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 (명상록 헬라스어 완역본)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2천년 불멸의 고전 그린비 고전의 숲 5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김재홍 옮김 / 그린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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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록』으로 알려진 황제 마르쿠스의 저서를 원제목인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로 만나는 신간도서이다. 풍부한 주석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주석이 이어주는 설명들 덕분에 헬라스어 원전을 충실하게 번역한 내용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황제가 즉위한 시대적 배경과 정치적 배경까지도 설명듣는다. 아내에 대한 설명을 주석을 통해서 듣게 된다. 이외에도 철학적 배경지식과 자주 언급되는 인물에 대한 설명들도 주석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앎의 지평을 조금 더 확장시켜가는 과정이 된다. 이외에도 연보, 찾아보기 등이 제공된다. 양장본이며 가름끈이 있어서 편리하다. 황제가 강조하는 내용들은 축약된다. 읽어갈수록, 책장을 넘길수록 황제가 강조하는 내용들은 점점 뚜렷하게 선명해진다.



내면으로 이르는 길을 강조한 그의 강한 집념과 의지가 그려진다. 즉위하면서 시작된 전염병과 반란이라는 혼돈의 시대에서 그가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준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매일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신에게 건네는 말들이 기록된 도서이다. 흐트러지기 쉬운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중심점을 바로 잡아간 날들이 그려진다. 침입을 받으면서 전쟁터에서 보낸 수많은 날들을 보낸 황제이다. 그가 처참한 상황 속에서, 잘려나간 팔과 다리, 머리들을 보면서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내었는지, 윤리적인 삶까지도 모두 전해지는 내용들이다.




'영원회귀'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니체와 밀란 쿤데라의 작품까지도 떠올리게 한다. 우주를 탐색하고 원자에 대해, 죽음에 대한 철학도 전해진다. 세상 사람들이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며 응대해야 하는지도 언급된다. 영원한 삶을 살 것처럼 살아가는 대중들을 바라보면서 느낀 그의 철학이 전해진다. 무엇을 관조하면서 살았는지, 어떤 관찰력으로 삶의 철학을 건축했는지도 보여준다.

스토아학파의 3대 철학자 중의 하나인 한 인물의 깊은 철학을 듣는다. 철학이 없는 삶을 살 것인지, 철학적 삶을 영위할 것인지는 결국 개인의 선택으로 남겨진다. 니체와 밀란 쿤데라, 카프카, 카뮈 등을 떠올려보게 된다. 그들의 시선 끝에 머문 철학들이 응집하게 된다. 이 책에서 만나는 황제 마르쿠스 철학도 이들의 철학적 삶과 관조에 연장선으로 늘어놓게 된다.



불멸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명상록』을 원전에 충실한 번역본으로 만난다. 에피쿠로스의 『쾌락』을 현대지성 클래식으로 읽었기에 본문에 등장하는 에피쿠로스는 낯설지가 않다. 기도의 방향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도 저자는 제시한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많이 배우게 된다. 책에서 배우는 것들이 더 많다. 분별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신앙이다. 기복하는 기도가 먼저가 아님을 이 책에서도 다시금 확인한다. 그렇게 다듬어지는 신앙적 삶을 재확인한다.

진정한 신앙인이 되는 길도 수련의 과정이 된다. 고대 황제에게서도 배우게 된다. 그가 살아간 삶속에서 그가 깨우친 기도하는 방법은 놀라운 지평을 열어준다. 그래서 책이 등불이 된다. 퍼즐처럼 끼워 맞추어지는 열쇠들을 발견하게 된다. 황제가 깨우친 놀라운 진실들이 확인되는 시간이 된다. 수많은 고개들이 끄덕이면서 읽은 내용들이 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의 원제목인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은 열쇠가 된다.




너의 기도를 이런 방향으로 바꾸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보는 것이 좋다. 304



신들에 대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더 단순해지고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되라 302



신은... 내가 불행하게 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달려 있지 않게 해 주셨다 278


인생의 익살극, 전쟁, 공포(동요), 마비 상태, 매일의 노예 상태...

네가 생각하고 그런 다음 버리는 너의 모든 신성한 원칙들은

하루가 다르게 사라져 버릴 것이다. 318


좋은 삶(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인간 내면의 자연이 추구하는 바를 행하는데 있다...

정의롭고, 절제하며, 용감하고, 자유롭게 249


남을 유익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몸도 유익하게 되는 것에 지치지 마라 247


모든 사람이 너에게 맞서서 제멋대로 소리를 지르더라도 ...

아무런 강요를 받지 말고 기쁨에 찬 마음으로 생애를 보내라. 244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하라!

육체가 절단되고, 불타고, 곪고, 썩더라도,

악이라고도 선이라고도 판단하지 말라...

똑같이 일어나는 일은

자연에 따르는 것도

자연에 반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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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멈춰라, 지구 온난화 - 기후 위기의 시대, 극단적 기후 변화를 이해하는 필수 과학 알고십대 3
허창회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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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과학자가 들려주는 기후 변화에 대한 수업을 듣는 도서이다.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 온난화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한다. 올해의 여름도 뜨거웠고 이상기온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던 여름으로 기억된다. 세계 기후도 이상 현상을 두드러지게 드러낸다.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폭설 소식도 예의주시하게 한다. 우리나라도 다르지가 않다.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 온도는 작물 재배지가 점점 북상하고 있는 것으로도 증명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뜨거운 지구가 가진 의미를 심각하게 주시해야 한다. 지구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모두가 모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만난 도서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이유, 지구 온난화 원인은 이산화탄소인지, 수증기인지도 설명된다. 기후 변화가 무엇인지도 쉽게 설명된다.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지구 변화를 향한 우려와 이유까지도 설명된다. 대안이 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무엇을 실천할 것인지,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한지도 생각하게 한다.

기상과 기후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산업 혁명 이후 시작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설명들이 가장 인상적이다. 세계문학전집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산업 혁명이 불러놓은 여러 현상들이 이 책에서도 거론된다. 많은 공장과 석탄을 사용하면서 오염된 대기질과 자연환경은 인류에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대류권과 성층권의 기온에 대한 내용과 고기압과 저기압에 대한 설명도 쉽게 전해진다. 한눈에 쏘옥 들어오는 설명과 이미지들이 매우 유익하다. 엘리뇨와 라니뇨에 대한 내용도 다룬다. 극 진동에 대한 설명도 쉽게 전해진다. 복사 에너지와 사막화 되는 지구, 녹고 있는 빙하에 대한 내용도 언급된다. 통합해서 살펴보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도서이다. 청소년 시리즈로 편집된 <알고싶대> 시리즈의 3번째 도서이다. 이해하기 쉽도록 구성된 지구과학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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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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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두 남녀가 있다. 직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가 꿈꾸는 이상적인 합일점을 결혼과 함께 계획하게 된다. 런던의 부담스러운 주택 가격을 피해서 주변 도시에서 빅토리아풍의 3층짜리 거대한 주택을 눈여겨본다. 2여 년 동안 돈을 모아서 주택을 구입하면서 두 사람이 꿈꾸는 가족이 시작된다. 많은 아이를 낳고 가정적인 남편이 되는 이상적인 가족을 의미한다. 첫째가 태어나고 둘째, 셋째, 넷째까지 빠르게 임신을 하면서 아내는 체력이 많이 소진된다. 지친 아내를 살피지 못하는 남편, 쉬지 않고 출산과 임신을 반복적으로 생활하면서도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아내가 있다.




육아와 가사노동은 혼자의 힘으로 감당하지 못하여 어머니의 도움을 받는다. 매년 가족들과 파티가 이 집에서 여러 차례 열리고 수많은 방과 가족들의 생활비용까지도 감당하는 것도 이 부부와 시아버지의 몫이 된다. 부자인 시아버지는 수표를 매년 이 부부에게 주면서 재정적 지원을 지속한다. 많은 인원을 감당한 요리와 장보기는 누가 했는지 직시한다. 가장 힘든 일인 장보기와 요리는 이 부부가 결코 한 적이 없었다. 이 부부는 자신들의 계획인 아이들을 계속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에만 충실하였다. 부가적인 재정적인 지원은 시아버지, 가사노동과 어머니 역할과 가사 노동은 친정어머니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






결혼은 독립적인 가정이다. 하지만 성인인 두 사람은 온전히 두 다리로 서있지도 못하면서 계속 출산을 거듭한다. 주변 가족들은 우려하면서 조언을 하지만 아내는 이들의 충언을 멸시와 조롱으로 받아들인다. 연이어 다섯째 아이가 임신하면서 그녀의 내면과 육체는 더욱 힘겨워진다. 불안과 고통의 8개월이 연속되면서 아이는 태어난다. 거대한 아이 벤이 태어난 것이다. 임신기간에도 남달랐던 움직임으로 임신기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던 임산부였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는 어떤 진단도 내리지 않는다. 아내는 홀로 힘겨운 8개월을 기억하고 경험하게 된다. 11파운드로 태어난 벤의 성장 속도도 괴물스럽게 전해진다. 산모의 젖은 멍이 들어있다. 아기가 먹는 양과 흡입력은 산모를 소진시킨다. 결국 벤은 다른 아이와 다르게 모유 수유를 빠르게 중단하게 된다.




정상적인 성장 속도를 넘어서면서 가족들은 벤을 평범한 아기로 보지 않는다. 생김새와 먹성, 애착을 보이지 않으며 말도 하지 않는 아기이다. 차가운 눈을 주시하게 한다. 집안의 개와 고양이 죽음을 벤과 연관성이 있음을 모두가 인정하면서 함묵하게 된다. 4명의 아이들은 벤을 두려워한다. 잠들기 전에 아이들은 방문을 잠그기 시작한다. 가족들이 모이는 파티에는 점점 모이는 가족들이 줄어든다. 벤을 직접 보고 동물들의 죽음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가정은 행복한 가정인가. 이 부부는 행복한 가족을 유지하고 지속할 수 있을까. ​


너희 둘은 마치 모든 것을 움켜잡지 않으면

그것은 놓쳐 버릴 것이라고

믿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구나 23


모두 스스로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

자신도 휴식이 필요했다.(도로시) 46


나도 너희들과 사라의 하녀로

일생을 마칠 생각은 없다.(도로시) 48




벤은 위협적이다. 이들을 모두 두렵게 만든다. 야생적인 모습들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닭고기를 생식하는 모습, 영화의 줄거리를 말하지 못하는 모습, 자신의 이름만 읽고 쓰는 아이, 힘이 놀라울 정도로 센 아이이며 싸우는 아이이다. 학습되지 않고 야생적 본성을 유지하는 아이는 사회적인 모든 것을 답습하지 못한다. 결국 가족들의 합의로 요양소로 보내진 아이는 어떤 일들을 경험할까. 주사기와 약물, 구속복, 굶주림이 벤과 함께 한다. 모성에 의해 홀로 벤을 다시 데리고 온 엄마는 아이들과 가족들, 남편에게서도 외톨이가 된다. 벤을 두려워하면서도 불쌍하다고 느끼며 외계인처럼 느끼고 있는 엄마이다. 공포감을 주는 말로 벤을 통제하면서 곁에 두고 감당하지 못하는 벤을 타인인 존의 일당들에게 보수를 주면서 벤과 함께하도록 유도한 부모이다.





부부의 양육 태도는 일반적이지 않다. 결국 아이들은 뿔뿔이 해체된다. 해체되고 자생적인 삶을 선택한다. 유일하게 부부의 집에서 생활하는 아이는 넷째인 폴이다. 폴은 신경질적인 아이가 된다. 온전하게 엄마와 애착 시기를 보낼 놓친 아이임을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이 부부가 가진 것들과 놓쳐버려서 잃어버린 것들이 두드러지는 소설이다. 거대한 주택은 존재하지만 텅 비어버린다. 텅 빈 방들, 호텔 같은 많은 방들은 더 이상 가치를 잃어버린다. 아이들도 더 이상 부부를 찾아오지도 않는 거리감만 존재한다. 행복한 가정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확고하게 고집스러움으로 밀어붙인 다자녀 가정의 행복은 어디로 날려버렸는지 보여준다.



돈에 대한 편안함

그들이 함께 했던 인생을 특징 지었다.

부자의 삶은 번지르르하고 너무 쉬웠다. 21



권력을 가진 의사와 선생님, 전문가와의 상담시간은 효용성이 있었는지도 보여준다. 그 누구도 벤을 그대로 평가하지 않았던 이들로 인해 이 부부는 벤을 어떻게 키웠는지 보게 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겪게 되는 가족들의 혼돈과 당혹스러움, 모성애와의 충돌, 죽음 앞으로 당겨놓는 사회적 시스템과 죄책감은 무수히 충돌된다. 가족의 행복을 선택하지 못한 대가는 처참하다. 또 다른 아이가 보여준 성향과 어울리는 집단은 이질감으로 그려진다. 길을 잃어버린 이 가족 이야기는 지금도 누군가의 이야기이며 정답이 없는 선택으로 남겨지게 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다. 꽤 흥미롭게 읽은 소설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도 관심이 간다. 술술 읽혀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소설이다.



전쟁과 폭동,

살인과 비행기 납치,

살인과 강탈과 유괴... 1980년대.

야만적인 80년대가 본 궤도에 올랐고

(폴은) 텔레비전을 보면서

그런 양분을 먹고 자라는 것 같아 보였다.

이 가족의 생활패턴이 정해졌다.

미래의 패턴도 그럴 것이었다.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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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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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을 가슴속에 담고 살아가는 소년이 있다. 여름을 싫어하는 아이. 자신을 괴롭히는 뜨거운 여름을 한 입 베어 물고 친구의 아픈 마음을 치유해 주는 소녀가 있다. 더 이상 친구를 괴롭히지 않도록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어준 소녀를 만나는 청소년 소설이다. 작가의 신작이라 머뭇거림 없이 냉큼 구매한 소설이다.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 아니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만나는 소설이다. 기대해도 좋을 소설이다. 웃기도 하고 함께 슬퍼하기도 하며 만나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17살의 여학생과 18살의 남학생이 있다. 그 시절의 어린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임신 소식에 당황하게 된다. 아이를 출산하고자 마음을 먹고 소녀는 마을에서 사라진다. 아이를 홀로 키워낸 엄마는 젊은 엄마가 되어 딸을 17살이 되도록 키워낸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닥친 불행에 소녀를 자신의 고향인 마을로, 아이의 아빠에게 보내게 된다. 혹시나 생존율이 나빠져서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정된 통보이다. 아이와 상의도 없이 전학 처리하고 보내진 아이는 엄마에게서 버려졌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알지도 못하는 아빠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소녀는 매몰차게 아빠에게 고통을 주고자 마음먹게 된다.


 뺨에 슬픔이 묻어나고 고독이 눈가에 가득 고인다. 62


갑작스러운 불의의 사고로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리기 시작한 소년이 있다. 아무도 그 사실을 믿어주지 않는다. 할머니와 살아가는 이 소년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많은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게 되면서 소음에 시달리게 된다. 그 소음이 싫어서 이어폰을 끼고 생활한다. 전학을 온 소녀에게서는 속마음이 들리지 않는다. 더불어 주변의 모든 속마음도 사라지게 한다. 이 소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떤 이유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궁금해서 소녀를 관찰하게 된다.


주유라는 유도부 친구도 인상적이다. 유찬이라는 소년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유일하게 유찬의 곁에서 친구의 자리를 지켜준 아이이다.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유찬에게 변함없이 다가서는 아이이다. 유찬의 할머니가 장례식장에서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유찬은 나중에 이해하게 된다. 분노와 적의가 가득했던 소년의 가슴이 더 이상 뜨겁게 타오르지 않도록 기다린 할머니이다.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보살핌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마을 사람들의 흉터 자국들이 왜 생겨난 것인지 의문을 가지면서 알아내는 소녀의 집요함과 노력 덕분에 오해가 풀어지게 된다. 소년이 기억하는 그날의 속마음에 대한 의문도 해결되게 된다.


무너질 걸 두려워하면 어떻게 블록을 쌓을 수 있느냐고.

무너지면 다시 튼튼하게 쌓으면 되지 않느냐고 150

내 온 마음을 다하는 순간부터 세상은 변하기 시작한다는 거...

그걸 절대로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171


죽음도 존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도 존재한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자식을 살려낸 부모님의 마음과 마을 사람들의 하나 된 마음들이 전해지게 된다. 혼자라고만 생각하였던 날들, 불행한 나날을 보낸 소년에게 더 이상 불행하지 않도록 입김을 불어넣어준 소녀가 있다. 온 마음을 다해서 변화되는 것들을 하나씩 그려보게 하는 소설이다. 자책하면서 스스로 불행하도록 살아가는 새별이의 모습과 지옥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용서가 되지 않았던 유찬의 고뇌도 전해지는 소설이다.


속마음을 듣는 놀라운 기적이 결코 행복한 것만이 아님을 알게 된다. 평안과 위안을 주고자 노력하는 소녀와 그들의 가슴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모습들에도 미소를 짓게 한다. 유도부에서 새별이를 상대로 유도 연습을 하는 선배가 있다. 그것은 연습이 아니라 일방적인 폭행이라고 전해진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보이는 횡포들이다.


그건 괴롭힘이었고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그런 건 유도가 아니었다. 102


마음이 아픈 아이가 있다.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마음의 상처는 보지 못한다. 그 아이의 상처를 보기 시작하는 소녀가 있다. 그리고 그 상처를 외면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고 치유해 주는 소녀의 노력은 헛된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 있는 뜨거운 여름들을 한 입 베어 물어줄 소설이다. 위안을 주는 이야기이다.


나도 아파 죽겠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이 멍투성이인데

아무도 보지 못해.

아프다고, 힘들다고 소리를 지르는데 아무도 못 들어. 104

주유의 실없는 농담과 한가한 주말에 공기,

그리고 하지오. 저 아이가 기적처럼 나를 평범하게 만든다. 76

불쌍해 죽겠다며 가식적인 소리를 해 될 때,

값싼 동정이 나를 얼마나 초라하게 만드는지 깨달아야 했다.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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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아래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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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실로 헤어진 두 사람이 있다. 오늘의 날씨조차도 우리는 확신할 수 없듯이 어떤 일들이 우리들에게 일어날지도 아무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짐작조차도 하지 못한 일, 상상조차도 하지 않았던 일이 두 사람에게 일어나면서 헤어지는 것을 선택한 두 사람이다.






상대를 무수히 그리워하는 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게 되면서 하나씩 노력하는 흔적들이 메일로 전해진다. "우리는 누구도 그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낸 적이 없다." ( 51쪽)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알지만 우리들은 쉽게 제자리로 돌아서기가 힘겨워하는 이들도 있다. 미용실 이모가 보낸 해피라는 개의 죽음도 다르지가 않다. 먼저 상실을 경험한 그녀는 이모를 매일 함께 한다. 그렇게 서로 의지하면서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발걸음을 수놓는다.

반면 가족의 죽음에도 그렇게 슬퍼하지 않는 이들도 존재한다. 살아있을 때 정을 나누지 못하고 거리감을 가진 이의 죽음에게서 모두가 슬퍼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상황들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소개된다. 죽음과 상실이 존재하지만 남겨진 이들에게 깊고도 오랜 시간 남기는 상흔이 존재하기도 한다. 때로는 가족이 해체되기도 한다. 견디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괜찮아지기 위해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는 선택이다. 소설의 두 사람은 그러한 몸부림을 소리없이 삼키면서 매일 이겨내는 중이다. 서로가 함께 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기에 그리워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내는 연습들을 하기 시작한다.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좋은 사람이 될 줄 알았어요.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면 

평범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101



어머니의 죽음으로 일중독 증세를 보인 인물도 있다. 좋은 사람이 되고자 일을 더 많이 하였던 인물이다. 더 많은 일을 하면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졌던 사람이다. 어머니가 보였던 눈물의 의미가 너무나도 크게 각인되어 버려서 일을 더 많이 하였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진다. 서툰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현대인들을 보는 기분이다. 모두가 학원에 다니다 보니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환희라는 아이도 눈에 들어온다. 할아버지는 요양원에 있고 할머니만 남아서 환희 걱정을 하는 할머니는 요리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환희가 요리한 음식들을 먹고, 환희가 건네준 휴지로 눈물을 닦는 어른이 있다.



독립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으로 읽은 소설이다. 잔잔하게 인물들의 일상들이 전해진다. 먹고 마시고 걷고 뛰면서 동네 사람들과 나누는 많은 대화들과 상황들은 모두가 잔잔하게 흐른다. 중고 물품들이 거래되는 가게에서의 다양한 손님들의 사연들과 응대하는 직원의 태도도 기억 속에 자리잡는다. 어두운 시골의 밤길에 위험하지 않도록 랜턴 불빛을 비추고자 천천히 걸어가는 이들의 배려와 사랑은 소리 없고 표시나지도 않는 사랑이 된다.

드러내고 보이는 사랑도 있지만 보여주지 않지만 실천하고 있는 은은한 사랑들도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소설에서 만난다. 이 소설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서로를 보살피고 돌본다. 어린아이가 울고 있는 어른을 보살피고 어린아이가 외롭게 살아가지 않도록 어른들이 살핀다. 옆집 할아버지의 깨진 유리도 치워주는 사람들, 상실로 인해 살아가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보살피는 움직들이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메리골드 만수국의 꽃말이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한다. 천수국의 꽃말은 "헤어진 친구에게 보내는 마음, 이별의 슬픔"이라고 한다. 장미씨가 심을 메리골드는 어떤 꽃일까. 슬픔에 머무르면서 침식되지 않도록 매일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행복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응원을 듬뿍하게 되는 소설이다. 모두 편안해지기를...

우리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야만 자유로워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우리가 괜찮았으면 좋겠어.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순간을

정말 괜찮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196


이모와 함께 있어 덜 힘들다. 186


왜 다 갔을까. 넌 괜찮니? 아니오. 184


요즘은 자는 것이 좀 어떤가요?

숙면을 걱정해 주는 건 사랑이라던데. 176


사람들하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그게 참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게 제일 어렵더라며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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