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놀러온 7명의 괴짜 천재들
기하라 부이치 지음, 정돈영 옮김 / 징검다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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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어려워서 잘 알 수 없는 것이 많이 있다. 일일이 헤아리자면 끝이 없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철학일 것이다. 철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물을 일부러 어렵게 생각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어렵지 않으면 철학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이다" (49쪽) 라고 쓴 저자의 서술에 동감한다. 사실 돌이켜보면 철학이나 사상, 철학가가 내 인생의 어느 한 부분에라도 영향을 끼쳤다면 그것은 학교 시험에서 뿐이었던 것 같고, 사실은 그것에 대해 잘 몰라도 사는데 별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또한 하지만., 나와는 다르게 뭔가 고차원적인 정신세계를 가진 그들, 그들의 사상을 만일 '쉬운 철학'으로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작은 영향이라도 받았을지 모를 일이다.

[우리집에 놀러온 7명의 괴짜 천재들]의 겉모양은 '쉬운 철학'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집에 놀러온다는 게, 나와 찻잔을 마주하고 날씨 얘기도 하고 선거 얘기(?)도 하면서 즐거운 담소를 나눈다는 얘기가 아니었나? 아니었나보다. 이 책은 말랑말랑하지 않고, 만만하지도 않다. 전문철학서라고 할 수는 없어도 철학입문서 또한 아니다.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칸트 등 누구나 적어도 이름은 아는 일곱 명의 철학자를 얕보지 말라. 이 책의 제목과 책 내용은 아무 상관이 없다. 관계성은 전무하다는 사실.   

저자는 일곱 명의 철학자 개개인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를 꾀하고 그들의 철학이 보내는 메시지를 이해하고자 했다고 하는데(297쪽, 옮긴이의 말 인용), 내가 읽기엔 저자가 가진 철학자와 사상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소크라테스의 재판에 대한 부분에서 특히 그러한데,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소크라테스의 죄목을 거론하며 그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해석해보이는 저자의 견해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어도,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소크라테스의 정체가 새로웠다. 또 데카르트의 철학을 이해하는데 '지의 데모크라시'라는 보조선을 이용하는 방식, 죽음이라는 자명한 사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파스칼의 행복론이라는 사실 등 철학사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대목도 있다. 그러나 책 전체적으로 보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논지가 오락가락할 때도 있어서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한마디로, 다른 철학서들과 모양새는 다르게 생겼으나 다른 철학서들과 마찬가지로 쉽고 분명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솔직히 이 책을 읽는 것 자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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