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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니와 고우니 ㅣ 이야기 보물창고 5
이금이 지음, 이형진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5월
평점 :
[푸르니와 고우니] 참 오랜만에 만나는 경쾌한 동화다. 내가 읽었던 과거의 이금이님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드는데, 나는 이 느낌이 더 좋다.
푸르니와 고우니 자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친구 사이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엮은 이 책은 그 에피소드가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소소한 일상이다. 하지만 작가의 재치있고 날렵한 글솜씨와 이형진님의 유머러스한 그림 덕분에 읽고 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그 속에 숨어있는 어른을 향한 일침이 참으로 뾰족하다. 자매와 친구가 소꿉놀이를 하며 나누는 대사가 그들의 엄마, 아빠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어찌 뜨끔하지 않을까.
싸우지 말라고 하면서도 싸우면 이겨야 한다고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아빠, 엄마는 누구 것인지 다투는 자매, 화장을 곱게 한 친구네 엄마를 보고는 부러워하는 아이들..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참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나만큼이나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은 초4딸. 독후감을 써보기를 권했더니 주인공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고 한다.
푸르니에게.
안녕? 난 유림이 언니라고 해. ('언니' 까먹지마!!)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쓴 이유는 너와 내가 비슷해서 그래. 나도 남동생이지만 동생이 있거든. 말은 잘 못하는 3살이지만 엄마에 대한 욕심은 똑같아서.
넌 사랑을 아기 때부터 받지 못하고 그래서 화가 나지? 그지?
난 8살까지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갑자기 바뀐 환경때문에 슬퍼. 나도 11살이라서 너와 4살 차이 나지만, 부모님에게 사랑받고 싶은 건 똑같단다. 난 가끔 버림받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어.
물론 너나 나나 부모님은 자식을 사랑해. 하지만 느낌은 안들지? 그지? 맞지? 나도 그런 걸..
푸르니야, 힘내~ (이 바보같은 언니는 힘을 안내고 있어 ㅠㅠ)
딸은 '엄만 누구 거야?'를 인상깊게 읽었나보다. 요즘 딸의 가장 큰 딜레마는 사랑할 수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는 동생이라는 존재이다.
조금 우울한 모습으로 편지글을 쓰고 난 후 덧붙이는 말, "엄마, 이 책 참 재미있다. 그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