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갑작스레 손님이 찾아온데다, 늘 늦게 퇴근하는 옌이아빠까지 일찍와서, 약간은 분주함이 느껴졌다. 게다가, 낯가림이 아직 있는 옌이는 갑작스런 손님의 출현에 약간은 어색함을 표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옌이를 남편에게만 오로지 맡기고, 나는 손님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뒤... 나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 장면은 다름아닌, 옌이를 아기띠도 아닌 포대기로 등에 업고 있는(piggyback) 남편의 모습이었다.


강씨아저씨^^는 그와의 첫만남에서부터, 그 인상과 덩치에 나를 놀라게 했고, 급기야, 그와의 만남을 주저하게 만든 외모^^를 가지고 있다. 180cm가 넘는 키에 큰 몸집, 검게 그을린 피부, 쌍꺼풀없이 양쪽으로 올라간 매서운 눈...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병대장교출신의 냉철하고 차가운 표정... 그는 한마디로... 지리산같은, 대둔산같은 남자였다. 그런 외모가 무서워서 만남을 기피했었고, 친정식구들조차도 우리의 결혼을 우려^^했었다.


하지만... 그와의 인연이 한해...한해 거듭될수록... 난 그가 깊이... 아주 깊이... 좋아진다. 차갑고 어두운 역기능가정에서 성장한 나는... 따뜻한 가족의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결혼을 미루게 만들었고, 또한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을 가지게 했었다... 이런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강씨아저씨와의 만남을 예비해두신듯 하다.


배가 만삭에다가 퉁퉁부은 아내의 머리를 감겨주며, 못난 발을 씻어주는 그...

매일밤... 옌이의 이를 닦이고, 얼굴과 손, 발을 씻기고, 그리고, 로션을 차분히 발라주는 그...

옌이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써주신 옌이관찰기록을 매일매일 재밌고, 신중하게 챙겨읽는 그...

옌이에게 고미타로의 일본어판 그림책을 읽어주는 그...

아내의 힘이 자신의 경청으로부터 비롯됨을 알고, 내눈에 그의 시선을 맞추고 피곤함을 무릅쓰고 새벽까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

매일밤... 컴퓨터앞에서 강의를 듣다가 졸고있는 그...

자신의 용돈을 쪼개어서, 외국의 오지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선교헌금을 보내는 그...


잠시... 생활의 바쁨속에서 이러한 그의 자상하고 진실한 모습을 잊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포대기에 옌이를 업고, 그것도 낯선 사람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아이를 달래고 있는 강씨아저씨의 모습은... 아주 오랜만에 느끼는 감동그자체였다.


사람들은 이런 줄도 모르고... 종종... 나에게... 무섭게 생기고, 무뚝뚝한 강씨아저씨와 사는 것이 힘들지않냐고 물어본다. 아마도, 그의 진실하고 따뜻한 모습은... 나만이 아닌 비밀그자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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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3-3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참 근사한 옆지기에요. 추천.

예은맘 2006-03-30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조선인님 안녕하세요~ 님의 아이디는 여러군데에서 정말 많이 봤어요. 이렇게 제 서재에도 와주셔서 정말 고마와요. 반가와요~ ㅋㅋㅋ 한동안 옌이육아에만 정신이 빠져있어서 옆지기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잊고 있다가, 문득 어제 모습에 옆지기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조선인님이 서재에도 지금 놀러가볼께요~^^

아영엄마 2006-03-3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부군이시군요. 남자분들이 아이를 그냥 안고 있으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 포대기로 아이 업는 거 잘 안하시잖아요. ^^

예은맘 2006-03-30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그래서... 저도 감동먹었습니다. 에구... 남편자랑하면 팔불출일텐데... 저는 살짝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댓글남겨주시니... 에구구... 부끄럽네요 ^^
아영엄마님의 아이디도 조선인님처럼 아주 자주 봤었어요. 많은 좋은 리뷰와 추천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앞으로도 많은 도움 부탁해요~^^ 감사합니다~ 에구 부끄러워서~^^

ceylontea 2006-05-18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은맘님 둘째를 드디어 출산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이제 겨우 한달이 되어 가는군요.. 산후조리 잘 하시구요.. ^^
예은이와 둘째 사진 보고 싶어요.. ^^

로쟈 2006-08-1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읽었지만, 행여나 제 집사람이 이런 페이퍼를 읽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이런 페이퍼는 비공개로 해주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