쏠쏠히 읽는 재미가 있어요~[지리산 역사문화 사전]
한국학 주제사전 중의 한 권인 [지리산 역사문화 사전]이다.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지리산 그늘 아래 터를 잡고 살리라~ 마음 먹고 있었기에
지리산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그렇다고 매주 주말마다 등산을 나선다거나 지리산 주변의 문화 축제를 둘러본다거나
지리산이 품고 있는 많은 식생 중 특히 차에 관심이 있어 차맛을 음미할 줄 안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부산에 살고있기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마음이 들어서 강원도나 충청도 어디쯤의 산보다는 정감이 느껴진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낯설지 않다는 것 말고는 지리산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학창시절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열독했다는 정도로 체면치레나 할 수 있을까.
깜박 졸며 들었던 전공수업 시간에 잠깐 귓등을 스쳐 지나갔던 [유두류록]같은 기행문의 제목이 살짝 기억나는 것도 억지로 끼워넣어
볼까...
표제어들을 죽 훑어보면 (생소한 역사문화 사전이지만 어쨌든 사전이니까 표제어는 가나다 순으로 기재되어 있다.)
구례군, 구형왕릉, 김일손, 김종직, 날라리봉, 남부군, 달궁 아리랑, 동학농민운동, 문창대, 빨치산, 선교사 휴양촌, 쌍계사, 이병주,
이시영, 임진왜란, 지리산 국립공원, 천왕봉, 청학동, 최치원, 태백산맥, 토지, 평촌리, 화개장, 화엄사...등등
지리산을 매개로 하는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지리학, 역사학, 문학 등 전공을 달리하는 6명의 연구자가 참여하였다는 점만 보아도 얼마나 방대한 양을 녹여내려고 노력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한반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던 지리산은 우리 역사의 중요한 무대가 되기도 했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기도
했다. 문, 사, 철의 인문학 자료들로부터 갖가지 구비전승문화와 텍스트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산신, 성모 신앙 등 설화와 전설에서부터 고전
문학, 수많은 유산기와 유산시, 현대에 와서는 [토지], [태백산맥], [지리산] 등 문학 작품이 배경이 되기도 한 것을 보면 지리산이라는 너른
품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배태시켰는지 알 수 있다.
1945년 해방 이후부터 6,25 전쟁을 전후하여 지리산 일대에서 유격전을 수행한 공산 비정규군을 이르는 말,
빨치산.
빨치산 주요 은신처로 구들장 아지트, 달궁 비트(비밀 아지트), 법계사 아지트, 석실, 선녀굴, 인민군 야전병원(벽송사), 중땀암반굴
아지트, 칼바위 아지트 등이 그들의 주요 아지트였다는 것까지 실려 있어 역사속에 있었지만 우리의 기억에서는 잊혀졌던 곳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신라 시대 말기의 학자 겸 문장가로, 지리산의 신선이 되었다고 전해지는 인물, 최치원.
현실에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없음을 알고 방랑을 택한 최치원은 전국의 절경마다 자신의 자취를 남겼다고 한다. 부산의 해운대는
물론이고, 특히 지리산과 가야산에 그의 일화와 전설이 많이 전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사성암 설화, 쌍계사 설화, 영원사 설화, 아지발도 설화 등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던 설화를 확인하는 것도 꽤 재미있었고,
이병주 문학관, 평사리 문학관, 혼불문학관 등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과 작가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에 대한 소개도 읽어볼 만
하다.
때맞춰 문학축제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정도이다.
예부터 이상향이라 불리던 청학동은 지리산 안에 있다.
나중에 나이 들면 지리산을 찾아 들리라, 했던 것도 내 무의식 속에 '청학동'이란 이상향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지리산 역사문화 사전을 한 장 한 장 넘겨 보면 쏠쏠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계기도 되었고, 지리산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문학작품을 찾아 읽어 보고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