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독대라는 신세계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ㅅ" 자로 입을 다물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저 새침한 표정에
가슴을 막고 있던 답답한 것이 툭 떨어진다.
저렇게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면서 눈동자에 무얼 담고 있는지
고양이는 말해 주지 않는다.
그저 몸으로 표현할 뿐.
그렇게 두 앞발을 모으로 얌전히 앉아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차분해지는 건 왜일까?
삼각형으로 뾰족 선 귀로 우주의 기운을 받아 마냥 맑은 눈동자로 되쏘는 그 기운에
보는 이가 찌릿찌릿 감전되는 것일까.

고양이의 기묘하고 흥미롭고 아름다운 포즈는 사진 찍기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이 책 속 고양이들은
바쁜 인간을 위해
알아서
척척 포즈를 취해 준다.

품에 쏘옥 안아 넣고 싶고
그 보송보송한 털에 마구 얼굴을 부비대고 싶은 아기 고양이.
이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 열 여섯 마리는 모두 한 때 아기 고양이였다.
이 고양이들이 터 잡은 곳은 이용한의 처갓댁.
이름하여 다래나무집이다.
34개월 아들과 고양이들의 알콩달콩한 모습은
이 세상 어떤 장면보다도 보는 이를 흐뭇하게 미소짓게 한다.
오디, 앵두, 살구, 보리, 귀리, 미리 등
과일과 곡식의 이름들이 붙은 고양이들과
앙고, 삼순이, 아무, 거나, 몰라, 삼장 등
톡톡 튀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들은
다래나무 집에서 한 식구가 되어
이제는
"냥독대"를 차지하고 산다.

장독대 위에 고양이들이 오종종하니 올라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귀엽기만 하다.
저러다 누구한테 혼나지, 정말~
싶지만
그렇기에 더욱
저 순간이 소중해 보인다.
장독대와 고양이가 어우러진 풍경이 한국의 고양이를 가장 한국적으로 표현한 사진이라나.
내 맘에도 쏙 드는 사진이긴 하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고양이 사진들이
책 한 가득 실려 있어
이 책은 어느 때고 부담 없이 들춰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한다.
아파트에서 쉽게 기를 순 없는 것은 개나 고양이나 마찬가지인데
고양이 사진이 담긴 책을 더 좋아하는 것은
아이들 눈에도 고양이가 가진 귀염성이
도드라져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고양이 울음 소리가
아기 울음소리를 닮아
동생처럼 어여삐 여길 마음이 생긴 것 때문일까.
어쨌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지기에는
10분도 길~다.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고양이 사진들과
톡톡 튀는 발상의 멘트들이 어우러진 사진을 들여다보노라면
우울했던 마음이
싹 씻겨 나간다.

누구나 가슴에 고양이 한 마리쯤 있는 거잖아요~
네~ 맞아요.
내 마음 속에 고양이 한 마리, 아니 열 여섯 마리가
쏘옥~ 들어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