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이런 책을 다 샀을까.   
 
 
애 낳고 키우면서 부쩍 기억력이 감퇴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내 상태는 결국 "전화기 냉장고에 넣기" 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어느 날 아이스크림을 사오면서 잠깐 생각했다. '아이폰을 아이스크림이 든 비닐에 같이 넣어도 될까? 너무 차가울텐데. 잠시니깐 괜찮겠지?'라고. 근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정말 비닐에 넣었던 모양이고 지갑이랑 아이폰은 냉동고에서 고스란히 2시간 동안 잠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스크림 꺼내던 남편이 묻는다.  

"(진심 궁금 톤)여보야, 왜 지갑을 냉동실 안에 넣어놨어?"  

그렇데 애궂게도 그렇게 묻는 남편에게 화가 나네.  

"(찌릿) 모르고 넣었어, (버럭)왜~!!"   

"아~, 난 또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줄 알고." ....... =.=;;     

 
아이폰에 얽힌 또 다른 이야기. 난 원래 잠금장치 같은 거 안하는데, 심심해서 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 번호로 잠금 설정을 했다. 원래 쓰던 비밀번호 4자리는 너무 노출되면 안되니깐, 그냥 손으로 찍기 편한 숫자로 해야지.라는 기특한! 생각까지 해가며 설정을 했다. 담날 중요한 메시지를 받을 일이 있었는데, 당췌 기억이 나야 말이지.   

비번을 3번 틀리니깐  -1분 후에 시도하세요.  

5번 정도 틀리니깐  -10분 후에 시도하세요.  

또 틀리니깐  -60분 후에 시도하세요.  

또 틀리니깐  -비활성화되었습니다. 라신다.  

-아.. 눼. 아무렴요.  

결국 다음날 초기화했다. 

 
이런 일들이 잦으니깐, 생활의 불편은 차처하더라도 더럭 겁이 난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요새는 몸과 정신의 변화에 겁이 많다. 그래서 무려 '기억력'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책을 사기까지 했지 뭔가. 대충 훝어보니 연상법이나 이야기 만들기 등을 통해서 기억력을 높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런 건 학교 때 시험용으로다 많이 써먹었던 것인데 지금 나에겐 그닥 맞지 않는 처방같다. 대신 '기억하려고 하는 의지' '뇌를 사용하려고 하는 의지' 만큼은 실천해야 겠단 생각이 든다.  '영양잡힌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하고 '운동을 해야 뇌에도 자극이 돼서 기억력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지. 무튼, 이런 식으로 늙어간다는 걸 증명받는 건 정말 우울한 일이다. 뇌도 운동하면 젊어질 수 있다는 말만 철떡같이 믿고 화이팅! 

(근데, 뇌도 뇌지만 니 몸은 정말 어쩔거니..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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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1-09-3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기나 제 휴대폰이 안 보인다고 찾아달라고 하면
우리집 식구들은 아예 냉장고부터 열어봐요 ㅎㅎㅎ
저도 전과범이거든요 ㅋ

생선과 함께 냉동실에 나란히 누운 지갑,
우유와 함께 냉장실 문짝에 꽂힌 전화기....
어쩐답니까....ㅡ.ㅡ

북극곰 2011-09-30 11: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예전에 진주님이 누군가에서 선물했던 출산축하 꽃다발을 까맣게 잊으셨다던 그 페이퍼를 기억한답니다.^^ 근데 도대체, 왜... 다들 그렇게 냉장고를 좋아한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