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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분노하지 않는가 - 2048, 공존을 위한 21세기 인권운동
존 커크 보이드 지음, 최선영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2048, 공존을 위한 21세기 인권운동Together

『왜 분노하지 않는가』

존 커크 보이드(지은이), 최선영(옮긴이), 중앙books(중앙북스), 2011. 12

 

원초적 입장과 무지의 베일에서 출발하기

 

한번 상상을 해보자.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 누구도 어떤 조건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게 될지 알지 못한 채, 너희들이 태어날 세상을 만들어보라는 절대자의 요청을 받았다면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우리는 아직 지구의 어느 지역에서,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떤 재능을 가지고, 어떤 외모를 가지고 세상과 만나게 될지 모르는 상태다. 만일 인간이 합리적인 ‘이성’을 가진 존재라면 가장 바람직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 태어나거나, 다양한 자본을 소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세상이 어떤 모습이든 괜찮을 것이다. 반대로 부모의 능력이 없는데 외모까지 추한 상태로 태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세상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겠는가? 당연히 가진 것이 가장 적은 최소 수혜자에게 가장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홈리스처럼 소외된 이들에게 가장 이로운 세상이라면, 내가 무엇으로 태어난다고 해도 괜찮은 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간단한 상상력에서 천부인권을 이야기하는 정치철학자가 바로 롤즈(John Rawls)다. 그는 『정의론』에서 무지의 베일에서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가정을 설득하기 위해서 위와 같은 상상력을 발휘한다. 사회계약설이 논리적으로 전제하는 ‘자연 상태’를 롤즈는 ‘원초적 입장’으로 전환한다. 원초적 입장은 계약을 맺는 당사자들이 합리적이면서 동시에 이기적인 존재로서 도덕적 인격과 권리, 기회, 협동 등과 같은 사회적 기본가치를 알고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약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는 원리를 담게 된다. 이 원리는 모든 사람이 자유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자유 우선성의 원칙과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하고 불평등의 원인이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차등의 원칙이 도출된다. 이로써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자유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섯 가지 자유를 누릴 권리 - 저절로 외우기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섯 가지 권리를 손가락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우리 모두 잊지 않을 수 있도록 손가락과 각각의 인권을 연결함으로써 잊지 않도록 돕는다. 손을 원해서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다는 방식으로 천부인권 개념을 이해하게 하는 방식이 탁월했다. 엄지손가락의 강한 힘은 언론의 자유, 집게손가락은 삶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종교의 자유, 가운데 손가락은 가장 길기 때문에 풍족함으로, 넷째손가락은 심장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생명을 연상하게 하는 환경에 대한 자유로, 새끼손가락은 가장 유약하기 때문에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이는 인권을 기억해야 할 모든 사람에게 적절한 비유가 될 것이다. 세계화가 끌고 들어온 부와 권력의 집중으로 인권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역으로 이제 인권은 한 국가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인권이 동등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인권은 감수성으로 출발하고 완성된다.

 

인권은 우리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진보교육감의 등장은 교문 앞에서 멈춘 인권을 상기시켰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뒤집어 보고, 타인의 관점으로 나의 감수성을 이입시키는 일은 존재 기반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학생인권조례’ 통과에서 부딪히는 여러 보수 단체와 교육청의 갈등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교권과 학생인권이 충돌한다는 논리를 당연시하는 분위기에는 논거가 부족하다. 교권은 학생인권을 억압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상징자본을 존중하고 경제의 논리를 교육으로 끌어들이지 않을 때 지켜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과 교사의 권리를 반비례로 보는 것은 둘 모두를 소외시키는 왜곡된 교육 논리를 빚어낼 뿐이다. 인권과 이슈들이 논쟁화될 때 감수성 또한 발전할 것이다.

 

『왜 분노하지 않는가』는 인권을 감수성으로 접근하는 개론서로서 아주 훌륭하다. 난해한 이론의 토대 없이도 우리가 내딛는 한 걸음의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사고(思考)의 각을 1도만 바꿔도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인권을 사유한다는 것은 인권을 실현시키기 위한 기본 전제이다. 이 책은 2048 프로젝트가 제기하는 질문을 함께 공유하고, 성문화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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