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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각자 다른 빛깔로 가을을 맞이할 것이고, 우리의 감성 또한 자연과 다르지 않을 터이니,

책 읽기와 사색하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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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유동하는 근대 세계에 띄우는 편지』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조은평 ‧ 강지은 옮김, 동녘, 2012. 8.

 

호주에서 이년 동안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동생은 외부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본다. 동생은 혼자 머무는 것을 낙오처럼 생각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참으로 낯설다고 한다. 회사 생활에 지친 몸은 휴식을 요구하는데도, 직장인들은 밤늦도록 모임을 갖는다. ‘쉼’은 곧 ‘낙오’나 ‘나태함’이라는 생각이 우리 무의식에 자리 잡은 탓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하고 피로한 삶을 살면서도 현대인은 무력해짐을 견디지 못한다. 화장실에서 조차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고, TV를 보며, 정보를 검색한다. 찻집에서도 담소를 나누기보다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받거나, 랩 탑으로 검색을 하며 침묵 속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헤어진다. 매체가 변화하면서 삶의 패턴도 사유의 방식도 달라졌지만, 시류 속에 문제의식도 함께 묻혀간다.

 

현대인은 혼자 있는 시간조차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다. 문제는 그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항상 외롭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도 불안하다는 점이다. 바로 ‘유동하는 근대’이기 때문이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은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불안하고, 자기 계발을 하지 않는 시간이 공포로 다가오는 우리에게 큰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저자는 『액체 근대』로 알려진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다. Marxism의 실천적 지성인인 바우만은 『근대성과 홀로코스트』(1989)을 통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독창적인 키워드인 ‘유동성’은 근대 사회가 해체되며 나타나는 불확실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주체적으로 살기를 꿈꾸는 독자를 위한 책이 될 것이다.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헨리 포드부터 마사 스튜어트까지 현대를 창조한 사람들』전성원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2. 8.

 

나의 일상은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가? 컴퓨터를 들고 다니고, 물을 사먹고, 화면을 내 손으로 키웠다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매번 경이로워하며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익숙해진 일상이기 때문이다. 전성원은 일상을 근대화, 세계화의 발명품으로 보고, 핸리 포드에서 존 D 록펠러, 월트 디즈니, 마샤 스튜어트까지 일상을 만들어낸 열여섯 명의 발명가를 추적한다. 그들의 천재성이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었던 사례를 치밀하게 분석한 책이 바로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이다. 어린 시절부터 사회과학서점을 들락거리고, 주변인의 시선으로 시위를 목격하였다는 저자 전성원은 다양한 분야의 살아있는 경험을 통섭으로 엮는다. 계간 『황해문화』 편집장인 전성원의 자기소개의 일부인, “전태일이 세상을 떠난 1970년 출생”에서 그가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짐작하게 한다.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는 전성원의 섬세한 관찰자적 시선이 빛나는 책이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존 버거 지음, 최민 옮김, 열화당, 2012. 8.

 

가을이다. 이전과 다른 기온과 습도 속에서 세상이 조금씩 변화하듯, 우리의 내면 또한 다른 빛깔로 물들기 시작하다. 과연 우리가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오감 중에서 가장 수동적이면서도 관음증적인 행위인 ‘본다’는 것을 새롭게 생각하기 위해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1972년 초판 이후 미술전공자의 필독서, 일반인의 교양서가 되어 왔으나, 새로운 역자와 편집자를 만나서 다른 버전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존 버거 사상을 누구보다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역자 최민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흐르도록 엮음으로써, 이미지를 하나의 텍스트로 이해한 존 버거 사상에 한걸음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자신의 욕망을 타자화 하는 기술 복제 시대의 이미지,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남성적 응시에 대한 생각의 각도를 비트는 좋은 교재가 될 것이다. 일곱 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진 이 책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병행하여 다양한 질문을 제기한다.

 

 

『속 시원한 글쓰기』오도엽 지음, 한겨레출판, 2012. 8.

 

스탠포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가장 잘하고 싶은 일도, 가장 힘든 일도 ‘글쓰기’라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어디 이것이 명문 이공 대학생만의 열망이겠는가? 현란한 언어 세계에서 지적 놀이에 탐익하는 것을 유희로 삼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글쓰기는 문자를 상징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든 사람을 압박한다.

르뽀 작가이자 시인인 오도엽의 글쓰기와 관련한 속 시원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 수 있는 책이 출판되었다. 기름밥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글밥을 먹고 있는 오도엽의 이야기는 관념으로 글밭을 일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분명한 다름이 있다. 문(文)의 법은 몰라도, 세상살이의 법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오도엽은 속살을 드러내는 소통의 방법으로 이야기를 끌어 올린다. 어디 글쓰기에 왕도가 있겠는가? 그러나 나와 같은 고민의 울타리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글쓰기에 자신감을 붙일 수 있으리라 믿는다.

 

 

 

『평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존 폴 레더라크 지음, 김동진 옮김, 후마니타스, 2012. 8.

 

사랑하기 때문에 체벌하는 교사와 부모,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폭력을 사용하는 군인처럼 딜레마적인 것도 없다. 영화 <그을린 사랑>에서 보듯이 전쟁은 보편적으로, 상시적으로 도처에서 일어나고 일어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인권과 평화는 ‘감수성’으로 접근해야 할 권리이며 환경이다. 평화에 관한 이론가이며 실천가인 레더라크를 대표하는 책 『평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모든 사람의 권리와 세계 평화 실현을 위한 책이다. 레더라크는 25개 국가에서 평생을 평화 구축에 헌신하였다. 1994년 유엔대학교의 ‘갈등과 거버넌스’ 학술 시리즈 중 한권으로, 미국평화연구소 등 세계 여러 평화연구자 및 활동가들을 위한 평화 구축 교재로 쓰였던 책이라고 하니, 학문적 깊이와 풍부한 경험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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