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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물원에 놀러 오세요! - 24시간 바쁜 수의사 아저씨의 동물 사랑 이야기
최종욱 지음, 고상미 그림 / 바다어린이 / 2007년 8월
평점 :
아이들과 함께 동물원에 놀러가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우리처럼 일반 관람객이 보는 동물의 모습은 단편적일 수 밖에 없다. 방송프로그램 등에서 보는 동물들의 짝짓기나 출산, 특별한 습성, 놀라운 능력 등은 마치 동물원 어디에선가 비밀리(?)에 진행되는 듯, 우리는 그들의 평화롭고 한가로운 풍경만을 울타리 밖 멀찌감치에서 바라만 본다는 사실이 어쩐지 아쉽다.
아마 그래서 더 눈에 띄었을 것이다, 이 책. [우리 동물원에 놀러오세요] 는 현재 광주의 우치동물원에서 재직하고 있는 수의사가 쓴 책이다. 동물원의 수의사, 동물 곁에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특별한 사람! 그러하니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동물원에 몇 번을 가본들 절대로 직접 경험하거나 보지 못하는 동물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담겼다. 크게 '동물들의 사랑 이야기', '재미있고 신기한 동물 이야기', '말썽쟁이 동물들의 동물원 적응 이야기', '위험에 빠진 동물 이야기', 이렇게 네 개 장으로 나뉜 동물들의 이야기는 때로 웃기고 때로 감동적이고 또 때로 놀랍고 신기하다. 여기에 수의사로서 느끼는 기쁨과 보람, 슬픔과 안타까움 등은 물론, 동물과의 생활 속에서 수의사이자 사람으로서 배우고 반성하는 여러 단상들도 녹아있어서 단순히 "신기한 동물원의 세계"를 전하는 것 이상의 느낌이다.
워낙 동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서 나름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초등생인 딸 역시 [우리 동물원에 놀러오세요]를 읽으며 즐거워한다. 알고 있는 것은 알은체를 하며, 몰랐던 것은 신기해하면서,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오며가며 몇 번씩 자꾸 들춰본다. 호랑이의 탈출과 구출 사건, 타이슨이라고 불릴 만큼 힘도 세고 성질도 사나운 닐가이의 이야기, 죽은 사슴을 부검하니 윗속에서 OO가 엄청나게 많이 나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 또 죽은 새끼를 여전히 안고 다니던 망토개코원숭이 이야기 등, 역시 '동물원'이라는 환경이 만들어내는 슬픈 이야기가 딸의 마음에 더 깊이 남는지, 내게도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하면서 조잘댄다. 동물원의 동물들이 불쌍하다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내가 진땀을 흘리며 설명을 하기도 했지만. ^^
크게 네 개 장 안에 다시 짧은 여러 개의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게 씌여 초등 저학년 어린이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겠고,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읽어낼 필요 없이 어느 부분에서부터든 자유롭게 읽을 수 있고, 사진과 삽화가 많아 눈도 즐겁다. 동물원 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더할 나위없이 좋아할 책이고, 혹시 동물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그 내용 자체가 흥미로워서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