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 - 할머니의 손맛과 손녀의 손길로 완성되는 소박한 채식 밥상
예하.임홍순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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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으로 알고 있었던 요리스타그램이다.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이 전해져서 펼친 요리책이다. 색감이 알록달록한 요리들을 한 접시 요리로 많이 전하는 저자이다.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요리하면서 일상의 대화들이 진솔하게 전해진다. 요리만큼이나 할머니와 손녀가 나누는 글도 눈여겨 본 요리책이다.

할머니들의 요리를 좋아한다. 친할머니, 외할머니의 요리들이 지금도 떠오르기도 한다. 인절미를 방에서 만드시면서 많은 손자, 손녀들을 위해 만드신 손길이 떠오른다. 많은 식구들이 명절마다 모였고 웃음이 가득했던 그날들이 떠오른다. 음식은 언제나 함께 하였고 음식이 추억이 되어 남는다. 외할머니의 음식도 잊히지 않는다. 조용조용한 성품으로 한평생 사셨던 외할머니이다. 처음으로 맛본 음식이 있는데 맛있었던 기억만 남고 어떤 요리였는지도 가물거린다. 그래서 할머니들이 전하는 요리책들이 있으면 무조건 펼치게 된다. 어느 귀퉁이에 추억 속의 음식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열어보는 상자가 된다. 이 요리책에도 할머니 요리만의 귀중한 tip이 전해진다. 소중하게 기억 속에 담는다. 삶의 지혜가 연륜에서 느껴진다. 그래서 하나도 빠짐없이 꼼꼼하게 읽은 요리책이다.



물김치를 담는 시기, 어떤 계절에 담아야 하는지, 어떤 계절은 피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그 이유도 건강을 위해서 꼭 알아두어야 하는 내용이 된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채소를 섭취하면 좋지만 텃밭 농사를 짓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피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요긴하게 기억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잡채 요리도 소개된다. 집집마다 잡채 요리가 다양하다. 이 요리책에서도 특색 있는 잡채 요리를 만난다. 미역줄기 잡채는 가족들이 좋아하는 식재료이다. 비트 김밥과 채식 감자탕도 소개된다. 감자탕을 선호했는데 제한하는 음식이 되어버려서 아쉬웠는데 이 요리법으로 채식 감자탕을 즐길 계획이다. 좋아하는 음식에서 붉은 고기를 제한하는 식단 관리에 요긴한 정보가 된다. 파개장과 채소찜도 소개된다. 냉이 만두, 연근 감자전, 달래 부침개도 눈여겨본 요리가 된다. 계절별 요리로 구분되어서 전해진다.



콩죽 요리도 베운다. 콩요리는 자주 하는 편이라 추가로 메모하게 된다. 얼마나 삶아야 좋은지도 알려준다. 할머니에게 배우는 요리법이라 더 귀담아듣게 된다. 집밥을 선호한다. 일본의 고령의 부부 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외식을 차단하면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집밥의 노고와 수고는 건강한 몸을 이루게 한다. 떡도, 집밥도 노력하는 만큼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왕이면 주부의 손길로 가족들을 먹여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다시금 깨닫는다.

카레 요리도 색다르게 멋을 부리면서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카레 요리도 즐기는 만큼 눈여겨보면서 배우게 된다. 호박꽃을 이용한 요리들도 여러 개 소개된다. 다른 요리책에서도 배운 호박꽃요리가 이 책에서도 등장한다. 호박꽃을 이용한 지혜로움을 이 책에서도 느끼게 된다. 채수를 우리는 다양한 방법도 소개된다. 특히 보약이 되는 채수는 인상적이다. 양배추 심지와 당근 껍질까지도 활용하는 지혜까지도 배우게 된다. 요리 세상은 끝이 없는 듯하다. 펼치는 요리책마다 늘 새로운 것들이 전해진다. 누군가의 지혜가 이렇게 전해질 수 있어서 고마울 뿐이다. 쑥 칼국수, 부추 칼국수면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국수 요리를 좋아해서 눈여겨보게 된다. 수제비 반죽할 때도 배운 것들이 응용된다. 배우는 만큼 다양한 요리가 가능해진다. 건강하게 집밥을 즐기는 방법들이 무수히 담긴 요리책이다. 특히 떡을 만드는 방법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 하나씩 해볼 수 있는 요리가 많아지는 요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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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귀영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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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이다. 바닷가 절벽 아래, 아이들만 아는 가게가 있다. 절벽 아래를 내려가는 길, 그곳에 가게가 있다는 사실도 아이들만 알고 있다. 어른들은 모르는 이 가게는 마법사가 아이들의 추억을 받아서 돈을 빌려주는 곳이다. 달팽이가 창가 청소를 하고 다람쥐가 허브차, 레몬차를 준비해 주는 전당포 가게이다.



마법사의 모습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니다. 마법사와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서서히 마법사의 정체를 알게 된다. 그가 넘기면서 보는 많은 아이들이 맡긴 추억 앨범들은 어떻게 될까.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돈을 가져오면 추억을 다시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백 명 중 한두 명만이 추억을 되찾아간다고 한다. 왜 자신의 추억을 돈과 바꾸고, 다시 추억을 되찾아가지 않았던 것일까. 스무 살이 되면서 마법사와 전당포 가게의 기억을 전부 잊어버리게 되는 어른들이 된다. 그곳에 전당포 가게가 있었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살게 되는 어른이 된다. 그리고 되찾아가지 않은 추억들은 바다의 불가사리가 된다고 한다. 마법사가 왜 이곳에 전당포 가게를 차렸는지, 이곳을 찾은 아이들의 사연들과 맡겨진 추억들은 무엇이었는지 사연들이 전해진다.



추억은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마음 상했던 일들을 쉽게 지워버리는 아이들, 부모와의 갈등을 지워버린 아이들, 따돌림을 당한 아이가 매일 저녁에 찾아와서 기억을 지워버린 사연도 전해진다. 반면 추억을 전당포 가게에 맡겨버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

맡겨진 추억 속에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장면들도 존재한다. 오해가 되지 않도록 전해지는 이야기들도 있다. 자동차 뺑소니범을 찾아내고자 할머니의 추억을 모두 주겠다고 거래 조건을 제시하는 소년도 있다. 마법사는 그 거래 조건을 들어주었을까? 미래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지도 보는 마법사이다. 그 소년을 지키내고자 마법사는 어떠한 선택을 하였는지도 들려준다.



환상적인 이야기이다.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면서 쉽게 자신의 추억을 버리듯이 지워버린 소년은 그 추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된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일어난 일들을 아이는 인정하지 않고 엄마만을 원망한 소년은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된다. 엄마의 사랑이 전달되면서 뒤늦은 후회와 함께 다시 되찾아가는 소년의 추억들은 무엇이었는지도 전해진다.



추억은 소중한 것인지 질문하는 소설이다. 일상 속에 자리 잡는 사소한 일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무엇이 남겨지게 될지 궁금해진다. 잊어버렸다고 쉽게 말하면서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은 진정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우리는 추억들을 간직한다. 기쁘고 행복한 추억도 있지만 슬프고 아프고 속상한 것들도 기억 속에 자리 잡는다. 그 추억들이 아픈 상처가 되기도 하고 깊은 상흔을 남기기도 한다. 지우고 싶은 추억을 돈을 받고 지우고 싶은지 되묻게 하는 작품이다.


무관심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사회의 무관심들이 열거된다. 학교의 교실만이 한정적이지 않다. 무관심이 일으키는 문제들이 무엇인지도 차분하게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가는 인물이 있다. 그 인물의 의지 덕분에 해결되는 것들이 보이는 작품이다.

사랑인지 확실하게 느껴지지 않는 감정 상태로 연인 사이가 되어서 지낸 세월들과 헤어질 순간을 외면하면서 끌어가는 상황들도 전해진다. 사랑이 아닌 존경이라는 감정으로 시작된 연인 사이가 사랑으로 채워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서툴고 미비한 움직임들이지만 시시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일들이다. 그렇게 성장하며 경험하면서 한 뼘씩 성장해가는 것이 삶이다. ​

추억을 한 번도 맡긴 적이 없던 리카. 추억을 돈으로 받는 일을 찬성하지 않는 아이이다. 마법사에게 자신의 의지를 확고하게 전달한 리카의 스무 살 생일날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마법사와 전당포 가게, 달팽이와 다람쥐를 모두 잊어버리는 어른이 될까. 추억은 의미 없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인간의 쇠퇴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포기하는 데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166

무관심.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다.

어찌 되든 상관없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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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시
아주라 다고스티노 지음, 에스테파니아 브라보 그림, 정원정 외 옮김 / 오후의소묘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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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모든 결점을 지웠어.

구겨지고 버려진 것들,...

결함과 균열과 작은 배신들.

저마다 품고 있던 비밀들은 사라졌고

모든 것은 뒤섞였지.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지금 우리는 함께 흰 눈을 덮고 있어.

손을 맞잡고

천천히 걷고 또 걷다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깨닫는 건

걷는 동안 우리가 함께였다는 것.

나뭇가지 위의 눈이

세상의 문을 세차게 두드리듯

큰 소리로 떨어지고 있어.

...

눈은 순결한 마음 같아서

쥐려 하면 흩어지고

맑아지려 하면 더러워지고

멀어지려 하면 다가오지.

이제 곧 눈이 내릴 거야.

집집마다 지붕 위로 근사한 냄새가 피어올라.

흙냄새도, 볕에 널어놓은 빨래 냄새도,

향기로운 꽃이나 갓 구운 과자의 냄새도 아닌

오직 첫눈을 기다리는

계절의 차고 흰 냄새.

눈의 세상에서 선명해지는 건

아무것도 아닌 존재.

작고 희미한 것.



큼지막한 양장본 그림책이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색감의 그림책을 펼치게 한다. 커다란 페이지를 가득히 채워준 그림들과 조각처럼 작게 활자들이 수놓여있는 그림책이다.

시어들이 수놓아진다. 눈과 인생의 길을 되감기하는 노인 부부의 뒷모습이 그려진다. 눈이 쌓인 계절의 횟수만큼 두 사람이 함께한 나날들이 펼쳐진다. 남은 시간들은 많지 않은 노년의 계절이지만 추억들은 되감을 수 있다. 그 추억들에는 어린 여자아이가 눈과 함께 자리잡는다.



삶과 인생을 자주 돌아보아야 한다. 오늘의 시간, 찰나의 감동과 기쁨들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허투루 낭비한 시간들의 조각들은 없었는지도 살피게 한다. 결점과 균열, 부끄러운 자화상들을 눈이 덮어준다. 불완전하고 오점투성이인 우리들이다. 후회와 실패, 실수로 회상되는 발자국을 남기는 인생이지만 눈은 어김없이 세상을 하얗게 덮어준다. 새로운 시작, 새로운 마음, 다시 시작하도록 마음을 준다.



함께라는 의미가 부각된다. 수많은 추억 속에 우리는 함께하였음을 보게 한다. 큰 세상 속에 작디작은 존재이지만 무의미한 존재가 아니다. 분자와 원자들로 구성된 놀라운 존재들이다. 물, 비, 바람, 눈, 숲, 바다, 동물, 식물, 인간의 존재들은 의미 있는 존재들이다. 하찮은 존재들은 없다는 사실과 더불어 우위에 서는 피라미드 구조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최상층이라고 어리석게 사고하는 오류는 없어야 한다. 남성도 여성도 권위의식으로 차별과 편견으로 물들면 안 되는 세상이다. 우매함으로 남녀를 차별한 역사, 인종을 차별하는 사고 의식, 서열주의로 나누며 줄세우기하는 학교교육은 병폐가 어떤 우려를 발생하는지 사회문제가 결과를 보여준다.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과정에 다툼과 논쟁이 어김없이 등장하면서 다시금 우매한 인간의 역사는 거듭된다. 이기적인 집단의 목소리들은 자기 것만을 지키고자 한다. 타인의 고통, 억압, 아우성을 외면한다.

그림책 한 권은 함축적인 시어들이다. 노인의 뒷모습은 역사들로 점철된다. 노인의 시간에는 전쟁, 분쟁, 남녀차별문제, 노동자 문제, 환경문제 등이 함께한다. 오점투성이로 얼룩진 인간의 역사이다. 동물의 피로 물든 땅과 강에는 생매장된 동물들이 있다. 원자력과 과학의 결과물은 바다와 수산물까지도 위협한다. 살인적인 더위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는 이런 더위를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다.



자연의 경고등은 무섭게 울린다. 멈추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차분히 사고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작은 벤치 의자가 말해준다. 비어있는 벤치 의자에는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류가 사라지지 않도록, 깨어진 지구가 되지 않도록 멈추어야 하는 버튼들을 찾아야 한다. 멈춤 버튼을 찾고 실행력을 가져야 한다.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면서 떠나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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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러브, 좀비 (리커버)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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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 책표지에 눈길이 멈춘 단편소설집이다. 4편의 단편소설들을 한 편씩 읽으면서 매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스노볼 드라이브>작품을 먼저 읽었기에 작가 작품은 머뭇거림 없이 읽게 된다. 무더운 여름날에 읽었기에 더 매력적이다.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던 단편소설들이다. 리커버로 사랑받는 이유, 작가의 소설들을 릴레이하면서 계속 읽게 만든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소설은 읽고 나서 놀라웠다. 소재와 사건, 거울에 비친 얼굴이 두 인물이라 기이하였는데 그것이 작품을 이끈 것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언젠가는 벌어지고야 말 일이었던 사건과 범행도구를 긴장하면서 이야기를 읽게 한다. 죽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시 삶의 기회를 준다면 우리는 어디로 되돌아갈까? 여러 번 되감는 삶이 주어진다면 그 목소리의 정체는 신인지 악마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타인의 무관심이 부풀어 오른다. 사회의 무관심에 방치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기 시작한다. 스토킹의 발자국 소리, 침입한 흔적과 사라진 물건도 없는 이유, 유일한 한 사람의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일어난 사건의 진실에 놀라움이 전해진다. 엄마의 진실, 아빠의 파괴된 영혼,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드러나게 된다. 거울에 비친 사람은 나일까, 엄마일까.



그들의 무관심은 또 하나의 공포였다 117

전에도 그녀의 몸이 뒤틀렸던 적이 있었다...

수없이 있었다... 이것은 공평하지 않다.

그가 우리에게 베푼 폭력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아직 한참이나 공평하지 않았다...

삶이란 것이 원래 불공평한 것 아닌가. 112

가족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가족들은 과거의 사랑을 상기하면서 기다리게 된다. 좋아질 거라고. 하지만 폭력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폭력은 부풀어 오르면서 거대해진다.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으로 종결되는 것이 폭력이다. 헛된 기대로 기나긴 시간을 기다린 엄마와 자녀가 있다. 그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의 자양분이 된다. 악마가 삼킨 영혼이 어떻게 가족을 파괴하는지, 가정폭력을 조명한다. 섬뜩하고 사실적이다. 하지만 외면할 수 없다. 지금도 일어나고 일어났던 이야기들의 사건들이다. 그래서 경각심을 가지게 한 작품이다. 선과 악의 경계선은 모호하다. 흐릿해져서 쉽게 넘어간다. 짧은 단편소설이지만 파장이 큰 소설이다. 마지막 소설까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던 작가이다.



엄마가 아주 오랜 세월을

이렇게 보내왔을 거란 생각...

순간순간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있는 힘껏 억누르면서. 92

엄마가 억누르는 감정들과 세월들이 그려지는 소설들이 있다. 고집불통인 남편이 고수한 것들이 선명하게 설명된다. 가부장적인 남편은 사회적 인물과 가정에서의 인물은 이중성을 띈다. 그러한 아빠가 좀비가 되면서 아빠를 지키고자 노력한 아내와 딸의 이야기도 의미심장하게 전개된다. 아빠의 죽음을 향하는 그 순간 누가 결정을 하고 실행하였는지 보여준다. 지켜야 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선택하는 순간에 그려진 행동들을 유심히 상기하게 하는 작품이다. 더불어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변함없는 사회적 기류까지도 냉철하게 꼬집는 소설이다.


술을 좋아하고 고집불통이고

가부장적이고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인간.

가정 밖에서는 건실한 사회인.

가정 안에서는 제왕처럼 군림하는

전형적인 50대 중후반의

경상도 출신 제약회사 직원 84

원래 뭐든지 공적인 것을 느리고

사적인 것은 빠르기 마련이다. 107

<습지의 사랑>도 독특하다. 물과 숲으로 불리는 두 인물은 죽은 영혼들이다.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하는 영혼과 기억하지 못하는 두 귀신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면서 시간의 흐름도 상대성을 띤다. 골프장 부지 개발과 펜션 개발로 사라지는 숲과 물은 어떻게 될까?



<초대>작품도 놀라웠다. 가시가 목에 박힌 사연과 제거되지 않은 기나긴 날들. 가시가 된 말들까지도 주시하게 한다. 그리고 제거된 가시는 누구의 도움이었을까. 연인이 있다. 타의에 의해 변화된 여성이 있다. 기나긴 시간 자신의 정체성이 흐려지면서 익숙해진 연인은 자신과 연인을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한다. 달라진 연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이한 흐름 속으로 이끌리면서 놀라운 일들이 시작된다. 여성과 남성, 연인과 가족들이 무의식 속에 가하는 폭언과 폭력들이 드러난다.

무서운 이야기에 존재한 문제들은 너무나도 사실적이다. 습관적으로 허용된 폭언과 폭력들을 들추는 소설이다. 사랑과 기다림도 매만진 소설이다. 누군가 외롭지 않게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도 전해진다. 사라진 여학생의 죽음과 숲이라고 불린 아이가 찾아다닌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보여준 작품이다. 죽음이 흐르는 소설들이다. 4편의 단편소설들은 여름에 추천하는 소설이다.


내 목에는 17년째 가시가 걸려 있다. 7

내 의사를 막는 모든 것들

입에서 나오지 못한 말들은

엉기고 뭉쳐서 가시로 남았다.

그것은 다시 내 목구멍을 틀어막고

여린 부위를 찔러댄다.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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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타 가족
브랜던 홉슨 지음, 이윤정 옮김 / 혜움이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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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이 선정한 꼭 읽어야 하는 100권의 소설 중의 한 권이다. 타임이 선정한 이유가 궁금해서 선택한 소설이다. 신화적인 소설,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지금도 살아있는 이야기가 된다. 대륙의 원주민이었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침략당하며 강제 이주를 당하게 된다. 땅과 자연을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읽었던 민족들이다. 그들이 믿는 신이 알려주는 것들을 읽는 예언자는 앞으로 그들에게 닥칠 불길한 예지몽을 꿈꾸게 된다. 총을 든 군인들, 강제로 끌려가는 부족 사람들, 넘어지는 사람들, 질병으로 아픈 사람들의 아우성들이 예언자에게 나타난다. 두려움과 공포는 다가오면서 대항하는 몇 사람들의 한 명이 되어 아버지와 아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저들의 영혼은 어쩌면 저토록 연민도 없고 오염되었는지 의아했단다. 고통 속에 울부짖는 사람들(원주민) 곁에서 웃어대는 놈들 (군인들) 315



강제 이주된 부족 사람들이 이주하게 된 배경,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현대교육과정의 문제점도 전해진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이유도 짐작해 보게 된다. 침략자와 빼앗긴 자들의 숨기는 이야기와 숨겨진 이야기들은 편견과 오해로 후대인들에게도 고스란히 연결된다. 10대 남자아이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서 죽었다. 총을 소지하지도 않았던 아이이다. 다툼이 있었던 자리에 총소리가 났고 경찰은 머뭇거림 없이 인디언 원주민 아이에게 총을 쏜다. 백인 경찰은 재판도 받지 않는다. 아이는 죽었기에 남은 가족들에게는 기나긴 시간 동안 그 사건과 재판에 대한 억울함과 원통함이 남는다. 분노는 시간이 흘러도 멈추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 아이의 엄마가 선택한 것은 무엇일까? 가족들 몰래 그녀가 살기 위해서 선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기이한 이야기 속에서 정령이라고 느껴지는 인물들이 들려주는 대화에 귀 기울이게 된다. 화와 분노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과 화해와 용서가 무엇인지 서서히 인물들을 통해서 보게 된다.

거울이 비친 내 얼굴... 주름살이 잡히고 나이를 먹은 게 보였다. 고집과 희망, 절망, 포기, 비탄으로 점철된 얼굴이었다. 모든 측면에서 힘을 잘 지켜온 여성이라고 스스로 되뇌었다. 334



세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있다. 첫째 아이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그녀가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아이가 죽은 날을 기념하면서 모닥불 모임을 가지게 되는 가족들은 이 모임을 통해서 슬픔과 아픔으로 점철되지 않는 웃음과 기쁨을 불러들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가족들은 이날을 기다리게 된다. 서서히 치유되는 가족들의 수많은 시간들은 누군가에게는 상처와 고독의 시간들을 떠올리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 자녀의 예고되지 않은 죽음으로 남겨진 두 아이의 시간들은 온전했을까?



엄마는 자신의 생활로 돌아오지 못하는 동안, 아빠는 남겨진 두 아이에게 무한히 노력한다. 하지만 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는 부모의 노력들이 온전히 자리 잡았을지 궁금해진다. 가족이었던 이들이 무너지고 균열이 일어난다. 미세한 균열의 시작점은 백인 경찰이 쏜 총이다. 그들이 의심하지 않고 쏜 총에는 잠재된 교육과 편견들이 자리 잡는다.



문학도 다르지가 않다. 어떤 문학은 백인 입장에서 집필된다. 인디언들을 향한 표현과 성향들은 폭력적으로 묘사된다. 침략자와 빼앗긴 자의 역사는 문학에서도 다른 시점으로 묘사된다. 우리 민족도 다르지가 않다. 무수히 침략당하면서 살아온 민족이다. 빼앗긴 민족이 당하는 편견과 오해들이 자손들에게도 어떻게 연결되는지, 교육은 어떤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감추는지 보게 된다.

조화와 평화.

화는 넘치는 물과 같아서

천천히 파괴를 몰고 온단다. 310

한 그루의 나무는 수백 년을 한자리에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머문다. 176



문학은 꽤 재미있다. 이 작품의 큰 음성들이 또렷해지기 시작한다. 정령이 나타나고, 기이한 일들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현실의 인물들이 혼돈의 과정과 실수하는 과정, 소중한 가족을 아프게 하는 과정들이 점철된다.

온전하지 않은 성인의 모습으로 성장한 두 아이가 있다. 누나와 막내 남동생의 삶은 부모에게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짐작해 보게 된다. 약물에 중독된 막내아들이 경험하는 기이한 일들은 묘하게 빠져들게 한다. 그가 만나는 인물들과 새까지도 유심히 기억하게 된다. 갇힌 곳이라고 설명하는 기이한 곳은 어디였을까. 노인을 만나면서 솔직하게 털어놓는 수많은 진심들이 전해지기 시작한다. 그 노인의 존재를 뚜렷하게 느끼게 된다.



약물에 중독되면서 통제가 불능되는 아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중독은 약물에 한정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소비 중독, 음식 중독, 도박 중독, 미용 중독 등 다양한 중독들이 현대인들을 침식시킨다. 통제력과 분별력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어린 막내아들은 엄마에게 집을 나갈 거라고 겁을 준다. 형이 죽은 사건 이후로 어린 막내아들이 느낀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나름 짐작해 보게 하는 대화 내용이 된다. 남겨진 아이들도 소중하다. 하지만 현실은 남겨진 아이들이 제대로 존중받고 대우받지 못한다. 그래서 누나와 막내 남동생의 삶이 아프게 그려진 이야기이다.

남편의 치매가 시작된다. 곁에서 보살피는 아내의 고충도 전달된다. 위탁 가정을 신청하면서 찾아온 한 남자아이의 모습을 통해서 남편의 치매는 급격하게 호전된다. 그 이유도 매우 흥미롭게 전해진다. 살아갈 이유가 분명해진다면 자연스러운 치유도 일어난다. 희망이 찾아오면서 일어나는 많은 변화들이 전개된다.

그 길은 눈물의 길이 아니니까...

슬픔이나 아픔 혹은 죽음 따위는 없다네.

그 길은 자녀의 집으로 향하는 길 329

상황은 언제든지 좋아질 수 있단다 282

치유가 뭘까? 죽고 싶지 않은 거요.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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