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뉘앙스 사전 - 유래를 알면 헷갈리지 않는
박영수 지음 / 북로드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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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뉘앙스 사전]. 내용을 보기도 전에 단박에 끌림을 느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뉘앙스'라는 아이템, 참 잘 잡았다. 

이 책은 우선 ㄱ,ㄴ,ㄷ 순으로 단어(또는 관용구)를 배열한 사전의 형태다. 단어의 품사는 명사, 동사, 형용사 등을 가리지 않으며, 순 우리말과 한자어, 외래어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본질이자 '국어사전'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점은 단어의 유래나 어원을 설명함으로서 그 단어가 가진 느낌(뉘앙스)를 알리는 데 있고, 흔히 비슷한 느낌으로 혼동하여 사용되는 단어들을 함께 실음으로서 각 단어가 갖는 보다 정확하고 섬세한 뜻의 차이를 밝히는 데 있다. 

책의 앞부분에 나와있는 차례만 보아도 참으로 그럴 듯하다. ㄱ 항목 중 '가엾다/불쌍하다/안타깝다', '건달/깡패', ㄷ의 '당돌하다/싸가지 없다/버릇없다', '대강/대충/적당히', ㅁ의 '매너리즘에 빠지다/타성에 젖다', ㅂ의 '뽐내다/자랑하다' 등 흔히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는, 그러나 그 뉘앙스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는 단어들을 잘 선택했다.   

이처럼 말의 미묘한 뉘앙스를 아는 것이 일차적인 재미라면, 진짜 재미는 유래와 어원, 단어의 변천사 등에 대해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었다.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말 속에서 우리의 역사와 정서, 관습 같은 것을 확인했다고 해야할까.  

조금 거창하지만, '말'과 '글' 속에 그 나라 사람의 얼이 담겨있다는 말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말과 글을 잘 알고, 제대로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 역시. [우리말 뉘앙스 사전]을 통해 세간에서 떠드는 논술이니, 작문법이니, 그런 기술적인 접근이 아닌 순수하게 우리말과 글을 깊게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게되었으니 의외의 부수익을 올린 셈이다.  

사족. '부수익'이라고 썼지만 뉘앙스가 별로 좋지 않다. 바꿔쓸 수 있는 말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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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2반 전원합격! 내친구 작은거인 17
사와다 노리코 지음, 고향옥 옮김, 다카하시 도루 그림 / 국민서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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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별 것 아닌데 잘 안되는 것들이 있었다. 공기놀이나 휘파람 불기, 연필 돌리기, 줄넘기 한 번에 두 번 돌리는 일명 쌩쌩이같은 것들..   

[3학년 2반 전원합격]의 주인공 겐고는 철봉에서 거꾸로 오르기를 못한댄다. 반장이고, 뭐든지 잘 하고, 언제나 자신이 늘 중심에 있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철봉에서 체면을 구기고 말았던 것. 친구들의 놀림도 위로도 듣기 싫었고, 철봉은 쳐다보기도 싫었다. 물론 결국 겐고는 철봉 거꾸로 오르기에 성공한다. 겐고는 눈물나게 연습하고 있는데 여전히 놀리는 친구들, 그 친구들 때문에 또 화가 나는 겐고, 하지만 그 고생 끝에 이뤄낸 성공에 모두 박수를 보내는 친구들. 

겐고가 이뤄낸 성공에는 이웃집 형 요시의 도움과 피구게임에서 같이 뛰었던 같은 반 친구들, 또 겐고처럼 끝까지 철봉때문에 애를 먹었던 친구 마리코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각자 뚜렷한 역할을 맡아 이 동화에서 주인공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주인공과 조연들의 역할 밸런스가 안정적이다.  

겐고의 철봉연습 과정을 그리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너무 쉽게 성공하게 되었던 점(물론 철봉 거꾸로 오르기가 그리 어려운 동작은 아니지만), 또 철봉은 두 번 다시 쳐다볼 것 같지 않더니 철봉을 연습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심경의 변화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 특히 동화 첫 부분에서 겐고와 요시가 그렇게나 열성으로 만들고 있던 게임이 어느 순간 말없이 사라졌다는 점 등 구성력이 조금 떨어지는 부분이 보이긴 하는데, 전체 이야기의 큰 줄기는 그런대로 무난하게 흘러간다. 

혹시 지금 철봉이든, 그리기든, 노래하기든, 무엇 때문에든 괴롭다면 더욱 공감할 이야기.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책으로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는 이 성공스토리가 용기와 격려를 주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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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족보 책읽는 가족 57
송재찬 지음, 임연기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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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달린 사람에 관한 제주도 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 [비밀족보]. 날개가 달렸다고 하면 뭔가 신비롭고 아름다운, 성스러운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나요? 우리가 천사의 이미지를 날개달린 흰 사람으로 그리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제주도의 설화인데다 날개달린 사람이라니, 환상적인 이야기겠지요? 

[비밀족보]에 등장하는 날개달린 사람은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과 상당한 관계를 갖고 있더군요. 제주도에서 나는 귤은 모두 임금에게 바쳐야했기에 제주도 사람의 것이면서도 정작 그들은 먹지 못했고, 귤에 관한한 작은 실수라도 관리들에게 호된 벌을 받아야만 했다고 합니다. 좌천되어 온 관리들은 섬사람들을 보살피기는 커녕 자기 욕심만 채우기에 급급했으니, 섬사람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져갔지요. 저로서는 처음 알게된 이 이야기가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섬사람들의 절망이 극에 달할 때 모습을 드러낸다는 날개달린 사람. 그들의 분노와 희망을 상징하는 사람. 그들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는 사람. 그 사람이 나타났을 때 가족들은 쉬쉬했습니다. 관리들이 알았다가는 당장 잡혀가기 때문이지요. 

이 설화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이겠지만 제주도의 방언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낯설기도 한 한편 이국적으로까지 느껴졌습니다. 날개를 가진 사람이 날개를 잃어야만 했던 것, 그러나 결국 거대한 작품으로 환생한 것, 또 그의 영혼은 결국 불행으로 끝난 것, 모두 색다른 이야기임에 틀림없습니다. 

한편 [비밀족보]는 이 설화와 현실을 묶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에게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겨드랑이에서 심한 아픔을 느낀 은익이는 꼭 그 설화의 주인공 같지요. 자신도 전혀 모르고 있던 가문의 비밀이 은익이에게 힘을 주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설화와 현실이 '가문(족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두 이야기 사이가 너무 동떨어진 듯 간극이 느껴진다는 것과 설화 부분이 너무 길고 장황해서 뒤로 갈수록 재미가 덜하다는 것입니다. 신비롭고 환상적이긴 하지만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매력은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에요. 조금 더 쉽게, 조금 더 단순화시켰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재의 발굴과 참신함은 인정합니다만,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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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행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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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행. 園幸. 표지에 한자를 표기해주지 않았으면 나는 당연히 遠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면이야 서울에서 수원까지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조선 정조시대에 왕과 왕의 어머니와 수행원들이 그 길을 간다면 족히 2,3일은 걸렸을 터. 죽은 아버지에게 가는 길, 조선을 당쟁의 구렁텅이에서 구하러 가는 길, 그 길이 정조에겐 얼마나 의미심장한 것이었으며, 그 길이 또한 얼마나 위험한 길이었을까.   

[원행]은 정조가 사도세자의 사갑을 맞아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와 함께 화성으로 행차했던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한 역사추리소설이다. 정조를 시해하려는 세력, 그에 맞서는 수원성 축조의 절대공신 정약용의 활약. 매력적인 구도다. 설득력있는 설정이고, 흥미로운 인물이다.  

소설의 시작은 딴소리없이 곧장 본론으로 들어간다. 이야기에서 주요한 위치를 점하게 될 장인형, 그의 내연녀인 기생, 그리고 아마도 사건의 열쇠를 갖고 있을 여러 인물들이 숨가쁘게 등장, 음모의 윤곽이 가차없이 드러나며 진행된다. 그러나 정작 '추리소설'이라고 부를만한 미스터리는 같은 목적을 갖고 있는 또다른 세력의 음모에서 비롯된다. 무언가 수원성의 비밀을 감추려한 살인사건. 그 비밀을 풀 수 있는 자, 정약용의 등장은 필연이니, 이 때부터 정약용 대 시해세력의 본격적인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사건들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 때마다 정약용의 번뜩이는 지혜와 재치로 겨우 수습하여 위기를 넘기고, 정조를 시해하려는 두 세력이 따로 또 같이 시해를 도모하고.. [원행]은 계속해서 뭔가 일어나고 뭔가 수습되기를 반복하는데, 그 뿐이다. 긴박하거나 초조하거나 조마조마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상황 자체는 충분한 개연성을 갖고 있지만 도대체 몰입되지가 않으니,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글쓴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더구나 [원행]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정약용. 그의 성격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정조를 보호하려는 일념 하에 어떻게든 수습해보겠다며 가상한 노력을 기울이는 자, 그 뿐이다. 이렇다 할 카리스마를 가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간미가 넘치는 것도 아니고,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새로운 캐릭터를 가진 것도 아니고. 사실 거의 모든 사건은 정약용이 해결했는데도 그의 존재가 이처럼 뚜렷하게 남아있는 것이 없으니,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글쓴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클라이맥스에만 잠깐 등장하는 정조 역시 허무하기 짝이 없는 인물로 그려졌고, 당체 위기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맥빠지는 클라이맥스와 결말. 아, 이거 정말 실망이다.  

아쉽다. 충분히 재미있을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책장 넘기기가 더 힘들어졌다. 생각해보니 오세영 작가의 베스트셀러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읽다가 중간에 포기했었던 이유가 기억난다. 그래도 [원행]은 한 권짜리라 끝을 보았던 것이로군. 이제 오작가와는 바이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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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따르릉 사계절 그림책
조우영 글.그림 / 사계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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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을 배울 때까지 사물의 명칭 앞뒤로 의성어와 의태어를 붙여 말해주곤 한다. 사실 그 시기의 한동안은 리듬감과 느낌을 살려서 표현할 수 있는 의성어/의태어가 아이의 기억에 더 확실히 남는 것 같다. 그래서 '자동차'를 '빵빵'이라고, '기차'를 '칙칙폭폭', '호랑이'를 '어흥', '강아지'를 '멍멍'이라고 지칭하곤 하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오직 의성어와 그림만으로 꾸며졌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30개월된 아이에게 열렬히 환호받은 책이 [따르릉 따르릉]. '출출출출' 개울물 흐르는 소리에서 시작한 그림은 자전거를 탄 꼬마아이를 따라 배경이 옮겨진다. 개울에서 찻길로, 동네 가게를 지나 운동장 뒷편에 있는 꼬마의 집까지, 그 길을 내내 따르릉 따르릉 소리를 내며 달려간다.   

마치 카메라가 움직이는 것처럼 꼬마를 따라 이동하는 장면이 줌인, 줌아웃되면서 대개 내려보는 각도로 그려져있어서 이동경로 뿐 아니라 그 동네의 모습이 한 눈에 잡힌다. 또 꼬마의 자전거를 잘 따라가기만 해도 이야기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재미있으니, 꼬마의 손에 들려진 검은 비닐봉투와 아빠의 귀가가 바로 그것이다. 보글보글, 탁탁탁탁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 모습으로 끝나는 이 그림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끄덕.  

물론 매 장면, 거의 모든 사물에 붙어있는 의성어는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오래도록 즐겁게 볼 수 있게 만든다. 신호등의 '띠리리 띠리리' 소리, 구두를 신은 아줌마의 '또각 또각' 소리, 조깅하는 아저씨는 '탁탁탁', 자전거의 '띵띵' 벨소리.. 특히 그 의성어는 활자크기를 달리해서 큰 소리는 크게, 작은 소리는 작게 표현했고, 각 의성어의 활자모양도 기계음은 고딕체로, 거친 숨소리는 거친 필기체로 달리하는 등 글자에서도 소리의 느낌이 난다.  

사물의 의성어와 동네의 풍경이 잘 어우러졌다. 말을 배우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꼭 맞을 테고, 특히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특히 강추. 각종 자동차가 매우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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