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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안규남 옮김 / 동녘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얇은 책의 울림, 쉽고 명확한 사회학 개론서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안규남 옮김, 동녘, 2013. 8.

 

뉴스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보지 않은 상태가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경제 지상주의’가 가속화되고, 모든 가치는 자본으로 환원한다. 과정에 대한 고민 없이 결과에 대한 평가만 이루어진다. 필연적인 결과라고 회피하기에 한국의 상황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우경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의무만 남고 시민의 권리는 점차 사라진다. 한동안의 무관심이 만들어낼 결과가 두렵다. 세계에 대한 관심이 그저 관객의 즐거움이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되는 지점이다. 아바타의 활동을 지켜보는 수동적인 자리에 놓여 있는 객체의 심정이 그러하다.

 

정량화된 데이터와 단단한 논리로 무장되어 있는 지그문트 바우만을 새롭게 읽는다. “가진 것 마저 빼앗기는 나”라는 부재가 그것을 함의하고 있듯이, 바우만은 우리가 불평등을 감수하는 원인과 사태에 대해서 치밀하게 분석한다. 세계에 대한 성찰과 방향을 제시하는 그의 저서는 동어반복일 수 있는 주제를 매번 쉽고 새롭게 변주한다. 근대 사회의 해체를 보여주는 바우만의 ‘유동성’ 개념은 자본이 기획한 마케팅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한다. 무의식을 개인 삶으로 환원하지 않고, 사회적 담론의 결과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사회학자로서 바우만의 탁월함이 드러난다.

 

우리 안의 인종주의

 

학업성취도가 미달인 학생, 학부모와 심층 면담을 한 적이 있다. 성취도 미달 학생의 경제적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고, 부모님이 비정규직, 잠정적인 실업상태에 있는 한부모 가정의 자녀가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하층 자녀일수록 학업 성적 미달을 본인의 능력으로 귀인(歸因)한다는 것이다. 원래 부모님이 공부에 관심이 없고 못했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다고 답변했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잘사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팽배했다. 같은 성취도 미달 학생 사이에서 중층과 하층의 의식 차이는 확연했다. 하층으로 갈수록 “어차피” 현재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태생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우리 안의 인종주의는 여전히 신화로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신념 가운데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드러내는 일이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신화

 

불평등 심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확신에 찬 계몽주의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다수의 저소득층이 반복되는 불평등을 견뎌내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신화들” 때문이다. 경제 성장이 최고의 관건이고, 인간의 행복은 소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어느 사회에나 불평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쟁은 자연스럽다는 확신이 존재한다. 일직선의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는 사회 진화론은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행복은 각자 다른 목적으로 나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자기 윤리 속에서 자아를 실현하는 주체적인 삶에 있을 것이다. 그것을 방해하고 삶의 목표를 하나로 획일화한 사회가 발전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모든 사람을 호명하는 방식이 ‘소비자’로 획일화된다면 주체는 객체로 전락하여 노예적 삶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가난이 가난을 부른다.

 

역설적으로 세계화는 세계를 둘로 분리한다. 밤의 세계지도는 세계가 어떻게 지리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빈자들은 단지 가난하기 때문에 점점 더 가난해진다. 오늘날 불평등은 자체의 논리와 추진력에 의해 계속 심화된다.(22쪽)” 지리적으로 지역적으로 불평등은 노골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다.

 

 

 

 

  출처 :   http://blog.naver.com/loanbank1116?Redirect=Log&logNo=120175447906

 

개인의 도덕성은 사회의 도덕성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상황이 우리를 도덕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공간에서 거시적인 관점과 반복된 사고 패턴을 뒤집는 것이다. 문제를 만들어 내는 악순환의 철도에서 각을 틀어야만 불평등을 향해 달리는 기차를 멈출 수 있을 것이다. 바우만의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는 파이 키우기에 몰두해 있는 우리에게 지금부터는 키운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모색하게 한다. 경제 성장 근본주의가 주장하는 낙수 효과 신화를 벗어나서, 누가 파이를 독차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여 제 몫을 찾아야 할 때다. 번역이 즐거웠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한다. 새벽을 기다리는 자에게 가장 어둠이 짙을 때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회피하지 않고 문제에 직면하는 것에서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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