군가에 의해서 얻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마음을 열어 두자고 말하는 단어도 등장한다. 끊임없이 바뀔 때 젊어진다는 것을 전하는 고수라는 단어도 매우 공감하는 글이 된다. 나쁜 말을 하고 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처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고 전하는 상처라는 단어도 만난다. 개떡같이 말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고 전하는 개떡에 대한 글도 기억에 자리잡는다.

절연의 순간은 뜻밖에 쉽게 찾아온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도 뇌리에 남는 글이 된다. 글에는 자신의 경험도 있지만, 주위 분에게 듣고 곰곰이 고찰한 단어들도 있다. 어떤 단어들은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면서 남기는 단어들도 있다. 어휘적인 면으로 매만지는 단어들도 등장한다. 덕분에 저자가 던진 그 어휘들을 여러 번 반복하게 된다. 단어를 매만지는 글들이다. 페이지를 채운 활자는 가벼워서 좋았다. 하지만 단어들을 수집하다 보니 빼곡해진 단어들의 수많은 글들과 사유들의 집합체들은 묵직함으로 남는다. 이 단어들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의미들은 우리들의 경험들과 어우러지면서 더욱 무게감을 가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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