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이훈구 지음 / 이야기(자음과모음)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누가 나에게 권해줬을까...바로 언니다. 친 언니다. 언니가 이 책을 나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주었다. 이 책을 권해주던 날... 나는 흥분했었다. 엄마가 엄마의 생일날 내가 안왔다고 화가 났다는 것이다. 난 화가 났다. 내 생일은 한번도 챙겨주지 않으면서, 항상 자기 생일을 챙겨달라고, 애기처럼 보채는 엄마... 솔직히 말해서 귀찮은 엄마... 하지만, 너무나 우연하게도 은석이의 책에는, 나와 똑같은 불평이 실려있었다. '나의 생일은 한번도 챙겨주지 않으면서, 부모님은 자기 생일만 챙긴다... '

나는 부모님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부모님에 대해서 생각도 잘 나지 않는다. 내가 힘들고, 지칠때마다 난 부모님이 생각나지 않는다. 무슨 안좋은 일 something bad 이 생기면, 부모님에게 발각될까봐...얼마나 마음을 졸였던가... 이런 사실을 알게되는 사람들은 나를 무슨 패륜아 취급하듯 했지만, 더 힘든 것은... 나도 내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난 그것이 나의 잘못인줄 알았다. 그것을 숨겼다. 친구들도, 지인도, 우리집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난 항상 엄마의 눈치만 살폈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생활로 이어졌다.

은석이는 왜 부모님을 죽였을까... 왜... 정확한 답을 뚜렷하게 내릴수 없다. 하지만, 말로 정확하게 표현이 안되도, 난 100페이지 분량의 답을 쓸 수 있다. 은석이는 왜 부모님을 죽였을까...는 나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과도 같이 들려온다. ' 난 왜 부모님을 싫어할까?' 뭐라고 딱 말할 수가 없다. 그냥 그분들이 싫다. 시간이 있으니, 충분히 말해보라고 하면, 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은석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가장 특이했던 점은 은석이 형의 반응이었다. 많은 보도진들과 취재진들과, 국민들은 부모님을 잃은 그가, 거의 실신직전으로, 눈물, 콧물에 싸여있는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였다. 너무나 담담하고 침착했던 그의 모습에 그들은 놀랬고, 그 다음에 그가 말한 한 마디의 말에 그들은 또한번 놀랐다. '난 동생을 이해해요!'

그가 던진 한마디로, 그는 공범으로 오인받았으나, 곧 무혐의로 풀려났고, 그는 사형을 언도받은 동생을 위해, 변호사선임과, 심리학자, 정신과의사등의 도움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는 진정 동생을 이해했다. 나의 언니도 그랬을것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왜 은석이형은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은석이는 순종적이고 내성적인 아이였고, 형은 부모님에게 반항적이고, 일찍 집으로부터 독립을 했다. 은석이도 독립을 하려고 했으나 용기가 없었다.

엄마! 그 따뜻하고 그리운 이름이 아니라, 싫고, 귀찮은 이름... 나에겐 항상 그랬다. 나에겐 엄마, 아빠의 개념이 왜곡되어 있고, 가정, 가족에 대해서, 왜곡되어져 있다.

그럼, 나는 왜 은석이와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이것에 대해서는 난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하고 싶다. 난 초등학교시절부터, 우울증과 불면증이 있었고, 고등학교때는 심한 자살충동과, 가출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때 한 선생님께서 나를 붙잡아주셨고, 대학교때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를 도와주고, 함께 해주었던 친구들...그리고, 사모님과, 한 동료선생님... 나는 부모가 없이도, 솔직히 말하면, 부모로 인해 생긴 슬픔과 눈물이, 그들로 인해, 처음에는 너무나 서먹하기만 했던 사랑과 신뢰로 채워져나갔다.

은석이는 상당히 왜곡된 대인관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저자는 쓰고 있지만, 나는 은석이의 대인관계면에서 나와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즉, 나의 대인관계도 많이 왜곡되어져 있다는 것이겠지... 사람을 꾸준하게 사겨본적도 없고, 사람을 신뢰하기도 너무나 힘든 나... 난 은석이를 동정한다. 연민을 느낀다. 그렇다고 은석이가 한 행동이 옳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그를 위해 증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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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마루 2015-06-14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정동섭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어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소장하고 싶어서 출판사에 전화했었어요. 그런데 개인사생활보호의 이유로 소송 걸렸던 책이고, 그 결과 시중에 나와 있는 책도 전부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아쉬웠지만, 책 자체는 저도 아주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