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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 FIKA(피카) / 2023년 4월
평점 :
바다를 바라보면서 삶을 통찰하는 철학과 교수의 저서이다. 철학과 교수의 책이라 묻지 않고 펼친 책이다. 이 시대의 철학적 시선을 함께 보게 된다. 우리가 느끼는 답답한 도시생활, 끝이 보이지 않는 막다른 길을 어떻게 이겨내고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 좋은지 바다를 통해서 함께 길을 찾는 여정이 되어준다. 깊고도 넓은 새로운 통찰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은 이해인 수녀님의 글에도 공감하면서 무수히 고개를 끄덕인 책이다.
이해인 수녀_ 깊고 넓고 새로운 통찰
부조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사건들을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경험하기도 한다. 악행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뻔뻔한 지성인들도 자주 목도한다. 지성인이라고 말하는 집단의 실체를 날것으로 보면서 느끼는 추함도 무수히 경험하기도 한다. 그들의 악행은 멈추지 않는다. 부당한 일들이 멈추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는 침묵하는 다수가 아닌지 질문하게 된다.
악행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아무 말도 못하고 있으면 안 된다.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89
저자는 이러한 순간에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답을 준다. 변화하였던 역사의 길에는 외침의 역동성이 존재하였음을, 여성의 참정권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희생하며 용기를 내었는지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도 여성의 권리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침묵하고 부당한 일을 참는 것만이 길이 아님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움직이는 물결, 정당한 것을 요구하는 대중이 자기의 권리를 찾는다. 1%에 해당되는 극소수의 집단은 자기들의 것을 유지하고자 거짓 뉴스와 선동을 sns 통해서 무수히 이용한다. 이러한 움직임에 통찰력을 길러야 하는 것도 대중의 몫이다. 흔들리고 중심점을 잃은 대중은 다시 자기 것을 잃고 빼앗기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말이다.
다양성을 잃은 듯하다. 12년의 학교교육은 참과 거짓을 찾는 연습을 시킨다. 앞사람의 뒤통수만을 보고 서 있으라고만 명령한다. 그것만이 정답일까. 삶에는 무수히 많은 다양한 삶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모르는 선택들도 많고 다양한 삶들이 있지만 일률적으로 줄을 세우고 똑같은 교복을 입혀서 수동적인 복종만을 연습시키면서 틀 안에 가두어 버린다.
소비하는 연습, 자족하는 삶과 지혜를 터득하지 못하도록 휴대폰과 영상매체로 사고의 힘을 빼앗긴 군중들이 점점 많아진다. 시대가 규정한 규범들이 진정한 길인지 자문하면서 살아간다. 길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길로도 과감하게 도전한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서 나만의 길들을 익힌다. 그것은 오로지 나의 것이 된다.
이분법적 사고가 일으킨 오류가 얼마나 큰지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두드러지게 보게 된다. 무수히 많은 길들이 있다. 그 길을 아무도 하지 않을 때 걸었다. 그리고 빠르게, 때로는 둘러간 길은 자양분이 된다. 지금도 우리는 그때의 선택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때의 선택들은 탁월했다고 떠올리게 된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다. 선택도 쉽지 않고, 결단력과 용기도 필요하다. 누군가 걸어간 길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길들을 응원하고 함께 걸었다. 그리고 바다를 더욱 포용하면서 저자의 시선과 통찰을 더욱 공감하면서 읽게 된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우리는 그때의 선택을 하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바다는 그러한 곳이다. 책에서 제안하는 선원이었음을 보게 한다. 망망대해의 바다에서 우리가 스스로 키를 돌리면서 자기만의 길을 가야 한다.
이분법적 이미지는 덫이 될 수 있다. 44
두 발이 서 있는 이곳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고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