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몇일 우주 여행 하고 온 기분이네요.  다녀와보니 월드컵도 시작했다 하고.... 
그곳에서는 인터넷 접속이나 뉴스를  제대로 접하지 못해서 이제부터 따라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찍어온 사진이 몇장 있는데, 지금 컴퓨터로 옮길 수가 없어서 사진은 다음에 따로 올리겠습니다.

가는 비행>

비행 시간은 14시간.
출발 전의 이틀을 집안정리로 보냈기 때문에 비행시간의 대부분을 자료 준비로 보냈습니다.   
저뿐 아니라 같이간 남모 변리사님은 비어있던 옆자리까지 서류를 펼쳐놓고 준비 모드였습니다. 
제가 볼 때 늘 과로하는 변모 부장조차 이사람더러 '일중독자'라고 하더니... 정말 그렇더라구요.
저는 오는 길에 잠을 많이 잤는데, 남변리사는 오는 길에도 또다른 토론회자료 만든다고 일하더라구요. 

숙소>

워싱턴에 도착하니 정오경이었습니다.
택시로 여관에 도착해보니 인터넷으로 싼 곳을 잡은 것이 문제였는지... 상당히 외진 곳이었습니다. 
택시 운전사들도 주소를 두세번 확인하고서야 출발할 정도였습니다.  한번은 승차 거부도 당했구요..
친절한 운전사들은 밖에 다니지 말라고, 특히 대로를 벗어나 골목으로는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고
주의를 주더군요.
남변리사가  "무슨 일 생기나 한번 나가볼까?"  하자, 운전사가 "If you try them,  they will try you!"
라면서 기겁했습니다.

그러고나서 보니, 여관의 구조도 방범장치가 철저하더라구요.
방의 창문은 열 수 없도록 되어 있고 - 도대체 환기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밤과 이른 아침에는 카운터에서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단추를 눌러야 로비의 문이 열리게 되어 있고,
카운터는 방탄 유리로 둘러싸여 있고, 직원이 있는 창구는 낮에는 열고 밤에는 닫게끔 되어 있었습니다.

잠시 호텔을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위약금 200불.... 그것도 공금인데.... 아껴야 할 것 같았고,
또 우리는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고 나면 방에서 나올 일 없어서 그냥 있었습니다.
덕분에 스릴 있었습니다.

일정> 

원정단과 날자는 겹치게 가는 것이지만, 준비한 주체나 일정은 원정단과 별개였습니다.
원정단은 그곳의 여론 환기를 위한 이벤트 및 빈민, 반전, 노동단체와의 연대에 중점을 둔 반면
우리는 의약품 접근권에 관심있는 단체와 지적재산권의 강화에 반대하는 단체 및 의원 보좌관들을 
중심으로 만났습니다.

우리의 회의에 원정단중 보건의료관련 참가자들이 참석하기도 했고,
우리의 일정이 끝나면 잠간씩이기는 했지만 원정단의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가기 전에  무리하고, 비행기 안에서 무리하고, 도착 첫날에도 그쪽에서 관심을 보인 자료를 번역하느라 또 잠 못자고,  제가 가본 모텔들 중 최악의 아침식사에다가, 8일, 9일에는 한시간 간격으로 면담이 잡힌 일정 때문에 점심도 못먹고 돌아다니다보니 지난 겨울에 쪘던 살이 상당부분 다시 빠진 것 같습니다. ^^ v

현지 언론>

미국 언론에서는 한국과의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원정단의 공식 기자회견에도 미국의 기자는 단 두명만 왔다고 하고,
강기갑의원과 미국 쿠치니치의원의 공동성명도 현지에서는 기사화 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NGO 회원들의 의견도 기자회견이라는 형태에 기자들은 절대 오지 않을거라 했습니다.
어렵게 전화 인터뷰한 모 경제 전문지 기자는 FTA나 전반적인 문제점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개별 '통상 분쟁'에만 관심 있었습니다.

NGO>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만큼 미국 NGO들이 활동하기에는 상당히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원정단에 반전/반세계화 단체, 세입자 단체, 노동단체가 적극적으로 결합한 것,
우리측이 방미 의사를 비쳤을 때 적극적으로 관련 일정 및 의원실을 섭외해 준 것에는 
이런 배경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의약품을 접근권과 광우병 등, 보건분야를 중심으로 준비해 간 공동성명안에 많은 단체들이 동참의사를 밝혔습니다.

의원실 4곳 및 로비단체 2곳>

* 하원의원 사무실 3곳,  상원의원 사무실 1곳을 방문해서 보좌관들과 면담했습니다.
모두 FTA에 반대하고, 의료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민주당 의원들이었습니다 .
이른바 TRIPS plus와 관련된 문제, FTA가 채결되면 가속되는 공공부문의 상품화, 사유화의 문제,
그동안 미국이 우리나라의 약가 정책에 가해왔던 여러 가지 압력 등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참, 개성 단지문제에 대해서도 설명 했습니다. 개성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적인 사람들조차 "너무나도 엉뚱한" 요구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의원실들을 돌아보고 나서 알게 된 문제는, 미국의 의원들조차 USTR이 협상하는 내용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고 있지 못하고 있고, 이들의 의견이 협상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최대한 하는 것이 USTR 대표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한 보좌관은 "우리도 (USTR에 대해) 더 영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자조적인 말도 했습니다 .

* 로비 단체로는 제너릭 제약사 협회, 그리고 MFJ라는 곳을 방문했습니다.
아니, 제너릭 협회는 오히려 우리에게 방문을 요청한 케이스였습니다.
왜냐하면 최근에 채결되고 있는 FTA들에는 기존 WTO의 TRIPS 규정보다도,  그리고 미국의 국내법보다도 더 강한 특허보장 조항들이 들어 있는데, 그것이 그대로 부메랑으로 돌아와서 미국의 제너릭 제약사들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제너릭협회의 대표가 직접 강화된 특허 조항에 대해 설명했고, 그 자리에 MFJ라는 단체의 대표들도 참석했습니다.  대부분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문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유익했습니다.
제너릭 제약사가 대부분인 우리 나라 입장에서 이들과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터무니 없이 연장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특허권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저렴한 가격의 약품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이해가 일치했습니다.

어쨌든..... 일련의 면담을 통해 향후 활동 방향, 어디에 주력을 해야 할지에 대해 방향을 잡았고,
몇 가지 아이디어도 얻어왔습니다.

원정단> 

원정단과 접촉한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7일 저녁, NGO들과의 회의 후 원정단 숙소 방문.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는 대학 기숙사 건물을 빌린듯 함. 
                도착 당시 옥상에서 중간평가회를 하는 중이었음. 재미교포들의 적극적 참여가 있는 것 같음. 
                피로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기가 높아 보였음.
                다음날 준비를 위해 오래 있지 못함.

8일 - 오후에 USTR 주위에 인간띠 잇기 행사가 있다고 해서 일정이 끝난 후에 갔으나 약 30분 차이로
          만나지 못함.

9일 - 오후 4시경 상여 행렬이 USTR에 도착한 시간에 맞추어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음. 
     소나기가 쏟아졌는데, 마침 USTR 건물 외부에 투명 천장이 있는 곳이 있어 그곳에서 신나게 구호를 외침.
     누런 상복과 상여,  그리고 힙합풍의 구호가 묘하게 대비를 이루었음.
     백악관 인근의 라파이엘 공원에서 정리집회. 
     잠시  데모라기보다는 야유회 나온 듯한 분위기. 젊은이들은 아직도 힘이 남았는지 음악에 맞추어 율동.
     그후 각 단체의 정리발언이 있었음.  
     그중에 남변리사도 한마디 함. (앞에서 말하는 것 잘 못한다더니.....   진짜 못하데..... 흐흐...  ) 
     
미국 시민들에게 나누어 준 전단.  재미 교포들의 도움을 받았는지, 미국 시민들이 공감할만한 내용으로 잘 만들어짐.

USTR>  

협상 주체가 USTR이라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FTA에 반대하는 진영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것 같았음.

Trade 관련자들의 기구이다보니, 관심의 초점은 trade에만 있고,
그 trade가 상대국 그리고 다시 미국에 끼치는  거시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음.
따라서 기업들의 로비와 영향력만 크게 받지, 노동, 환경, 기본권, 의약품 접근권 등을 위한 목소리는
USTR에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구조였음.

따라서...... >

버티기 . 최소한 내년 USTR의 협상권이 만료되는 시점까지는 버텨야 함.
               이 협상권 시한이 만료될때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는 그곳 사람들도 잘 모름.  협상 시작할 당시에 그런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한미간의 동의가 사전에 있었을 가능성이 큼. 
               USTR의 협상권을 연장할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능성 없다 함.

교육    .  한국의 협상단 실무자,  국회의원 및 그 보좌관 등 직접 협상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에 대해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야 함. 
               협상 실무자의 의식에 따라 협상에서 얼마나 방어해내느냐가 크게 달려 있음.

정보     . 한국과 미국의 제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미국보다 좋은 점이 있다면 그 점을 부각해서 미국측에 알려야 함.
             . FTA의 협상안에 미국법보다도 더 강한 조항은 없는지 조사.
             . 호주나 동남아보다는 NAFTA, CAFTA등의 사례가 기간이 더 길어서 그 영향이 많이 나타남. 
               이들 사례 홍보 필요.

홍보    . NGO들이 발굴하거나 조사해서 만든 자료, 논리의 홍보가 중요함. 
              자체의 힘으로 어렵다면, 언론이나 의원, 혹은 해외의 인사들의 방문 및 발언을 통해서
              보도되도록 노력해야. 

연대    . 일차적으로는 국내에서의 협정 반대 여론을 조성해야 함.
            . 미국의 협정반대 단체들과 교류를 지속해서 미국 내의 여론도 바꿀 수 있도록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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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6-1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 멕시코에 대한 일요스페셜을 복사해서 틀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잘 다녀오셨습니다~

조선인 2006-06-1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하게 빡빡한 일정을 해치우셨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urblue 2006-06-12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쓰셨습니다.

건우와 연우 2006-06-1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많으셨네요.짝짝짝...

chika 2006-06-1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녁에 '가을산님 오셨을텐데..'하고 있었습니다. 건강하신듯하니...^^

瑚璉 2006-06-12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셨습니다.

세실 2006-06-1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 성과가 있어야 할텐데요....

울보 2006-06-12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다녀오셨네요 이제 집안일 하시느라 바쁘시겠네요,

여울 2006-06-12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고생 많으셨네요. 그런데 어찌 일보따리가 늘어난 듯 싶습니다.
빠른 회복, 빠른 적응하시길... 수고!!!

호랑녀 2006-06-12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으셨습니다.
잘 모르는 소견으로, 미국보다도 우리 정부가 워낙 미국과의 협상타결을 원하는 듯한 모습에 점점 걱정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치유 2006-06-1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하게 잘 다녀오셔서 너무 기쁘구요..수고 많으셨어요..

날개 2006-06-12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셨어요...!

반딧불,, 2006-06-1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정말..

2006-06-12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oninara 2006-06-1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어요^^

가을산 2006-06-13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피곤해서 진료하다가... 환자 없으면 자다가.... 그랬는데,
이제 좀 살아났어요. 모두 관심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모처럼 빠진 살, 다시 찌면 안되는데....

2006-06-14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