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권오단 지음 / 포럼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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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조 16년. 이탕개의 난 발발. 조선의 변방 가까이에 살면서 조선과 무역을 하며 공물을 바치는 야인이 아탕개를 중심으로 세력을 일으켜 반란을 도모했다.

세종 이후 태평성대를 구가하며 문물이 발달하였으나, 이는 문을 숭상하고 무를 하대하는 풍조를 낳았고 조정 대신과 사대부는 편을 갈라 세력 싸움에만 골몰하게 되었으니, 머지않아 난세가 닥칠 것이로다! 당시 병조판서였던 이이는 오매불망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며 난세를 예감하여 충언을 올렸으나 그것은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명나라를 대국으로 모시고 조선은 소국이라 자칭하며 북방의 여진족을 오랑캐라 천시한 것은 누가 세운 순서이고 누가 따라야 하는 질서란 말인가. 나라를 나의 힘으로 지키지 못할 때는 아무 쓸모없는 명분인 것을.

요컨데, [난(亂)]은 이이가 중심이 되어 이탕개의 난을 간신히 진압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동인과 서인의 진흙탕같은 세력 다툼 속에서 이이는 홀로 난세가 닥칠 것에 대비하기 시작한다. 그의 뜻은 비록 조정에선 내쳐졌으나, 힘이 장사요 창검쓰는 솜씨가 날랜 두 사람, 바우와 백손에겐 불같은 충심을 일으켰으니 그들은 이탕개의 난을 진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들의 신분은 나라를 위해 싸울 수조차 없는 천민. 난세에 영웅은 났지만 그들의 끝은 아무도 알지 못하니 과연 이 난세가 진정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난]은 이이를 통해, 또 바우와 백손을 통해 각도를 달리한 충심을 보여주고 있고, 당시 신분제도의 부조리, 종이 호랑이와도 같은 조정의 허세를 꼬집고 있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묘사에 있어서는 이이를 좀 더 정교하게 다루지 않은 것이 아쉽고, 싸움의 장면과 영웅의 활약은 다소 허무맹랑하여 무협지와 같은 느낌도 든다. 그래도 이야기의 전개속도에 있어서만큼은 그 빠르기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데, 꽤 많은 이름이 언급되지만 비중의 많고 적음을 확실히 구별하여 속도를 내는데 문제가 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 길게 또는 짧게 묘사하는 장면의 완급조절이 잘 되었다. 나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난]은 최고라고 치켜세우기는 어렵지만 한 번은 읽어보아도 후회하지는 않을 작품이고,  또 책의 마지막에 부록으로 실린 지도와 이이 연보가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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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우유일지도 몰라 - 장독대 그림책 9
리자 슐만 글, 윌 힐렌브랜드 그림, 서남희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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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은 달을 참 좋아합니다. 유아도서에서 달을 소재로한 책이 많은 것을 봐도 알 수 있지요. [달은 우유일지도 몰라] 역시 달을 소재로 한 그림책인데, 이 책은 달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조금은 색다른 결말로 이어집니다. 

둥근 달을 보고있던 주인공 아이 로지는 문득 달은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고양이와 암탉과 나비와 강아지와 생쥐를 차례대로 찾아가 물었더니 모두 다른 답을 말하는 거예요. 동물들이 생각해서 답하는 것을 가만 들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모두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마지막으로 로지와 동물들이 찾아간 분은 할머니. 할머니는 달은 무엇으로 만들었다고 답했을까요? 앞서 만났던 동물들이 생각한 달 만드는 재료(?)가 할머니 손에서 멋지게 재탄생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웃음이 나지요. 이야기가 이렇게 되는 거였구나, 싶어요. 아이들이 즐거워할 만한 이야기이고, 책 속의 할머니처럼 동물들이 말한 달 재료로 엄마와 아이가 함께 멋진 작품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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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아주 어렸을 때 - 사파리 그림책 003
사라 오리어리 글, 줄리 모스태드 그림, 김선희 옮김 / 사파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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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지만 꼭 사진을 인화해서 앨범에 정리합니다. 앨범을 보면서 내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때 이랬지, 이 맘때는 이랬지, 기억을 더듬으며 얼마나 행복한지 부모만일 알 겁니다. 정작 앨범의 주인공인 아이는 기억하지 못해도 부모는 그 사진을 찍었을 때를 너무나 잘 기억하니까요.

[네가 아주 어렸을 때]를 읽으면서 이 책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정말 공감할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를 한 장면 한 장면 기억하며 들려주는 이야기거든요. 마치 앨범을 들춰보는 것처럼요. 그 장면은 실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부모에겐 그런 존재였을 겁니다. 정말정말 작고 예쁜 아이, 주머니에 넣어다니고 싶은 아이, 어린 새처럼 오물오물 밥을 씹어먹는 아이.. [네가 아주 어렸을 때]는 그런 아이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부모가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아이도 아주아주 나중에 언젠가는 그 뜻을 알게 될 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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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 팔기 대장, 지우 돌개바람 12
백승연 지음,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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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는 여러 장르가 존재하지만 실제 나와 딸이 접하고 읽는 장르는 한정적이다. 소설(동화)와 시, 그리고 수필 약간. 하지만 독서습관에도 편식은 좋지 않은 법, 특히 초등생인 딸에겐 더 다양하고 맛있는 갖가지 작품을 만나게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바, [한 눈 팔기 대장 지우]은 우선 '희곡'이라는 데에서 관심을 갖게되었고 딸 역시 "어? 이거 연극대본이네?"하며 호기심을 표한다.

우리들의 아이들이 대개 그렇듯 주인공 지우는 학교가는 길 그 잠깐동안에도 온통 궁금하고 신기한 것 투성이다. 엄마의 잔소리가 귀에 못이 박혔지만 오늘도 한 눈을 팔고 마는 지우. 지우가 차마 지나치지 못한 낡은 집에 들어선 순간부터 놀랍고 신비로운 일들이 펼쳐진다. 지우는 애송이 빗자루 도깨비와 몸이 뒤바뀐 채 달맞이꽃을 만나고 혹부리영감을 만나고 달나라에서 절구찧는 토끼를 만나기도 한다. 지우는 그들과 무슨 얘기를 나누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우는 다시 자기 몸으로 되돌아 왔을까? 어떻게?

딸이 연극대본이라고 표현했던 희곡 [한 눈 팔기 대장 지우]는 생각보다 훨씬 쉽게 읽혔고 또 생각보다 훨씬 선명한 장면이 상상되었다.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대화가 입에 착착 붙고, 노랫가락처럼 흥얼대는 후렴구도 흥을 돋운다. 장면전환이 꽤 많은데도 불구하고 간단한 무대지시가 오히려 더 큰 상상력을 자극하여 머릿속에 그려진 커다란 무대 위가 바삐 움직이는 것 같다. 또 초반부엔 빗자루 도깨비의 익살, 관객과 호흡하는 장면이 많아서 엄숙한 연극보다는 신나는 인형극의 장면이 그려졌는데, 중반부에 등장한 전쟁장면이 다소 생뚱맞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설정 안에서 주제를 잘 표현했다고 보여진다.   

학교가는 길 한 눈 파는 지우가 자기와 똑같다며 지우와 함께 무대 위를 누빈 나의 딸은 때로 대사를 소리내어 읽으며 또 때로 인물들의 행동을 흉내내며 즐거운 연극 한 판을 경험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딸이 던진 문제, "그래서 지우는 학교에 지각을 했을까요, 안 했을까요?" 이 문제에 대한 딸의 해답은 이렇다. "지우는 지각 안 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게 다 상상이거든. 그런 상상을 하면 학교가는 길이 안 심심하니까요." 그래, 맞다. 그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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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11-02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괜찮다고들 해서 읽어보고 싶어요.^^

개구리 2007-11-03 10:15   좋아요 0 | URL
^^ 희곡이라는 점이 가산점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비교적 괜찮아요 ^^
 
고구려 고분벽화 이야기
전호태 지음 / 사계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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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초등학교 4학년이라 나 또한 딸이 읽는 책을 함께 읽으며 생각지 못했던 재미와 지식을 얻곤 한다. 특히 역사 관련도서는  정작 내가 학생이었을 때보다 요즘들어 읽는 역사 동화나 지식책이 참으로 꿀맛이다. 역사가 곧 사람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테고, 요즘 책들이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을만큼 소재선택이나 접근방법 등에서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일 터. 지금 막 책장을 덮은 [고구려 고분벽화 이야기]는 내게 지적 호기심을 일으킴과 채움을 동시에 만족시킨, 정말 잘!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구려 고분벽화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고구려의 고분벽화를 완전 정복하는 지식책이다. 대충 이런저런 내용들을 모아 알맹이는 별로 없는 허술한 책이 아니다.(그런 책들을 보고 실망했던 적도 있기에!) 고구려 고분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시작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고분벽화에 대해 세세하고 정교한 설명과 사진과 그림자료가 실렸다. 고분벽화는 당대 사람들의 사상과 풍습을 표현하고 있으므로 벽화에 대한 설명은 자연스럽게 고구려에 대한 이해를 동반하는데, 이를테면 고구려인은 무덤을 죽어서 살아가는 터전으로 생각하여 현세와 똑같이 부엌과 고기창고, 우물 등이 있는 저택의 모습을 그렸고, 부하나 신하의 얼굴모습을 모두 똑같이 그렸고, 그 수는 많이, 그 크기는 무덤의 주인보다 작게 그림으로서 권위와 세력을 나타냈다.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구려 고분벽화의 소재도 달라졌다. 고구려가 불교를 숭상한 후부터는 연꽃 장식을 그렸고, 불교와 함께 들어온 서역문화는 서역인과 씨름하는 모습이나 서역 악기가 고분벽화에 남아있다. 

초등생 딸이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기도 한 '4장 사신의 세계'는 고구려인들이 믿었던 오행설이나 신선 신앙을 담은 고분벽화 이야기다. 상상의 동물로 잘 알려져있는 동서남북의 수호신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존재는 하늘의 별자리를 형상화하여 탄생한 것이라는 대목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각 신의 모습이 갖는 의미가 신비롭기까지 하다.

빽빽한 본문글자와 사진, 그림자료들에 대한 작은 설명글자로 인해 전체적으로 따분하고 어려운 지식책의 모양새를 가졌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그 내용은 매우 친절하고 자세하다. 고구려 고분벽화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상당한 수준의 방대한 지식을 만날 수 있고, 동시에 고구려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실히 넓힐 수 있다. 초등학생이면 다소 어려울 수 있겠지만 중고등학생에게 적절한 수준으로 만족스러운 지식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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