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이사 갈 때마다 가장 고역스러운 짐이 책이다.
버리고 버려도 줄지 않고 쌓여가는 서가를 보면서 이번에 또 어떻게 이삿짐을 싸야할지 고민이다.
모든 아날로그적 취향을 포기해도 책의 물성에 대한 집착은 버리지 못할 것 같다.
지적 허영의 표상이라 할지라도 풀 먹여 다린 듯 정갈한 책장을 넘길 때의 짜릿함을 포기할 수 없다.
하루 종일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축복받은 1월이다.
다음날 아침을 두려워하지 않고 늦은 밤까지 책장을 넘기면서... 행.복.하.다.
이래서 버트란트 러셀은 게으름을 찬양했나?
행복은 삶의 과정에서 가끔 만나는 순간의 축복.
신간을 살피면서 또 다시 책과 연애한다.
『시인을 체포하라- 14인 사건을 통해 보는 18세기 파리의 의사소통망』로버트 단턴 지음, 김지혜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12.
현재가 침묵을 요구할 때, 역사는 현실을 읽는 나침반이 되어 준다. 이 책은 - 프랑스 혁명 직전이었던 - 18세기 중엽, 14인 체포 사건을 문화사가 로버트 단턴이 연구한 결과물이다. 당시 “시인을 체포하라”는 왕명이 내려지자, 경찰의 14명을 추출하여 바스티유 감옥에 감금한다. 시를 추적하는 일에 공권력을 동원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그 시대의 의사 소통망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는 단초를 제공한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절반 넘는 시대의 소통방식을 알아볼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문학과 예술로 읽는 서울의 일상』류신 지음, 민음사, 2013. 12.
‘수유 너머’에서 권용선 선생님의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해석 강론에 참여한 기억이 새롭다. 모자이크식 글쓰기,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며 산책하는 벤야민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여행을 다녀와 바라보는 서울이 낯설다. 정권과 패러다임이 바뀌자 풍경이 낯설어진다. 거대한 이야기 속에 숨겨진 사소한 이미지들이 망각되고 있다. 시야 밖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사 속에서 우리는 새롭게 변주되는 풍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서울을 벤야민 식으로 읽어내는 류신 교수의 생각이 궁금하다. 언젠가 2013년 서울에 응답을 요청할 우리에게 ‘미리 온’ 책이 아닐까?
『지구를 구하는 창조의 현장에서- 세계 환경운동의 구루 레스터 브라운 자서전』레스터 브라운 지음, 이종욱 옮김, 도요새, 2013. 12.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간을 확장하는 것이다. 한 세대의 생명을 벗어나고 우주적으로 공간을 확장하여 문제를 바라보면 좌우 경계 없는 공통의 화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지구를 구하는 창조의 현장에서』는 근면한 삶을 살았던 세계 환경 운동의 구루 레스터 브라운의 자전적인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책이다. 앎과 삶을 일치하는 온전한 삶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파트리시아 카스, 내 목소리의 그늘- 샹송의 디바, 파트리시아 카스의 자전적 에세이』파트리시아 카스 지음, 백선희 옮김, 뮤진트리, 2013. 12.
샹송을 취향으로 즐기지 않은 사람도 파트리시아 카스을 알고 그녀의 노래를 흘려 듣는다. 파트리시아 카스는 대중적이면서도 살아있는 전설의 디바다. 이 책은 “에디트 피아프의 탁월한 계승자”인 그녀가 자신의 육성으로 이야기하는 듯 자신의 삶을 기술한 에세이다. 예술이 예술가의 삶을 뗄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유용한 책이다. 고뇌하는 예술가의 떨림 가득한 삶을 들여다보고 나면 관능과 매혹을 동반한 그녀의 노래가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다이어트의 배신- 왜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사는가』아힘 페터스 지음, 이덕임 옮김, 에코리브르, 2013. 12.
이 책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다이어트 담론에 대항한다. 다이어트는 한번 시작하면 영원히 해야 하는 정신적 압박을 가져온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불안이 비만을 만들고, 다이어트는 또 다른 스트레스로 정신과 몸을 망가지게 한다. 비만을 질병으로 바라보기 전에 메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비만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과 방식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