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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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좀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일, 연애, 결혼, 창작 등등..
봄에는 나른해서 모든 게 귀찮더니..
한여름엔 더워서 의욕을 잃었었고..
이제 찬바람이 좀 불어오니까 자꾸만 마음이 먼저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이런 내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ㅎㅎ

작가 공지영은 자기 인생의 수많은 우여곡절과 난관을 극복하고..
적지 않은 아픔과 역경을 극복한 작가다..
대학시절 <인간에 대한 예의>를 읽고 꽤 감동했었다..
이제는 소설이 아닌 개인 삶을 드러내면서까지..
우리들에게 호소력 있는 격려를 하고 있다..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든다는 걸.

- 천양희의 <단추를 채우면서> 전문
- 1996년 제10회 소월시문학상

사실 위 시처럼 단추를 채운다는 것, 곧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늘 기대하고 늘 욕망하는 건 진정 욕심일 것이다..

"괜찮다, 다 괜찮다"

동요 <괜찮아요>라는 곡이 문득 떠오른다..

바람 불어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쌩쌩 불어도 괜찮아요 난 난 난 나는 괜찮아요
털오바 때문도 아니죠 털장갑 때문도 아니죠
씩씩하니까 괜찮아요 난 난 난 나는 괜찮아요

호호 추워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꽁꽁 얼어도 괜찮아요 난 난 난 나는 괜찮아요
털모자 때문도 아니죠 털구두 때문도 아니죠
용감하니까 괜찮아요 난 난 난 나는 괜찮아요

나도 늘 괜찮겠지!? ㅋㅋ

내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다 괜찮아지는 날까지..
다시 이 동요를 흥얼거려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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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238
황동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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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을 걸어/사람 밖으로 나간다

- 「1998년 5월의 문답」중에서

산다는 것이 결국 사람 속으로 들어가 헤아리고 사랑하고..
그런 다음 사람 밖으로 나오면 비로소 사람을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다..

시인 황동규는..
'다시 만날 때까지는/온기를 잃지 말라고/다시 만날 때까지는/눈감지 말라고/치운 세상에 간신히 켜든 불씨를/아주 끄지 말라고/이 세상에 함께 살아 있는 그 무엇'(「퇴원 날 저녁」에서)을 위해 따뜻하기를 열망한다..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감정이든 그 무엇에게 이토록 온유할 것을 바라고 또 바란다..
나는 진정 누구에게 따뜻한 적이 있었을까..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의「너에게 묻는다」전문)고 말했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뜨거운 사람이 되기 노력한다..


두 마리의 물고기

'추억은 인간을 사람으로 만든다'(「산당화의 추억」에서)고 했듯이 '추억'이란 우리에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나 역시 자꾸만 나이를 먹다보니 고향을 추억하고, 친구를 추억하고, 연인을 추억하고, 과거의 많은 시간들을 추억한다..
그러면 나도 이제야 사람이 되고 있는 것일까..
이 시집은 한때 모질게 살았던 내 자신을 아름답게 추억하도록 만든다..
내게 수많은 추억의 에피소드가 있기에, 그래서 '외로움이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토요일 저녁」에서)..
아직 나는 '삶의 온갖 고통 다 살아버리고 다 살아버리'(「바우아 데비의 그림」에서)지도 않았는데 어찌 이렇게 약해 빠졌을까..
마흔 즈음 다시 유턴한다..
순수했던 내 유년의 아름답던 시절과 같이 다시 회귀하리라..

유채꽃

여기 이 시집의 시인 황동규 시들은 자못 쓸쓸하다..
외로움, 사랑, 나이듦, 홀로움, 추억, 사람 등등 인생을 회고하듯 쓸쓸한 느낌이 강하다..
'외따로 핀 꽃들./꽃판에서 떨어져 작게 외따로 서 있는 꽃에게/잠시 마음 주어보라./마음 온통 저며진 꽃!'(「외따로 핀 꽃들」에서)처럼 시인은 진정 쓸쓸하고 외로운 것 같다..

하지만 표제작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시다..
아내나 연인에게 꼭 들려줘야 하는 시다..
시를 읽어주는 것으로 끝나면 안된다..
아래 시처럼 우리나라 남자들이 진정으로 아내나 연인을 위해 큰 일도 아닌 설거지 같은 걸 해주는 남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그대에게 해주려는 것은
꽃꽂이도
벽에 그림달기도 아니고
사랑얘기 같은 건 더더욱 아니고
그대 모르는 새에 해치우는
그냥 설거지일 뿐.
얼굴 붉은 사과 두 알
식탁에 앉혀두고
간장병과 기름병을 치우고
수돗물을 시원스레 틀어놓고
마음보다 더 시원하게,
접시와 컵, 수저와 잔들을
프라이팬을
물비누로 하나씩 정갈히 씻는 것.
겨울 비 잠시 그친 틈을 타
바다쪽을 향해 우윳빛 창 조금 열어놓고,
우리 모르는 새
언덕 새파래지고
우리 모르는 새
저 샛노란 유채꽃
땅의 가슴 간지르기 시작했음을 알아내는 것,
이국 햇빛 속에서 겁없이.


-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전문

함께 마시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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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 문학과지성 시인선 32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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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서점에서 이 시집을 발견한 것 자체만으로도 내겐 엄청난 놀람이었네..

어찌하여 시인은 이와 같은 목소리로 나를 슬프게 하고 무겁게 하고 힘겹게 하는가..

내게 있어 슬프고 무겁고 힘겨운 것들은 나의 바깥으로의 여행이었네..

이 다채로운 시어(詩語)들의 향연 속으로 빠지지 않을 수 없네..

'물의 속살' 속으로 빠져들듯 나는 이 시집에 갇혀 버렸네..

나도 가재미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고야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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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발달 문학과지성 시인선 35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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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인의 시는 꼬불꼬불한 시골길 같고, 느슨하게 풀어진 봄바람 같다..

어느날 서점에서 발견한 시집 『가재미』로 나는 순간 가재미처럼 납작해지고 말았다..

나 역시 시 속의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고야마는 시인 문태준의 힘이다..

'그러나 댓잎 소리가 풀벌레 소리를 쓸어내거나/그러나 풀벌레 소리가 댓잎 소리 위에 앉거나/그러지는 않은' 것처럼 서로의 소리가 함께 합주하듯 들리기는 하지만 분명 그 소리 마다의 고유한 영역이 있음을 시인은 듣는다..

산은 강을 가로막지 않고 강을 비껴서고, 강은 산을 가로지르지 않고 돌아흐르듯 자연은 인간 보다 더 지혜롭게 행동한다..

이 시집을 읽을 때는 가만히 귀를 귀울여야 한다..

귀를 쫑긋 세우지 않으면 놓칠 수밖에 없은 다양한 소리들이 등장한다..

특히 문태준 시인의 시를 읽기 위해서는 오감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돌담을 지나가고 있었다

귀뚜라미가 돌담 속에서 울고 있었다

구렁이가 살던 곳이라고 했다

돌담을 돌아도 돌담이 이어졌다

귀뚜라미가 따라오며 울었다

집으로 얼른 돌아와

목침을 베고 누웠다

빈방에 가만히 있었다

귀뚜라미가 따라와

목침 속에서 울었다

방이 어두워지자

밤이 밤의 뜻으로 깊어지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아무 까닭도 없이

위 시 「아무 까닭도 없이」에서 보면 쓸쓸한 귀뚜라미가 화자를 따라와 베개 속으로까지 따라와 운다..

'밤이 밤의 뜻으로 깊어지자/눈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시인은 측은함 때문에 결국 눈물을 참을 수 없다..

'아무 까닭도 없이' 눈물을 떨구는 이유는 굳이 어떤 이유랄게 없이 정말 눈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다..

울려고 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떤 상황이나 소리나 풍경이 진정으로 아름답고 숨가쁘게 감동을 받으면 눈물이 이유없이 흐르는 법이다..

 

표제작 「그늘의 발달」그윽한 정겨움과 감나무 그늘과의 깊은 사연을 상상케 한다..

'그늘이 지붕이 되면 어떤가요/눈물을 감출 수는 없어요/우리 집 지붕에는 폐렴 같은 구름/우리 집 식탁에는 매끼 묵은 밥/우리는 그늘을 앓고 먹는/한 몸의 그늘/그늘의 발달'이라는 감나무 그늘이 상징하는 '음지의 미학'이 담겨져 있다..

그렇다..

시인 문태준은 '음지(-)의 시인'이다..

양지(+)의 성격을 가진 주제나 소재, 상징, 상상 등 양의 성질을 가진 건 드물다..

그는 음(-)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득하다..

그늘을 통해 바라본 주름진 세상의 눈물 같은 시인 문태준의 『그늘의 발달』은 전 시집들 보다는 다소 평이해졌다는 느낌이 어쩌지 못하겠지만 그만의 운치가 넉넉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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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 - 한국 대표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정끝별 해설, 권신아 그림 / 민음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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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신아-일러스트>

요즘은 사람들이 좀처럼 시를 읽지 않는다..

시의 역사는 소설 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다..

또한 시는 매우 강력한 힘을 가졌다..

오죽하면 플라톤은 시인을 추방해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국가 정치에 적대적으로 큰 영향을 행사하는 게 시인이었다고 판단했다..

 

아주 오랜만에 예쁜 시모음집이 나왔다..

물론 국어책에 나오는 시도 적지 않아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이만한 시모음집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다시금 가슴이 여울처럼 넉넉해진다..

부제가 나를 유혹해서 단박에 구매해 읽어버렸다..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차 보조석에 늘 함께 두고 여행할 것이다..

가끔 교통체증에 시달릴 때 한 편의 시를 읽으면서 여유를 찾으리라..

어딘가 마음이 닿는 곳에 가면 여백을 시읽기로 채우리라..

문득 내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분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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