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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리스트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37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거꾸로 가는 재미 [옥토버리스트]

역시 표지 하나는 끝내준다!!
검은 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만져보면 도돌도돌함이 느껴지게 살짝 패인 음각. 시각 뿐만 아니라 촉각조차 사로잡아 버린 멋진 표지.
노랑과 검정의 대비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목 또한 심상치 않은데, 뭔가 싶어 목차를 넘기니, 목차 또한 평범하지 않다.

아~ 이 책. 어떻게 읽으라는 말이지?
이렇게 난해함 투성이인 채로 다가오면 첫째, 모른 척 한다.
둘째, 다른 사람의 리뷰를 읽고 해석을 먼저 해 보고 간을 본다.
셋째, 포기할까 싶을 때쯤 책을 살짝 읽어본다.
보통은 이런 수순을 밟게 된다.
두 번째 과정은 많은 이들이 추리소설을 읽을 때 꼭 피해가는 길인데,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택해야 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너무 어려운 내용이라면 답을 먼저 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내 소심함이 빚어낸 최악의 수이다.
그렇게 해서 삼 단계의 첫머리, 포기~에 가까워졌을 무렵.
괜시리 오기가 피어올랐다.
아니, 제프리 디버가 사람을 힘들게 하면 얼마나 힘들게 하겠어?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어렵다, 머리 아프다 해도 책 한 권 읽는 게 그리 어렵겠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내 표정은 이 가면 뒤에 숨겨 두고 싶다.
내 리뷰를 읽는 이들이 궁금해 미치도록~~^^
72시간의 역순 구성. 시간을 거스르는 전개는 작가에게도 커다란 도전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직접 본문에 수록될 사진 36장도 찍었다고 하는데, 나는 위의 저 무표정한 가면 사진이 볼수록 맘에 든다.
뜨개질거리가 놓인 사진, 섬뜩한 칼날이 번뜩이는 사진 등 사건의 흐름과 알게 모르게 연관있는 사진들이 몇 장 있는데, 그것들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이 책의 진정한 묘미를 이 책을 먼저 읽은 나만 알고 있다는 만족감 가득한 미소가 자꾸 번지려는 것을 숨기려면 아무래도 저
가면이 딱일 듯 싶다.
이 책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선입견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앞에서 한 번, 뒤에서 다시 한 번 읽는 것이다.
나는 뻔한 충고겠지, 싶어 맨 뒷부분의 챕터 36을 먼저 읽고 다시 돌아와서 챕터 1부터 시작하는 악수를 두었다.
"메멘토"류의 머리 쓰는 추리를 너무나 싫어하는지라 예방주사를 맞아두는 차원에서 챕터 36을 먼저 읽었는데, 사건의 개요는 챕터 35에
나와 있다는 것을 맨 마지막에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서 내 머리를 맴도는 것은 "바보, 바보 바보~~" 뿐.
뒤에서부터 읽으려거든 제대로 36, 35의 순을 밟아가든지, 아니면 다 포기하고 그냥 1부터 읽으면서 거꾸로 가는 묘미를
즐기든지...했어야 했는데.
최후의 반전, 최고의 반전은 제목인 "옥토버리스트"에 있다!
옥토버리스트 말이에요, 샘.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어요! 단서는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고요. 단지 제대로 끼워 맞추지 못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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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영화에서 사건의 실마리에 해당하는 증거를 찾아냈을 때 여주인공이 흥분하며 하는 대사의 전형적인 모양이지만, 이 부분이 일반적
의미에서의 실마리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됐을 때의 그 뒤통수를 가격하는 아찔함이라니!!
프레스콧 투자회사의 사무장인 가브리엘라 맥켄지. 그녀의 사장 찰스 프레스콧이 주식을 불법으로 거래해왔고, 그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있다.
눈치 빠른 프레스콧은 잠적했고 그녀는 우연히 바에서 대니얼 리어든이란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 때 조셉이란 남자가 등장하여 그녀에게 프레스콧이
잠적한 것에 대해 화를 내면서 수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옥토버리스트"를 내놓으라고 한다. 조셉은 프레스콧이 챙긴 40만 달러도 함께
내놓으라고 하는데...가브리엘라와 가까워진 대니얼은 조셉이 납치한 그녀의 딸 사라를 되찾아주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뻗친다.
심심할 때면 뜨개질을 즐긴다는 가브리엘라의 말 한 마디조차 나중에 가서는 커다란 깨달음으로 되돌아 온다. 아~
잘 짜여진 연출의 영화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의미를 지닌다.
누군가가 총에 맞는다든지, 다가오다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차에 치인다든지.
하다 못해,
"내 딸은 무사한가요?"
라고 묻는 대사 한 줄조차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그 순간,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역순의 구성이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맞물려 들어가는 사건들의 정교한 짜임에 그저 감탄하는 수밖에.
난무하는 총성에 결국 쓰러질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하면 읽으라!
처음부터 읽든, 거꾸로 읽든.
그 충격적 반전의 효과는 그대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