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서의 재발견"
 
바바라 민토, 논리의 기술
바바라 민토 지음, 이진원 옮김 / 더난출판
 
시간이 없다, 라는 핑계를 대야겠네요. 책이 들어오기는 했는데 딱 2장 밖에 솔직히 읽지를 못했다고. 그래서 다음에 시간나면 읽어야겠다고 서가에 꽂아놓은 책이랍니다.
 
이 책의 진가를 재.발.견.하게 된건 분명 어제의 강연회 때문입니다. '<바바라 민토, 논리적인 글쓰기> 출간 기념 비즈니스 문서 작성법 강연회'라는 긴 제목의 강연회에서 강사는 제일 첫마디로 이 책을 자기가 평생 읽은 책 중 가장 무게감있고 좋은 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만이 모인다는 맥킨지에서도 들어오는 직원들에게 5일간 꼭 교육시킨다는 그 내용, <로지컬 씽킹>을 비롯한 수많은 비즈니스 라이팅 서적들의 기본서로 사랑받은 그 책.
 
그냥 보고 지나치셨던 분이라면, 이 글을 읽고 이 책의 가치를 재.발.견.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물론, 저도 회사에 오자마자 서가에 꽂아놓았던 책을 다시 읽어보고 있습니다. 아, 이제야 책이 다시 보이기 시작하네요.
 
경제.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탄탄한 구성과 충격적 결말"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본 탓일까. 영화 '미스틱 리버'는 영 심심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팬인데, 저 영화는 도대체 '연출'이란게 보이지 않잖아, 이런 생각을 하며 투덜투덜. 원작의 경우, 세 소년 사이의 계급적 그늘과 가족관계, 가문의 내력 등이 보다 치밀하게 묘사된 탓일 수도 있다. 그걸 두 시간 안에 다 풀어내기란 쉽지 않으니. 여튼 확실히 개성적인, 웰 메이드 스릴러였던 <미스틱 리버>에 대한 호감 때문에 신작 <살인자들의 섬> 역시 즐겁게 펴들 수 있었다.
 
<살인자들의 섬>은 전작처럼 남자들의 세계, 가족의 문제,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폭력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허나 이야기는 전작보다 훨씬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단 며칠 동안 벌어지는 사건 탓일 수도 있고, 한 남자의 내면에 집중한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소설의 줄거리-특히 결말을 말하는 것은 절대 안될 일이다. 책소개를 쓰면서도 고심한 부분. 축제의 퍼레이드 속 극명하게 갈리는 명암이 인상적이었던 <미스틱 리버>처럼, 이 소설의 끝마무리 역시 훌륭하고 또 가슴 아프다. 쉽게 끊어지지 않는 폭력과 상처의 고리를 보며.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하는 이름-데니스 루헤인이다.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순간은 순간이어서 아름답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기억을 80분 밖에 지속할 수 없는 박사는 무관한 숫자들의 나열에서 세 사람(박사와 파출부인 '나', 나의 아들 루트)을 연결해주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으로 매번 80분의 처음을 채웁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순수한 마음을 주고 받으며 세 사람은 가까워집니다. 짧은 시간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줄 아는 이들의 이야기에는 '순간은 순간이어서 아름답다'는 소박한 진실과 무관한 것들을 나름의 의미로 연결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방법들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을 읽는 동안 저에게 나름의 의미로 아롱진 숫자들, 그 의미를 공유한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1, 14, 17, 20, 37, 58... 제일 앞의 것은 동아리 기수이고, 그 다음 것은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를 여행했던 날들의 수, 그 다음은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마음을 다해 좋아해봤던 나이, 그리고 스무 살, 친구의 반 번호, 고3 때 독서실 좌석번호입니다.
 
박사가 무관해 보이는 숫자들의 나열에서 세 사람을 이어주는 의미들을 찾아낸 것처럼, 저 역시 이 수열에서 우리의 어느 삶은 무관한 숫자들을 이어주는 의미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합니다. 순간은 순간이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습니다. 더불어 숫자들 속에서 지나간 순간순간을 오랫동안 되새기며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요.
 
사회.역사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리네아의 이야기를 다음 10년 후에도 만날 수 있기를..."
 
어떤 책이 10년 동안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책들의 내용은 검증이 된다.
 
1994년 첫 책이 나온 이래 꾸준히 팔린 리네아 시리즈가 10년째인 올해 개정판을 냈다. 워낙, 소문없이 조용히 개정판을 내서 축하해주지 않은 리네아의 10주년을 나라도 축하해주고 싶다. 리네아 시리즈는 별다른 광고없이 오직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 조용히 팔린 책이다.
 
내용은 변한 것이 없지만 도판 작업을 새롭게 하여 그림들이 선명하게 인쇄되었고, 답답하다 싶은 편집이 시원스럽게 변했고, 번역도 약간 손을 봤다.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면모가 흐뭇하다. 그리고 약간의 가격 상승. 10년에 500원 인상이라면 짜장면 값보다 인상폭이 좁다.
 
어린이 분야에는 십 년이 넘도록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책들이 참 많다. 당장 베스트셀러 코너만을 봐도 알 수 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1993년에 나왔고, <달님 안녕>은 1990년에 나왔다. <달님은 알지요>와 <무지개 물고기>,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그림책 1>는 1994년에 독자들을 처음 만났다.
 
좋은 책들이 소리없이 서점에서 사라지는 것만큼 마음 아픈 일이 없다. 그래서 리네아의 10년 선전이 더 반갑게 다가온다. 좋은 책은 오래도록 사랑해 준 독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이 든다. 다음 10년에도 리네아의 이야기를 서점에서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10년 이상 꾸준히 사랑받는 우리 어린이책도 더 많이 늘어나길 빈다.
 
어린이담당 류화선
(yukineco@aladin.co.kr)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빌 클린턴의 마이 라이프
윌리엄 제퍼슨 클린턴 지음, 정영목.이순희 옮김 / 물푸레
 
사실, 이 책이 재밌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재미없는 과목에 목소리톤이 한결같은 교수님이 3시간 동안 쉬지도 않고 죽 강의하는 느낌이랄까. 연설 하나는 기가 막히는 클린턴이지만, 글솜씨는 조금 아닌가 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읽기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분명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조금만 참고 읽는다면, 단 한 순간도 의미없이 살지 않았으며 너무나 막연했던 꿈을 조금씩 조금씩 구체화시켜 결국은 그 정점에 누구보다도 멋진 승리를 거두며 도달하는 한 인간의 짜릿한 삶의 드라마를 만날 수 있다. (이 정도까지 책장을 넘기면 이 책 특유의 유머에도 익숙해져서, 처음보다는 쉽게 읽히긴 한다.) 더불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여러 사건들의 막후를 살짝 들춰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너무나 두꺼워 7월에는 다른 책을 읽지 못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만족스러웠던 책. 하루이틀로는 절대! 다 읽지 못하니 휴가때 한 번 읽어보시길... (이 책과 함께 보면 좋을 DVD : [웨스트 윙], 시즌 3이 케이블에서 앵콜 방영중이며 시즌 2가 8월 초 출시되는, 근래 제일 재밌게 보고있는 정치 드라마이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대범하고 털털한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아직 심신이 건강하던 시절, 친언니와 함께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를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북부 2일, 남부 2일로 짜여진 일정표는 한 눈에 봐도 살인적이었다. 공항에 도착한 언니는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나는 못하겠다, 며 슬슬 발뺌을 하려 했다. (그때 언니가 임신 중이었음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진작 말할 것이지.. 그런 언니를 끌고 4일 제주도 일주를 하려 했던 나는 천하의 못된 동생이 되어버렸다.)
 
그런 언니를 구슬러 공항 근처 자전거 대여점에서 낡은 레스뽀 두 대를 빌렸다. 야심차게 페달을 밟으며 출발한 지 2시간 후, 나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어디로? 대여점으로. "아저씨, 우리 못 가겠어, 정말 못가겠으니깐, 와서 트럭으로 자전거 좀 싣고 가세요." 거리 상으로 얼마 안되니 다시 자전거를 타고 와서 반납하라는 대여점 아저씨, 한 발자국도 못 가겠다고 버티는 여자 두 명. 결국 2만원 내고 자전거를 실어보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2시간만에 전화해서 싣고 가라는 하이커는 아저씨도 처음 봤다고 한다.
 
책표지를 본 순간, 그 때의 기억이 났다. 종국에는 혼자 마무리짓게 되는 여행이지만, 김남희씨도 처음에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혼자였으면 모르되, 도중에 혼자가 되었을 때 느끼는 쓸쓸함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나 또한 언니가 자전거에 학을 떼이고 다음날 비행기로 서울에 가버린 후, 제주도에서 손가락으로 땅 후비며 서울로 줄기차게 전화하면서 아무나 제발 내려와주기만을 기다렸다.
 
땅끝마을에서부터 북쪽 한계선까지 걷는 과정은 길고 길다. 시골 어른들의 잔정을 온몸으로 느끼느라 외로울 새도 없는 저자이지만, 역시 여행은 여행. 곳곳에 묻어나는 사색, 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이 친근하면서도 부럽다. 침대 한 켠에 두고 한 단락씩, 잠들기 전 야금야금 읽으며 자전거일주 재도전을 그리고 있는 요즘이다.
 
외국어.실용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행복은 유보하지 않는 편이 더 좋다"
 
카지노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이레
 
행복을 유예시키며 살지 말자는 소리가 가끔 들린다. 좋은 대학을 가면, 좋은 직장을 얻게 되면, 아이를 잘 키우고 나면... 이렇게 이야기하며 살지 말라는 걸텐데 하기사 그렇다. 놀고 싶은 걸 참고, 먹고 싶은 걸 미루고, 하고 싶은 일을 언젠가는! 이라 다짐하며 살아가다 보면 행복한 날이 올까?
 
아사다 지로가 유럽으로 '카지노만'을 구경하는 여행을 떠났다. 책 낸다는 미명 하에 카지노나 쏘다니다니 베스트셀러 작가는 역시 팔자가 좋군, 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아사다 지로라고 걱정이 없었을쏘냐. 결국 언제 어떻게 행복해질까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인 게다.
 
카지노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얻는 것도 아니요, 혹시 유럽의 도박 문화에 대해 알게 된다고 득 될 일도 없다. 하지만 아사다 지로의 글이 너무 재미있다. 그것만으로 행복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인생, 얻는 것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고... 이번 달이 즐거웠으면 다음 달도 즐거울 것이다.
 
인문.예술담당 이예린
(yerin@aladin.co.kr)
 
 
"어쩌면 좋을까요, 아저씨"
 
방화벽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나는 범죄추리물(수사물)을 좋아하는데 그것이 시리즈라면 더욱 좋다. 해서 케이블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외화시리즈 '과학수사대 CSI'나 '특수수사대 SVU'는 빼놓지 않고 보려 하고, 쿠르트 발란더 아저씨가 주인공인 이 연작소설 시리즈는 수 년을 기다리며 우리 말로 옮겨질 때마다 한 권씩 읽어왔다.
 
<방화벽>은 씁쓸하다. 가뜩이나 일도 안 풀리는 발란더 아저씨, 동료는 배신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점점 옅어지고 있다. 시리즈 8번째권. 곧 아저씨는 은퇴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내 일인 양 나는 7월 내내 골치가 아팠다.
 
이번 편에도 여전히 커피가 등장하는 장면이 많았다. 세어 보았는데, 몇 번이었는지 잊어버렸다. 이스타드 경찰서의 커피메이커가 고장나자 경찰관들은 투덜댄다. "커피가 없으면 경찰업무가 불가능하다는 걸 시민들에게 알리는 캠페인을 벌여야 해. 그래서 새로 하나 사자고." 끄덕끄덕...
 
편집팀장 김명남
(starla@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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