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 당신이 날아오르지 못하는 이유
신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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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렁 궁시렁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에게 더 화가 나는 이유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가져다 붙이기 때문이 아닐까? 상대가 깨끗히 승복하거나, 정면으로 반박하거나, 이 둘 중에 하나로 반응한다면 얘기가 달라졌을텐데, 핑계를 핑계삼아 그 곤란한 상황을 적당히 모면하려고 한다면 더 부아가 치미는 법.  

누구인들 핑계가 핑계일 뿐이라는 사실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내 탓이오'라고 말하는 것보다 우선은 '남 탓이오'라고 말하고 보는 것도 어쩌면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곤란하거나 두려운 상황을, 쏟아지는 책망과 야유를 피하고 싶은 인간의 나약함에서 비롯된 작은 몸부림이라면.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으니, '핑계를 버리면 닭도 난다'는 [핑계, 당신이 날아오르지 못하는 이유]가 그 나약한 작은 몸부림을 떨쳐버리고 힘차게 도약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모두 31개(몇 개인지 직접 세어봤다는 --;;)의 짧은 일화로 구성된 이 책은 '이러저러하니 핑계대지 말고 살아라'라는 훈계식의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짧은 일화들이 던져주는 단상의 파편들이 나를 긴 생각에 잠기게 한다. 대부분 현재는 유명인사로 성공한 사람들이 과거 자신의 약점이나 불행을 핑계삼지 않고 극복했다는 이야기인데, 익히 알려진 일화들을 만날 때면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이야기 끝에 몇 자 적어둔 저자의 메시지가 나름대로 인상적이다.      

당신이 오늘 살아서 숨쉬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부모로부터

너무나 엄청난 것들을 물려받은 것입니다. 

당신의 부모가 훌륭하지 못했다는 것.

당신의 부모가 아무 것도 남겨주지 못했다는 것.

그것은,

써먹기에는 달콤하지만 비겁한 핑계일 뿐입니다.   /76쪽

 

도와주는 이가 없다는 핑계는 더 이상 대지 마세요.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당신의 존재가 도움의 증거입니다.   / 83쪽

 

누구에게는 귀찮음으로 생각되는 '약속'이

누구에게는 살아 돌아와야 할 이유가 되고,

누구에게는 건망증을 핑계로 잊혀지는 '약속'이

누구에게는 평생토록 지켜야 할 신념이 되기도 합니다.   / 151쪽

 

남들이 알아주는 성공의 순간은 짧습니다.

남들이 몰라주는 성공의 준비기간은 길기만 합니다. 

성공의 순간은 짧지만 강렬해서 눈에 쉽게 띕니다.

성공을 준비하는 시간은 길고 희미해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성공의 순간만을 보고 그의 행운을 이야기할 수밖에요.   / 167쪽

 

[핑계]를 요약하면 "핑계대지 마!"일 것이나, 이 책에는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한 지혜가 함께 담겨있다. 핑계만 버린다고 만사형통일 수 없으니, 핑계 불허는 많고 많은 지혜 중 하나일 터. 성인이 된 후, 몰라서 못하는 일은 실상 별로 없다. 이미 알고 있으나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아 다시금 상기하고, 용기와 신념을 거듭 불태우기 위한 자극제로서 [핑계] 정도면 괜찮겠다.   

한마디 더.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인물들의 일화들이어서 청소년이 보기에도 좋겠다. 짧고 쉽게 씌여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어디를 펼쳐서 읽어도 상관없으니 부담없는 첫 자기계발서 목록으로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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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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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었어? 음.. 이런 거였구나.'
 
[새빨간 사랑]을 읽고 실망스러운 짧은 한숨과 함께 든 생각이다. 강렬한 표지그림과, '로맨틱 호러'라는 색다른 장르(?)임을 강조했던 것에 비하면 [새빨간 사랑] 안에 담긴 5개의 단편은 알맹이없는, 막이 내리자마자 곧 잊혀지는 성의없는 공포영화같다.
 
내 머리 속에 형상화된 귀신의 모습은 소복을 입고 긴머리를 늘어뜨린 동양의 여자이고(영상매체 덕분에 만들어진 이미지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같은 동양권인 일본의 귀신 이야기는 내 심장을 훨씬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 서양의 괴기스러운 좀비나 잔인한 스크림의 가면괴한과는 차원이 다른. 그런데 [새빨간 사랑]에 등장하는 귀신 또는 유령의 모습은 그런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모습도, 하는 짓(?)도 동양과 서양의 중간쯤이라고 해야할까. 아무리 유령이지만 이도저도 아닌 정체불명의 존재다. 그래서 애매하게 '몽환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을까?
 
충분히 공포스럽다. 내가 겁이 많은 편이기도 하지만, 밤에는 이 책을 읽기가 꺼려지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가 두렵기도 하다. 공포영화가 무서워도 끝내 눈을 가린 손가락 틈으로 보고야 마는 심리처럼 결국은 그 공포를 즐기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게 된다. 그런데 공포도 공포 나름. 여러가지 성격의 공포가 있다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새빨간 사랑]은 원초적인 두려움 보다는 메스껍고 역겨운 느낌의 기분나쁜 공포를 맛보인다. 특히 첫 작품과 네번째 작품이 그렇다. 미리 그런 줄 알았으면 읽기를 사양했을..
 
[새빨간 사랑]을 야릇한 뉘앙스를 풍기는 '로맨틱 호러'라고 부르기는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차라리 '에로틱 호러'다. 단편들이 사랑을 주제로 하는가본데, 읽는 내 입장에서는 사랑이 읽히지 않는다. 별로 간절한 사랑 같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에로틱 요소가 거의 없는 두 개의 단편은 책 안에서 겉돈다. 
 
최근 범람하고 있는 일본작품에 대한 평가 중 '피상적이고 치장만 요란하고 감각적인'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만든 책. 하루키와 바나나 이후 조심스럽게 골라왔던 일본의 수작에 대한 나의 호감이 무색해진다. 그럼 당분간 일본소설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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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날 동화 보물창고 7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배정희 옮김, 원유미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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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없는 날], [동생 잃어버린 날]에 이어 만난 [아주 특별한 날]. 세 작품 모두 스타일 가이드에 충실한 표지그림으로 안네마리 노르덴의 작품이라는 것을 초등생 딸도 단박에 알아보았던 친근감과, 앞선 두 작품의 높은 만족도에 근거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상대적인 실망감이 컸다.  

어쩔 수 없는 상대평가이긴 하지만, 이야기의 기본적인 뼈대가 [동생 잃어버린 날]과 크게 다르지 않고, 특별한 날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는 주인공의 심경변화도 설득력이 부족한 듯 보인다. 

주인공 필립은 부모님이 미리암의 보모가 되기로 하자 미리암에 대해 이유없는-물론 필립은 그 이유를 열 가지도 더 갖고 있었지만- 미움이 싹튼다. 부모에게 자신이 아닌 새로운 중요 인물이 생기는 것에 대한 질투와 불안에다, 생판 모르는 아이를 동생처럼 돌봐줘야 할 의무가 따르는 일이니, 그도 그럴 것이다. 게다가 미리암은 유치한 놀이만 하자고 졸라대고 건널목도 건너지 못하는 바보같은 아이가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필립과 미리암 사이에 싹튼 우애를 확인하게 된 사건은 (역시나) 그 둘의 일시적인 헤어짐과 만남. 누구이든, 무엇이든 그 소중함은 항상 잃어버린 다음에 절실히 깨닫는 것이니!      

필립이 미리암을 미워하는 마음, 그런데도 미리암이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필립의 친구에 대한 은근한 질투, 그리고 미리암을 찾아 헤매는 동안 속상하고 애타는 심정과 다시 만났을 때의 기쁨. 이 모든 정서가 글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작가의 특기는 여전하다. 다만 그 특별한 날의 임팩트가 크지 않아서 필립의 심경변화가 다소 무리하게 느껴지는데, 그것도 상대적인 평가라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 박한 점수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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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존 반빌 지음, 정영목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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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반빌의 14번째 작품인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 The sea]는 제37회 부커상 수상작으로, 당시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들 간의 치열한 경합으로 인해 황금의 해라 불리기도 한 2005년도 수상작이다.'라는 유혹적인 책 소개글. 

바로 이 글이 내가 몇 년 전에 무릎을 치며 읽었던 [설득의 심리학]에서 소개된 '권위의 법칙'에 의거한 것이라면, 나는 간단히 설득당했다. 이 책을 선택했던 다른 이유가 몇 가지 더 있긴 하지만, 아무튼 내가 끌렸던 이유는 부커상과 황금의 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얘기지만, 이왕이면 매우 문학적인 작품이라는 소개를 넣었어야 했다. 그것도 아주 굵은 글씨체로 자세하게 설명하며 강조했어야 했다. 나같은 독자의 취향과 선택권을 조금 더 신중하게 배려했더라면 말이다. 

나쁜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정말 문학적이어서(이 단어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으니 안타깝다) 이런 글에 적응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아주 어려운 고전을 읽을 때의 따분함이랄까, 몰이해랄까, 그런 느낌이 든다.

무미건조하다. 케케묵은 마른 먼지가 풀풀 날리는 것 같다. 喪妻한지 얼마 안되는 남편의 이야기이니 당연하기도 하겠지만,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무척이나 상세하고 친절한 묘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를 읽어내기가 힘들다. 또 현재와 과거가 정교하게 뒤섞여 있어서 이야기를 잘 따라가다가도 한 순간 어느 시제인지를 놓쳐서 헤매기도 한다. 

주인공을 포함해 등장인물의 캐릭터 또한 하나같이 아주 독특하고 메마르기 짝이 없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인데도 작가의 묘사가 평범하지 않게 만들어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것은 '냄새'. 작가가 인물을 묘사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그 인물에게서 나는 냄새인데, 땀냄새나 머리를 감지 않은 냄새같은 체취에서부터 '새끼 사슴 같은 김빠진 듯한 냄새'나 '상점의 텅 빈 비스킷 깡통에서 나는 냄새'같은 기묘함까지, 또 어떤 상황이나 장소에서 나는 냄새의 묘사까지도 기묘한 분위기를 더욱 기묘하게 만드는 재주를 보인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해설에서 이 소설은 바다만큼 넓은 아량과 인내심을 요하는 작품일지도 모른다고 한 것과 두 번 읽기를 권하는 것 모두 맞는 말이다. 작가 특유의 문체에 익숙해진 다음에 다시 읽게 될 때 비로소 모든 것이 의미를 드러내며 명료하게 다가온다고 해설한다. 과연 내가 두 번 읽을 수 있을까? 내가 작가 특유의 문체를 잊기 전에 언제고 두 번째로 읽게 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단 조금 나긋나긋한 책으로 머리 속에 신선한 공기를 좀 넣어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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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굽는 파티쉐 김영모 - 우리시대의 멘토
김영모 지음, 조장호 그림, 비단구두 기획 / 뜨인돌어린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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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것을 배워본 적도 없고, 파티쉐 김영모의 유명세를 알았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 그 인기만발 김삼순 드라마도 본 적 없는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오직 '빵 먹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아주 옅은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에 막 구워내어 고소한 냄새가 솔솔 피어오르는 빵을 곁들이면 정말 끝내주는데! 빵 생각에 군침을 삼키며 읽은 [꿈을 굽는 파티쉐 김영모]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난히 합격점을 받을 맛이 나는 빵, 아니 책이다.  

저자 김영모가 유명한 파티쉐-이 책을 보고서야 그 사실을 처음 알았지만-로 성장하기까지, 불행했던 가정환경에서 자랐던 유아동기와 제과점에 취직하면서부터 고생하고 노력했던 청년기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짧은 한 챕터에만 담았다. 자칫 장황한 위인전 형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을텐데, 과감히 '파티쉐'에 초점을 맞추어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신파조로 몰고가지 않았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그래서 이 책은 '파티쉐가 들려주는 파티쉐 이야기'로 이름붙일 수 있겠는데, 지구상 최초의 파티쉐가 누구인지, 파티쉐의 하루는 어떠한지, 또 국내외 파티쉐 학교와 견학할 만한 곳, 여러가지 빵 만드는 법까지, 장차 파티쉐가 되기를 꿈꾸는 어린이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흥미롭게 읽을 만한 내용이 꽤 실하다. 특히 <4장 특별한 멘토링>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꼭 파티쉐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어도 누구든, 어느 분야를 선택하든 귀담아 들을 만한 것으로, 어린이 독자가 자기의 꿈을 제대로 구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바람이 녹아있다. 

그림과 편집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는데, 예쁜 케잌조각과 과자 등 꾸미기요소를 잘 활용해서 예쁜 책이라는 느낌이 들면서도 파티쉐의 뜻과 역할을 전달하는 보조도구로서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만 1장에서 본문에 해당하는 그림이 다음 장으로 넘겨야 나온다는 것과 3장에서 빵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데 해당 자료그림이나 사진이 없다는 것이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글과 그림의 배치를 조금 더 신경썼더라면, 또 예쁘다는 느낌이 해치지 않도록 자료사진을 아기자기하게 넣었다면 흠잡을 데 없는 편집이었을 텐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책이라고 볼 때, '파티쉐'라는 흔치 않은 직종이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파티쉐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깊이와 범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상당히 어필할 만한 책이라는 느낌. 더불어 책을 읽다보면 당장 빵을 먹고 싶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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