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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보고서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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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들어가 봅시다. 폴 오스터의 과거 속으로 [내면 보고서]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가 보고 있는 '당신'이 떠오를까.

표지 속 내면을 꿰뚫는 예리한 눈빛은 '나'를 보는 것일까, 책을 읽는 '당신'을 쏘아보는 것일까.

 폴 오스터의 [내면 보고서]는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의 자화상을 담은 회고록치고는 독특한 화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인이 된 지금, 어린 시절부터 기억하는 대로 자신의 마음을 탐색하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 어려운 일을 폴 오스터는 (얼핏 보기에) 쉽게 해내고 있다.

 

 

자신을 '당신'이라 일컫는 독특한 설정 때문에 처음에는 회고록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부르는 말 같아서 몇 번을 움찔거렸는지 모른다.

내 기억이 아닌데도 내 기억인 것마냥 '당신'을 불러대는 통에.

 

처음에는 모든 것이 살아 있었다. 가장 작은 물체조차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지녔고 구름들조차 이름이 있었다. 가위는 걸을 수 있었고 전화기와 찻주전자는 사촌 간이었으며 눈과 안경은 형제지간이었다.(...)

사람 얼굴 모양을 한 달 표면의 반점을 보며 진짜 사람이라고 아무런 의심 없이 믿을 수 있었다. 밤하늘에서 당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그것은 당연히 사람의 얼굴이었다.

 

환상 소설의 첫 시작인 것마냥 알 수 없는 풍경으로 시작되는 [내면 보고서].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앞의 3장에 해당하는 장면들 중 일부는 4장의 '앨범'에 소개된 사진과 함께 하면 그 시절의 기억에 자연스럽게 덧씌워진다.

유년기, 소년기를 거쳐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그의 성장과 맞물려 자신의 내면이 자라나는 과정이 그려진다.

어린 "당신"은 TV만화 흑백 인물 '필릭스'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굳게 믿었으며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을 사랑하여 지금까지도 피터 래빗이 그려진 머그잔을 소중히 여긴다. (잔이 손에서 미끄러져 깨지는 날이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 정도로) 어려서 몸이 약해 밖에서 뛰어노는 것보다 어머니와 병원 진료실에 앉아 있었던 시간이 더 많았던 "당신"은 운동을 할 만큼 튼튼해지자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으려는 듯 열정적으로 운동, 특히 야구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당신은 결국 남은 평생 그런 일을 하게 되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 한 채 계속 책을 읽고 짧은 이야기와 시를 썼다.-102

 

"당신"은 아홉 살에 포를 읽었고, 이듬해 스티븐슨에게 직접적으로 영감을 얻어 첫 번째 시를 썼다고 했다. 버질과 단테의 번역자로 널리 알려진 이모부가 맡긴 책들을 읽으며 새로운 세계에 빠졌던 "당신". 자신의 단골 이발사가 에디슨의 머리를 손질했었던 이발사라는 사실에 흥분했지만 에디슨은 정작 자신의 아버지가 유대인인 것을 알고 해고해버렸던 과거의 기억까지도  떠올린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소설은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 폴 오스터는 "글은 왜 쓰는가?"에 대한 질문에 다음과 같은 대답을  했다.

'묻혀 있는 비밀들', 즉 '우리 스스로는 가닿을 수 없는 부분들'에서 받는 '압력의 일부'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글을 쓴다고 말이다.

 

당신은 소년 시절, 사춘기 때, 청년기의 흔적 등이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전처였던 리디아에게 보냈던 1백여 통의 편지가 타임캡슐이 되어주었다. 과거를 향해 직접 열린 유일한 문을 연 당신은 치열하게 글을 썼던 청춘 시절의 추억까지를 되살려내서 섬세하게 정련된 언어로 기록하고 있다.

[내면 보고서] 속 회고록은 스스로를 "당신"이라 부르며 어떨 때는 한없이 가까이 다가가고 어떨 때는 냉정하게 떨어져서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이다. 다작 작가인 만큼 자전적 에세이 여러 편, 다수의 소설, 영화 대본들을 냈고, 그 안에서 폴 오스터의 모습을 어쩔 수 없이 엿볼 수밖에 없었다. [내면 보고서]는 오롯이 자신의 모습만을 써내려간 책이기에 집중해서 읽으면서 그가 지금의 작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확실히 그려볼 수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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