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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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 [잊지 마, 넌 호랑이야]

 

 

부산에도 드디어 동물원이 생겼다.

한동안 동물원을 찾아 서울로, 울산으로 돌아다녀야 했던 설움을 씻을 요량으로, 개장 바로 다음날 "The Park"를 찾았다. 어린이날 즈음이어서 그런지 가족 방문객들이 유난히 많았다.

들뜬 마음으로 멋진 동물들을 볼 생각에 어린애처럼 내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아이들은 그저 신 났을 따름이고 보는 동물마다 신기하다며 얼굴을 들이대고 말을 건네기 바빴다.

하지만 어른인 나는 마냥 신나하는 아이들의 감정에 이입되어 같이 흥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우리 속 동물들의 표정과 행동이 눈에 밟혔다.

운영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의 운영 미숙으로 출입구가 북적였고 넓은 부지가 유난히 휑하게 느껴지거나 아직 공사중인 곳들이 군데군데 있었던 것은 아직 초기이니 그렇다~ 하고 넘어가줄 만한 애교에 불과했다.

코끼리며 호랑이, 기린 등 평소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거대 동물들이 널찍한 대지 위에 각기 터전을 잡고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지만 그들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잠시 뿐.

곧 눈빛에 힘이 없고 뭐든 다 귀찮다는 듯 심드렁한 동물들의 모습이 마음에 가시처럼 박혀 좀처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동물들을 구경하는 우리 아이들이 저 우리 속 동물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우리가 동물들을 바라본다면 동물들 또한 안에서 밖으로 나 있는 창을 통해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텐데.

그들의 눈빛은 한편 쓸쓸해도 뵈고, 체념한 듯도 보였다.

 

원숭이 우리로 다가갔을 때, 그저 창으로 가까이 다가갔을 뿐, 아직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는데, 원숭이 한 마리가 재빠르게 뛰어오더니 사람과 닮은 그 손!

손바닥으로 갑자기 대형 유리로 된 막사를 쾅 하고 치는 것이었다!

가까이 있던 아이는 놀라 얼른 떨어졌고, 원숭이는 그래도 분이 덜 풀리는지 화난 사람마냥 씩씩거리며 한참을 노려보고 서 있었다.

 

개장 첫날부터 몰려드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받아내느라 어지간히 스트레스가 쌓인 모양이었다.

에구,오죽했으면.

 

한바탕 에피소드라 생각하며 놀란 가슴 쓸어내리는 아이들에게는 기억에 남을 동물원 체험이었겠지만 어른인 내 눈에는 동물원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시달림을 당했을지 눈에 선한 동물들이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었다.

 

[잊지 마, 넌 호랑이야]에는 동물원에서 생활하는 호랑이, 두루미, 코끼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향으로 데려다 준다는 말에 어미가 휘젓고 다녔던 넓은 시베리아 벌판으로 돌아갈 거라 믿었던 호랑이 천둥이가 다시 돌아오게 된 곳은 "행복 동물원"

 

 

고향인 자룽 습지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다 몸의 병, 마음의 병에 시달리던 두루미 갑순이를 먼저 보내고 날 의지를 잃어버렸던 갑돌이.

 

 

서커스의 구경거리처럼 쇠사슬에 묶여서 재롱을 피워야 하는 코끼리들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울부짖거나 나무를 들이받기도 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하자, 사육사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동물원에 갇혀 사는 동물들에게는 상처가 있다.

멀쩡한 다리와 날개를 가지고도 마음대로 걷거나 날 수 없고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어쩔 수 없는 이해관계에 의해 동물원에 갇힌 동물을 돌보는 사육사가 있고, 갇혀 사는 동물이 있고, 관람하는 관람객이 생겨나게 되었지만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면 보다 행복한 관계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아픈 현실을 고발하는 동시에 인간과 동물이 양립하면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희망을 살짝 엿볼 수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동물들의 상황을 이해한 다음 동물원의 동물들을 대한다면 상처 입는 동물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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