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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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연구소 소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이몬 버틀러의 책, 시장경제의 법칙. (영어 제목은 The Best Book on the Market)

거창한 제목에 비해 작고 얇은 이 책은 '시장'이라는 경제 시스템이 갖는 장점에 대해 온갖 칭찬을 쏟아 붇고 있다.

그에 의하면 '시장'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로움의 원동력이다. 과거에는 꿈꿀 수도 없었던 이 물질적 풍요로움을 선사한 경제체계.

시장은 효율적으로 자원을 분배하는 시스템이고, 가격은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의 다양한 욕망을 매개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유기적인 생물체와 같이 정교하게 가다듬어진 체계는 고성능의 수퍼컴퓨터보다도 훌륭하다.

세상의 어떤 컴퓨터도 시장보다 정보를 더 잘 처리할 수는 없다. - 전 유럽연합위원회 위원장, 자크 들로르 (67페이지)

이런 놀라운 체제를 어떻게 부정할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고성능의 CPU와 같이 작동하는 이 매력적인 시스템을.

그렇다. 그런 면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점점 찬양의 도가 지나친다. 시장이라는 것은 절대선인데 때때로 이것이 실패하는 이유는 어리석은 사람들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는 각종 규제로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냥 내버려 두면 보이지는 않지만 아름답고 완벽한 시장이 모든 것을 해줄텐데...

흠... 이쯤 되면 속담이 하나 떠오른다. "사람 낳고 돈 낳지 돈 낳고 사람났나?"

그렇다. 시장은 사람을 위한 경세제민의 여러 시스템 중 하나일 뿐인데...

작가는 시장처럼 완벽한 것을 어리석은 인간들 때문에 버려놓는다고 한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거의 신앙의 경지이다.

이 무조건적인 찬양의 시점도 다소 의문스럽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08년.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고 실패했던 바로 그 해 아니던가?

물론 저자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시장의 완벽함을 망쳤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사상은 그렇지 않겠는가?

세상의 모든 근본주의/원리주의는 결점이 없다. 그 순수한 형태로는 모든 것이 선이다.

자본주의의 몰락을 예언했던 마르크스의 사상도, 공상적이라고 매도되었던 푸리에나 오웬의 사상도

그것을 망치는 조건만 아니라면 그 자체로는 완벽하지 않겠는가?

작가는 시장은 완벽하지 않다고 강변한다. 정보는 비대칭적이고, 완전경쟁의 조건이 나오는 경제학 교과서는 찢어버리라고 하고,

시장에서의 교환도 가치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이 모든 불완전함을 포용하는 시장은 완전하다고 주장한다. 조금 지친다.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 밖에 없는 완고한 사람 같다.

올해 읽은 책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책 중 하나는 나카타니 이와오의 "자본주의는 왜 무너졌는가"이다.

이 사람은 미국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미국에서 유학한 사람이고, 일본 경제에 시장의 가치와 자유경제에 대한 믿음을 심었던 사람이다.

그가 시장의 기능을 마비시킨 요인들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비단 경제학의 시각이 아닌 다각적인 시각으로 말이다.

이몬 버틀러 씨는 무너진 가문의 화려했던 과거를 못잊고 현실을 무시한 채 신나게 노래한다.

1962년도에 밀튼 프리드먼이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했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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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새벽 2009-12-09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안보고 시장만 보는 완고한 시장예찬론자의 넋두리?

풍요로움은 곧 행복이라는 논리에 기반해서 지어진 책이다. 어플루엔자라는 책이 나오고, 수많은 생태학적 한계가 이야기되고 있는데, 그저 성장과 경쟁, 시장만이 최선이라는 이 책의 내용은 앵무새같이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을 지껄이는 경제지와 보수신문의 그것과 똑같다.

웽스북스 2009-12-10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그런 것들이 아직도 통한다고 생각하는걸까요...

동녘새벽 2009-12-10 13:11   좋아요 0 | URL
한국에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물론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 한해서 말이죠.
 
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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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특별하다.

그 점에서 모두 같다.

모두가 같다는 점에서 사람은 "보통의 존재"이다.

특별과 보통이 서로 반대말이지만..... (혹자는 보통의 반대말은 곱배기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특별한 상황이라면 애석하게도 모두가 보통이다.

 

자기 자신이 남보다 특별한 이유는 단지  자신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라는 말이 너무 인지적이고 차갑다면, 기억 혹은 추억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된다.)

그에 반해서 남들은 다 비슷하다. 도저히 나 자신만큼 특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특별함을 강조한다.

내 입장에서만 나를 보고 나의 특별함을 알아달라고 보챈다.

때로는 강조 그 이상이다.

악에 받쳐 왜 몰라주냐고 소리소리 지른다.

(서울특별시처럼...)

 

특별하기에 특별함을 강조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이런 일반적인 사람들은 "보통의 존재"이다.

반면,

자신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뿐이 아니라 남들도 각각 특별함을 아는 사람.

그래서 그 사람은 자신을 '보통의 존재'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사람은 자신이 '보통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보통 이상의 존재'가 된다.

자신이 '보통의 존재'라는 것을 알고 인정하는 사람은 매우 적기 때문에 그는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2009년 최고의 명반을 만든 사람이 있다.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밴드.

그 밴드의 리더 이석원.

그가 만든 최고의 명반인 5집의 타이틀은 '가장 보통의 존재'.

그리고 이석원이 최근 펴 낸 산문집의 제목은 '보통의 존재'

'가장'이라는 강조의 부사를 뺀 것을 보면 이석원은 한단계 더 발전했다.

음반에서 애써 "보통의 존재"임을 강조했다면,

산문집에서는 이미 그 사실을 강조하는 단계를 넘어선 것이다.

 

처음 그의 책을 읽었을 때.

왜 이 사람은 이렇게 소소하고 사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부끄러운 부분까지 드러낼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내게는) 최고의 명반을 만든 사람이었기에 특별하기를 바랬던 것일까?

그런데 그는 그의 산문집에서....

자신과 자신의 삶이 일반인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똑같이 아프고, 고생스럽고, 수고스럽고, 번잡하고, 답답하고, 불안하고, 관계에 상처받고....

무엇을 진정으로 하고 싶은지 모르고, 알고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늙어가고, 때론 아프고, 죽고....

 

그는 자신의 존재가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간절하게도 나타낸다.

바로 그래서 그는, 그의 음악은, 그의 글들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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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로서 경험하는 이석원의 산문집보다 청자로서 경험하는 언니네 이발관의 음반이 훨씬 더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석원의 글에서 느껴지는'진정성'의 힘은 놀라울 정도이다.

 

- 최근 몇 년 사이에 온통 노란 표지의 책을 세 권 읽었다.

 

엔도 슈샤쿠의 <침묵>

김규항의 <예수전>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세 권 모두 굉장히 뛰어난 책들이다.

내가 온통 노란 책에 주목하는 것은 너무 뻔한 '보통의 행동'인가?

 

- 이 책을 읽는 내내 감정이 고양되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 이 책을 읽고 블로그 blog.nver.com/eastdew 배경음악으로 언니네 이발관 5집 전곡을 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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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어버린 남자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지음, 남문희 옮김, 무슨 그림 / 비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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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책 하나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 같다. : 키케로

- 책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가난의 심연과 같다. : 존 러스킨

- 집 밖으로 굳이 나갈 필요는 없다. 책상 앞에 앉아 귀를 기울여라. 귀만 기울이지 말고 기다려 보라. 
  기다리지만 말고, 가만히 침묵을 지켜라. 결국 세상이 가면을 벗고, 그대 앞에 황홀한 자태를 수줍게 드러내고 말리라. : 프란츠 카프카

- 책은 가장 현명한 노인이요, 가장 용감한 대장이다. 책은 가장 모성 깊은 여인이요, 가장 사랑스럽고 귀여운 소녀이다.

- 일곱 권의 책을 가진 사람은 더 이상 사람을 사귈 필요가 없다. : 뵈리스 프라이헤어 폰 뮌히 하우젠

- 생존을 원하는 책에게는 수호신이 있어야 한다. : 프리드리히 폰 하게도른

- 서점에서 두 악마가 밀회를 갖는다. 하나는 쓰기의 악마요, 하나는 읽기의 악마다. : 요제프 나들러

- 좋은 책이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 게 아니라, 무엇을 앗아가야 한다. 우리가 확신하는 어떤 것을 : 얀 그레스호프

- 책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친구이다. 원할 때는 언제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언제든지 환영을 받으며,  어떤 상황이든지 간에 적저한 비용만 들이면 결코 실망을 주는 법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서 특히 남성들은 책과 교제하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숭고한 체험을 한다

  : 안겔루스 질레지우스

- 책장은 곧 그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당신이 가진 책들을 보여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다.

   : 알프레드 마이스너

- 낡은 책 페이지에 남은 담뱃재의 흔적은 옛 독자들이 남긴 최고의 삽화이다. : 라몬 고메즈 드 라 세르나

책이 되어버린 남자 비블리씨가 모아 놓은 책에 대한 격언들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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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이틀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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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중반은 아마도 대한민국의 현대사에 있어 가장 자유로웠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군대-권위주의와 신자유주의 시대의 단단한 지층 사이에 존재했던 일종의 해방의 시기였던 듯 하다.

그 당시에는 혼돈과 질서가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나름 여유롭고 사회적으로도 지금과 같이 불안이 많지 않았다.

포스트모던이라는 이름의 형용사는 그 시기에 존재했던 모든 절대적인 가치를 부정하거나 상대화할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

 

시각적으로 비유한다면 90년대 초중반은 두 개의 치밀하고 빈틈없이 무두질된 가죽이 바느질 된 야구공의 seam(솔기) 부분 같다고나 할까?

정치(힘)와 경제(돈)라는 두가지 가치 사이에 문화라는 이름으로 해방의 시간과 공간이 잠깐 열린 것이다.

이 시절 대한민국 문화계의 최고 스타는 단연 작가 장정일과 영화감독 장선우였다.

이 듀오는 때마다 문제작을 만들어 내며, 대한민국에 문화적 창의력을 불어 넣은 사람들이다.

 

장정일은 시와 소설 등에서 발군의 창의력을 선보였고, 사회적 규범과 대중의 시선 등 그 무엇에도 구애됨 없이 그의 생각을 극단까지 끌고 갔다. 장선우는 장정일 등 작가들이 만들어 낸 상상력을 영화라는 파급력이 큰 매체로 바꾸어 나갔다.

그러다가 장정일은 거짓말처럼 법의 잣대로 상상력을 재단받으며 창작활동이 뜸해졌고,

장선우는 성냥팔이 소녀가 독한 방식으로 재림하면서 빛을 잃게 되었다.

잠시 보였던 대한민국의 불안없는 자유로움의 가능성은 IMF 이후에 신자유주의 행보를 거듭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 출생률은 세계 최저 수준, 원정출산에 영어발음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혀를 수술하는.....

 살기 싫고 그 근본을 뿌리가지 부정하고 싶은 국가가 된 것.)

 

그 장정일이 10년 만에 장편소설을 지었다고 한다.

제목은 "구월의 이틀".

열아홉 성인도 아니고, 청소년도 아닌 경계선에 선 아이들 혹은 남자들이 펼쳐내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11월의 이틀만에 읽은 이 소설은 이전의 장정일의 소설과는 달랐다.

과거의 소설들이 한 개인이 점유하고 있는 심리적 공간을 끝없이 수직적으로 파헤치는 것이었다면,

이번 소설에는 사회적-역사적 맥락이 명확하고 등장인물들은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 의해 조형되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러한 변화는 2006년 출간된 장정일의 '공부'라는 책을 보면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

그의 공부는 역사와 사회, 정치 등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치우쳐 있다. (이전 독서일기를 보면 거의 문학 작품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됨. 작중 인물 '은'의 독서법은 거의 장정일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여전히 등장인물 간에는 장정일 특유의 괴팍한 인간관계가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그러한 내용조차도 사회적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작가 후기에서도 작가 장정일은 '우익청년 탄생기'를 써보고 싶다고 했다. 우익 청년 탄생기라... 정말 흥미로운 주제다.

 '공부'에 나오는 박정희와 바그너, 촘스키, 레드컴플렉스, 마키아벨리, 이종오에 대한 관심을 보면 당연히 튀어나올 수 있는 이야기 거리인 것이다.

 

그러나 '은'이라는 존재는 지나치게 이질적인 자아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가 창조한 '은'은 아마도 대한민국판 히틀러의 현신일 것 같다.

미술에 천착하고 시를 좋아하는 소심한 문학적 인간인데, 다른 한편에서는 '힘에의 의지'가 한창 때의 나치와 동급일 정도이다.

작가는 이 책의 속편을 기획하고 있는 듯 하다. 벌려놓은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할까 궁금하다.

 

그리고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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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어라운드 - 88만원 세대의 비상식적 사회 혁명론 2030 Passion Report 2
이승환 지음 / 라이온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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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88만원 세대"

한 세대를 지칭하는 이 비극적인 작명은 이탈리아에서 수입되었다.

하나의 개념도 국경을 넘으며 환전이 되어 화폐단위가 바뀐 것이다.

이탈리아 젊은이들은 자신들을 "1000유로 세대"라 이름 지었던 것이 대한민국에서는 "88만원 세대"가 되었다.

88이라는 숫자는 서울에서 올림픽이 개최된 해였고, 담배이름에 도로이름이자,

새로이 20대로 편입되는 사람들이 태어난 해 등으로 익숙했기에 별다른 저항없이 익숙하게 머릿속에 각인되기에 이른다.

 

이 개념이 소개된 시기는 우석훈과 박권일이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펴 낸 2년 전이었다.

2년이 흐른 지금 20대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는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아니면 더욱 악화되었을까?

우석훈은 "88만원 세대"의 속편으로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라는 책을 출간하였는데 불행히도 그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모양이다.

새로운 책에서 주로 진(陣)을 짜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지금의 상황을 반증한다.

장사진이나 학익진과 같은 진이라는 것은 전투에서 개개인이 각개격파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편이 힘을 합쳐 효율적으로 적군에게 대항하는 것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20대들은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정규직도 일방적으로 임금이 삭감되는데도 5%의 승자가 되겠다며 경쟁하는 상황이다.

95%가 좌절하는 구조에 대한 저항을 체계적으로 하려면 서로 힘을 합쳐 훌륭하게 진을 짜도 힘든데

그저 사분오열, 오합지졸,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그들의 힘을 합쳐낼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구심점 역할을 하려다 불이익을 받을까 불안하고, 낙오자가 될까 걱정하다보니 힘을 모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승환이라는 한 젊은이가 책을 한권 썼다.

"고 어라운드"

착륙을 시도하던 항공기가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궤도를 수정하여 다시 날아오른다는 항공용어를 책의 제목으로 차용했다.

가라앉기만 하던 20대에게 뜨끔할만한 내용을 가진 책이다.

스물일곱 청년이 써내려간 이 암담한 시대에 대한 점검과 문제인식, 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제법 진중하고, 논리정연하기도 한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은 바로 용기이다.

기존의 구조에서 주류에 편입하기 위한 노력(예를 들어 spec 쌓는 일)이 가지고 있는 허구성을 드러내고,

순응주의, 귀속주의, 학력지상주의, 제도주의, 낙관주의, 냉소주의를 타파해야 할 문제임을 적시한다.

 

앞서 언급한 두 책에서는 모두 "혁명"을 논한다. 가죽을 뜻하는 革이라는 글자는 큰 변화를 뜻한다.

털이 부숭부숭했던 짐승의 피부를 여러 공정을 통해 맨질맨질한 가죽으로 바꾼다는데서 질적인 변화, 근본적인 변화의 뜻을 얻게 되었다.

겁에 질려 세대간 혹은 세대내 구성원들을 믿지 못하고, 경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이 신자유주의 시대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명동 번화가에서 지하철 통로에서 어떤 이들이 피끓는 목소리로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유일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협소구의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지만,

서로 믿지 않으면 그 자체로 끔찍한 지옥이라는 뛰어난 통찰을 담고 있다. 내세까지 갈 필요없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사회의 근본적인 지향점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철학을 바꾸기 위해서는 파편화된 개개인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서로 연대해야 한다.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승환의 이 책이 그 촉매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끝없는 어둠 속의 20대!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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