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직업세계엔 뺄셈이 숨어있다!

강아지들도 열심히 일해요 ㅣ 그림책 보물창고 34
린 라이저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7월

유아동 도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동물은? 아마도 강아지일 것이다. 그만큼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는 뜻일 텐데, [강아지들도 열심히 일해요]에서 보여주는 강아지들의 직업세계(?)를 들여다보니 정말 그렇다.

열심히 일하고 싶은 강아지 열 마리. 강아지들은 한 마리씩 직업전선으로 뛰어든다. 수상구조견, 공연견, 썰매견, 장애인 보조견, 애완견.. 그러고 보니 강아지는 사람을 위험에서 구하거나 돕거나, 사람을 즐겁게 하는 친구와 같은 존재.

더불어 등장하는 사람의 발끝과 장비만을 가지고 직업을 추측하게 만드는 것도 훌륭한 트릭이고, 특정 직업에 특정 강아지 종이 주로 활약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시베리안 허스키가 눈썰매를 끄는 것처럼.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가장 돋보이는 아이디어는 뺄셈이다! 뺄셈? 그렇다, 뺄셈!

숫자로 가르치는 뺄셈은 아니다. 말하자면 "네가 사과 다섯 개를 갖고 있는데 동생에게 하나를 주었어. 그러면 사과 몇 개가 남지?"하는 가정식 뺄셈이다! 강아지 한 마리가 직업을 갖고 무리를 빠져나가면 남은 강아지들은 몇 마리인지, 그 남은 강아지들 중에서 다시 한 마리가 떠나면 남은 강아지 몇 마리.. 기발한 아이디어다.

유아에서 아동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는 아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책이다. 유아책처럼 단순하지도 않으면서 아동책처럼 스토리를 허겁지겁 따라가야 할 필요가 없다. 강아지를 아는 아이라면, 숫자놀이를 막 시작하는 아이라면, 정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나의 3살된 아들도 앞으로 한동안은 옆구리에 끼고 다닐 책이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동화집

수선된 아이 - 제1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품집 ㅣ 책읽는 가족 55
김기정 외 지음, 유기훈.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6월

"중단편동화 분야의 탁월한 문학적 성취를 자극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신진 동화작가들의 치열한 문학정신을 격려하기 위해.."

[수선된 아이]의 머리글을 읽으니, 어느 동화작가와의 인터뷰가 실렸던 칼럼 중에 '단편동화를 쓰는 작가의 역량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대목이 기억난다. 단편동화가 스토리와 인물, 주제 등을 묘사하는 데 더욱 집약적이고 함축적인 기술적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수선된 아이]에 실린 일곱 편의 중단편 동화를 감상하고 나니 더욱 크게 공감되는 사실이다.

내가 이미 읽었던 몇 편의 작품을 포함해 이 책에 실린 동화들은 하나같이 깔끔하게 떨어진다는 느낌. 동화 하나 하나가 모두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와 주제, 색다른 표현과 문체를 갖고 있어 읽는 내내 다양한 글맛에 감탄하게 된다. 신인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품에 신뢰를 갖기에 충분하다.  

개인적으로는, 엉터리 같지만 유쾌하고 아름다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두껍 선생님], TV촬영에서 배역을 맡고 싶어하는 마을 사람들의 소동 속에서 새엄마와 딸의 관계를 조명한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을 가장 인상깊게 읽은 작품. 또 아이들에게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동네 할아버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린 [버럭 할배 입 속엔 악어가 산다]와 배고프고 마음 아픈 아이들의 이야기인 [견우랑 나랑], 발달장애아의 입으로 풀어낸 [천타의 비밀] 등도 빼놓을 수 없고, [수선된 아이]와 [책을 돌려 주세요]는 다소 충격적(!)으로 읽은 동화다.

그러고 보니, 이 책에 실린 동화 모두 어느 하나 뒤로 처지는 작품이 없다. 새로운 작가들의 신선한 작품들, 그래서 정말 깔끔하게 떨어지는 기분좋은 동화집이다.

만화, 축구, 영어, 모두 괜찮아요.

축구왕은 영어를 좋아해 1 - 출발, 영국 맨체스터로
상상공장 글.그림 / 살림어린이 / 2007년 5월

학습만화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꽤나 된 것 같은데, 그 인기는 여전한가보다. 처음엔 정보와 상식이 만화의 재미와 만나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점차 그 영역도 상당히 넓어져서 만화로 될까, 싶은 언어영역에까지 범위를 넓혔다. 

[축구왕은 영어를 좋아해]는 월드컵 이후 진정 전국민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축구와 우리나라 초등맘들의 영원한 화두인 영어를 접목시킨 학습만화. 제목만 보고도 아이템을 정말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만화이니 재미있다. 축구를 소재로 했지만 만화의 재미를 느끼는 데 성별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사실은 영어에 영자도 모르는- 주인공 훈이가 영국행 비행기를 타면서부터 시작되는 영어코미디가 어린이 독자의 눈높이에 딱 맞는 수준이고, 비록 축구실력이 조금은 떨어지지만 체력 하나는 끝내주는 훈이의 좌충우돌 축구팀 생활이 재미있다. 크게 어렵지 않은 축구용어와 기술이 중간중간 등장하는 것은 축구매니아 아이들에게 더욱 크게 어필할 요소. 

만화이기 때문에 말풍선 안에 들어있는 영어표현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진 못하지만, 초등생이라면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표현들이라서 만화에 푹 빠져있는 동안 만날 수 있다는 데, 한 번이라도 더 노출시켜준다는 데 의의가 있겠다. 또 그 표현들과 관계된 단어와 응용표현 등이 짧게 부연설명되어있고, 중간중간 영어 정리페이지도 있어서 학습만화로서 부족함이 없는 구성이다. 

만화와 축구와 영어-[축구왕은 영어를 좋아해]가 차려놓은 이 메뉴들 중에 어느 것을 어떻게, 얼마나 느끼고 받아들일 것인가는 역시 어린이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하지만 만화와 축구와 영어, 모두 잘 차린 메뉴라는 임은 분명한 책!

수수께끼의 출발로 합격

숫자 3의 비밀 ㅣ 우리 문화 속 수수께끼 1
김종대 지음, 이부록 그림 / 사파리 / 2007년 6월

숫자 3이 가진 비밀을 처음 알았다. Lucky 7도 아니고, 4(四,死)도 아닌, 숫자 3이 이런 비밀을 갖고 있었다니?! 

1+2=3. 남자와 여자를 더하여 생명이 탄생하니, 3은 완전한 수로 여겨졌다는 첫 이야기에 수긍이 간다. 음양론과 맞물려 숫자 3은 우리 전통 안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니, 남자가 1이고 여자가 2인 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3에 주목하여 전통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주몽 덕분에 유명해진 삼족오도 그렇지만 삼족구와 삼두매를 비롯해, 3은 우리 생활 속에서 참 많이도 등장한다. 삼재, 삼세판, 세째딸, 삼형제. 속담에서까지도 3은 주요 등장 인물. 

숫자를 매개체로 하여 정교한 수학(數學)의 세계로 안내하는 어린이 지식책은 간혹 보아왔지만, [숫자 3의 비밀]과 같은 책은 처음이어서 신선하다. 책 본문을 읽고 다시 표지를 보니 이 책이 <우리 문화 속 수수께끼>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잘 알려지지 않은, 혹은 알고 있어도 그것이 전통인지를 모르고 있는, 그래서 부끄럽지만 궁금하기 짝이 없게 만든다.

신선한 아이템과 기획력이 돋보인 것에 비해, 담고 있는 내용의 양과 깊이가 아쉽지만, 수수께끼의 출발로 본다면 [숫자 3의 비밀]은 꽤 매력적인 편.

살아 움직이는 자연

자연의 색 - 생물들의 색깔 이야기
장 밥티스트 드 파나피 지음, 권지현 옮김, 심재한 감수 / 대교출판 / 2007년 6월

빨간 개구리, 빨간 연어, 파란 바다가재, 보라색 버섯, 흰 공작새. 상식의 틀을 깨는 색깔을 가진 이런 생물들을 본 적이 있는가?  

[자연의 색]은 생물을 포함해 하늘, 바다까지 아우리는 자연의 색을 크고 선명한 화보로 소개하고 있다. 색으로 분류한 카테고리 안에 담겨있는 자연의 색은 신기한 색깔의 생물을 감상하는 즐거움 뿐 아니라, 그 색깔이 갖고 있는 의미와 역할을 알아가는 색다른 지적 감흥을 함께 선사한다. 예를 들어 독이나 위험을 경고하는 빨간색, 보호의 의미를 갖는 주황색이나 노란색처럼 잘 알려진 것에서부터 왜 붉은 피인지, 왜 식물은 초록색이고, 초록색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나비의 날개는 왜 파랗게 보이는지, 검은 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검은지 흰지 등, 색깔과 관계된 정보가 수준 높은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제시된다. 타오르는 태양의 색깔과 검은 석탄, 흰 눈과 구름 등, 자연현상의 과학적인 해석 또한 흥미롭다. 

이 책은 자연과 생물을 담은 화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만큼 다양하고 신비로운 대상을 한 권에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그 생생함과 선명함이 시선을 압도한다. 설명글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중고생 이상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어린이용 자연책으로만 취급하기에는 아깝다. 

자연을 '색'으로 해석하고자 한 시도가 돋보이고, 막연히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살아 움직이는 자연'임을 깨닫게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