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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의 기적 - 시각 장애 아이들의 마음으로 찍은 사진 여행 이야기
인사이트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 지음 / 샘터사 / 2014년 2월
평점 :
사진도
언어다.
흔하게
입에 올리는 말이긴 하지만 이 말이 이렇게 가슴에 와 닿기는 처음이다.
시각장애아들이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 뭐 대단한 것 있을라고?
도대체
상식 밖의 일을, 동정심을 가미해 미화시킨 이야기일 뿐...이라고
밀어내 버리면 그만이었을텐데...솔직히 호기심이 동하여 이 책을 다시 끌어다 놓았다. 아이들의 사진 한 장 한 장은 예술적인 면에서나 기교적인
면, 그리고 일반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저 그런 편에 속했다. 그러나 그 사진에 곁들여진 아이들의 노력, 사진을 찍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함께
하자, 사진 한 장 한 장은 먼저의 느낌과 크게 다르게 다가왔다.
바람을
느끼고, 파도를 느끼고, 소리를 들으며 그들의 마음을 담아낸 사진 한 장.
세상에
대해 닫힌 마음이 거칠 것 없는 자연 그리고 자신들을 이끌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과정 속에서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시각장애아들에게
사진을 찍어보자고 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 또한 나의 시큰둥한 반응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보지
못하는데 무슨 사진?”
하지만,
때로는 춤을 추며, 때로는 독특한 분장을 한 채로 내면 세계를 표출하는 실험적인 사진을 찍어 ‘춤추는 사진 작가’라는 별명을 얻은 사진작가
강영호는 보이지 않는데 사진을 찍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예술에
대해 평범한 나와 생각하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사진 예술’이 시력을 넘어서는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믿는다는 데에야...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은 눈에다 사진기를 가져다 대지 않고 귀 옆으로 사진기를 대고 찍었다고 한다. 그 포즈 자체가 예술!
어떠한
구도도 광선도 가르칠 필요 없이 그저 숲의 향기, 파도의 소리만 일러주었을 뿐인데, 아이들은 강영호의 가르침을 마음으로 알아들었다.
그리고
사진이 한갓 ‘기술’이 아니라 “언어”임을 증명해 내었다.
감각으로
찍어야 하기 때문에 청각과 후각 그리고 촉감이 풍부한 강릉으로의 3박 4일 사진 여행을 떠난 아이들. 아이들과 함께 한 일정은 6개의 Part로
나뉘어져 책에 실려 있다.
1.
세상을 담다
2.
감각을 깨우다
3.
다가가다
4.
들여다보다
5.
마주보다
6.
멀리보다
굳이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아도 아이들의 변화가 느껴지는 듯하다.
선천적으로
혹은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은 아이들에게 이 세상은 암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시각
뿐만 아니라 “장애”라는 단어를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이는 순간 냉랭하게 달라붙는 사람들의 시선 앞에서 움츠러들면 들었지, 어떻게~~(개콘 버전)
그 편견을 뚫어나가기가 녹록했겠는가...
사진
찍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랄 생각했던 “시각”을 배제한 채 찍어 낸 아이들의 사진은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
사진여행에 동참한 아이들의 후기가 가슴에 남는다.
신나라-사실,
안 보이는 우리에게 뭘 기대하나 싶었어요. 이런 걸 왜 하는지.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이번 여행으로 사진에 더욱 재미를
느꼈어요. 그동안은 만지고 느끼면서 기억하려고 애썼는데, 이제 사진으로 저장할 수 있으니, 세상으로 가는 통로를 얻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걸 사진에 담을 거예요.-248
김정완-처음엔 내가 사진을 찍을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사진을 찍을수록 자신감이 생겼죠. 내 감각을 믿게
되었고 보이지 않아도 본다는 말의 의미를 알았어요-250
이범빈-사진을 찍는 것도 좋았지만 제가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오리면 사람들이 반응을 해주는 것이 정말 기뻤어요. 제가 보고 느낀
걸 공유하고 사람들이 공감해 주는 건 멋진 일이에요.-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