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다. 별로 반갑지 않은 명절.
사실 나는 명절, 생일, 기념일 이런 것들 엄청 싫어한다.
심지어 내가 이민 가려는 큰 이유 중의 하나도 이런 명절과 기념일 등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이 차지한다.
작년 추석의 추억.
작년 추석에 동거남의 아버지가 추석연휴 나의 스케쥴을 당신 맘대로 짜서는 통보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나는 "안되겠는데요. 전 저희집에도 다녀와야 겠습니다"
라고 말했고 그 시간부터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전화를 해대며 못살게 굴었다.
그의 어머니는 "올해는 못가게 됐다고 말씀드려라"라는 말같잖은 소리도 했다.
그리하여 저녁에 만나서 말하자 하고는 퇴근후 동거남과 찾아갔다.
"제가 하나만 여쭤보죠. 그럼 아들가진 부모는 명절에 자식하고 보내야 하고 딸가진 부모는 혼자 있어야 합니까?"
"내가 언제 가지 말라고 그랬냐. 아침에 차례지내고(서울), 점심 먹고 산소 갔다가(당진) 가라고(강원도)"
"제가 듣기에는 그 말씀은 가지 말라는 말로 들리는데요."
"그럼 가서 부모님께 지금 이런거 말씀드리고 옳은 일이지 여쭤봐라"
"그렇게 말씀하시는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뭐라 하셔도 저는 갑니다"
그리고 집에와서 그에게 "쪽팔린줄 알아. 니 부모님 무식하고 몰상식해"라는 폭언을 퍼부었다.
그 이후, 설에는 그의 어머니는 아침 먹고나자마자 내 눈치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서가라고 등떠밀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다가왔다.
큰집에 가면 분명히 둘째 큰어머니가 와 있을 것이고 그 '아줌마'는 음식을 하는 하루종일 일가친척 욕을 할것이다. 난 그렇게 지치지 않고 남 욕하는 사람 처음 봤다. 내욕하는것 아니지만 그 욕하는 소리가 뭐 듣기 좋겠는가. 그리고 분명 다른 곳에서 내욕도 하고 다닐게 뻔하다. 원래 뒷말하는 사람은 본인 욕 빼고는 다 욕한다.
또 애 얘기도 할 것이다. "왜 애가 없냐, 피임 오래하면 애가 안생긴다. 나이가 많지 않냐" 등등
그렇게 애가 간절하면 본인들이 좀 낳으시지...
더 기만적인것은 그렇게 걱정해 주는 척 하는 인간들이 일년 내내 정작 나를 위한 걱정을 단 1초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올해도 그런 질문을 하는 이들에게 말해 주련다.
"혹시요, 지난 1년동안 진심으로 제 염려를 해보신게 몇초나 되시는것 같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