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랑생일이다. 그런데 하필 오늘 신랑 회사에서 같이 식사를 하잖다. 여태껏 부부모임에는 절대 나간 적이 없었다. 나가지 않은 이유는
첫째...신랑의 상사가 나의 상사인척 하려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신랑 직장의 동료들은 부인네들이 모두 전업주부라 나처럼 한가한 직장인은 그 스케줄을 절대 맞출 수 없다.
그러나 오늘은 퇴근후 모임이라 가주기로 하였다. 아침에 평소 안하던 화장도 하고, 얼어죽도록 추운 날씨임에도 스커트 꺼내입고, 모피코트 입고, 하이힐 신고. 퇴근후 곧장 서울로 가야 해서 차도 두고 버스타고 출근했다.
그런데 신랑이 하는 말.. "자기 분명히 내가 오늘 이쁘게 하고 오라 그랬으면 화장도 안하고 청바지에 운동화 끌고 왔을거 아냐. 그런데 내가 아무말 안하니까 알아서 꾸미고 오는 거지? 말했으면 분명 길길이 뛰면서 내가 니 인형이냐 어쩌구 했을거야." - 맞는 말이다. 10년 넘게 사귄 사이라 서로 뱃속을 들여다 본다.
그러고보니 난 참 청개구리다. 신랑 말대로 오늘 이쁘게 하고 오라 그랬으면 100% 청바지에 운동화 찍찍 끌며 나타났을 것이다. 화장은 당근 없다.
시어머니 생일때도 그랬다. 처음에 내가 해드리려고 준비를 하다가 시어머니가 당신 생일 어쩌구 하는 순간 다 때려치워 버렸다.
시댁에 가는 일도 오라고 전화 안하면 자주, 그것도 일찍 알아서 간다. 그러나 오라고 전화하면 절대 안간다. 전화 꺼버린다. -심지어 전화를 해지해 버리기도 한다.-
우리집 식구들은 나의 이런 습성을 알아서 내가 한번 '안해'라고 외치면 더이상 말하지 않는다. 역효과만 거둘것을 뻔히 알기 때문에. 내버려 두면 자연히 다 된다는 것을 30년 세월속에 터득한 것이다.
내가 이렇게 청개구리 처럼 튀는 이유는, 온통 세상이 삐딱한 이유는....지구가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