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high?"

마지막으로 책을 보며 웃은 것이 도무지 언제일까, 생각조차 까마득해 질 무렵 <최후의 끽연자>를 읽었어요. 이름 정도야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아이큐가 178이라는 건 책 날개를 보고 처음 알았네요. 키도 아니고 아이큐가 178이라니 징그럽기도 하고 그래서 조금 고민했는데, 제목이 귀엽기도 하고, 표지도 그래서 한 번 읽어보기로.
 
첫 단편인 '급류'에서 그리는 것은 시간이 급류처럼 빨리 흘러간다면? 이란 상상. 사실 기발한 건 아니죠. 오늘이 어제인지 내일인지 아니면 글핀지 그렇다면 모래가 오늘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모두들 이미 살고 있으니까요(How soon is now?). 그럼에도 피식피식 웃음이 터지는 것은 작가의 기발한 문장들 때문. '지상 최후의 끽연자'를 그려낸 표제작을 지나 점점 더 강도를 더해가는 웃음은, 진짜 정통 역사물인 '야마자키'와 '망엔원년의 럭비'(아 제목 센스)에서 빵빵! 아 이렇게 말해 보았자 사실 웃기지도 않고 하니 직접 읽어보시라는 말밖에 더는 드릴 말이 없지만요.
 
근데 이렇게 말해 놓고도 자꾸만 웃음이 나서 오늘 점심 시간에는 문학MD님께서 "뭘 그리 쪼개냐"라고 핀잔을 주시기도 했는데, 문학MD 앞에서 소설 얘기하기도 뭐하고 해서 그냥 웃기만 했어요.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정말로, 진심으로, 문학에서 '천재'란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달의 음반은 Jason Mraz의 <We Sing, We Dance, We still things>. 제목부터 맘에 쏙 드는 (사실 <Mr. A-Z> 같은 제목은 너무 했잖아요) 이번 앨범은, 디지팩이라는 점만 빼놓고는 대만족. 비트볼에서 쏟아낸 Iron & Wine 님하의 앨범 중 <The Creek Drank the Cradle>도 역시 엄지 손가락쯤 들어줄만 하겠죠.
 
그 외에 <상징의 비밀>, <융 학파의 꿈 해석>, <불교가 좋다>도 좋았어요. <심층심리학적 꿈 상징 사전> 같은 경우는, 나쁜 책은 아니지만 마리 루이제 폰 프란츠 박사가 말씀하셨듯, 사실 책으로 정리하기는 힘든 내용임이 틀림 없었으니. (이 책에 대한 아마존 서평 중에는 저자 에릭 애크로이드가 살았던 집에 이사 온  후로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다는 남자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잘못 배달된 한 박스의 저자 증정본을 받았다고;;;;) 사실 진짜 제일 좋았던 것은 <융 기본 저작집 9권 세트>이긴 하지만, 다 읽질 못해서… 정말 시간이 너무 빨라 책 읽을 시간도 없다니까요!

 

 

 

 




"열두 살의 내가 들었더라면"

초등학교 시절, 발표 시간만 되면 곤욕스러웠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러워 그랬던 건 아니었다. 내 답이 틀렸다는 지적을 듣는 것도 괜찮았다. 그런데 선생님이 다른 누군가의 대답에 이렇게 말하실 때는.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나는 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겠는데 선생님은 야단을 치실 때. 면박을 받는 친구를 보는 것이 답답했다. 그런 안타까움을 되살아나게 한 동화를 한 편 읽었다. 
 
구덕천은 같은 반 강주명의 주도로 따돌림을 당하고 상습적인 구타에 시달린다. 더이상 견딜수가 없을 때 선생님께 사실을 고하지만, 그 이후로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덕천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6학년 1반 아이들 전부가 아는데도, 선생님만은 모른다. 그래서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도. 그리고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다.
 
작품의 화자는 셋이다. 덕천이를 도와주려다 자신까지 주명이의 표적이 된 현수, 오빠 덕천이의 죽음을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여동생, 그리고 몇 년이 흐른 뒤에까지 '사람 죽인 놈'이라는 굴레에서 못하는 이리저리 쫓겨다니는 주명이의 이야기가 순서대로 이어진다.
 
구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처음 한 사람이 응해주지 않았다. 덕천이는 단념했고, 주명이도 그랬다. 거기서 끝이 난 줄로만 안다. 그게 아닌데. 억울하고 분한 일이 생겼을 때, 이 상황을 혼자 해결하지 못할 때는 도움을 꼭 청해야 하는데. 나의 말을 들어줄 다른 누군가가 분명히 있다. <6학년 1반 구덕천>은 그런 이야기를 한다. 열두 살의 내가 들었더라면 참 좋았을 말이다.






"꼭 필요했던 책, 반갑다!"

증권업계 1위는 어디일까? 미래에셋증권? 아니다. 우리투자증권이다. 2위가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은 8위다. 보통 펀드를 많이 들기 때문에 펀드=미래에셋=증권업계1위로 생각하기 쉽지만 증권업계 매출은 펀드 판매만 포함된 것은 아니다. 인터넷 포털 업계 1위는 당연히 네이버다. 그럼 2위 Daum과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NHN(네이버)가 트래픽 점유율 43%, Daum이 23%이다. 하지만 순수익은 2813억 대 156억원으로 18배나 많다.
 
나도 지금까지 몰랐는데 이 책을 보고야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긴 했지만 인터넷을 찾아서는 막상 알기 힘든 대한민국 업계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그래프와 도표로 보여주는 반가운 책이다. 업계 1위는 누구이며 매출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지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어쩜,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반갑기만 하다. 매년 연말이 되면 꼭 찾아보는 책으로 <SERI 전망서>가 있는데 이제 이 책도 추가해야겠다.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길찾기"

어느 덧 여름이 성큼 다가와 버렸습니다.
2008년도 금방 가겠다 싶어 마음도 급해지기만 하네요.
하루에 한번쯤은 나를 돌아보자 마음먹었지만, 그저 한 일과 해야할 일들을 나열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고 있자니,
씁쓸해 지기도 합니다.
 

이번 주는 잡다한 생각들로 불면증에 시달렸더랬습니다.
삶의 방향성을 잃은 것만 같이 불현듯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온전히 내가 아닌 모습으로 서 있는 건 아닌지,,,
온갖 의무도 놓아버리고 싶어지구요.
이미 가진 것들의 소중함은 잊은 채 행복의 기준을 저 밖에 두고 서글퍼하고만 있었습니다.
봄이 떠나기 직전 제 마음을 한번 살짝 잡았다 놓았던 것일까요..5월의 마지막을 뒤숭숭하게만 보냈네요.
 

이러했던 제 심정때문인지,
이 책들이 모두 저에게는 한결같이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길찾기'를 권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마땅히 행복해야 하고, 그렇다면 내가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 고 법정스님께서 조용히 타일러 주셨고,
작가 공지영이 딸 위녕에게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 '응원'은, 상처주는 이들보다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이들이 내 주변에도 더 많이 있다는 것을 제게도 다시 일깨워 주었습니다.
어린이 동화답지 않게 검은 색과 흰 색의 무채색만으로 표현되었지만(알고 보니 석판화로 찍은 그림이라네요,,),
그래서 더욱 섬세했던 '검은 새'에서는 '제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힘'을 찾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낸 어린 소녀의 밝아진 미소에 저도 같이 웃울 수 있었습니다.
 
 
이미 꿋꿋하여 외부에 소음에도 흔들림이 없는 경지를 꿈꾸어 보지만, 아직도 나약하기만 함을 봄날이 무심한 듯 지나가며
제게 일깨워 주었네요.
언제나 '마땅히 행복한 사람'이 되어보자 다짐해 보면서, 일상의 소소한 일 속에서도 고마움과 기쁨을 누릴 줄 아는,
그런 저의 모습을 바래봅니다. 6월을 힘차게 맞이해야겠습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 ~
 

P.S. 먼 곳으로 떠나기 전, 6명의 친구들 각각에게 들려주고 싶은 동화책을 일일이 골라 선사해 준 J 양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검은 새'는 요즘의 나에게 딱 맞는 이야기였소 ~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 두 권"

현실의 비극을 눈 앞에 둘 때마다 책은 작아진다. 즐겁게 읽어야 할 책들은 더 이상 즐겁지 않고, 배우고 익혀야 할 책들은 컴컴한 현실 앞에서 그 빛을 잃는다. 오래 전 읽었던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을 다시 훑었다. 어느새 내가 쌓아온 벽이 이리도 높고 두터웠구나.

고집불통이었던 후배가 시위 중에 부상당해 광대뼈가 내려앉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 달 동안 읽어 온 책 리스트를 지웠다. 좋은 책들은 물론 많았다. 읽을 수 있었어서 감사한 책들이었다. 문제는 나다. 지금 내가 뭘 보면 '감탄'할 수 있을까.

그저 지금에 대해 희망을 얘기하는 책들을 불러보자니 두 권이 남았다.
 
예수의 독설 - 민중신학은 늘 가슴 아픔을 수반한다. 인류 역사를 뒤흔든 예수의 뜨거운 저항과 우리네 민중의 역사를 뒤섞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바로 지금과 맞물려 있는 얘기다. 더듬더듬이지만 씹어먹듯이 읽었고, 다시 성경을 읽기로 했다.
 
히드라 - 소외받는 자들이 자신의 두 발로 일어서서 자존하는 세계는 있(었)는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자잘한 꼬뮌 얘기를 하면서 흐지부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보라. 이 책은 말한다. 그런 세계는 '있었고', 있을 것이다라고. 책을 덮으면서는 울지도 못하고 가슴이 막혀서 털털 뛰어다녔다. 달리기 박자에 맞춘 구호는 대강 이런 것이었다. 협상무효 고시철회 같은거.

 

 

 

 



 

"Der Morgen will kommen(아침은 온다)"

4월 29일, '2008년 4월 내맘대로 좋은책'에 <주기율표>를 끼워넣을 때만 해도, 한 달 뒤에 다시 이 작가의 책을 꺼내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화학자였던 프리모 레비는 파시즘에 대항했다는 이유로 아우슈비츠에 갇혀 지낸 뒤, 극적으로 살아난 인물이다. 분노, 공포, 불안감에 휩싸인 채 언제 죽을 지 모르는 곳에서 이성과 판단력을 잃지 않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지켜본다.

증언 문학의 일종인 <이것이 인간이다>를 여러 번 주변인에게 권했지만, 이번 달만큼 절절하게 권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같은 종족이 서로에게 잔인해질 수 있는 한계를 간접 체험하다보면 진저리가 날 지경이다. 희망을 버린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 그러나 결국 언젠가는 가스실로 끌려가게 되는 곳에서 그는 이야기한다.

"수용소의 언어들 중 결코 사용하지 않는 말이 무엇인지 아는가? 'Morgen Frueh(내일 아침)'이다."
"이 곳 사람들은 지옥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목숨을 손에 쥐고 압도적인 두려움을 등에 업은 권력 앞에 수그려만 했던 사람들을 지켜봐야 하는 마음은 언제나 그렇듯 참담하고 슬프다. 하지만 여럿이지만 혼자여야 했던 그들의 처지는 달라졌다. 정말 다행이다. 





"휴일, 혼자 놀기 좋은 고대인 이야기"


<유럽의 잃어버린 문명>을 선물 받은김에 이것저것 고고학 관련 서적 몇권을 뒤적거렸습니다.
유럽 거석 문화를 아일랜드~지중해까지 배로 항해 하면서, 고대인의 과학,건축 지식에 대한 놀라움을 여행기 형식으로 쓴 책입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고대 세계의 70가지 미스터리>는 사진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책꽂이에 있던 <신의봉인>도 휘릭 뒤적거리게 되고,  온라인 지식 짱들 생각도 온라인 검색으로 찾아보고.. 
하니 휴일 하루가 금방 가네요. 혼자 놀기의 진수는 고고학 책에서 찾을 수도 있습니다.

<로마인 이야기>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7권까지 보고, 8권~10권을 한꺼번에 샀다가, 읽기 대기 상태로 있는 와중에
15권을 예약판매로 사면 '로마인이야기 길라잡이' 준다는 고마움에 11~14권은 생각안하고 일단 사두었습니다.
몇 년 전인지, 몇개월 전인지도 모르겠네요.
8권 부터 다시 보려니, 영~ 흥미가 안나서 1권 부터 다시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중간에 이빠진 도서들도 제 책꽃이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꿈을 이루어주는 코끼리"

일주일에 세 번 가는 학원을 끊어놓고, 결국 두 번 밖에 못갔다. 처음엔 못가는 거였는데, 나중엔 못간건지 안간건지 모르겠다. 사실은, 2주 정도 지나고는 학원을 끊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오늘은 이거, 이거, 이걸 해야지, 하고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지우는 것은 성취감을 느끼지만, 스트레스도 받는다. 벌써 몇 개월 째 지키기 힘든 리스트를 만들고, 없애고 했는데,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까지와 다른 내가 되고 싶을 때 보통 사람들은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 하지만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으로 자신을 바꾸는 것은 힘들어. 누구든 하루 24시간이라는 그릇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미 그 그릇은 회사 다니고, 친구 만나고, 잠자고 하면서 꽉꽉 채워져 있는데 거기에다가 새로운 걸 집어 넣으려고 해봤자, 들어갈리가 없지. 이미 꽉 차있는걸. 일단 지금 채워져 있는 것 중에서 무언가를 버려야 다른 것도 넣을 수 있는 거지. 일단 하루만이라도, 지금까지 하고 있던 걸 하나를 그만둬. 그리고 그 시간에 대신 무엇이 들어가는지 잘 지켜봐'

자기계발서를 거의 읽은 적이 없고,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자기계발서에서는 보통 '자투리 시간을 찾아내고, 잠잘 시간도 줄여서 무언가를 시작하라'고 할 것 같다. '꿈을 이루어주는 코끼리'에서 하는 말도 결국은 쓸데없는 걸 할 시간을 줄여서 그 시간에 가치있는 일을 하라는 건데, 무조건 '새로운 것을 시작하라'고 하지 않고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그만두라'고 해서,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이 책, 작년 8월에 일본에서 출판된 이후, 벌써 몇 개월째 베스트 10위 안에 들고 있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진단다. 읽다가 말다가, 거의 한 달 걸려서 다 읽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번역본이 나와 있어서 살짝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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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7 1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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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3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