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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장의 명화로 읽는 그림의 역사
로이 볼턴 지음, 강주헌 옮김 / 도서출판성우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단순히 명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으로만 접근한다면 이 책의 두께와 내용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책 제목을 상기하자. [150장의 명화로 읽는 그림의 역사], 즉 회화의 역사에 포커스를 맞춘 책이다. 따라서 무덤벽화나 동굴벽화로부터 시작하는 고대미술에서부터 아무렇게나 물감을 흩뿌리고 마구 그어댄 것 같은 잭슨 폴록의 작품과 같은 현대미술까지, 각 시대의 회화의 양식과 특징, 의미를 해설하고 그것을 대표할 만한 명화와 그 작가를 해설하면서 명화역사 전체를 훑고 있다.
이제 막 명화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솔직히, 이 책의 전부를 이해하기는 버겁다. 미술사를 개괄하여 서술한 서문도, 목차에서 보는 작가의 이름도, 명화를 해설하는 부분에서 간혹 등장하는 전문용어도 낯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페이지를 하나하나 넘겨가면서-비록 작가나 작품의 이름을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순간 내 눈에 쏙 들어오는 명화나 혹은 이미 눈에 익었거나 알고 있는 반가운 명화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멈추어 작가와 작품에 푹 빠질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 분명하다. 명화의 아름다움을 해설을 읽는 것 뿐 아니라, 작가 다비드의 슬픔이 그대로 묻어나는 명화 <마라의 죽음>은 프랑스 혁명기에 반혁명세력에 의해 욕조에서 살해당한 마라를 그린 것으로, 마라가 들고 있는 피묻은 편지는 암살자가 거짓으로 보낸 편지이고 거기에 범인의 이름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는 사실, 양복에 중산모를 쓴 신사의 얼굴이 사과에 가려있는 그림 <인간의 아들>에서 사과는 낙원에서 쫓겨난 타락한 인간의 상징이며, 그 원초적 타락에 의해 인간의 시야가 차단되었다는 의미라는 것 등에서 사회상을 읽는 즐거움도 크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 경매회사의 미술사 전문가라고 하니, 직무 특성상 일반인이 명화를 어떤 포인트에 집중하여 어떤 식으로 해석하는가를 짚어주는데 선수인 것 같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보아도 비너스의 풍만한 육체만 볼 줄 아는 초보 감상자에게 비너스 옆에 있는 끌어안고 있는 두 신은 비너스가 성적인 목적으로 탄생했음을 암시한다는 것을 짚어주는,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명화를 바라보는 눈과 감각을 깨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미술에 대해 어느 정도 조예를 가진 독자에겐 부분이 아닌 전체를 관통하여 바라보는 즐거움을 주겠지만, 초보 감상자에게도 그림을 알아가는 책으로, 배워가는 책으로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