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요일, 장기하 콘서트를 다녀왔다. 난 좀 유행하는 음악에 늦되는 경향이 있어, 한창 장기하 노래가 방송에서 난리를 칠 때는 그냥 좀 특이한 아이들이네 했다. 올해 들어서 1집을 우연히 듣게 됐는데 <싸구려 커피...> 와 <달이 차오른다> 말고도 다른 노래들이 하나같이 다 너무 좋은거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너무 잘 써냈다. 몇 달 동안 내내 그 노래만 귀에 꽂고 다녔다. 이번엔 2집 발매기념으로 콘서트를 한다는데, 물론 내가 알고 했을 리는 없고, 회사에서 만난 후배녀석들이 맞춤하게도 장기하 팬이었던 거다. 그리고 손빠른 후배녀석들 덕에 그나마 앞에서 10번째 안에 드는 자리를 예매하고 잘 놀다왔다.  

"언닌, 답답해서 통로쪽 자리면 좋겠다고 하더니, (딱 중간에 앉아서)  나보다 더 방방 뛰고 있드라. 것두 난 운동화라도 신었지 언닌 구두신고 완전 신나셨어?" 겸연쩍은 "하하하" 

9시가 되어 마치고 나오는데, 이맘때쯤 딱 좋은 시원한 초여름 바람. 많이 바뀐 이대 정원?에 앉아 쉬다 왔다. 문득, 20대가 부럽단 생각이 들었다. 20대로 다시 돌아가겠냐고 하면 항상 '아니'라고 했는데, 그 날 밤은 문득 20대로 돌아가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요 청년들의 2집을 다시 귀에 꽂고 있다.   

 

2. 같은 날. 내 가방엔 현경이의 생일선물이 들어 있었다. 5월 현경이의 생일날, 묭이랑 다같이 만났었다. 생일겸 만나서 얼굴보자고. 근데 나는 또 뻔뻔스럽게도 아무것도 안 가지고 나갔다. 선물을 미처! 준비 못했으므로.ㅎㅎ 그래서 요번에 만나면 줘야지 했는데... 것두 미루고 미루고 하다가 토욜 4시 약속인데 12시에 택배로 받아서 부랴부랴 들고 갔네 그랴.  

투명핑크빛, 탁한 하늘빛 메니큐어, 그리고 base coat, top coat를 세트로. 암만 생일선물이래도 한 사람만 몰아 주기가 왠지 서운해서 나랑 묭이 것도 하나씩, 투명핑크를 나눠가졌다. 현경이가 좋아하는 모습도 기뻤지만, 생각지 못했던 묭이가 같이 기뻐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이 기분이 좋아졌다.   

 

3. 같은 날. 오삼년 벼르던 안경테를 바꿨다. 눈이 나쁜 관계로 혼자 안경테를 고르려면 거울 가까이 가야만 보이고, 멀리서 보이는 모습이 잘 안보여서 어떤 걸 쓰던 대충 예뻐보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안경테를 바꿀때는 꼭 누군가를 대동해야 하는데, 우리 남편님의 취향은 내가 불신하는 경향이 있고, 안경을 안 쓰시는 친구분들은 또 자신없어하는 아이템이기도 하여 은근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토욜에 만난 두 친구분은 그런 눈치 좀 안 봐도 되는 분인데다 안목도 좀 믿음이 가시고, 묭은 덩달아 안경테를 보고싶다고 하니 편한 맘으로 안경점으로 고고. 나는 좀 동그랗고 좀 더 커다란 까만 테로, 묭이는 완전 똥그란 샤이니 자주빛으로 바꿨다. 안경만으로도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 좋다.  

여러모로 좋은 날이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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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6-20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기하콘서트 다녀오셨군요. 정말 신나셨겠어요. 저도 처음엔 시큰둥했는데 다시 들어보니 좋더라구요.^^

북극곰 2011-06-21 08:37   좋아요 0 | URL
이런 외출이 얼마만인지..아주 상쾌했어요! 오늘도 역시 너무 더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꿈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