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천재 클레멘타인 동화 보물창고 24
사라 페니패커 글, 말라 프레이지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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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재미있네요. 어린이독자가 정말 속 시원~해질만큼 아이들의 행동과 생각을 아주 잘 표현했어요.

클레멘타인은 몰입천재라지요. 어떤 일이든 어떤 상황이든 몰입을 정말 잘 합니다. '자기' 생각에 말이죠. 선생님과 어른들이 '집중 안하고 대체 뭘 생각하는 거야?'라고 혼내는 게 클레멘타인은 당췌 이해되지 않았지요. 스스로는 '자기' 생각에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는 거거든요.

어른의 시각과는 달리 자기의 관심과 흥미거리, 자기의 표현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모습이 아주 재미있어요. 물론 실제상황이라면 저라도 클레멘타인을 혼내고야 말았을 테지만, 실은 어른이 바라보는 것과 아이가 바라보는 것이 똑같을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줍니다. 그러하니 집중 안한다고 혼났던 어린이독자가 느끼는 통쾌함이 얼마나 클까요.

클레멘타인과 앙숙이자 단짝인 마거릿과의 해프닝도 결국엔 잔잔한 미소를 띄우게 만드는 즐거운 이야기입니다. 마거릿의 머리를 박박 밀어버린 것도, 자기같은 머리칼을 갖고 싶다고 해서 대머리에 색칠을 하고 머리칼을 그려넣은 것도, 자기에게 정말 소중한 잡동사니(?!)들을 선물한 것도, 클레멘타인의 예쁜 마음씨 덕분이었으니까요.

5학년인 우리 딸, 보지 않아도 눈에 선했습니다. 얼마나 즐거워하고 통쾌해하며 이 책을 읽을 것인지. 그리고 역시나, 큰 목소리로 엄마인 제게 확인시켜줍니다. "엄마! 이제 내가 얼마나 몰입천재인지 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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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깐뎐 푸른도서관 25
이용포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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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즐기는 초,중교생이라면 이용포표작가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나도 딸 덕분에 그의 유명난 작품은 거의 다 읽어본 편인데, 대체로 유쾌하고 발랄한 필체로서 교훈적인 주제를 어린이 특성에 잘 맞게 구성하여 전달하는 분이라 생각했던 차, [뚜깐뎐]은 이용포표작가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를 새롭게 발견하게 만든 수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작부터 의외였다. 제목이 [뚜꺈뎐]이요, 표지의 옛 한글문서도 분명 이 책이 과거를 배경으로 한 것이리라 짐작케 했는데도 불구하고 눈동자의 움직임에 따라 마우스가 클릭되는 2044년이 배경. 발전된 컴퓨터처럼 이미 예견된 미래의 모습 뿐아니라 캡슐 속에서 혼자 산다든가 지상 지하 수중을 오가는 집이라든가 우리나라 사람들도 다들 영어를 쓰는 것 같은 황당(?!)한 상황이 펼쳐지며 웬 SF 영화를 보고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뚜깐뎐'. 이 소설 속 소설은 다시금 완전히 새로운 세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니, 때는 한글(훈민정음)이 박해받고 있는 조선시대의 어느 시점. 정사를 돌보지 않는 왕에게 항변하는 한글 괘서를 붙이고 다니는 일당들, 그들과 우연히 한 배를 타게 된 뚜깐. 한낱 여인이자 천민이었던 뚜깐을 통해 그런 풀뿌리같은 사람 사람들의 크디 큰 희생과 수고가 한글을 지켜왔음을 마치 사극을 연상케하는 등장인물과 장면들로 빠르고 흥미롭게, 동시에 진지하게 풀어내었다.

그런데, [뚜깐뎐]의 '뚜깐뎐'은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이용포표작가의 이미지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을 정도로 제대로 된 역사물의 면모를 갖고 있는 반면, 소설의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다뤄지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선 상대적으로 왠지 어색하고 매끄럽지 못하여 몰입의 정도가 떨어지기는 했다. SF물보다 역사물을 더 좋아하는 내 개인적인 취향이 그런 느낌을 갖게 했을지도 모르나,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기존 작가에게서 새로움을 발견하여 더없이 기뻤다는 사실.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로 독자를 다시 찾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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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잡는 초등과학사전 지식과 정보가 있는 북오디세이 1
김현빈 외 지음, 신명환 그림, 손영운 추천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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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 때만 해도 '책 좀 있는 집'이라 하면 묵직한 백과사전이 몇십권짜리 전집으로 있곤 했지요. 요즘은 워낙 책의 종류와 성격이 다양하게 나오다보니 예전만큼 백과사전이 차지하는 자리는 작아졌지만, '정보(지식)의 근간'이라는 점에 있어서만큼은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정보의 거대한 집을 짓는다면 탄탄한 기초공사에 비교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대상연령의 구분. 대개의 백과사전은 학교지식을 처음 접하는 초등학생에겐 다소 어렵다는 문제를 해소하려한 [개념잡는 OOOO 사전]을 그래서 좋아합니다. 이번에 초등5학년 딸을 위해 맞이한 [개념잡는 초등과학 사전]은 말 그대로 개념을 쉽고 빠르게 잡아주고 있어요. 일단 초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과학 용어나 과학 현상, 인물까지를 풀어주고 있으니 학교공부와 직접적인 연관성과 함께 가장 기초가 되는 과학정보(지식)의 근간이 되겠지요.  

가나다 순의 배열, 색깔로 구분한 색인, 하드커버, '사전'의 모양새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은 사전이라 하면 막연히 갖고 있는 높은 벽을 허물었습니다. 설명글 외에 그림이나 사진을 적극 활용해서 이해를 높이고 있고, '공룡'의 예처럼 대표적인 공룡을 간단히 소개하는 등 '읽고 즐길 거리'로서도 만족스럽습니다.

아마도 이 시리즈가 과목별로 모두 출간되는 모양이라 더 기대가 됩니다. 초등학생에겐 정말 딱 이거다 싶거든요. 과학을 좋아하면 좋아하는대로, 혹시 과학을 어려워하거나 싫어하더라도 부담없이 탐독할 수 있는 것이라 아주 좋습니다. 딸의 책꽃이에 꽃아둔 이 시리즈를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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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백 탈출 사건 - 제6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책읽는 가족 61
황현진 외 지음, 임수진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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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즐거운 단편동화집을 하나 더 만났다. 그것도 푸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집이라서 그런지, 며칠 전 김장을 하며 맛보았던 굵고 싱싱한 굴처럼 상큼하기 그지없는 맛이다. 스피디한 전개, 꼭 필요한 가지만을 뻗어 분명하고 간결하게 표현한 주제, 거기에 색다른 관찰력과 상상력을 더한 의외의 이야기들, [조태백 탈출 사건]

첫작품 <구경만 하기 수백 번>은 왕왕 다뤄지는 소재인 왕따에 관한 이야기다. 대부분 왕따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주인공인 것과 달리 주변인, 즉 왕따사건의 방관자를 주인공으로 하는데, 간혹 방관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는 것은 '방관하며 자책감에 시달리지만 결국엔 해결(자)의 역할을 하는' 다소 전형적인 방관자와는 달리 풀어내고 있다는 점. 교실에서 벌어지는 왕따 상황을 단지 바라보기만 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무반응의 주인공이 선생님과 피해자가 가장 먼저 원망하는 대상이 되어버린 이상한(?) 상황이 충분히 설득력있게 전개되었다. 또 간접적일지라도 그것이 왜 가해인지를, 어쩌면 더 혹독한 가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짚어주고 있다.

<엄마의 정원>은 작가의 상상력에 가장 큰 박수를 보내고 싶은 작품.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엄마, 그리고 갖가지 식물들이 가득한 정원. 움직이고 말하는 엄마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아이의 마음이 엄마의 정원으로 표현되었는데다,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는 정원의 식물들의 모습이 독자의 마음까지 짠하게 만든다.

재미있기로 치면 <조태백 탈출 사건>인데, 숙제를 못한 것을 어떻게든 모면해보려고 한 행동이 걷잡을 수 없이 엉뚱한 상황으로 튀고 만다. 한 번 튀기 시작하여 일파만파로 튀어버리는 것에 스스로도 당황해버리는 태백이. 그런 태백이를 바르게 잡아주는 교장선생님 또한 인상적.

그 밖에, 공부에 짓눌린 상후와 상후에게 쇼킹하게 다가온 '그 녀석'의 이야기인 <상후, 그 녀석>, 아빠와 단 둘이 살다 아빠마저 세상을 떠나 홀로된 아이와 옆집의 기러기 아저씨의 묘한 동병상련을 그린 <누구 없어요?>는 가슴 시리게 만드는 작품이었고, 또 역대 수상작가의 작품인 <낯선 사람>과 <마니의 결혼>가 이 책을 유쾌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아무래도 어린 아이들일수록 분량의 압박을 느끼지 않는 단편동화를 더 좋아할 수 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렇게 괜찮은 단편동화집은 더 빛난다.  실린 각 작품의 색깔이 다양하고 모두 평균 이상의 수준을 갖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단편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는데 <조태백 탈출 사건>이면 아주 훌륭할 거라는 나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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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별곡 푸른도서관 2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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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옛날에 배웠던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천년별곡]은 우리 옛문학장르인 '가요'일 것입니다. 처음 몇 장을 읽을 때는 도입부에서 색다른 형식으로 주목을 끈 다음 줄글이 이어지겠지 싶었는데, 웬걸, 이 천년의 사랑 노래는 애절하고도 구슬프게, 때로 흥겹고 신나게 제 마음을 쥐락펴락하여 흠뻑 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나라의 공주가 내란을 피해 은둔한 심산유곡에서 그녀를 지키는 무사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나눕니다. 신분을 뛰어넘을 각오까지 했지만, 무사는 공주의 아비를 지키기 위해 언젠지 모를 해후의 약속을 남기고 떠나고 말지요. 그리하여 시작된 공주의 천년의 기다림이 '천년별곡'으로 읊어졌으니, 그 오랜 세월, 애타는 기다림과 지쳐가는 실망과 알 수 없는 분노까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 저조차 마치 홀린 듯 천년의 세월을 따라갑니다. 

태백산맥에 우뚝서 님을 기다리는 공주는 오고가는 생명들을 품습니다. 일본 침략군을 물리치기도 하지요. 또 마침내 떠났던 무사가 약속을 지켜낸 것까지. 그 사연들은 '아으 동동다리', '아소 님하' 같은 옛노래의 가락과 함께 옛 이야기를 듣는 듯 편히 감상할 수 있었답니다.

영원토록 변치않을 사랑, 목숨을 건 사랑.. 사랑을 찬미하는 이야기들은 많고 많지만 이렇게 색다른 감흥으로 흠뻑 취한 일이 있었나 싶습니다. 강한 듯 여린 공주의 천년별곡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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