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얼단상 - 한 전라도 사람의 세상 읽기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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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에 관심이 많아 구해지면 곧장 읽었지만 이건 조금은 고민하게 됐다. 2002년에 출판됐고 그 당시에 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라 읽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읽을 만한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에 읽어봤고 지금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구석도 있었지만 아주 실망스럽진 않았다. 만약 그 시절에 읽었다면 좀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긴장감도 느껴졌을 것 같고. 이제야 읽게 되니 그때의 치열함이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나? 라는 물음도 생기고.

 

시기적으로는 근 20년 전의 글이라 느슨한 기분으로 읽게 된다. 마치 과거를 회고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게다가 그때는 저자가 거론하는 문제의식에 대해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생소하게 느껴지게 된다. 시대에 대한 단상도 그렇지만 서평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는 책 중 읽은 게 거의 없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게 될 때도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저자의 글쓰기에 관심이 커서인지 그럼에도 읽어 볼만 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읽어도 때늦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적었다. 전라도에 대한 복잡한 심정-자의식을 다루는 1부는 여전히 쉽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을 무척 자세히 다루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때때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경우만 있을 뿐 언제라도 떠오를 수 있는 문제라 본다. 잊을만하면 꺼내지는 문제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개인적인 경험과 입장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점을 잘 포개고 있다. 불만스럽게 읽는다면 너무 예민하다고 말하거나 피해의식으로 가득하다는 말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서얼단상에는 조선일보에 관한 비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러 방식으로 비판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지금도 나아진 점 없이 종합편성채널까지 만들어 좀 더 영역을 넓힌 상황이라 그때의 답답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어디서부터 바꿔나갈 수 있을까? 좋아진 부분은 생각나지 않고 나빠진 점만 떠올려진다.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를 그때는 좀 더 치열하게 다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다른 질문을 해보게 된다. 그 치열함이 어떻게 식은 것일까? 그게 아니면 패배한 것일까?

 

그 외의 논의들은 앞서 말한 전라도, 조선일보와 함께 엮어서 다룰 때도 있지만 저자의 예민한 감각 속에서 들여다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생각해보면 2002년은 뭐든 시끄러웠고 이런 식의 글에 괜한 열중을 하던 시대라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가며 읽게 된다.

 

항상 비슷한 감수성과 감각을 보여준 저자의 글이지만 다른 저서들과 조금은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이번만큼 전라도라는 태생과 한계를 직접적으로 다룬 글을 모아둔 적도 없었던 것 같고 조선일보를 집중적으로 논한 적도 없었던 것 같아 꽤 중요한 책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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