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브, 좀비 (리커버)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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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 책표지에 눈길이 멈춘 단편소설집이다. 4편의 단편소설들을 한 편씩 읽으면서 매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스노볼 드라이브>작품을 먼저 읽었기에 작가 작품은 머뭇거림 없이 읽게 된다. 무더운 여름날에 읽었기에 더 매력적이다.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던 단편소설들이다. 리커버로 사랑받는 이유, 작가의 소설들을 릴레이하면서 계속 읽게 만든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소설은 읽고 나서 놀라웠다. 소재와 사건, 거울에 비친 얼굴이 두 인물이라 기이하였는데 그것이 작품을 이끈 것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언젠가는 벌어지고야 말 일이었던 사건과 범행도구를 긴장하면서 이야기를 읽게 한다. 죽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시 삶의 기회를 준다면 우리는 어디로 되돌아갈까? 여러 번 되감는 삶이 주어진다면 그 목소리의 정체는 신인지 악마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타인의 무관심이 부풀어 오른다. 사회의 무관심에 방치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기 시작한다. 스토킹의 발자국 소리, 침입한 흔적과 사라진 물건도 없는 이유, 유일한 한 사람의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일어난 사건의 진실에 놀라움이 전해진다. 엄마의 진실, 아빠의 파괴된 영혼,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드러나게 된다. 거울에 비친 사람은 나일까, 엄마일까.



그들의 무관심은 또 하나의 공포였다 117

전에도 그녀의 몸이 뒤틀렸던 적이 있었다...

수없이 있었다... 이것은 공평하지 않다.

그가 우리에게 베푼 폭력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아직 한참이나 공평하지 않았다...

삶이란 것이 원래 불공평한 것 아닌가. 112

가족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가족들은 과거의 사랑을 상기하면서 기다리게 된다. 좋아질 거라고. 하지만 폭력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폭력은 부풀어 오르면서 거대해진다.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으로 종결되는 것이 폭력이다. 헛된 기대로 기나긴 시간을 기다린 엄마와 자녀가 있다. 그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의 자양분이 된다. 악마가 삼킨 영혼이 어떻게 가족을 파괴하는지, 가정폭력을 조명한다. 섬뜩하고 사실적이다. 하지만 외면할 수 없다. 지금도 일어나고 일어났던 이야기들의 사건들이다. 그래서 경각심을 가지게 한 작품이다. 선과 악의 경계선은 모호하다. 흐릿해져서 쉽게 넘어간다. 짧은 단편소설이지만 파장이 큰 소설이다. 마지막 소설까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던 작가이다.



엄마가 아주 오랜 세월을

이렇게 보내왔을 거란 생각...

순간순간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있는 힘껏 억누르면서. 92

엄마가 억누르는 감정들과 세월들이 그려지는 소설들이 있다. 고집불통인 남편이 고수한 것들이 선명하게 설명된다. 가부장적인 남편은 사회적 인물과 가정에서의 인물은 이중성을 띈다. 그러한 아빠가 좀비가 되면서 아빠를 지키고자 노력한 아내와 딸의 이야기도 의미심장하게 전개된다. 아빠의 죽음을 향하는 그 순간 누가 결정을 하고 실행하였는지 보여준다. 지켜야 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선택하는 순간에 그려진 행동들을 유심히 상기하게 하는 작품이다. 더불어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변함없는 사회적 기류까지도 냉철하게 꼬집는 소설이다.


술을 좋아하고 고집불통이고

가부장적이고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인간.

가정 밖에서는 건실한 사회인.

가정 안에서는 제왕처럼 군림하는

전형적인 50대 중후반의

경상도 출신 제약회사 직원 84

원래 뭐든지 공적인 것을 느리고

사적인 것은 빠르기 마련이다. 107

<습지의 사랑>도 독특하다. 물과 숲으로 불리는 두 인물은 죽은 영혼들이다.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하는 영혼과 기억하지 못하는 두 귀신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면서 시간의 흐름도 상대성을 띤다. 골프장 부지 개발과 펜션 개발로 사라지는 숲과 물은 어떻게 될까?



<초대>작품도 놀라웠다. 가시가 목에 박힌 사연과 제거되지 않은 기나긴 날들. 가시가 된 말들까지도 주시하게 한다. 그리고 제거된 가시는 누구의 도움이었을까. 연인이 있다. 타의에 의해 변화된 여성이 있다. 기나긴 시간 자신의 정체성이 흐려지면서 익숙해진 연인은 자신과 연인을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한다. 달라진 연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기이한 흐름 속으로 이끌리면서 놀라운 일들이 시작된다. 여성과 남성, 연인과 가족들이 무의식 속에 가하는 폭언과 폭력들이 드러난다.

무서운 이야기에 존재한 문제들은 너무나도 사실적이다. 습관적으로 허용된 폭언과 폭력들을 들추는 소설이다. 사랑과 기다림도 매만진 소설이다. 누군가 외롭지 않게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도 전해진다. 사라진 여학생의 죽음과 숲이라고 불린 아이가 찾아다닌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보여준 작품이다. 죽음이 흐르는 소설들이다. 4편의 단편소설들은 여름에 추천하는 소설이다.


내 목에는 17년째 가시가 걸려 있다. 7

내 의사를 막는 모든 것들

입에서 나오지 못한 말들은

엉기고 뭉쳐서 가시로 남았다.

그것은 다시 내 목구멍을 틀어막고

여린 부위를 찔러댄다.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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