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화질] 시끌별 녀석들 34 (완결) 시끌별 녀석들 34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DCW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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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namu.wiki/w/%EC%8B%9C%EB%81%8C%EB%B3%84%20%EB%85%80%EC%84%9D%EB%93%A4

 

 

 

 

 

타카하시 루미코가 1978년부터 1987년까지 총 전 34권으로 완결을 낸 주간 소년 선데이에 연재한 첫 장편 만화. 타카하시 루미코가 대학생이었던 1978년에 만화 콘테스트에 입상하면서 약 2년간 띄엄띄엄 비정기 연재를 하다가 대학 졸업 후 1980년부터 프로 만화가로 정식 데뷔하여 소년 선데이에 본격적으로 연재를 하기 시작했다. 1980년에 제 26회 소학관 만화상을 수상하였으며 1980년대를 대표하는 만화로 일컬어진다.” 는 식으로 이 만화-코믹스를 말한다면 너무 건조한 방식이겠지만 어떤 만화인지 알기 위한 가장 알맞은 시작일 것 같다.

 

이 만화를 타카하시 루미코의 최고작으로 꼽는 사람도 있고, 이것 때문에 지금의 모에 문화(난 아직도 이게 뭔지 잘 모르겠다)가 가능했다는 평가도 있어 여전히 언급되고 있는 만화이기도 하다. 좀 사후적인 평가인 것 같지만 지금 보니 이런 저런 식으로 여전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식이랄까?

 

매우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메인으로 내세워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와 함께 소년 선데이에 연재되면서, 소년들을 비롯한 남성 독자들에게 연애만화란 장르를 소개시켜준 최초의 작품이다. '우루세이 야츠라''터치' 이전까지 소년들은 남녀 간의 연애를 그린 로맨스물이 있더라도 남자가 여자에게 반해서 헤헤거리는 건 남자답지 않다.’ 라고 해서 읽지도 보지도 않았다니 이 만화가 발표된 시대(1978 - 1987)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것 역시 나중에야 알게 된 사람이 하는 뒤늦은 평가일 것이고.

 

대부분의 작품은 남성이 주로 메인이며 여성 캐릭터는 부가적이고 수동적인 역할이었기 때문에 울트라맨 에이스나 투장 다이모스처럼 여성의 비중을 높인 창작물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리고 소녀들은 외계인과 도깨비들이 나오는 개그만화나 야구만화를 읽지 않았다. 이 작품은 그 중간 단계를 제시함으로서 남성과 여성이 모두 읽는 러브 코미디란 장르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고 오늘날 일본에 러브 코미디라는 장르가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맞다면 얼마나 이 만화가 중요한지 몇 번을 말해도 과하진 않을 것 같다. 일종의 기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원형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도 그렇기도 하고.

 

개성 만점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여 왁자지껄한 소동을 벌이는 개그 만화로 루미코의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별의별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개성에 따라 온갖 소동을 일으키는 내용이 전부라 이런 식의 만화에 흥미가 없다면 이게 왜 여전히 인기가 있는지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건담과 함께 1980년대의 일본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만화이기 때문에 이걸 몰라서는 일본의 1980년대를 알 순 없을 것이다.

 

오늘날 러브 코미디나 패러디물의 원형. 여주인공 격인 라무의 독특한 캐릭터성으로 인해, 이 작품을 모에열풍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는 말에 보게 됐다. ‘메종일각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루미코의 다른 만화도 보고 싶기도 했고. 가장 큰 이유는 애니메이션 시끌녀석들을 보기 전 원작을 먼저 보고 싶어서였다.

 

루미코의 데뷔작이라 초반 작화는 좀 촌스럽고 이야기 역시 정돈되지 않고 난잡해 보이지만 점점 그림체도 그렇고 개그 역시 이상한 방향으로 오버하는 감 없이 많이 안정되어 그녀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걸 최고로 꼽는 이유를 알게 되기도 한다.

 

연재 초창기에는 아타루, 시노부, 라무의 시끌벅쩍한 삼각관계의 러브 코미디가 중심이 되어 아타루를 중간에 두고 시노부와 라무의 줄다리기가 상당했지만, 연재가 진행될수록 그런 러브 코미디적인 요소보다는 에피소드 나열식의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요소가 부각되어 간다. 그도 그럴것이 너무나도 개성적인 히로인이었던 라무의 인기가 삼각관계의 또 다른 한축이었던 시노부를 압도하여 삼각 관계 러브 코미디물로서의 균형이 흔들려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시노부는 1화 첫 페이지부터 얼굴을 내밀어 당당히 메인 히로인으로 출발했지만, 번개 쏘는 외계 도깨비 소녀라는 개성적인 라이벌에게 밀린 끝에 리타이어하여 어찌어찌 괴력 소녀라는 기믹을 얻어 슬랩스틱 난장판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조연으로 추락하고 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루미코가 어떤 식으로 다양한 등장인물을 다뤄야 할 것인지 깨닫기도 했을 것 같다. 이 만화 이후를 생각한다면 홀대되거나 낙오되는 등장인물이 없기도 했고. 첫 만화가 이런 수준의 완성도라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40여년 전에 나온 매우 오래된 작품이지만 요즘의 덕후들이 보아도 혹할 만한 게, 요즘의 모에 요소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금 주류의 씨앗이 어땠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이걸 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얼마나 변한 것이 없는지도 느끼게 된다.

 

햇수로만 쳐도 이제 40년이 넘어가는 만화, 애니메이션이지만 수많은 만화, 애니메이션계의 클리셰를 창조해낸 작품이니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 같아 보게 됐다. 아주 재미나다 말하진 못하겠지만 점점 볼만하게 되어간다는 점에서 루미코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원작을 본 다음에 TV 애니메이션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보긴 했지만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시이 마모루가 참여하기도 해서 여러 가지로 유명한 TV 애니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애니메이션만 좋다는 사람들도 꽤있다니 애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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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 승효상의 건축여행
승효상 지음 / 안그라픽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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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알게 된 것은 짧은 특강을 통해서였다. 2-3시간 정도의 강의였지만 인상적이었고 울림이 있었다. 한창 건축에 관심이 높았을 때 접해서인지 여전히 기억난다. 건축 쪽에서는 무척 이름 높고 알려진 분이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됐다. 글재주도 있어 책을 통해서도 유명하다는 건 더 나중에야 알았다. 발표한 책들 중 건축, 사유의 기호만 읽었고 강의나 책이나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게으름 때문에 더 많이 읽진 못했다.

 

간간히 온라인을 통해서 저자의 활동을 접하던 중 우연하게 구하게 된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제목부터 저자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었다. 내용도 그렇지만. 일간지에 발표한 글을 중심으로 그간 여러 지면에 연재했던 글들과 이전의 기록들을 묶어서 새롭게 정리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지금까지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설파해 온 승효상의생각이 잘 담겨져 있다. “간결하고 담담히 써내려 간 문장 안에 담긴 사유의 묵직함은 오랜 여운을 남기고 있다지만 간결과 담담보다는 고민과 고심이 더 묻어난다고 본다. “여행길에서 만난 건축과 그것이 이루는 삶의 풍경들을 기록한내용이고 관심 높은 건축이나 장소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건축과 공간 그리고 삶의 태도를 반복해서 말해주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돌림노래 같다고 말할지도 모르고 한국 사회의 잘못된 점에 대한 날선 비판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너무 호된 꾸지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틀린 말 아니니 뭘 어떻게 고쳐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빈자의 미학이라는 건축철학을 내세우며 지금 우리가 뿌리내리고 사는 집과 도시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건축과 건강한 도시인지를 함께 성찰하고, 건축가로서의 모습 보다는 어떤 실천을 고민하는종교적 분위기가 가득한 수도록이라는 느낌이 커 다른 사람들은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해진다.

 

우리가 어떤 건축을 지향하고 어떤 도시에서 살아야 할지 담담하지만 안타까움을 담은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담담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많이 느껴진다. 어렵게 쓴 내용도 아니고 사진도 많이 수록되어 있어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안에 담겨져 있는 고민과 생각은 오랜 시간 끝에 내린 결론이겠지만 술술 읽힌다.

 

바른 건축 공부란 우리 삶의 형식에 대한 공부여야 한다. 따라서 건축을 굳이 장르로 구분한다면 그것은 인문학이다. 그리고 삶의 실체를 그려야 하는 건축가에게 가장 유효한 건축 공부 방법이 바로 여행이라는 생각 속에서 정리된 글이라 견문록이라 할 수 있고 그 견문을 통해 쓰여진 명상록이기도 할 수 있다. 반복하지만 수도록이기도 할 것이고.

 

국내외 여러 곳을 알려주고 있으며 다른 건축가들이 잘 다루지 않는 곳들도 꽤 있어 건축가들의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중복된 것도 그리고 새로운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원한 기분으로 읽히기 보다는 방황과 고민 끝에 써진 글이고, 감탄도 있지만 개탄도 많아 읽는 사람에 따라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식의 글도 좋아해서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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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무늬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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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발표한 책들 중 서얼단상과 함께 구입해서 읽게 된 자유의 무늬는 비슷한 시기(2002)에 발표됐지만 담겨져 있는 내용이나 다루는 방식이 조금은 다른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서얼단상'한 전라도 사람의 세상 읽기'라는 부제처럼 직접 얼굴을 내미는 사적(私的) 언술로 이뤄진느낌이 크다면, “각종 매체에 연재하거나 실었던 짧은 글을 묶고 있는 자유의 무늬는 저자의 평소 글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익숙하게 읽혀진다. 쉽게 말해서 칼럼니스트다운 글쓰기를 보여준다. , 자신만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일간지, 주간지 등에 실린 글이고 다루는 주제도 (아마도) 그때그때마다 관심 가는 것들을 다뤄서인지 무척 다양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저자의 박학함과 넒은 관심을 알 수 있으며 저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있어 공감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다른 생각을 한다면 읽어가며 입이 근질거리게 될 것 같다. 혹은 건성으로 책을 넘기거나.

 

저자의 생각에 크게 반박하고 싶진 않은 사람이고, 아예 고민조차 해본 적 없는 논의가 많아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며 읽었다. 모르는 게 많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조금은 알아가야겠지.

 

시기적으로 너무 뒤늦게 읽어 지금과는 어울리지 않는 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읽어 볼만 했다. 세월이 흘렀음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흘렀어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좀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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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신장판 1~42 세트 - 전42권 - 완결
토리야마 아키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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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namu.wiki/w/%EB%93%9C%EB%9E%98%EA%B3%A4%EB%B3%BC

 

 

 

 

정말 오랜만에 드래곤볼을 다시 봤다. 요즘 말을 쓰면 정주행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다시 본 건 아니지만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재미나다. 마인 부우 편이 항상 거슬리고 인조인간 17, 18호와 셀 편으로 끝냈다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것만 눈감아 준다면(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만화-코믹스로 언제나 꼽을 것 같다. 만화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재미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해줬고 확신하게 해줬다.

 

처음 봤을 때를 떠올리며 다시 보게 된다. 당시는 아직 연재 중이었다. 매주 어떤 식으로 이야기일지 두근거리며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크리링이 죽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던 순간이 생각난다. 손오공이 죽는 모습에 놀라워했던 기억도 나고. 베지터나 프리저의 막강함에 전율했었고, 인조인간과 셀의 등장에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 것인지 긴장감 가득 본 시절이 아직도 여전하다. 잊지 못할 것이다. 마인 부우 편에 대한 실망감 또한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왜 그런 식으로 만들어서...

 

이런저런 여러 추억들이 많고 어렸을 때 기억도 함께 나서인지 앞으로도 이걸 최고로 꼽을 것 같다. 그리고 슬램덩크나 몇몇 만화들이 함께 생각난다.

 

토리야마 아키라 鳥山明

 

농담처럼 한자 그대로 읽어 조산명 선생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는 것 같다. 어렸을 때 토리야마 아키라는 말 그대로 만화의 신이었다. ‘닥터 슬럼프드래곤볼을 만들었으니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냥 신이었다.

 

그의 상상력과 연출,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에 감탄했다. 손오공이 초사이어인으로 변했을 때의 놀라움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피라후 편

21회 천하제일무도회 편

레드리본군 편

점쟁이 바바 편

22회 천하제일무도회 편

피콜로 대마왕 편

23회 천하제일무도회 편

사이어인 편

프리저 편

인조인간 편

마인 부우 편

 

나루토블리치혹은 원피스와 같은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끈 만화와 비교해도 40권이 조금 넘는 분량에서 무척 많은 이야기가 진행됐다. “특유의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진행때문이고 대충 캐릭터만 알고 있으면 아무 권이나 집어 들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기 시작해도 금세 재미를 느끼고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질구레한 떡밥과 의문점은 전혀 질질 끌지 않고 몇 에피소드 내에 바로 해소시킨다. 그만큼 과거 회상이 없다 시피하고, 과거의 일에 대해 별로 연연하지 않고, 기술 설명이나 기술을 얻은 경위를 간소하게 처리한다. 드래곤볼 이후 원나블로 대표되는 소년만화들이 과거 회상이나 기술 설명 등에 목매여서 심할 때는 전개의 맥을 끊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덕분에 만화 전개의 속도감이 굉장히 뛰어나 독자들이 빨려 들어가다시피 만화에 몰두하게 만들어 손에 쥐면 끝까지 봐야지 직성이 풀리게 만든다.

 

여전히 마인 부우 편만 없었으면 더 위대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나 좋아하는 편은 레드리본군 편이었고 사이어인 편부터 인조인간 편까지의 긴박감과 속도감 있는 전개는 어떤 것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흡인력을 보여준다.

 

완결이 된 다음이 아닌 연재 중에 봤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가는 만화인 것 같다. 추억놀이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때때로 이걸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만화가 올라설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드래곤볼은 항상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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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2020-06-16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래곤볼에서 모든게 멈췄다면 인조인간편에서 끝내는것도 좋았을것입니다. 그러나 세계관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마인부우편이 필수적입니다.

배군 2020-06-16 08:45   좋아요 0 | URL
그렇게도볼수있겠네요.
감사합니다.
 
서얼단상 - 한 전라도 사람의 세상 읽기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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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에 관심이 많아 구해지면 곧장 읽었지만 이건 조금은 고민하게 됐다. 2002년에 출판됐고 그 당시에 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라 읽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읽을 만한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에 읽어봤고 지금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구석도 있었지만 아주 실망스럽진 않았다. 만약 그 시절에 읽었다면 좀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긴장감도 느껴졌을 것 같고. 이제야 읽게 되니 그때의 치열함이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나? 라는 물음도 생기고.

 

시기적으로는 근 20년 전의 글이라 느슨한 기분으로 읽게 된다. 마치 과거를 회고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게다가 그때는 저자가 거론하는 문제의식에 대해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생소하게 느껴지게 된다. 시대에 대한 단상도 그렇지만 서평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는 책 중 읽은 게 거의 없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게 될 때도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저자의 글쓰기에 관심이 커서인지 그럼에도 읽어 볼만 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읽어도 때늦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적었다. 전라도에 대한 복잡한 심정-자의식을 다루는 1부는 여전히 쉽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을 무척 자세히 다루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때때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경우만 있을 뿐 언제라도 떠오를 수 있는 문제라 본다. 잊을만하면 꺼내지는 문제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개인적인 경험과 입장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점을 잘 포개고 있다. 불만스럽게 읽는다면 너무 예민하다고 말하거나 피해의식으로 가득하다는 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서얼단상에는 조선일보에 관한 비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러 방식으로 비판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지금도 나아진 점 없이 종합편성채널까지 만들어 좀 더 영역을 넓힌 상황이라 그때의 답답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어디서부터 바꿔나갈 수 있을까? 좋아진 부분은 생각나지 않고 나빠진 점만 떠올려진다.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를 그때는 좀 더 치열하게 다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다른 질문을 해보게 된다. 그 치열함이 어떻게 식은 것일까? 그게 아니면 패배한 것일까?

 

그 외의 논의들은 앞서 말한 전라도, 조선일보와 함께 엮어서 다룰 때도 있지만 저자의 예민한 감각 속에서 들여다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생각해보면 2002년은 뭐든 시끄러웠고 이런 식의 글에 괜한 열중을 하던 시대라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가며 읽게 된다.

 

항상 비슷한 감수성과 감각을 보여준 저자의 글이지만 다른 저서들과 조금은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이번만큼 전라도라는 태생과 한계를 직접적으로 다룬 글을 모아둔 적도 없었던 것 같고 조선일보를 집중적으로 논한 적도 없었던 것 같아 꽤 중요한 책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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