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여우님 리뷰를 보다가 울 아빠가 문득 생각이 났다.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인데 객관적으로 떼어놓고 생각해 보면 무척 초현실적이다.

아빠 어렸을때~~로 시작하는 얘기 들으면 조선시대 쯤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 같다.
예를들면 이런 얘기다. 옆 마실 다녀 오는데 무덤이 있고 그 무덤 주변에는 항상 여우들이 나타나 묘에 구멍을 파고 시신의 뼈를 갉아 먹더라... 또는....늑대가 나타나서 머리 위로 겅중겅중 뛰어넘는데 혼이 빠지는 느낌 이었다.

가끔 이런 얘기 들으면 말하는 아빠를 보면서도 "내가 지금 살아있는 사람을 보고 있는건가"라는 초현실적 느낌이 든다.

얼마전 할아버지의 제적등본을 떼어보고 안 사실도 그렇다.
아빠의 원적이 나고야로 되어 있었다. 이건 뭐지....이름도 四郞. 뭐 일본말로 쓰로라나 뭐라나. 그래서 사촌 큰아버지 이름이 다께 인가보다. 별명인줄 알았다. 이름이란다. tv다큐의 복잡한 가족사를 보는듯 하다.

얼마전에는 한국전쟁때 조그만 인민군 병사 아이가 부상을 입어 길에 누워 죽어가는데 동네 아이들이 빨갱이라 그럼서 돌을 던지고 아이는 물좀 달라 애원하다가 그렇게 서서히 죽어갔다는 말을 하는 거였다. 정말 헉스다...

아빠의 인생에 한국현대사의 큰 사건들은 다 등장한다. 그리고 전설에나 나올법한 소리를 체험담으로 말한다. 그런 아빠를 보고 있으면 눈은 아빠를 보고 있는데 느낌은 굉장히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의 전설을 듣고 있는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