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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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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이야기하다. [모든 게 노래]

 

올봄에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 속 한 구절,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를 유난히도 많이 흥얼거렸다. 계절을 느끼기에 딱 좋은 노래였고 멜로디였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 UhUh ) 둘이 걸어요

 

바람 불면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오 또 울렁이는 기분 탓에 나도 모르게

바람 불면 저편에서 그대여 니 모습이 자꾸 겹쳐

 

사랑하는 연인들이 많군요 알 수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

흩날리는 벚꽃 잎이 많군요 좋아요

 

겨울의 초입에 들어서 봄 얘기를 하는 게 좀 멋쩍긴 하지만, [모든 게 노래]를 읽다보니 자연스레 계절을 이야기하게 된다. 지나간 계절이라도...

한동안 가사가 있는 노래란 것은 ‘동요’, 아니면 ‘노부영’(노래로 부르는 영어)뿐이었던 나의 단조롭고도 유치한 세상에 화사한 연분홍의 흩날리는 벚꽃 이미지와 함께 황홀한 봄을 선사해 준 그 노래, <벚꽃 엔딩>

 

[모든 게 노래]의 저자 김중혁은 계절을 노래로 느낀다.

이지형의 <봄의 기적>에 스며 있는 아지랑이 같은 봄도 있고, 가슴 아리고 눈물나는 <봄날은 간다>의 봄도 있고 롤러코스터와 김현철이 함께 한 <봄이 와>의 경쾌하고 나른한 봄도 있다.-53

 

봄뿐인가, 사계절 다양한 우리나라에서 계절을 느낀다면 여름, 가을, 겨울도 있어야겠지.

각각의 계절이 지닌 고유의 분위기에 따라, 김중혁이 알고 있는 노래들을 차곡차곡 채워 넣어써니, 이렇게 샛노랗고 예쁜 표지의 책이 되었다.

채소에 소금을 치면 샐러드가 되듯 날씨에 노래를 쳐야 비로소 계절이 되는 것 같다.(...)

몰라서 그렇지, 자세히 둘러보면, 모든 게 노래다.-프롤로그 中

 

<응답하라 1997>의 후속작으로 <응답하라 1994>가 방영되고 있다. 앞의 것은 대충 보았고, 뒤의 것은 띄엄띄엄 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1994와 가까운 나이이고, 딱 내 세대의 이야기여서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중이다. 그 즈음의 노래라고 딱 집어 말할 순 없어도 적어도 그 시기를 거쳐온 사람이라면 카세트 테이프 한 두 개 정도는 집 어딘가에 놓여져 있을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카세트 테이프와 CD가 반반의 비율로 서랍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데, 가끔 카세트 테이프를 하나 꺼내 스테레오에 넣으면 음이 ‘지~익’늘어져서 가사를 알아듣기가 힘들 정도다. wax 2집-화장을 고치고, 머니, west life-my love, 신해철, GOD등등...

 

 

 

 

이제는 세월의 흔적을 온몸으로 감내하느라 지치고 늘어져서 들려주고 싶어도 노래를 들려줄 수 없는 슬픈 카세트 테이프들이 그저 추억의 물건들로 남아 서랍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 날은 6살 아들 녀석이 서랍을 쭉 빼서 열더니, “이게 뭐야?”하고 물어본다. 뭔지 모를 법도 하여 직접 들려주려고 스테레오에 넣었더니, 역시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끝내 씹혀버려서 잡음만 들려주더니, 어쩔 수 없이 잡아빼자 줄줄이 딸려오는 저 연약한 기억 속의 흐늘거리는 테이프들...내 한 때의 추억이 이렇게 잡아먹히나...하며 좀 허탈해 있는 사이, 아들 녀석은 재밌다면 다른 걸 꺼내더니 사정없이, 말릴 틈도 없이, 수타면 빼는 중국 요리사처럼 신나서 테이프를 죽 죽 잡아빼서 뱀처럼 구불거리는 모양을 감상하며 꺄르륵거린다.

나의 Queen이며, 본 조비, 뉴 키즈 온 더 블락, 토미 페이지, 케니 지...들이 그렇게 사라졌다.

 

언제고 처분했어야 될 것들이어서 마음의 준비는 해야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나의 1994가 눈앞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지자 휑하니...찬바람이 불었다.

이제는 음원을 다운받아 저장하면 어디서든 쉽게 들을 수 있는 노래들.

시절의 강을 건너고 건너면서 노래는 살아남는다.

나의 시절은 지나가고, 또 다시 시작되고...

 

 

 

심금을 울린다는 표현의 의미를 알 나이가 되어서인가...내 마음의 현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리곤 한다. 느닷없이. 불현 듯. 그래서 울컥 또 울컥. 아직 클래식에는 조예가 없어 쇼팽이나 모차르트를 들으며 감동 먹기는 하여도 눈물 흘린 적은 없었는데, 영화 Mission의 주제곡으로 유명했던 ‘넬라 판타지아’는 들을 때마다 , 열에 아홉은 눈물을 떨구고 만다. 아침 운동을 하며 핸드폰에 이어폰을 꽂아 걷던 중에 국카스텐의 노래를 들으며 찌릿한 감정의 전율을 느낀 적도 있다. 국카스텐이 부른 씨스타의 <나혼자>, 패닉의 <달팽이>, 이용의 <잊혀진 계절>, 조용필의 <촛불>...숲으로 난 길을 따라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걷던 중에 느닷없이 만난 국카스텐의 목소리는 아침이고, 말짱한 정신의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후춧가루, 고춧가루를 뿌려댄 듯 코가 맹맹해지고 눈이 따끔해지는 최루상태를 만드는 것이었다. 어떡해야 되지...발걸음을 일정한 보폭으로 떼어가면서 팔을 앞뒤로 박자 맞춰 흔들다가 눈물을 후두둑...아침운동하면서 어젯밤 실연당한 여자의 몰골로 눈물을 흘리는 나란 여자. 졸지에 그의 카랑카랑하면서도 감성적인 목소리에 압도되어, 이어폰을 통해 나의 귀에만 울리는 그 목소리의 널뜀에 때와 장소를 구분 못하고 그만 ...아, 나 왜 이러지...

 

 

 

그 날 이후 한동안 노래를 멀리했었는데 가을, 겨울에 어울릴 만한 노래를 실어 놓은 걸 보니 듣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걸, 들어, 말어?

가을의 센티멘털, 겨울의 시린 마음...어쩔 것이야...감당할 수 있겠어?

혼자말로 묻는다.

 

아련한 슬픔이 느껴지지만 울 것 같지는 않은 그런 기분이다. 마음이 건조해진다는 얘기는 아니고, 뭐랄까, 햇볕에 말린 마음같이 된다는 거다. 마음이 뽀송뽀송해진다.

Everything but the girl <Amplied Heart>, 1994

짜맞추기라도 한 듯이 또 1994다.

이러니 들어볼 마음이 안 생길 리 없다.

울 것 같지는 않다잖아...소곤소곤 내 마음에 말을 건네 본다.

노래를 이야기해주는 김중혁의 산문집.

이제는 나도 노래를 듣고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떨구는 눈물을 자음과 모음으로 바꾸고 싶어졌다. 이상도 하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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