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요조 (Yozoh)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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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요조 지음

 

독립출판물이 있는 서점에 갔다. 독립서점이라고 보기에는 대형서점의 구색을 갖추고 있어서 독립출판물이 있는 서점이라고 하는 것이 적당하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몇 쪽을 읽는데, 잘 읽혀 들어왔다. 같이 간 히읗이 사지마. 비싸라고 했다. 그 말인즉슨, 그 돈 주고 살 정도의 책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비싼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내 성격은 또 어떠한가. 자꾸 눈에 밟힌다. 결국 샀다.

 

어느 대목은 건성인 것도 같고, 어느 부분은 더 건성인 것도 같은데 글 하나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인지, 괜찮았다. 어느 부분은 소리 내어 읽어도 문맥의 구성이 맞지 않아 고쳐보기도 하고, 지나치게 접속사를 경계해서 흐름이 끊기도 하고, 누구의 글을 따라서 쓰는 것도 같고, 글이 어수선했다. 좋은 글에 밑줄 긋기보다 어색한 문장에 밑줄이 그어졌다.

 

그럼에도 저자의 여린 이기적인 마음이, 다가가지 못하는 겁이 내려앉았다. 사랑스럽게 한심하다.

 

그리고 당신의 이름이 왜 요조인지 알았어요. 문학을 사랑한 요조님.


ps 책을 읽으면 어디에서 제목을 가져왔는지도 알 수 있다. 제목은 저자가 어디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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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의 일 - 작은도서관의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양지윤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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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의 일

양지윤 지음

 

직업 에세이는 잘못하면 수기가 되기 일쑤이다.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다큐로 보여주는 것에 사람들이 어떤 감동을 받는 지 모르겠지만, 나는 감흥이 없다. 똥을 몇 번 눴는지까지 보여달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상기시키는 이야기인지를 가늠하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도 구하겠습니다]. 라는 소방관의 이야기는 비교적 직업경력이 길지 않으나, 늦은 나이에 소방관이 되어 열심히 살고 있는 이의 수기이다.

 

[사서의 일]은 작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이의 사사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네가 글을 쓰면 더 잘 쓸 것 같냐고 꼬투리를 잡는다면, 나는 철저히 독자의 입장에서 읽고 써 내려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고통 그 자체, 여행 그 자체, 불륜 그 자체가 글이 될 수 없다.

모든 풍경이 사진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각도에서 어떤 문제를 다루는가. 고유의 관점과 해석 능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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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화서 - 2002-2015 이성복 시론집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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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화서

이성복 지음

 

동네에 숨듯이 열린 작은 책방을 좋아한다. 그곳은 지하에 있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장들이 나열된 [무한화서]를 만났다. 정갈함을 넘어선 획일하고 고집스러운 책 표지에 읽고 나면 넌덜머리가 날 것 같았다. 다시 자리에 꽂아두고, 같이 간 친구에게 [태어난 나이] 그림책을 선물하고는 나왔다.

 

[글 쓰는 여자의 공간]을 사려는데, 왜 이 책 생각이 났을까? 불쑥 구매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저자의 세계가 정리되지 않으면서 정리되어 있어, 의도를 알 수 없는 강의실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어느 것은 내 것이 되고, 어느 것은 남의 것이 되기도 하는 그런 글들이 찾아왔다. 후회하고 후회하는 속에서 재미있기도 하다.

 

시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서너줄씩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비단 이는 시를 쓰는 것만의 자세가 아니다. 글을 쓰는 자세,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도 이에 비유할 수가 있다. 마음에 드는 것은 들이고, 반감이 드는 것은 지우면서 보았다.

 

[시는 곶감에 분이 나는 것과 같아요. 자기 시에 분 안 난다고 밀가루 쳐바르면 되겠어요.] 쳐바른다는 말이 이렇게 웃기면서 속시원한 표현이었던가. 그때부터였나. 반대하는 마음이 아닌 반기는 마음이 든 것은.

 

[뭔가 깨달았다는 생각이 들면 자기에게 속는 거예요.] 뭐라고요? 그럼 내가 드는 이 짜릿함은 나를 속여서 드는 도둑의 마음이란 말인가요? 그럼에도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저 정말... 좋아요...

 

[치명적 상처를 입은 사람은 난 괜찮아...... 한 대요. 그러고는 퍽 쓰러지지요.] 난 안괜찮아요. 괜찮지 않다고요!

 

저자의 이런 저런 말들이 꼬이고 꼬이면 이렇게 된다. [평범한 것들을 오래 지켜보고, 힘없고 초라한 것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데, 어차피 다 망하게 되어 있다]. 저자의 말들에 토를 달면서 언어유희에 듬뿍 절여져서는 다른 것들은 잡음으로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

 

[우리의 일상은 얼다가 녹다가 하는 일의 반복이에요. 이 지루한 아름다움! 우리가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아요. 오직 견디는 것뿐, 이루 안 받기 위해, 좀 더 강해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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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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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pril Bookclub

20222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일인칭 시점의 의 말을 듣는 것이 혼란스러웠는데, 갈수록 더 혼란스러워졌다. 내 정신도 아득해졌다. ‘는 미쳤는가? 그랬다. 미쳐서 병원에 가게 된다. 혼란스러움을 잘 담고 있는 책이었다. [자신을 말쑥하게 단장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말쑥하기는커녕 적나라한 자신이 서글펐다.

 

[몸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들지는 못했다]: (스물한살로 기억한다)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읽고 그를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를 찾아가서 벌어지는 일을 단편으로 썼다. 상상 속 그의 집은 담이 높은 양옥집이다. 집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가 오고 우리는 카페에 있다. 글을 내민다. 뭐 이런 이야기였다. 그의 글을 읽으니 그와 만나고 싶어졌고, 그 마음을 글로 썼었다. 충동이라는 녀석은 글을 쓰는데 필요하다.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거지. 온종이 그일만 하는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누군가 자신을 그렇게 붙잡아주길 바랬을까. 보이지 않던 것이 읽으니 주인공의 마음이 보였다. 살려달라는. 내가 이성의 강에서 살아갈 수있게 나 좀 도와달라는. 그런 마음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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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 100번 넘어져도 101번 일으켜 세워준 김미경의 말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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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김미경 지음

 

유튜브에서 본 김미경은 다소 거친 목소리와 표정, 마치 우위에서 내리누르는 듯한 강압적 아우라가 불편하고 거슬리는 사람이었다. 이 책을 읽으니, 쉬지 않고 도전하고 수정했던 자신의 삶의 모습이었구나 싶어, 그런 불편함의 주관성이 내려갔다.

 

글은 앞으로 나아가자고, 함께 노를 저어 가자고, 그러면서도 홀로 우뚝 서라고 최대한 따뜻하게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그렇게 살아서 성공했으니 나의 비결을 알려줄게. 난 이런 사람이야. 라는 태도가 나쁘고 좋고를 떠나서 끌리지 않는 것은 변함이 없다.

 

게으른 나의 선택에 조금씩 행동수정을 하면서 의미있는 시간들로 채워가는거. 좋다. 그런데 하나를 하고 나면 그 하나를 한 시간의 두배를 쉬어야 하는 나로서는 남들에게 보이는 게으름이 사실은 나를 지키고 있을 때가 종종 있다.

 

나도 나름의 길을 쉬지 않고 가고 있다. 누구도 가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태해 보이고 여유로워 보이는 것 속에도 수많은 움직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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