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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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을 가슴속에 담고 살아가는 소년이 있다. 여름을 싫어하는 아이. 자신을 괴롭히는 뜨거운 여름을 한 입 베어 물고 친구의 아픈 마음을 치유해 주는 소녀가 있다. 더 이상 친구를 괴롭히지 않도록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어준 소녀를 만나는 청소년 소설이다. 작가의 신작이라 머뭇거림 없이 냉큼 구매한 소설이다.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 아니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만나는 소설이다. 기대해도 좋을 소설이다. 웃기도 하고 함께 슬퍼하기도 하며 만나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17살의 여학생과 18살의 남학생이 있다. 그 시절의 어린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임신 소식에 당황하게 된다. 아이를 출산하고자 마음을 먹고 소녀는 마을에서 사라진다. 아이를 홀로 키워낸 엄마는 젊은 엄마가 되어 딸을 17살이 되도록 키워낸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닥친 불행에 소녀를 자신의 고향인 마을로, 아이의 아빠에게 보내게 된다. 혹시나 생존율이 나빠져서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정된 통보이다. 아이와 상의도 없이 전학 처리하고 보내진 아이는 엄마에게서 버려졌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알지도 못하는 아빠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소녀는 매몰차게 아빠에게 고통을 주고자 마음먹게 된다.


 뺨에 슬픔이 묻어나고 고독이 눈가에 가득 고인다. 62


갑작스러운 불의의 사고로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리기 시작한 소년이 있다. 아무도 그 사실을 믿어주지 않는다. 할머니와 살아가는 이 소년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많은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게 되면서 소음에 시달리게 된다. 그 소음이 싫어서 이어폰을 끼고 생활한다. 전학을 온 소녀에게서는 속마음이 들리지 않는다. 더불어 주변의 모든 속마음도 사라지게 한다. 이 소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떤 이유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궁금해서 소녀를 관찰하게 된다.


주유라는 유도부 친구도 인상적이다. 유찬이라는 소년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유일하게 유찬의 곁에서 친구의 자리를 지켜준 아이이다.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유찬에게 변함없이 다가서는 아이이다. 유찬의 할머니가 장례식장에서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유찬은 나중에 이해하게 된다. 분노와 적의가 가득했던 소년의 가슴이 더 이상 뜨겁게 타오르지 않도록 기다린 할머니이다.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보살핌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마을 사람들의 흉터 자국들이 왜 생겨난 것인지 의문을 가지면서 알아내는 소녀의 집요함과 노력 덕분에 오해가 풀어지게 된다. 소년이 기억하는 그날의 속마음에 대한 의문도 해결되게 된다.


무너질 걸 두려워하면 어떻게 블록을 쌓을 수 있느냐고.

무너지면 다시 튼튼하게 쌓으면 되지 않느냐고 150

내 온 마음을 다하는 순간부터 세상은 변하기 시작한다는 거...

그걸 절대로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171


죽음도 존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도 존재한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자식을 살려낸 부모님의 마음과 마을 사람들의 하나 된 마음들이 전해지게 된다. 혼자라고만 생각하였던 날들, 불행한 나날을 보낸 소년에게 더 이상 불행하지 않도록 입김을 불어넣어준 소녀가 있다. 온 마음을 다해서 변화되는 것들을 하나씩 그려보게 하는 소설이다. 자책하면서 스스로 불행하도록 살아가는 새별이의 모습과 지옥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용서가 되지 않았던 유찬의 고뇌도 전해지는 소설이다.


속마음을 듣는 놀라운 기적이 결코 행복한 것만이 아님을 알게 된다. 평안과 위안을 주고자 노력하는 소녀와 그들의 가슴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모습들에도 미소를 짓게 한다. 유도부에서 새별이를 상대로 유도 연습을 하는 선배가 있다. 그것은 연습이 아니라 일방적인 폭행이라고 전해진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보이는 횡포들이다.


그건 괴롭힘이었고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그런 건 유도가 아니었다. 102


마음이 아픈 아이가 있다.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마음의 상처는 보지 못한다. 그 아이의 상처를 보기 시작하는 소녀가 있다. 그리고 그 상처를 외면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고 치유해 주는 소녀의 노력은 헛된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 있는 뜨거운 여름들을 한 입 베어 물어줄 소설이다. 위안을 주는 이야기이다.


나도 아파 죽겠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이 멍투성이인데

아무도 보지 못해.

아프다고, 힘들다고 소리를 지르는데 아무도 못 들어. 104

주유의 실없는 농담과 한가한 주말에 공기,

그리고 하지오. 저 아이가 기적처럼 나를 평범하게 만든다. 76

불쌍해 죽겠다며 가식적인 소리를 해 될 때,

값싼 동정이 나를 얼마나 초라하게 만드는지 깨달아야 했다.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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