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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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실로 헤어진 두 사람이 있다. 오늘의 날씨조차도 우리는 확신할 수 없듯이 어떤 일들이 우리들에게 일어날지도 아무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짐작조차도 하지 못한 일, 상상조차도 하지 않았던 일이 두 사람에게 일어나면서 헤어지는 것을 선택한 두 사람이다.






상대를 무수히 그리워하는 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게 되면서 하나씩 노력하는 흔적들이 메일로 전해진다. "우리는 누구도 그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낸 적이 없다." ( 51쪽)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알지만 우리들은 쉽게 제자리로 돌아서기가 힘겨워하는 이들도 있다. 미용실 이모가 보낸 해피라는 개의 죽음도 다르지가 않다. 먼저 상실을 경험한 그녀는 이모를 매일 함께 한다. 그렇게 서로 의지하면서 하루하루를 이겨내는 발걸음을 수놓는다.

반면 가족의 죽음에도 그렇게 슬퍼하지 않는 이들도 존재한다. 살아있을 때 정을 나누지 못하고 거리감을 가진 이의 죽음에게서 모두가 슬퍼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상황들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소개된다. 죽음과 상실이 존재하지만 남겨진 이들에게 깊고도 오랜 시간 남기는 상흔이 존재하기도 한다. 때로는 가족이 해체되기도 한다. 견디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괜찮아지기 위해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는 선택이다. 소설의 두 사람은 그러한 몸부림을 소리없이 삼키면서 매일 이겨내는 중이다. 서로가 함께 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기에 그리워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내는 연습들을 하기 시작한다.

일을 더 열심히 하면 좋은 사람이 될 줄 알았어요.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면 

평범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101



어머니의 죽음으로 일중독 증세를 보인 인물도 있다. 좋은 사람이 되고자 일을 더 많이 하였던 인물이다. 더 많은 일을 하면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졌던 사람이다. 어머니가 보였던 눈물의 의미가 너무나도 크게 각인되어 버려서 일을 더 많이 하였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진다. 서툰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는 현대인들을 보는 기분이다. 모두가 학원에 다니다 보니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환희라는 아이도 눈에 들어온다. 할아버지는 요양원에 있고 할머니만 남아서 환희 걱정을 하는 할머니는 요리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환희가 요리한 음식들을 먹고, 환희가 건네준 휴지로 눈물을 닦는 어른이 있다.



독립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으로 읽은 소설이다. 잔잔하게 인물들의 일상들이 전해진다. 먹고 마시고 걷고 뛰면서 동네 사람들과 나누는 많은 대화들과 상황들은 모두가 잔잔하게 흐른다. 중고 물품들이 거래되는 가게에서의 다양한 손님들의 사연들과 응대하는 직원의 태도도 기억 속에 자리잡는다. 어두운 시골의 밤길에 위험하지 않도록 랜턴 불빛을 비추고자 천천히 걸어가는 이들의 배려와 사랑은 소리 없고 표시나지도 않는 사랑이 된다.

드러내고 보이는 사랑도 있지만 보여주지 않지만 실천하고 있는 은은한 사랑들도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소설에서 만난다. 이 소설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서로를 보살피고 돌본다. 어린아이가 울고 있는 어른을 보살피고 어린아이가 외롭게 살아가지 않도록 어른들이 살핀다. 옆집 할아버지의 깨진 유리도 치워주는 사람들, 상실로 인해 살아가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보살피는 움직들이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메리골드 만수국의 꽃말이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한다. 천수국의 꽃말은 "헤어진 친구에게 보내는 마음, 이별의 슬픔"이라고 한다. 장미씨가 심을 메리골드는 어떤 꽃일까. 슬픔에 머무르면서 침식되지 않도록 매일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행복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응원을 듬뿍하게 되는 소설이다. 모두 편안해지기를...

우리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아야만 자유로워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우리가 괜찮았으면 좋겠어.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순간을

정말 괜찮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196


이모와 함께 있어 덜 힘들다. 186


왜 다 갔을까. 넌 괜찮니? 아니오. 184


요즘은 자는 것이 좀 어떤가요?

숙면을 걱정해 주는 건 사랑이라던데. 176


사람들하고 사이좋게 지내라고...

그게 참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게 제일 어렵더라며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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