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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좀 빌려주세요 ㅣ 작은도서관 27
이규희 지음, 박지영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0월
평점 :
아빠는 권위, 엄마는 자상함으로 이미지화되는 시대가 아니다. 이미 많은 아빠들이 자녀들과 따뜻하고 각별한 사이이고, 자녀들도 아빠라고 해서 더 어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빠'라는 단어에는 '엄마'라는 단어와 역시 다른 느낌이 있다. 이를테면 가족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라든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앞장 서서 헤쳐나가는 역할을 한다든가, 우리집을 대표하는 주장이라든가, 하는 가족의 기둥이라는 느낌.
[아빠 좀 빌려주세요]에 담긴 여섯 편의 단편동화는 모두 '아빠'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아빠들은 아이들의 입장에선 그다지 '폼나는' 아빠가 아니다. 의사보다는 왠지 별 볼 일 없는 것 같은 수의사인 아빠, 사고로 화상을 입어 '괴물처럼' 생긴 아빠. 시골에서 맨 손으로 올라와 공사장 일로 힘들게 살고 있는 아빠. 또는 폼이 나든 안나든 아빠라는 존재가 아예 없는 아이들. 때로 아빠에게 화를 내고 원망을 하고 외면하기도 하는 그 아이들에게 결국 아빠는 어떤 존재로 귀결되었을까.
짧은 동화들은 아빠의 존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이들에게 어떤 힘을 주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한다. 아빠가 어떤 모습이든 아빠는 아빠라서 아빠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된 동화 속 주인공들처럼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도 자신의 아빠를 느끼리라.
[아빠 좀 빌려주세요]는 각기 다른 설정과 다르게 풀어가는 이야기의 전개가 다채롭다. 특히 표제작이 가장 재미있는데, 아빠를 빌려달라는 설정이 색다르거니와 밝고 경쾌한 터치로 풀어가는 이야기가 좋다. 그런데 전체적으로는 좀 밋밋한 느낌이다. 표제작을 제외하면 마음에 강하게 남는 동화는 별로 없다. 읽는 동안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지만 임팩트가 강하지는 않아서 허전하다. 저학년 대상의 짧은 동화들이라 서둘러 주제를 이야기하고 막을 내렸기 때문일까? 아빠의 존재를 생각케하는 작은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라는 특징이 가장 크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