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쓰는 아침                           전윤호

상기 본인은 일신상의 사정으로 인하여

이처럼 화창한 아침

사직코저 하오니

그간 볶아댄 정을 생각하여

재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머슴도 감정이 있어

걸핏하면 자해를 하고

산 채 잡혀먹기 싫은 심정에

마지막엔 사직서를 쓰는

오늘 오후부터는

배가 고프더라도

내 맘대로 떠들고

가고픈 곳으로 가려 하오니

평소처럼

돌대가리 같은 놈이라 생각하시고

뒤통수를 치진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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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8-3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전윤호씨 시가 재밌더라구요
아내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이런 시도^^

조선인 2005-08-3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 시일뿐인 거죠??

코마개 2005-08-31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제목이 재미있군요. 어떤 시인지 보고 싶어요.
네..시일 뿐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는 사직서를 쓰는 아침이 오겠죠. 그쵸?

조선인 2005-09-0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저 이 시 퍼갈래요.
출력해서 사무실 책상에 붙일까도 생각중. -.-;;

마냐 2005-09-02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 시라는 걸 아니...안도감인가요, 아쉬움인가요....하핫. 다른 이의 사직서를 놓고 뭔 생각을 했는지.ㅋㅋ

코마개 2005-09-0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이거 책상에 붙여놨다가 짤리면 어쩌시려구. "니 맘이 이런거였냐? 나오지마" 이렇게 말이죠..

마냐님 아마 저 사직서가 정말 제 사직서 이고 "...라고 써서 던지고 나왔다" 라고 끝이 마무리 됐더라면 속이 시원하고, 더불어 다른 알라디너분들도 대리만족을 했겠죠? ^^

kleinsusun 2005-09-06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슴도 감정이 있어....
압권이군요. 근데...요즘은...나가라고 해도 사표 쓰는 사람들이 없어요.ㅋㅋ

코마개 2005-09-0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멋지게 저런 사직서를 휙 던지고 나가는 모습을 모든 직장인들이꿈꾸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