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혀 죽겠거든, 철학하라 - 인생의 힘든 고비에서 나를 잡아준 책들 인문낙서 1
홍정 지음 / 인간사랑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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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스며든다. [숨막혀 죽겠거든 철학하라]

 

아직 인생을 절반밖에 못 살았지만, 인생은 계속 질문을 던지는 일의 연속이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으면 당연히 답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답을 얻기 위한 과정은, 휴~, 쉽지가 않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각자의 답을 내놓지만 딱히 와닿는 것은 별로 없다.

설렁설렁 이해한 탓도 있고, 철학이 아직은 너무나 멀게 느껴져서 그런 것도 있다.

문학과 역사는 내 곁에 딱 붙어 있고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꽤나 만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 철학이란 놈은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게 항상 숨을 쉭쉭거리며 털을 곤두세우고 있는 예민한 고슴도치 같다고나 할까.

(얼마 전 분양받은 우리집 아치, 도치 두 마리 고슴도치 중에서 어미인 도치가 그렇게 까칠할 수가 없다.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고 털을 눕히는 때를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다.)

 

인문학에서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죽느냐?

진선미의 과제는 인문학의 기본 가치를 탐구해나가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질문을 항상 가슴에 품고 있기가 상당히 힘들다.

언제나 보다 현실적인 문제들에 이런 본질적인 문제들은 순위가 밀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어제 신경질을 내던 딸아아이를 다독여주지 못하고 톡톡 쏘아붙인 내 행위를 반성하는 데 하루,

반찬투정을 하는 남편에게 성질을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데 하루,

평소 관계가 소원했던 가족이나 친지에게 연말연시 인사는 어떻게 하나 생각하는 데 하루...

어쩌다 인문학에 관련된 책을 손에 잡게 되는 날은, 우두망찰,

일 년 중 "나"를 제대로 돌아보는 날이 몇 일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끝이 안 보이는 우울의 나락에 떨어지기 일보직전에 가 있기 일쑤이다.

그러니 더욱더 나를 대면한다는 일을 피하게 되는 게 아닐까.

 

철학이란 것이 이렇게 가까이 접하기 힘든 것이다 보니, 철학서적을 점점 멀리하게 되고 머리 아픈 질문에 진지하게 파고들 의욕마저 잃게 된다.

그런데, 숨막혀 죽겠거든, 철학하라! 라니.

인생의 순간에서 어떤 고비를 당했기에 숨막혀 죽겠다는 말을 하게 되나?가 먼저 궁금했고, 그런 힘든 고비를 맞이한 사람이 철학을 통해 어떤 경험을 했을까?가 그 다음으로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2000년 초에 아버지가 사고로 죽고 이듬해 동생이 자살하는 비극적 운명에 닥치게 되었다고 한다.

겨우 일상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영혼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와 대면한다, 는 어려운 숙제를 안았지만 차마 죽을 용기가 없었다는 그는 구걸해서라도 살고 싶다는 처절한 한마디를 남기고 축사 속으로 꾸역꾸역 울음을 삼키며 기어들어갔다.

 

"모든 것이 이유가 없다. 공원도, 이 도시도, 그리고 나 자신도. 그것을 깨닫게 되면, 속이 메스꺼워지고 모든 것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것이 구토다."-사르트르, 구토 중에서

 

자신 앞에 펼쳐진 참담한 운명의 부조리 앞에서 그는 철학자들을 만났다.

쇼펜하우어, 세네카, 사르트르, 프로이트, 헤겔 등등..

죽음의 문제로 방황하던 그 때 그는 쇼펜하우어도 죽음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쇼펜하우어의 제자였던 니체의 치열한 삶의 에피소드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쇼펜하우어의 삶을 부정하는 의지를 삶을 고양시키는 힘으로 바꿔놓은 니체. 저자는 자기와 세계 전체를 긍정하라는 운명에 대한 사랑인 "운명애"(아모르파티)를 만나면서 '한 번 더!'를 외치게 되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현실 앞에 망연자실 해 있던 저자는 철학을 만나면서 변했다.

 

삶은 예고 없이 전개된다. 어느 날 갑자기 불행이 들이닥친다. 운명의 수레바퀴를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 운명에 좌절해서는 안된다. 고통스러운 삶이라고 해서 회피해서는 안 된다. 고통스러운 삶을 다시 살라면 기꺼이 다시 살겠다. 고통스러운 삶이 피할 수 없는 나의 운명이고, 이 고통스러운 삶이 반복되어도 기꺼이 살겠다. -115

 

축사에 쏟아져 내린 폭우로 인해 '실존적' 씻김굿을 경험한 저자는 축사 안에서 2년 반을 생활하는 동안 인문학 책을 읽었다.

극도의 절망 앞에서 희망으로 다가온 인문학의 끈을 잡고 다시 살아갈 의지를 다진 그가 쏟아낼 말은 책 한 권으로는 모자라다.

이제 그는 인문낙서 시리즈 1편으로 [숨막혀 죽겠거든, 철학하라]를 펴냈고

인문낙서 2권 [어느 낙서가의 인문학 공부]

3권 [결혼에 관한 문사철 스토리텔링]을 펴낼 예정이다.

 

그 어떤 철학책들보다 현실적으로 와닿는 체험이 함께하기에 절박한 심정에서 받아들였을 철학자들의 어록들이 그다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밥이 밥공기에 가득해도 숟가락질을 해서 입에 퍼넣어야 피를 돌리고 근육을 지탱하는 힘이 생기는 것처럼, 널리고 널린 철학 서적을 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면 내게는 그냥 백지와 다를 바가 없다.

저자의 경험처럼 내게 고비가 닥친 다음에 철학에 심취하게 될까, 걱정했지만 간접체험이라도 내게 훅 끼쳐드는 영향이 미미하지 않으므로 철학의 자양분이 살짝 스며드는 것 같다.

아직 푹 젖어들려면 멀었지만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이 확실히 내게는 약이 되는 것이리라.

철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결코 쉽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개인적 체험을 바탕 위에 철학자들의 훈김을 쐬는 동안 철학이 서서히 스며든다.

 

네가 다시 태어나기를 영원히 바랄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라!-니체

 

숨막히는 현실에 맞닥뜨렸을 때, 이 한 마디라도 가슴에 품고 있다면 숨통이 트일 것을 믿으며, 철학이 서서히 스며드는 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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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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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 [잊지 마, 넌 호랑이야]

 

 

부산에도 드디어 동물원이 생겼다.

한동안 동물원을 찾아 서울로, 울산으로 돌아다녀야 했던 설움을 씻을 요량으로, 개장 바로 다음날 "The Park"를 찾았다. 어린이날 즈음이어서 그런지 가족 방문객들이 유난히 많았다.

들뜬 마음으로 멋진 동물들을 볼 생각에 어린애처럼 내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아이들은 그저 신 났을 따름이고 보는 동물마다 신기하다며 얼굴을 들이대고 말을 건네기 바빴다.

하지만 어른인 나는 마냥 신나하는 아이들의 감정에 이입되어 같이 흥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우리 속 동물들의 표정과 행동이 눈에 밟혔다.

운영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의 운영 미숙으로 출입구가 북적였고 넓은 부지가 유난히 휑하게 느껴지거나 아직 공사중인 곳들이 군데군데 있었던 것은 아직 초기이니 그렇다~ 하고 넘어가줄 만한 애교에 불과했다.

코끼리며 호랑이, 기린 등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거대 동물들이 널찍한 대지 위에 각기 터전을 잡고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지만 그들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잠시 뿐.

곧 눈빛에 힘이 없고 뭐든 다 귀찮다는 듯 심드렁한 동물들의 모습이 마음에 가시처럼 박혀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동물들을 구경하는 우리 아이들이 저 우리 속 동물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우리가 동물들을 바라본다면 동물들 또한 안에서 밖으로 나 있는 창을 통해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텐데.

그들의 눈빛은 한편 쓸쓸해도 뵈고, 체념한 듯도 보였다.

 

원숭이 우리로 다가갔을 때, 그저 창으로 가까이 다가갔을 뿐, 아직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는데, 원숭이 한 마리가 재빠르게 뛰어오더니 사람과 닮은 그 손!

손바닥으로 갑자기 대형 유리로 된 막사를 쾅 하고 치는 것이었다!

가까이 있던 아이는 놀라 얼른 떨어졌고, 원숭이는 그래도 분이 덜 풀리는지 화난 사람마냥 씩씩거리며 한참을 노려보고 서 있었다.

 

개장 첫날부터 몰려드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받아내느라 어지간히 스트레스가 쌓인 모양이었다.

에구,오죽했으면.

 

한바탕 에피소드라 생각하며 놀란 가슴 쓸어내리는 아이들에게는 기억에 남을 동물원 체험이었겠지만 어른인 내 눈에는 동물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시달림을 당했을지 눈에 선한 동물들이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었다.

 

[잊지 마, 넌 호랑이야]에는 동물원에서 생활하는 호랑이, 두루미, 코끼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향으로 데려다 준다는 말에 어미가 휘젓고 다녔던 넓은 시베리아 벌판으로 돌아갈 거라 믿었던 호랑이 천둥이가 다시 돌아오게 된 곳은 "행복 동물원"

 

 

고향인 자룽 습지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다 몸의 병, 마음의 병에 시달리던 두루미 갑순이를 먼저 보내고 날 의지를 잃어버렸던 갑돌이.

 

 

서커스의 구경거리처럼 쇠사슬에 묶여서 재롱을 피워야 하는 코끼리들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울부짖거나 나무를 들이받기도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하자, 사육사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동물원에 갇혀 사는 동물들에게는 상처가 있다.

멀쩡한 다리와 날개를 가지고도 마음대로 걷거나 날 수 없고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어쩔 수 없는 이해관계에 의해 동물원에 갇힌 동물을 돌보는 사육사가 있고, 갇혀 사는 동물이 있고, 관람하는 관람객이 생겨나게 되었지만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보다 행복한 관계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아픈 현실을 고발하는 동시에 인간과 동물이 양립하면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희망을 살짝 엿볼 수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동물들의 상황을 이해한 다음 동물원의 동물들을 대한다면 상처 입는 동물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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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6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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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식 으스스함의 결정체. 한여름의 더위에 서늘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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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리스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37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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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재미 [옥토버리스트]

 

 

역시 표지 하나는 끝내준다!!

 

검은 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만져보면 도돌도돌함이 느껴지게 살짝 패인 음각. 시각 뿐만 아니라 촉각조차 사로잡아 버린 멋진 표지.

노랑과 검정의 대비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목 또한 심상치 않은데, 뭔가 싶어 목차를 넘기니, 목차 또한 평범하지 않다.

 

 

아~ 이 책. 어떻게 읽으라는 말이지?

이렇게 난해함 투성이인 채로 다가오면 첫째, 모른 척 한다.

둘째, 다른 사람의 리뷰를 읽고 해석을 먼저 해 보고 간을 본다.

셋째, 포기할까 싶을 때쯤 책을  살짝 읽어본다.

 

보통은 이런 수순을 밟게 된다.

두 번째 과정은 많은 이들이 추리소설을 읽을 때 꼭 피해가는 길인데,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택해야 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너무 어려운 내용이라면 답을 먼저 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내 소심함이 빚어낸 최악의 수이다.

그렇게 해서 삼 단계의 첫머리, 포기~에 가까워졌을 무렵.

괜시리 오기가 피어올랐다.

아니, 제프리 디버가 사람을 힘들게 하면 얼마나 힘들게 하겠어?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어렵다, 머리 아프다 해도 책 한 권 읽는 게 그리 어렵겠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내 표정은 이 가면 뒤에 숨겨 두고 싶다.

내 리뷰를 읽는 이들이 궁금해 미치도록~~^^

 

72시간의 역순 구성. 시간을 거스르는 전개는 작가에게도 커다란 도전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직접 본문에 수록될 사진 36장도 찍었다고 하는데, 나는 위의 저 무표정한 가면 사진이 볼수록 맘에 든다.

뜨개질거리가 놓인 사진, 섬뜩한 칼날이 번뜩이는 사진 등 사건의 흐름과 알게 모르게 연관있는 사진들이 몇 장 있는데, 그것들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이 책의 진정한 묘미를  이 책을 먼저 읽은 나만 알고 있다는 만족감 가득한 미소가 자꾸 번지려는 것을 숨기려면 아무래도 저 가면이 딱일 듯 싶다.

 

이 책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선입견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앞에서 한 번, 뒤에서 다시 한 번 읽는 것이다.

나는 뻔한 충고겠지, 싶어 맨 뒷부분의 챕터 36을 먼저 읽고 다시 돌아와서 챕터 1부터 시작하는 악수를 두었다.

"메멘토"류의 머리 쓰는 추리를 너무나 싫어하는지라 예방주사를 맞아두는 차원에서 챕터 36을 먼저 읽었는데, 사건의 개요는 챕터 35에 나와 있다는 것을 맨 마지막에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서 내 머리를 맴도는 것은 "바보, 바보 바보~~" 뿐. 

뒤에서부터 읽으려거든 제대로 36, 35의 순을 밟아가든지, 아니면 다 포기하고 그냥 1부터 읽으면서 거꾸로 가는 묘미를 즐기든지...했어야 했는데.

 

최후의 반전, 최고의 반전은 제목인 "옥토버리스트"에 있다! 

 

옥토버리스트 말이에요, 샘.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어요! 단서는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고요. 단지 제대로 끼워 맞추지 못했을 뿐이지. -17

흔히 영화에서 사건의 실마리에 해당하는 증거를 찾아냈을 때 여주인공이 흥분하며 하는 대사의 전형적인 모양이지만, 이 부분이 일반적 의미에서의 실마리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됐을 때의 그 뒤통수를 가격하는 아찔함이라니!!

 

프레스콧 투자회사의 사무장인 가브리엘라 맥켄지. 그녀의 사장 찰스 프레스콧이 주식을 불법으로 거래해왔고, 그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있다. 눈치 빠른 프레스콧은 잠적했고 그녀는 우연히 바에서 대니얼 리어든이란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 때 조셉이란 남자가 등장하여 그녀에게 프레스콧이 잠적한 것에 대해 화를 내면서 수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옥토버리스트"를 내놓으라고 한다. 조셉은 프레스콧이 챙긴 40만 달러도 함께 내놓으라고 하는데...가브리엘라와 가까워진 대니얼은 조셉이 납치한 그녀의 딸 사라를 되찾아주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뻗친다.

 

심심할 때면 뜨개질을 즐긴다는 가브리엘라의 말 한 마디조차 나중에 가서는 커다란 깨달음으로 되돌아 온다. 아~

잘 짜여진 연출의 영화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가 총에 맞는다든지, 다가오다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차에 치인다든지.

하다 못해,

"내 딸은 무사한가요?"

라고 묻는 대사 한 줄조차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그 순간,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역순의 구성이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맞물려 들어가는 사건들의 정교한 짜임에 그저 감탄하는 수밖에.

 

난무하는 총성에 결국 쓰러질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하면 읽으라!

처음부터 읽든, 거꾸로 읽든.

그 충격적 반전의 효과는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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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몽이 학교에 갔어요
티보 귀숑 글, 프레데릭 피요 그림, 김영신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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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싫어! [에드몽이 학교에 갔어요]

 

 

 

모든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렇게 가기 싫은 곳이기만 할까요?

우리 채원이는 3학년인데, 매일 아침 8시에 집에서 나서면 학교에 8시 5분쯤에 도착합니다.

"그렇게 일찍 가서 뭐하니?"

라고 물으면, 할 일은 없지만 그냥 아무도 없는 시간에 학교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누나가 그렇게 하니 유치원생인 동생도 따라 합니다.

유치원 버스는 9시나 되어야 오는데, 길만 건너면 금방인 유치원에 버스 타고 가면 여러 집을 돌아다니느라 30분 정도 소요되니 버스를 안 탄다네요.

그러면서 유치원생 주제에 누나가 학교 가는 시각에 같이 집을 나섭니다.

물론, 엄마인 제가 같이 따라가 주어야 하죠.

동생도 아무도 없는 시간에  유치원 도서실에 앉아 책 읽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상한 건가요?

학교에서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무도 없는 시간 혼자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니요...

어쨌든 항상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매일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는 우리들입니다.

 

그런데,

이 책 -[에드몽이 학교에 갔어요]를 읽으면서 채원이가 속내를 드러냈어요.

 

 

동네에 도둑이 자꾸 나타나 걱정이 된 엄마와 아빠는 왈왈 짖을 줄도 모르고 먹을 때 말고는 이빨을 드러낼 줄도 모르는 에드몽을 "성 베르나르" 학교에 보내기로 했답니다.

그 학교에 가면 개들이 용감해진다나요 .

달리기, 굴렁쇠 넘기, 왈왈 짖기

하지만 에드몽은 학교 가기가 싫어집니다.

"내일도 학교에 가야 해. 학교는 정말 싫어, 너무너무 힘들어!"

(아이들은 이런 대사를 너무 좋아합니다. 심지어 큰 소리로 따라하기도 하죠. 자신들의 울분을 다 실어 토해내듯이...꽤 처절하게...)

 

에드몽의 이 말에 채원이는 무한 공감을 한 것일까요?

이런 그림을 그려 놓았네요.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표정~

 

 

학교 가기 싫어하는 에드몽의 모습과 엄마에게 안겨 "학교 가기 싫다"며 매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대비시켜 그려 놓았네요.

오른쪽 말풍선에는 짧은 해설이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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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도 학교에 가기 싫다.

이 에드몽의 마음을 이해한다.

쩝,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나도, 에드몽도 선생님 때문!

ㅠ 그치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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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쫓겨난 에드몽은 행복했고, 도둑도 잡았어요.

비록 우체부 아저씨를 도둑으로 오해한 것이긴 하지만.

 

채원이가 끝났다~고 한 것은 아마도, 학교에서의 갈등 상황이 끝났다는 말일 테죠.

에드몽처럼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처지는 아니니까 슬기롭게 그 상황을 헤쳐 나갔으면 좋겠는데요.

 나름 학교에 가기 싫어지는 이유가 있었어도 이제는  그걸 잘 해결한 것이기를 빌어 봅니다.

 

아침 8시에 집을 나서서 학교에 가고자 하는 아이인 걸 보면, 학교가 그렇게 싫기만 한 것은 아닌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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